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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사이드 아웃 2〉 다섯 감정을 맡은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혜숙·심현숙

성찬얼기자
〈인사이드 아웃 2〉 

<인사이드 아웃 2>가 한국에서 흥행 중이다. 픽사 또한 이 사실을 아는지, <인사이드 아웃 2> 작업에 참여한 한국인 애니메이터와 한국 기자들의 화상 인터뷰 자리를 준비했다. 감정들의 애니메이션을 담당한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와 심현숙 애니메이터 두 사람에게 픽사에서의 작업과 한국 흥행에 대한 반응을 들어보았다.

 


 

〈인사이드 아웃 2〉 에 참여한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왼쪽), 심현숙 애니메이터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인사이드 아웃 2〉 에 참여한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왼쪽), 심현숙 애니메이터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간단한 자기소개와 이번 작품에서 맡은 파트 설명을 부탁드린다.

김혜숙 먼저 이렇게 한국말로 만나게 돼서 너무 반갑다. 일할 때 다 영어로 하려고 하다 보니까 한국말이 고플 때가 많다.(웃음)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이고, 한국에서 일하다가 캐나다를 거쳐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픽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심현숙 심현숙 애니메이터이고, 늦게 애니메이션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전혀 다른 전공으로 대학 졸업하고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러 토론토의 쉐리던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계속 토론토에서 일을 하다가 팬데믹 시기에 픽사에서 원격근무하는 애니메이터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운 좋게 픽사에서 일하게 됐다.

애니메이터 업무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린다.

심현숙 이렇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말하자면은 인형이 있으면 인형을 움직이는 게 애니메이터다. (인형을) 만드는 분이 있고 세트를 하시는 분이 있고 애니메이터는 캐릭터를 세트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전 이번 영화에서 라일리하고 발렌티나를 담당하면서 라커룸에서 라일리가 이렇게 놀라는 장면의 애니메이션을 했다. 샷이 주어지면 그 안에 주어져 있는 캐릭터들을 담당으로 해서 책임지고 그 샷들의 애니메이션을 한다. 그래서 기본 감정들 행복이 기쁨이 슬픔이 등 기본 캐릭터들과 인간 캐릭터도 했다.

김혜숙 아무래도 애니메이터다 보니까 사람 캐릭터는 많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찬스가 또 있어서 나는 감정 캐릭터들을 더 많이 작업을 해보고 싶다 (말했다). 제가 볼 때 이 영화의 매력은 아무래도 그 감정 캐릭터인 것 같아서 그렇게 처음부터 요청했다. 시니어 애니메이터라고 역할이 굉장히 많이 다르지는 않다. 저 또한 1편을 굉장히 재밌게 봤다. 그 처음 합류할 때 2편의 시작, 그러니까 어떻게 영화를 시작할지 그 샷들을 맡았는데, 그래서 첫 번째 영화에서 다섯 코어 감정이 어떻게 등장하는지 이런 부분을 (전편을 보며) 참고했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기쁨이가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까칠이한테 질문을 하면 각각의 감정들이 자기 캐릭터에 맞게 대답하는 부분이었다. 그 대답들이 다 관객을 빵 터트려야 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어려운 부분이었다. 1편과 같은 그런 캐릭터성을 가지면서 뻔하지 않고 유니크하게 하기 위해서 제가 스스로 연기도 해보고 많이 레퍼런스도 찾고 그렇게 작업한 기억이 있다. 애니메이터는 저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픽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파트 중에 하나인데 그 캐릭터에 대한 이해, 그 캐릭터에 대해서 확실하게 명확하게 각자 아티스트들한테 이해시키는 부분을 픽사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픽사의 그런 부분이 좋아서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다.

이번 작품이 한국과 전 세계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심현숙 제 생각엔 일단 <인사이드 아웃> 첫 번째 영화가 굉장히 많이 사랑을 받았다. 그때 관객들이 영화를 너무 좋게 봤기 때문에 그 기억을 가지고, 그때 영화를 보고 자란 분들이 돌아오고. 청소년들을 기르고 있는 부모들도 아이가 자라면서 감정이 변화하는 거를 보았을 테고. 이렇게 첫 번째 영화의 성공과 그 새로운 감정들이 다시 나오는 거에 대해서 기대감이 연결돼 많은 분들이 보시지 않았나 싶다.

김혜숙 제 생각도 같다. 우리 애니메이션(<인사이드 아웃>)이 그 관객층이 넓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즐길 수 있는 그런 유머가 많이 있고 청소년분들은 자기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도 (영화에) 잘 표현이 돼 있고. 어떤 댓글을 봤는데 어른들은 '이불킥' 한다고 하더라.(웃음) 아 내가 청소년 때 저랬었었는데! 막 이러면서. 그런 공감대를 끌어내려고 저희가 작업을 하면서 많은 시도도 하고, 스토리 면에 대해서 굉장히 애를 많이 썼는데 다행히 그런 부분이 관객분들한테 공감이 되지 않았나 싶다.

 

700만 관객을 모은  〈엘리멘탈〉 

 

두 분이 참여하신 전작 <엘리멘탈>과 이번 작품 모두 한국에서 흥행 성적이 지금 좋은데 픽사 내부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나.

심현숙 알고 있다.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에 만든 작품이 해외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이 나오는지 많이 알고 있다. 저희 내부 사이트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때 한국에서 반응이 좋다는 것에서 굉장히 흐뭇해했다. <엘리멘탈>은 피터 손 감독님이 한국계시고, 한국의 정서와 문화가 많이 들어가있었기에 한국에서 더 반응이 좋지 않지 않았나 생각한다. <인사이드 아웃 2> 반응이 좋다는 건 아직 잘 모르고 있었다. (김혜숙 애니메이터에게) 그것까지 얘기가 됐던가?

김혜숙 얼마 전에 얘기했었다. 저번 주말(개봉 첫 주말)에 한국에서 수치가 정말 높았다. 그래서 이메일로 지금 라틴 아메리카 얼마 어디 얼마 이렇게 하는데 한국 지금 굉장히 잘 되고 있다, (<엘리멘탈>에 이어) 또 잘되고 있다고 써져있었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다. <엘리멘탈>은 한국어 포스터가 회사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우리가 반응이 좋았던 나라의 언어 더빙판을 보곤 하는데, <엘리멘탈>이 한국어로 적혀있는 걸 보니 정말 행복했다. 그래서 사진도 찍었다.(웃음)

〈인사이드 아웃 2〉 기쁨(왼쪽)과 불안

 

10대의 이야기지만, 한편으론 번아웃이 온 어른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특히 불안이가 폭주하는 장면에서 그렇게 느꼈는데, 그 장면에서 캐릭터들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셨는지. 그리고 이 일을 시작한 후, 혹은 이번 영화 작업 중 그런 감정을 느끼셨는지 궁금하다.

심현숙 제가 작업한 샷은 아니라 그 장면을 담당한 애니메이터들이 어떻게 접근을 하셨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픽사의 애니메이터로 들어와 이 영화를 하면서 제 개인적으로 나를 하나의 감정을 표현하자면 나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 제 주 감정은 불안이라고 딱 결정이 났다. 작업 과정 중 데일리라고 제작진이 모인 장소에서 감독님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이것은 잘 된다' '안 된다'라는 크리틱 하는 시간이 있다. 작업 초반엔 데일리를 시작하기 전에 불안해서 제가 잘 자리에 앉지도 못한 경험이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도 말하듯이 그 그게 꼭 나쁜 감정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그 준비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김혜숙 말씀은 저렇게 하시지만, 저도 샷 보여주기 전에 긴장되고 이러면 (현숙님에게) "언니 제 샷 좀 봐주세요" 하면 언니가 "너무 잘했어요"(하면서) 불안을 낮춰주시기도 하신다. 정말 친절하고 여유 있는 분인데 저렇게 얘기하시니까 또 감동이 (있다). 제가 한국에서 대학 졸업을 하고 오래 일을 했다. 좋은 작업을 많이 했다. 뽀로로도 작업했다. 혹시 지금 미니 특공대, 자녀가 계신 분이 있다면 팬이 있으실 것 같다.(웃음) 내가 좋아하는 걸 좀 오래 하다 보면 번아웃도 당연히 오게 되고 '내가 원한 게 이게 맞을까' 이런 생각들도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 때 때마침 네이버 메인 화면에 그 어떤 포토그래퍼님의 너무 멋진 호수 사진이 떴다. '아 나 여기 너무 가보고 싶다' 이 생각이 들어서 알아보니까 그게 캐나다의 레이크 루이스였다. 여행을 갔다. 불안이가 잠시 멈칫하는 것처럼 몇 달 여행을 다니다 그렇게 쉬니 다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건 이거고 이런 내가 지금 더 잘하고 싶고 내가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직업은 아티스트로서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어서 다시 돌아와서도 열심히 애니메이터를 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에 AI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애니메이터들 간의, 혹은 픽사 내부의 AI 관련 견해가 궁금하다.

김혜숙 <인사이드 아웃 2>에는 말씀하신 대로 AI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업계 전반을 말씀드릴 수 없지만, 그 점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탐구를 하고 이런 걸로 알고 있다. 현재는 AI 없이 예전 애니메이션을 진행했던 방식대로 애니메이터들이 샷들을 받으면 그 샷에 대해서 고민하고 탐색하고 그런 고전적인 어떤 방법으로 계속 작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 AI라든지 R&D가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지는 아는 부분이 없다.

 

〈인사이드 아웃 2〉 까칠(왼쪽)과 기쁨

 

각자 가장 애착이 가는 감정이가 누구인지 골라주신다면.

심현숙 까칠이다. 애착이 간다기보다는 제가 애니메이션을 하면서 좋았던 것 같다. 까칠이가 여성적으로 움직이는데, 애니메이터를 하려면 액팅을 많이 한다. 어떤 캐릭터는 액팅을 하기가 참 힘들다. 제가 억지로 하는 게 눈에 보여서 어색하고. 그런데 까칠이는 액팅을 하다 보면 그렇게 재밌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손짓도 막 잘 나오고 그래서 하면서 재미있게 했다. 그래서 좋다.

김혜숙 기쁨이인 것 같다. 메인 캐릭터라서가 아니라, 만약 제가 우울하다든지 아니면 뭐 뭐 소심해진다든지 이럴 때마다 혼자 생각하는 건데, 그럴수록 더 웃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면서 그런 문제들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그런 웃음이나 기쁨이 이런 것들을 생각을 했을 때 저한테 더 도움이 돼서 애니메이션을 작업하면서도 기쁨이를 작업을 할 때 이 친구에 대한 특징이라든지 이런 거를 공부를 좀 많이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애니메이터가 가장 일하고 싶은 픽사 스튜디오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노력을 하셨을 텐데, 그 과정 중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또 픽사 스튜디오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김혜숙 저는 해외 취업에 대한 플랜이 솔직히 없었다. 일하시는 다른 분들이 유학도 하고 영어도 유창하고 그러신데, 저는 유학도 한 적 없고 미팅할 때 못 알아들을 때도 있다.(웃음) 그렇다보니 실력으로 보여주기 위해 더 노력한 것 같다.제가 느끼기기엔. 유학이나 영어 공부 생각하실 텐데, 저는 가장 중요한 건 아티스트가 자기가 지금 그 작품을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얼마나 내가 이 직업을 사랑하고 있는지 얼마나 열심히 할 수 있는 열정이 있는지와 그리고 내가 다른 모든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어떻게 어디까지 내가 끌어올릴 수 있는지 그 점에 더 초점을 맞춰서 열심히 하시면 문을 활짝 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캐나다 해외 회사에서 처음 일할 때 힘든 일이 많았다. 그럴수록 실력 좋은 친구한테 가서 내 거 보여주면서 물어보고 '네가 볼 때는 이거 어때?' 물어보고 도움도 받고 영어 안 들리는 거는 막 핸드폰으로 몰래 녹음해서 자리에 와서 리플레이해서 듣고 놓치는 건 없지 체크하고. 안 되는 건 없다, 열심히 두드리다 보면.

심현숙 클래시컬 애니메이션이라고 손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그전부터 그랬겠지만 공부할 당시 클래시컬 애니메이션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여서 취업을 못하고 있었다. 컴퓨터를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어떻게 저를 뽑아주셨는데, 2D에서 3D로 넘어가는 거를 회사에서 배우면서 만들어낼 때 참 힘들었다. 마야(3D 애니메이션 프로그램)를 어떻게 할지도 모르면서 배우면서 작품을 만들어 나가야 되는 거. 근데 말씀하셨다시피 주변 사람들한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회사 안에 보면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을 가진 분들이 너무너무 많다. 근데 혼자 이렇게 구석에 앉아 있으면 도움이 바로 오진 않는다. 그러니까 그때 정말 늦게까지 앉아서 막 물어봤던 거, 그 힘들었지만 그렇게 배웠던 게 그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옛날에 시작했을 때에 비해서 지금은 온라인상에 자료가 정말 많다. 유튜브에서 그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 있고 학교도 정말 좋은 애니메이션 스쿨이 온라인상으로 존재한다. 회사 동료분이 선생님으로 있는 온라인 스쿨도 있다. 두들기면 많은 곳에 자료가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사이드 아웃 2>에는 몇 명의 애니메이터가 작업에 참여했는지, 그리고 장면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김혜숙 <인사이드 아웃 2>는 픽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실지 모르겠지만 엔딩크레딧 스크롤 올라갈 때 애니메이터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다. 에디셔널 애니메이터도 있고, 굉장히 파트가 잘 나눠져 있고 굉장히 빠르게 올라와서 제 친구들도 제 이름을 못 찾았다라는 얘기도 해줬는데.(웃음) <인사이드 아웃 2>에서 굉장히 많은 애니메이터들이 협약해서 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스토리를 정말 전달력 있게 잘 만들기 위해서 회사에서 굉장히 많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퀄리티에서도, 스토리, 모든 것들을 협업하니까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게 됐다.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완성하는 과정은 먼저 감독님이 시퀀스를 담당한 애니메이터 각자의 입장에서 설명을 해준다. 그 후 애니메이터들이 샷의 궁금증이나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그런 뒤에 데스크에 가서 그 아이디어를 개발시키면서 첫 번째 콘셉트 파트를 보여준다. '나는 이 샷을 이런 방향성으로 하려고 하는데 이거 어때? 괜찮아?' 이러면서 주변에서 의견이나 방향성에 대한 피드백을 준다. 그 후에 폴리시(움직임에 디테일을 더하는 과정)를 작업하면서 마무리하게 된다. 작업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는 보통 60~70명 정도 된다. 이번 <인사이드 아웃 2>는 제가 세본 걸로는 150명이 넘었던 거 같다

심현숙 많이 많이 들어갔다, 다른 영화에 비해서.

 

〈인사이드 아웃 2〉 켈시 맨 감독(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감독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를 텐데, 켈시 맨 감독은 어떤 스타일을 선호했나. 그리고 감독님과 중점적으로 의견을 나눈 지점이 있다면?

김혜숙 질문 주신 대로 감독님마다 스타일이 정말 다르시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마다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켈시 맨 감독님은 너무 재미있으시다. 굉장히 에너제틱하다. (장면 설명할 때) 직접 일어나서 몸으로 보여주시고 그래서 전달력도 굉장히 좋다. 애니메이터가 '저런 방향성을 원하는구나' 직접 볼 수 있으니까. 작업하면서 많이 도움이 됐다. 노트에 적어서 정리한 걸 말씀해 주시는 감독님도 계시고 그림을 그려서 직접 보여주시는 감독님도 있으셨는데 (켈시 맨 감독님은) 미팅이 항상 굉장히 재밌었다. 모든 감독님의 공통점이긴 한데, 현재 설명하는 그 샷에서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것을 애니메이터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그 부분을 가장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

심현숙 켈시 맨 감독님의 좋은 점이자 저한테 개인적으로 힘들 수도 있었던 건 다른 애니메이터들의 의견을 많이 존중한다는 것이다. 장면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다른 애니메이터들이 각자의 의견을 내면 그 많은 의견들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많이 노력하신다.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어려웠던 감정은 누구였나.

심현숙 가장 하기 힘들었던 캐릭터가 소심이다. 왜냐하면 눈썹도 따로 움직이고, 손도 굉장히 많이 늘어난다. 그래서 그 애니메이터 입장에서 그 모델을 잘 잡기가 굉장히 힘든 캐릭터다. 그래서 소심이를 애니메이션을 할 때 다른 캐릭터, 예를 들어서 슬픔이 같은 경우는 굉장히 동그랗고 굉장히 소심하니까 움직임도 조그맣게 움직이는데 소심이는 굉장히 동작이 크다. 그리고 늘어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그거를 잡기가 힘들었다.

 

〈인사이드 아웃 2〉  소심

 

김혜숙 소심이가 2D애니메이션처럼 프레임 바이 프레임으로, 마치 그림처럼 굉장히 예쁘게 만들어냈어야 했다. 그래서 손이 굉장히 많이 가고 다른 캐릭터보다 작업을 더 세심하게 진행을 했어야 했던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 기쁨이가 동글동글하고 비율도 사람 비율이랑 비슷한 것 같지만 예쁜 포즈를 만들기가 굉장히 힘들다. 그리고 페이셜도 그냥 커다란 눈이 딱 두 개가 있다 보니까 이걸로 감정을 표현을 해야 되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그게 오프 모델(기존의 화풍에서 벗어나는 경우, 이른바 작화붕괴)이 되면서 기쁨이가 아니고 다른 아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게 세밀하게 예민하게 작업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저는 기쁨이가 어려웠다. 다만 애니메이터들 모두한테 물어보면 아무래도 심현숙님 말처럼 전반적으로 소심이를 뽑을 것 같다.

<인사이드 아웃 3>가 제작된다면, 어떤 감정을 추가하고 싶나.

심현숙 (3편을 만든다면 라일리가) 이제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그런 나이가 될 것 같은데… 인생에서 굴곡이 크게 있을 때 감정의 변화도 많이 있다고 생각했을 때 그렇게 이제 사회로 나가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감독님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실 수 있지만. (웃음)

김혜숙 저는 공감이를 만들고 싶다. 그게 요즘 같은 시기에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도 해외 처음 나와서 언어도 다르고 내가 할 줄 아는 거는 기술밖에 없는데(웃음) 내가 이거를 표현을 하는 거에 한계도 있고 그리고 너무 다른 문화라 좀 외롭고 힘들고 이런 부분이 굉장히 초반에 많았다. 저희가 언어가 다르고 자란 것이 달라도 사람이다 보니까 한두 명씩 공감을 해주는 그런 것에 힘을 얻었다. 그래서 포용력 있게 공감을 해주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심현숙 이건 말이 될지 모르겠는데 페이션트(Patience)? 나이가 들면서 참을 줄 알아야 한다는 감정이 생길 것 같다.

김혜숙 인내.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좋은 이름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라.(웃음)

방금 고른 감정들을 어떻게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심현숙 너무 어렵다. (웃음)

김혜숙 저는 회사에서 허거(hugger)라고 소문이 났다. 허그(포옹)를 자주 한다. '어? 안녕!' 인사하며 안고, '어제 어땠어' 이러면서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 그런 걸 좀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2015년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2015년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2024년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2〉
2024년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2〉

 

1편에서 2편까지 9년이 걸렸는데, 3편이 나온다면 9년 정도 걸릴 것 같은지.

김혜숙 저희도 알고 싶다. (웃음)

심현숙 저희도 모른다. (웃음) 9년까지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3편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아직 없다고 알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터의 위상의 높아진지도 오래다. 그래도 최근 K-문화가 세계적으로 각광받음에 따라 달라진 점을 느낀 적 있나. 그리고 한국인 애니메이터만의 강점이 있다면.

심현숙 회사 단위에서 어떻게 받아들인다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저 개인적으로 이런 적이 있다. <엘리멘탈> 작업 당시 픽사에서 오래 일하신, 드로잉을 담당하는 분이 있다. 그분께 제가 어떤 질문을 드리니까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을 예시로 대면서 답변해주신 적 있다. 저도 못 본 드라마였다. 그런 것처럼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편적으로 보고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분명 일반적으로,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가 퍼져나가는 건 맞는 것 같다. 한국 애니메이터들의 강점, 애니메이터뿐만 아니라 한국분들이 정말 능력이 여러 가지다. (애니메이터로 치면) 애니메이션을 하면서도 예술적이라고 할까. 김혜숙님도 그림을 잘 그리신다.

김혜숙 방금 전에 현숙님이 얘기하신 분이 한국 빵을 자주 사다주신다. (픽사 스튜디오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 뚜레쥬르가 있다. 어느 날은 아침에 출근하면 책상 위에 단팥빵이 있고, 어느 날은 크림빵 슈크림빵이 있고. 그러면 나는 또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적어서 그분 책상에 몰래 두고 온다. 드라마뿐만이 아니라 K-음식도 지금 미국에서 점점 인기가 있다. 김밥, 불고기만 말씀드리는 게 아니다. (웃음) 제가 픽사를 되게 인스파레이링(영감으로 가득찬)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영화나 드라마나 그런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럴 때 한국 드라마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한다. 그럼 저는 개인적으로 할 말이 많아진다. 너무 좋으니까. 한국 애니메이터뿐만이 아니라 한국사람들은 정말 성실하다. 모두 정말 차분하게 조용히 자신이 해야 되는 일을 끝까지 열심히 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 해외에서 일을 할 때 캐나다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한국 직원분이랑 일을 하면서 만족스러워하시지 않은 슈퍼바이저분들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피트 닥터 CCO가 <인사이드 아웃> 스핀오프를 공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애니메이터로서 <인사이드 아웃>의 장기 프랜차이즈화를 바라는지, 그리고 내부에서 그런 장르 프로젝트 이야기가 얘기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심현숙 기본적으로 영화 자체가 굉장히 단단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거를 가지고 풀어 나갈 때 앞으로 나오는 작품들도 성공적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김혜숙 저희는 관객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시면 계속 좋은 스토리로 다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픽사는 "이 영화가 잘 됐으니까 다음 영화 3편 4편" 이게 아니라 "우리가 1편에서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였는데 2편에서 우리가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게 굉장히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한다. 말씀한 것처럼 우리가 3편 작업이 가능하다면, 그 점에 초점을 맞출 것 같다. '<인사이드 아웃>이니까'가 아니라 3편에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확실해질 때 제작이 가능해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사말 부탁드린다.

심현숙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개인적으로도, 직원 입장에서도 정말 감사드린다. <엘리멘탈>이 개봉했을 때 우리나라가 이 영화를 응원해준다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됐다. 이번 <인사이드 아웃 2>를 많이 봐주신 것도 감사드린다.

김혜숙 한국에서 한국 관객분들이 있는 곳에서 <인사이드 아웃 2>를 함께 보고 싶다. 다음 작품에 투입돼 한국에 방문하지 못했는데, 어느 부분에서 관객분들이 행복해하시고 막 즐거워하시고 감동을 받으시고 이런 거를 직접 경험을 해보고 싶다. 현숙님이 잘 얘기해주셨는데, 픽사 영화들이 한국에서 굉장히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거를 픽사에서도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저 혼자 마음속으로 만족감을 가지면서 일을 하고 있다. (웃음)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