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히, 올여름 이 영화가 의외의 복병이 될 것임을 예상한다. 억지스럽지 않고 무해한 웃음 포인트로 가득한 코미디에 신나는 음악과 댄스, 그리고 톡톡 튀는 캐릭터들의 반짝이는 열정과 순수함, 진정한 우정을 그려낸 성장 서사의 뭉클한 맛까지. 러닝타임을 기분 좋은 에너지로 가득 채워 119분이 오롯이 재충전의 시간이 되는 영화다.

지난 5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빅토리>의 언론배급시사회와 박범수 감독, 배우 이혜리, 박세완, 조아람, 이정하 등이 참석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영화 <빅토리>는 1999년 거제상고의 어설픈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응원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댄서가 꿈인 필선(이혜리)과 그의 단짝 미나(박세완)는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학 온 치어리더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밀레니엄 걸즈’라는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들고, 얼렁뚱땅 모인 9명의 멤버들은 치형(이정하)이 속한 만년 꼴찌 거제상고 축구부를 응원하게 된다.
청량하고 반짝이는 성장 서사

시놉시스에서 주는 인상과 달리 영화는 ‘성장’과 ‘우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세기말의 노래, 스포츠, 치어리딩 등에 문외한인 관객일지라도 영화를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이유다. 배우 이혜리는 기자간담회에서 “혼자서 대본을 읽을 때와는 달리, 배우들이 모여서 각자의 캐릭터가 되어 대본 리딩을 하자마자 감정이 주체가 안 될 정도로 벅차오르고 눈물이 났다”라고 밝혔는데, 어쩌면 그 말이 이 영화의 존재 이유를 대변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들이 하나의 꿈을 위해 달려가는 것, 그 자체로 뭉클하고 유쾌하기에 영화를 관람할 가치가 충분하다.

영화의 재미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모여 합을 맞추는 데에서 완성된다.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는 물론, ‘밀레니엄 걸즈’의 FM 리더이자 ‘서울여자’인 세현(조아람), 종말론자 소희(최지수), ‘비용세’로 불리는 용순(권유나), 태권도장 딸 상미(염지영), 그리고 만년 꼴찌 축구부 골키퍼 치형(이정하)까지. 각 캐릭터들은 디테일이 살아 있을뿐더러 배우들의 연기 합도 인위적이지 않아 자연스레 웃음이 난다.

배우 이혜리와 박세완의 케미는 두말할 것도 없다. 두 사람이 DDR을 하는 장면, 그리고 듀스의 ‘나를 돌아봐’에 맞춰 힙합 댄스를 추는 신은 압권이다. 이혜리는 ‘응팔’의 덕선이를 넘어, 본인에게 그야말로 ‘착붙’인 캐릭터를 만났다. <육사오> <인생은 아름다워> 등으로 얼굴을 알린 박세완은 <빅토리>를 무대 삼아 마음껏 뛰어노는 모양새다.

박범수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캐스팅 기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배우’를 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배우 이혜리와 박세완을 캐스팅한 후 두 사람의 이미지를 필두로 뼈대를 맞춰갔다고 밝혔는데, 그는 “모든 배우들의 결이 다 똑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알록달록한, 다양한 느낌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진짜' 케미와 '진짜' 치어리딩

배우들의 매력과 캐릭터가 작품의 재미를 책임지는 영화이니만큼, 박 감독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인 듯 보인다. 배우들은 촬영장에 가며 마치 등교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 영화 속 그들의 케미가 ‘진짜’였던 만큼, 치어리딩도 ‘진짜’였다. 배우들은 모두 대역 없이 치어리딩을 소화했다. 그들은 3개월의 연습을 거쳐 촬영에 임했다고. 박범수 감독은 “배우 본인들이 직접 연습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치어리딩 장면들은 최대한 원 테이크로 촬영했다. 표정이나 땀 흘리는 라이브한 느낌을 담기 위해 핸드헬드로 표정과 즐거워 보이는 모습들에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걸그룹 출신인 배우 이혜리에게도 힙합 댄스, 그리고 치어리딩은 생소한 영역이었다. 이혜리는 “우리끼리는 (치어리딩이) 이거 춤 맞아? 스포츠 아니야? 할 정도로 쉽지 않았던 장르였다. 그런데 모든 친구들이 대역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 준 것 같아서 영화를 보면서 뿌듯했다”라고 전했다.

치형 역의 이정하는 “그 뜨거운 여름날, 치어리딩 응원을 받으면서 축구를 했다. 심지어 촬영을 안 할 때도 뛰었다”라며 배우들의 치어리딩이 실제로 본인에게 힘이 되었음을 전했다. 세현 역의 조아람 역시 “치어리딩이 체력적으로 소모가 많은 춤이라, 더운 여름에 촬영할 때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 모두가 다 같이 해서 오히려 응원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 ‘밀레니엄 걸즈’ 외에도 축구부를 연기한 배우들도 계속 같이 뛰어주어서, 정말 응원을 받으면서 촬영했다”라고 촬영장에서의 경험을 회고했다.
진정한 승리의 의미를 묻는 '빅토리적 사고'

‘원영적 사고’(가수 아이브의 장원영으로부터 비롯된, 긍정적인 사고를 일컫는 밈)가 유행하듯, ‘빅토리적 사고’도 올림픽과 <빅토리> 개봉에 힘입어 유행하지 않을까 싶다. 올림픽 시즌, 꼭 메달을 따지 않아도 출전한 선수들에게 모두 박수를 보내듯, <빅토리>는 진정한 ‘승리’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다. 배우 이혜리는 “감독님이 ‘물질적인 성공이나, 어떤 승부에서의 승리가 아닌, 우리 인생에서 각자가 찾는 그런 승리를 떠올려 보자’라고 말씀해 주셨다”라며, “내가 올림픽 덕후다. 올림픽 시즌이 되면 삶의 활력소가 생긴 듯, 너무 행복하다. 올림픽이 왜 좋냐면, 선수들이 정말 평생을 노력한 게 보인다. 꼭 금메달을 따지 않아도 선수들이 너무 멋지고, 에너지를 받게 된다. 우리 영화를 보는 게 그런 기분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세기말 감성과 그 시절의 플레이리스트

영화 <빅토리>는 1999년 세기말 감성을 과하지 않고 센스 있게 고증한 점도 눈에 띈다. 눈썹산을 살린 필선의 화장이나 미나의 브릿지, 세현의 모토로라 스타텍 핸드폰, 방송반의 캠코더 등 귀여운 디테일들이 보는 맛을 더한다.
또한 1999년은 핑클, S.E.S 등의 1세대 아이돌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시기이자, 다양한 댄스 퍼포먼스와 테크노 댄스 열풍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던 때였다. <빅토리>에서는 그 시절의 유행가들을 활용한 트랙리스트도 돋보인다. 김원준의 ‘SHOW’는 물론,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디바의 ‘왜 불러’, 터보의 ‘트위스트 킹’ 등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 곡들이 포진해 있다.
영화 <빅토리>는 오는 8월 1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