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드풀과 울버린
감독 숀 레비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휴 잭맨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자칭) ‘마블의 예수’를 말릴 자 누구인가
★★★☆
웬만해선 데드풀의 입을 막을 수 없다. 그는 자가당착에 빠진 마블의 세계관에 대놓고 총격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하고 강력한 내부 고발자다. 울버린을 되살리는 것에 대한 우려부터 복잡한 판권 문제, 과잉을 거듭한 슈퍼히어로 무비들의 문제점을 알아서 지적하는 데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싶을 정도다. 가장 시끄러운 히어로와 가장 과묵한 뮤턴트가 콤비가 된 여정 안에서, <데드풀과 울버린>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어떤 본질을 이야기하려 한다. 데드풀이 어벤져스 같은 “중요한 사람”이 되기를 꿈꿨으나 그렇지 못했던 것처럼 세상에는 망해버린 슈퍼히어로 영화도 많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그들은 여전히 영웅이다. 엔드 크레딧 시퀀스까지 이르면, 이 요란하게 수다스러운 영화의 진심이 무엇인지 뭉클하게 감지된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20세기폭스사 IP 영웅들의 성공적인 MCU 안착
★★★☆
<데드풀과 울버린>은 시작부터 명확히 한다. “완벽한 엔딩”으로 마무리된 <로건>(2017)을 “더럽힐 거“라고 선언한 영화는 울버린을 되살리되 곱게 부활시키지 않는다. 디즈니의 20세기폭스사 인수로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 편입된 데드풀과 울버린의 안착에는 데드풀스러운 선혈과 B급 유머가 낭자하다. “마블의 구세주”를 자처한 데드풀의 계획 역시 일정 부분 성공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마블 시리즈의 실패 요인을 멀티버스에서 찾고, 제4의 벽을 허무는 유머 또한 그것을 겨냥한다. 영화는 평행우주 만능론에 지친 마블 팬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주는 동시에 영리하게 멀티버스를 활용한다. 데드풀과 울버린이 반목하는 관계에서 서로 힘을 합쳐 세계를 구하기까지 엑스맨을 비롯해 20세기폭스사 IP(지적재산권)의 위력을 보여주는 히어로들의 빼곡한 등장이 반갑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어쨌든, ‘마블의 넥스트’가 다시 궁금해졌다
★★★☆
‘멀티버스’로 무한 확장하다가, 재미의 확장이 아니라 문어발식 확장이 돼 버린 MCU 전략을 마블 안에서 신랄하게 까 내릴 수 있는 이 누구? 구강 액션의 달인 데드풀이라면 가능하지. 20세기폭스 인수로 ‘엑스맨’ ‘엘렉트라’ 등의 IP가 디즈니로 돌아올 때, 기대했던 순간의 짜릿함이 <데드풀과 울버린>에 있다. 다만, 캐릭터 동창회(?)가 안기는 흥분은 <스파이더: 노 웨이 홈> 이후 관객들이 어느 정도 적응이 돼 버린 상태인 터라 벅찬 감흥으로까진 이어지지 못한다. 출연 배우의 개인사까지(가령, 휴 잭맨의 이혼) 서슴없이 가져와 유머로 활용해 대니, 정보 값에 따라 데드풀의 ‘드립’이 수수께끼처럼 느껴질 수도. 그러나, ‘마블 구세주’로서의 마중물 역할을 확실히 해 낸다. 이제 ‘엑스맨 vs 어벤져스’ 구도가 어떻게 펼쳐질지 지켜보면 될 일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마블의 신박한 재정비
★★★☆
<데드풀>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는 꽤 무거운 임무들을 짊어졌다. 위기의 마블 영화를 구해야 하고, <데드풀> 시리즈 팬들을 만족시켜야 하고, <로건>(2017)에서 최후를 맞이한 울버린 캐릭터를 위화감 없이 되살려야 하고, MCU 세계관과 <엑스맨> 세계관을 아우르는 등 해결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데드풀과 울버린의 만남은 마블 슈퍼히어로들의 연합 작전 형태를 취하며 난관을 헤쳐 나가는 모양새다. 마블과 <엑스맨> 시리즈, 슈퍼히어로 영화 팬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한데, 무리수를 두고서라도 난관을 타개하려는 마블의 작심이 눈에 보인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청불 영화는 맵고 자극적인 빨간 맛을 넘어선 놀라운 맛이다.
슈퍼배드 4
감독 크리스 리노드, 패트릭 트라주
목소리출연 스티브 카렐, 크리스틴 위그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더 똘똘 뭉쳐 웃기는 캐릭터들
★★★☆
14년째 이어지는 일루미네이션 대표작 <슈퍼배드>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 이제는 주인공인 악당 그루보다 미니언즈의 인기 주가가 더 높지만, 7년 만에 돌아온 악당 그루와 가족들의 시끌벅적한 소동극이 큰 웃음을 안긴다. 새로운 가족과 악당을 소개하는 초반부 전개는 평이한데, 중반부터 가속 페달을 밟고 시원하게 내달린다. 슈퍼히어로로 거듭난 ‘메가 미니언즈’의 등장과 시리즈 악당들이 총출동한 마지막 장면은 <미니언즈>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과 <슈퍼배드> 시리즈의 한 매듭처럼 여겨진다. <슈퍼배드> 시리즈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로 가득 찬 영화다.
엄마의 왕국
감독 이상학
출연 한기장, 남기애, 유성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가족의 비밀
★★★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와 자기 계발서 작가인 아들 지욱, 그리고 지욱의 삼촌인 목사 중명. 평범한 가족 관계처럼 보이지만 그들 사이에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면서 끔찍한 일들이 일어난다. 이상학 감독의 첫 장편 <엄마의 왕국>은 촬영, 음악, 사운드, 미술 등 기본적인 만듦새에 공을 들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도 영화의 독특한 톤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 다양한 장르 요소를 결합하면서 클리셰에 의존하지 않고 이야기의 힘으로 전진하는데, 서사적 재미와 장르적 쾌감 사이의 적절한 균형은 조금 아쉽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모성, 마더, 진실
★★★
엄마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자기계발서 「진실의 힘」을 쓰는 작가 아들은 진실을 어딘가에 무의식적으로 봉인해 두고 있다. 하나의 진실, 은폐된 기억, 가족이라는 이름의 굴레, 죄의식 등이 뒤엉켜 미스터리를 추동한다. 여러 장르를 돌파해 나가는 흐름의 이음새도 좋은 편. 한기장, 남기애 두 배우의 감정 변화가 포인트다. 이상학 감독의 장편 데뷔작.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색다른 가족 미스터리 스릴러
★★★
치매에 걸린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 치매를 다룬 작품들이 주로 가족 드라마의 형식을 취했다면, 이 영화는 대담하게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택했다.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는 가족의 비밀을 발설하고, 혼란스러운 아들은 행동에 나선다. 가족 문제와 봉인된 과거, 진실과 거짓 사이에 놓인 인물들의 심리를 심도 있게 풀어냈다. 장르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후반부 연출이 강렬하다. 한기장, 남기애, 유성주 세 배우의 입체적인 연기와 캐릭터 충돌이 일으키는 효과가 굉장하다.
진주의 진주
감독 김록경
출연 이지현, 문선용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공간의 추억
★★★
우연히 경남 진주에서 영화를 찍게 된 영화감독 진주(이지현)는 중심 공간이 될 카페를 찾던 중 오래된 다방을 발견한다. 예술인들의 아지트와 같은 그곳. 하지만 곧 문을 닫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잔칫날>(2020)의 김록경 감독이 내놓은 두 번째 장편인 <진주의 진주>는 소박한 이야기 속에 우리가 겪고 있는 로컬 문화의 현실을 담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삼각지 다방’은, 잊혀져 가는 추억의 장소이며 예술을 위한 인프라이고 일종의 문화재이다. <진주의 진주>는 이 상징적 공간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문화가 처해 있는 위기를 드러내면서도, 다행히 희망을 잃진 않는다. 곱씹어볼 테마를 지닌 작품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예술이 우리 삶에 힘이 될 수 있도록
★★★
영화 촬영 장소를 찾기 위해 경남 진주로 향한 영화감독 진주는 그곳에서 지역 예술가들의 오랜 아지트인 다방 철거를 막는 일에 앞장선다. 외지인 진주와 지역 예술가들, 다방 주인과 새 주인 등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들여다볼수록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낭만이나 안타까움을 떠나 예술, 지방 도시, 개발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극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이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감독의 진심이 느껴지는 따뜻한 영화다.
파편들의 집
감독 시몬 레렝 빌몽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아이들
★★★★
부모에게 양육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모인 우크라이나 리시찬스크 지역의 한 쉼터. 9개월까지 머물 수 있는 이곳의 아이들에겐 세 개의 선택지가 있다. 다행히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가정으로 위탁되거나, 보육원으로 보내지거나.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영혼은 끊임없이 상처받는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의 우크라이나를 배경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파편들의 집>은, 이미 전쟁 상태였던 아이들의 현실을 담아낸다. 알코올중독에 빠져 있거나 폭력적인 부모들에 의해 버려진 아이들은, 병든 어른들의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희생자들이다. 여기서 시몬 레렝 빌몽 감독의 카메라는 놀라울 정도로 밀접한, 그러면서도 담담한 카메라로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과연 그 아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부디 행복하기를 바란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희망은 맨 마지막에 죽는다”…부디, 그러길
★★★★
그, 눈. 부모를 애타게 기다리는 눈, 희망이 휘젓고 도망가 버린 텅 빈 눈, 쓸쓸한 눈… 결코 꾸며낼 수 없는,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아이들의 눈이 <파편들의 집>에 가득하다. 부모의 알코올 중독, 가정폭력 등으로 쉼터에 임시로 머물게 된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윤리적인 촬영 방식에 대한 질문’이 따라붙을 법한데, 그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우는 건 앞서 언급한 아이들의 ‘눈’들이다. 그런 눈을 포착해 낸 카메라의 힘이 상당하다. ‘쉼터에 맡겨졌던 아이가, 어린 시절 봤던 자기 부모의 삶을 반복하고, 어른이 된 후 쉼터에 맡겨진 자신의 아이들을 보러 온다’는 사회복지사의 내레이션은 전쟁이 사회에 드리운 그림자와, 불행의 대물림을 돌아보게 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집은 어디인가
★★★☆
3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파괴된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우크라이나 동부에 위치한 임시 보호소에 머무르는 아이들과 사회복지사의 일상을 보여준다. 전쟁, 가정 폭력, 부모의 방치와 알코올 중독 등 여러 사연을 안고 쉼터에 머무르는 아이들은 이곳에서 짧게나마 부족했던 사랑과 따뜻한 우정을 경험한다. 영화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탐욕(전쟁)으로 피해 받는 아이들이 절망과 불안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찾는 모습을 관찰한다. 그곳엔 아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애정과 노력을 쏟는 또 다른 어른들(사회복지사)이 있다. 우크라이나 보육원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가 결코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블러디 이스케이프: 지옥의 도주극
감독 타니구치 고로
출연 오노 유우키, 우에다 레이나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인류 쇠퇴기의 디스토피아
★★☆
뱀파이어와 사이보그와 야쿠자가 공존하는 세계를 그린 SF 액션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치곤 꽤 등급이 높은데(15세 관람가), 그만큼 액션과 폭력 묘사가 센 편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세계관이 매력적이지만, 이야기의 흡인력이 강하진 않다. 액션 신의 컨셉과 설계는 좋은 편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화끈한 SF 액션 애니메이션
★★★
일본 대표 애니메이션 감독 타니구치 고로의 신작. 그가 기획한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 <에스타프 라이프>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사이보그가 된 인간 ‘키사라기’가 극장판 주인공으로 새롭게 나서고, TV 애니메이션 <에스타브 라이프 그레이트 이스케이프>의 주인공인 다섯 명의 탈출업자가 조연으로 등장해 키사라기의 도주를 돕는다. 어둡고 황량한 디스토피아 분위기를 강조한 극장판에선 뱀파이어와 야쿠자까지 가세해 각축전을 벌인다. TV애니메이션보다 규모감 있는 연출, 완성도 높은 액션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