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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여름 특선 마약, 약 빤 컬트 호러 영화 4선

추아영기자

컬트 영화는 소수의 관객에 의해 광적으로 숭배받는 영화를 일컫는다. 대체로 스토리와 표현 방식에 있어 감독의 주관을 끝까지 밀어붙인 컬트 영화는 소수의 영화광에 의해 인정받고 발견된다. 아마 취향에 맞는다면 상업 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각과 해방감을 맛볼 수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컬트 호러 영화 4편을 추천한다.


<하우스>(1977)

 

〈하우스〉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하우스〉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하우스>는 일본 컬트 영화의 거장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대표작이다. 청춘 영화와 호러 코미디, 판타지를 뒤섞어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 영화는 CF 감독 출신인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미적 감각을 극한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로 여행을 떠나는 일곱 명의 여고생들을 따라간다. 오샤레는 새엄마와 함께 여행을 가자는 아빠의 제안을 거절하고 죽은 엄마의 외가로 향한다. 여섯 명의 친구, 고양이 시로와 함께 찾은 시골집에는 6살 이후 보지 못했던 오샤레의 이모가 혼자 살고 있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집에 다다르고, 이곳에서 아이들은 기괴한 일들을 마주한다.

 

〈하우스〉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하우스〉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하우스〉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하우스〉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귀신 들린 집’이라는 평범한 설정과 달리 영화는 반쯤 미쳐 있다. 무성 영화부터 할리우드 영화의 기법까지 아우르는 미적 형식 실험이 시종일관 지독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빈번한 아이리스 활용과 군데군데 보이는 슬랩스틱, 삽입 자막의 등장 등은 무성 영화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이에 더해 영화의 독특한 편집 기법마저 무성 영화를 닮아 있다. 동시에 그림 배경 앞에서 행해지는 배우의 연기를 촬영한 할리우드 영화의 촬영 기법인 매트 숏을 흡수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렇게 탄생한 그림책 같은 독특한 미장센은 그의 전매특허와 같다. <하우스>는 일본의 <록키 호러 픽쳐 쇼>(1975)로 불리며 컬트적인 인기를 누렸다. 귀신 들린 피아노가 손을 자르고, 고양이의 눈이 번쩍이는 만화적 설정과 쿵푸란 이름을 가진 소녀가 난데없이 쿵푸를 선보이기도 하는 등 영화는 다분히 컬트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토마토 공격대>(1978)

〈토마토 공격대〉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토마토 공격대〉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존 드 벨로 감독의 코미디, 공포, SF 영화 <토마토 공격대>는 1978년부터 1991년까지 총 4편으로 제작됐다. 제목 그대로 붉은 토마토들이 사람을 엄습해오는 기가 막힌 설정과 황당한 개그 코드가 당시 미국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영화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를 오마주하며 시작된다. 가정집에서 붉은 토마토로 뒤범벅된 주부의 시체가 발견된다. 토마토로 인한 소동은 전미에서 벌어지기 시작하고,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와 과학자들이 힘을 합쳐 사태를 파악한다. 토마토 소동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된 과학자 딕슨은 조사에 전혀 관련 없는 변장 전문가, 수영 전문가, 잠수 전문가, 큰 낙하산이 든 배낭을 항상 메고 다니는 요원으로 이루어진 최악의 팀원을 배정받은 채 사악한 토마토 무리를 뒤쫓는다.

 

〈토마토 공격대〉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토마토 공격대〉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토마토 공격대〉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토마토 공격대〉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거리는 온통 이상한 소리를 내며 돌진해 오는 토마토로 가득하다. 도로를 질주하던 폭주족마저 토마토 무리에게 잡아먹힌다. 극이 진행될수록 마트와 해수욕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토마토가 등장하고, 크기도 점점 커지면서 대왕 토마토로 변한다. B급 호러 코미디 영화인 <토마토 공격대>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토마토 소동을 탁상머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무능한 정부와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정치 풍자 영화이기도 하다. 끝내 토마토 무리를 소탕해 내는 것은 정부와 총을 든 군인들이 아닌 시민들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루버>(2010)

〈루버〉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루버〉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벌판에 버려진 고무 타이어가 뒤척이다 깨어난다. 이곳저곳을 누비던 타이어는 빈 페트병 앞에 멈춰 서고 잠시 주저하다가 이내 페트병을 찌그러트린다. 이때 타이어의 파괴 본능이 일순간 깨어난다. 몇 차례의 시도로 자신의 폭발 능력을 알게 된 타이어는 점점 더 대담한 범행을 저지른다. 토끼와 까마귀를 폭파해 죽여버린 타이어는 이윽고 사람의 머리마저 날려버린다.

 

〈루버〉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루버〉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루버〉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루버〉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저예산으로 제작한 영화 <루버>는 타이어 하나만으로 재치 있게 풀어나간다. 황당하지만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조여 오는 이 작품의 연출자는 최근 칸과 베니스, 로카르노 등 온갖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괴짜 감독 쿠엔틴 두피유(뮤지션 활동명 미스터 와조)다. 그는 루이스 부뉴엘 등 초현실적 코미디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자신의 영화를 영화 속에 영화를 겹쳐 놓는 극중극 구조로 구성하기를 즐기는데, 그의 초기작 <루버> 역시 다른 영화처럼 극중극 구조로 관객에게 혼란을 준다. 또 <루버>는 영화 속에 광란의 타이어를 멀리서 지켜보는 관객을 등장시키는, 영화를 둘러싼 폭력성에 대해 폭로하는 메타 영화이자 블랙코미디이기도 하다.


<코카인 베어>(2023)

〈코카인 베어〉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코카인 베어〉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코카인에 취해 날뛰는 아메리카 흑곰의 습격이 시작된다. 수백만 달러 상당의 코카인을 운반하던 비행기가 조지아주의 국유림에 추락한다. 최상위 포식자 흑곰이 하늘에서 떨어진 코카인을 흡입하고 발광한다. 마약을 되찾기 위해 나선 갱단원과 관광객, 10대 문제아 무리가 죽음의 숲에 들어서고 이윽고 살육의 대환장 파티가 벌어진다. 한편, 코카인 베어에게 붙잡혀 간 딸 디디를 구하기 위해 엄마 세리가 딸의 흔적을 쫓는다.

 

〈코카인 베어〉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코카인 베어〉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코카인 베어〉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코카인 베어〉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엘리자베스 뱅크스 감독의 호러 코미디 영화 <코카인 베어>는 1985년 미국에서 흑곰이 비행기에 버려진 엄청난 양의 코카인을 과다 복용한 후 죽은 채 발견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마약에 중독된 크리처 코카인 베어가 보이는 족족 사람의 팔다리를 찢어버린다. 강력한 절단력을 자랑하는 코카인 베어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죠스>(1975)의 식인 상어를 연상시킨다. 또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80년대 중반 모험 영화의 플롯을 따라가면서 엉성한 B급 슬래셔 영화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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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인 베어>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누가 봐도 황당하고 자극적인 설정 때문에 <코카인 베어>는 개봉하자마자 해외 팬 사이에서 컬트 영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게 했다. <코카인 베어>처럼 "So Bad, It's Good"(구려서 좋은 영화를 뜻하는 속어. "오히려 좋아"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동아시아권에서는 이를 쿠소 영화라고 부른다) 계열의 황당한 괴수물이 여러 차례 컬트 영화가 된 적이 있어서다. 상어가 토네이도에 휩쓸려 온다는 괴상한 설정 때문에 컬트 영화가 되어서 총 6편까지 개봉한 <샤크네이도>는 이 분야의 고전이라 불리는 영화다. 이 영화의 계보를 잇는 <코카인 베어> 역시 컬트 영화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뽐낸다.

코카인 베어

감독

엘리자베스 뱅크스

출연

케리 러셀, 오셔 잭슨 주니어, 레이 리오타, 크리스티안 콘베리, 마고 마틴데일, 엘든 이렌리치, 브루클린 프린스, 이시아 위트락 주니어

개봉

미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