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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삭제된 감정은? 〈인사이드 아웃 2〉 비하인드

성찬얼기자
〈인사이드 아웃 2〉 200만 돌파 감사 이미지
〈인사이드 아웃 2〉 200만 돌파 감사 이미지

 

이쯤 되면 '픽사의 나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 2>가 개봉 일주일도 되기 전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1편 못지 않은 기세를 타고 있다. 2015년 개봉 당시 500만 관객을 돌파한 <인사이드 아웃>의 기록을 전작 <엘리멘탈>이 700만 관객 돌파로 깼는데, 이번 <인사이드 아웃 2>가 이 기록을 깨고 다시 왕좌를 탈환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아무튼 이렇게 한국 관객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고 있는 <인사이드 아웃 2>, 오래만에 돌아온 라일리와 그의 감정들을 제작진이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비하인드를 모았다.


1편 감독 피트 닥터가 2편을 선택한 이유

〈인사이드 아웃〉
〈인사이드 아웃〉

 

<인사이드 아웃>에서 2편이 나오기까지 9년이 걸렸다. 1편에서 2편이 나오기까지 14년이 걸린 <인크레더블> 시리즈에 비하면 짧은 편이지만, <인사이드 아웃 2>는 픽사 스튜디오의 역량을 점차 '의심' 받기 시작할 때 제작을 발표해 더욱 기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1편에서 마무리가 완벽했기 때문에, 그리고 1편을 연출한 피트 닥터가 제작으로 물러났기 때문에 "흥행 때문에 전작에 기대는 꼴"이란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인사이드 아웃〉을 연출한, 그리고 현재 픽사 스튜디오 CCO 피트 닥터
〈인사이드 아웃〉을 연출한, 그리고 현재 픽사 스튜디오 CCO 피트 닥터

그러나 피트 닥터의 생각은 달랐다. 2018년 CCO(Chief Creative Officer, 창작 전문 총괄)로 임명된 피트 닥터는 픽사의 전성기 시절처럼 '모두가 공감'하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기 힘들 것이라 판단했다. 오리지널리티에 치중하는 것보단 적어도 모두의 공감대를 사는 이야기를 선보이는 것. 속편 실패시 받을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픽사 스튜디오가 속편에 집중하겠다 밝힌 건 이같은 이유다. 참고로 그는 <버즈 라이트이어>의 실패에도 꽤 인상적인 말을 했는데 "관객들의 너드스러움을 과대평가했다"며 기존 시리즈 속 설정을 배경으로 쓴 것이 실패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훌륭한 속편을 위한 제작진의 노력

〈인사이드 아웃 2〉 속편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작품 연출까지 맡은 켈시 맨 감독​
〈인사이드 아웃 2〉 속편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작품 연출까지 맡은 켈시 맨 감독​

 

이런 방향성이 잡히고, 이미 '유명한 1편의 속편'(<몬스터 대학교>)에 투입됐던 켈시 맨 감독은 10대가 된 라일리에게 '불안'이란 감정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구상해 피트 닥터와 의견을 나눴다. 피트 닥터는 그의 아이디어에서 2편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인사이드 아웃 2>를 진행하도록 승인했다. 제작진은 2편을 채울 새로운 감정을 고르기 위해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 대처 캘트너(Dacher Keltner), 젊은 여성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연구한 임상심리학자 리사 다무르(Lisa Damour)와 의견을 교류하며 불안, 부럽, 따분, 당황을 새로운 감정으로 선택했다.

또한 제작진은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이 라일리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13살이 된 라일리가 겪은 일상과 심리적 변화가 납득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놓치지 않고, 그래서 10대 소녀 9명의 '라일리 크루'에게 작품의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거주 지역도, 각자 취미도 다른 소녀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완성한 <인사이드 아웃 2>는 전반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캐릭터들의 모습은 어떻게?

〈인사이드 아웃 2〉최초 구성. 오른쪽 두번째가 '수치심'이다.​
〈인사이드 아웃 2〉최초 구성. 오른쪽 두번째가 '수치심'이다.​

 

이번에 새로 등장한 불안, 부럽, 따분, 당황은 제작진의 선택을 받은 캐릭터다. 1편 당시에도 원래 22개의 감정을 그리려다가 축소시켰던 만큼 2편에도 다양한 감정들이 새로운 캐릭터 후보에 올랐다. 네 캐릭터 말고 언급된 감정은 자유(흰색), 사랑(마젠타), 열정(청록색), 힘(검은색), 그리고 수치심(Shame, 진회색)이었다. 그중 가장 마지막까지 등장 가능성이 있었던 '수치심'은 두 가지 이유에서 삭제됐다. 수치심은 감정이 아니라는 대처 교수의 지적, 또 수치심은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영화를 보면 모든 감정은 그 방법과 결과만 다를 뿐, 라일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행동한다. 그러나 수치심만큼은 당사자를 사랑하고 위하는 감정으로 묘사하기 어려워 다른 감정들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야기에서 삭제하게 됐다.

 

〈인사이드 아웃 2〉의 주역 불안. 손에 든 많은 짐부터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준다.​
〈인사이드 아웃 2〉의 주역 불안. 손에 든 많은 짐부터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준다.​

 

불안은 새로 등장한 4개의 감정 중 유일하게 앞글자가 다르다. 의도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다른 감정(Emotion)은 모두 'E'로 시작하는 반면(Envy, Embarrassment, Ennui) 불안만이 A(Anxiety)로 시작한다. 캘시 맨 감독은 제작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10대 시절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이 불안이었음을 떠올리며 불안을 속편의 중심 인물로 끌고 왔다. 디자인 모티브는 전선이고, 그래서 그가 고른 기억 구슬에서 생기는 자아가 번개처럼 번쩍거린다.

 

〈인사이드 아웃 2〉 영화 내내 소파와 혼연일체인 따분.
〈인사이드 아웃 2〉 영화 내내 소파와 혼연일체인 따분.

 

극중 비중이 많진 않지만, 비하인드만큼은 주역급인 따분이. 따분이는 특이하게도 영어가 아닌 불어 Ennui가 이름인데, 영어보다 불어 단어 뜻이 더 적당했기 때문이다. Ennui는 단순한 따분함이나 심심함보다 권태라는 좀 더 구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다. 이렇게 불어 이름을 갖게 되면서 유일하게 프랑스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가 됐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가장 따뜻한 색 블루>로 유명한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배우의 우아한 프랑스식 영어가 인상적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축 늘어진 국수에서 따왔다고 한다.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가 더빙을 맡아 프랑스식 영어를 멋들어지게 들려준다. 〈인사이드 아웃 2〉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가 더빙을 맡아 프랑스식 영어를 멋들어지게 들려준다. 〈인사이드 아웃 2〉
〈인사이드 아웃 2〉 ​작은 키와 큰눈이 포인트인 부럽
〈인사이드 아웃 2〉 ​작은 키와 큰눈이 포인트인 부럽


작은 키와 큰눈으로 캐릭터 중 압도적으로 귀여운 부럽이는 원래 쌍둥이로 설정됐다. 남을 부러워하는 감정은 '시기'와 '동경'이 공존한다는 접근이었다고. 그렇지만 캐릭터가 늘어나고 관객들이 혼동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생겨 쌍둥이 설정을 없애고 동경심이 더 강한 부럽이로 재설계했다. 시기하다는 뜻의 Envy의 어원이 라틴어 'Invidia'(들여다보다)이기에 다른 캐릭터보다 눈이 강조되도록 디자인했다. 나이 지긋한 중년신사였다가 안경을 낀 양갈래 소녀로 변경됐다가 지금의 디자인으로 다시 변경됐다.

〈인사이드 아웃〉 1편 기획 당시 부럽이는 이런 모습이었다.
〈인사이드 아웃〉 1편 기획 당시 부럽이는 이런 모습이었다.

 

〈인사이드 아웃 2〉 첫 인사부터 당황하는 당황.
〈인사이드 아웃 2〉 첫 인사부터 당황하는 당황.

 

극장 여기저기서 "귀여워~"라는 감탄 자아낸 당황이는 당황하면 얼굴이 붉어지는 홍조에서 착안해 핑크색으로 디자인됐다. 원래는 안경을 쓰거나 주근깨가 많거나 치아교정기를 낀 '너드'로 디자인됐었지만, 지금처럼 커다란 체구를 가진 아이로 바뀌었다. 큰 체구는 굳이 눈에 띄고 싶지 않을 때조차 눈에 띄게 돼 생기는 당혹감을 나타내며 새로운 4개의 감정 중 유일하게 남성형이란 점도 특징(성우도 새로운 4인방 중 유일하게 남성이다). 작중 유독 슬픔이와 서로를 의식하는 듯한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크게 당황할 때 눈물이 나거나 갑자기 눈물이 쏟아질 때 느끼는 당황스러움의 과정을 반영한 것이란다.

슬픔이와 당황이의 케미스트리는 2편의 인상적인 장면.〈인사이드 아웃 2〉
슬픔이와 당황이의 케미스트리는 2편의 인상적인 장면.〈인사이드 아웃 2〉

깜짝 등장 조력자들

〈인사이드 아웃 2〉 씬스틸러 파우치
〈인사이드 아웃 2〉 씬스틸러 파우치

 

투들스(미키마우스의 오른쪽)와 도라의 백팩을 합친 듯한 캐릭터성을 가졌다.
투들스(미키마우스의 오른쪽)와 도라의 백팩을 합친 듯한 캐릭터성을 가졌다.

기쁨, 슬픔, 분노, 까칠, 소심이가 비밀 감옥으로 쫓겨났을 때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제작진이 어린 시절 봤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반영한 것이다. 코믹한 등장과 볼품없는 생김새와 달리 굉장히 활약하는 파우치는 <미키 마우스 클럽하우스>의 투들스와 <도라 디 익스플로러>의 백팩을 본딴 것이다. 투들스는 <미키 마우스 클럽하우스>에서 "오, 투들스~"하고 부르면 나타나는 캐릭터이고, 백팩은 도라의 여행을 돕는 만능 가방이다. 반면 그를 부르는 블루피는 <블루스 클루스>(수수께끼 블루)의 강아지 캐릭터 블루가 모티브인 것으로 파악된다. 두 캐릭터는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2D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구현됐는데,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윈 오어 루즈>(Win or Lose)를 제작하면서 2D 애니메이션에 대한 제작 단계를 파악했기에 가능한 시도였다고 한다.

 

플러피(왼쪽)는 〈블루스 클루스〉의 캐릭터를 본땄다고 한다.
플러피(왼쪽)는 〈블루스 클루스〉의 캐릭터를 본땄다고 한다.

라일리의 숨은 최애 랜스(왼쪽)은 〈파이널 판타지 7〉 주인공 클라우드를 연상시킨다.
라일리의 숨은 최애 랜스(왼쪽)은 〈파이널 판타지 7〉 주인공 클라우드를 연상시킨다.

 

반면 3D이지만, 좋게 말하면 레트로고 나쁘게 말하면 구식인 랜스는 특정한 모티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은 <스매시 브라더스> 시리즈를, 등에 진 대검은 <파이널 판타지 7>의 주인공 클라우드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팬들의 반응. 초기 3D 게임의 둔탁한 움직임이나 이상한 조각감을 극중 코미디로 녹여낸 것도 당시 게임을 즐긴 팬들에겐 추억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