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개봉을 앞둔 영화 <빅토리>의 배우 박세완을 만났다. 붉은 모자를 돌려 쓴 채 웃어보이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미나'였다. 벌써 데뷔 8년차. 단역과 조연으로 시작한 박세완은 "포스터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도 영광이었다"며 매 순간 퀘스트를 깨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박세완은 <빅토리>의 얼굴이 되어 드디어 하나의 퀘스트를 완료했다. 오는 14일 개봉을 앞둔 <빅토리>의 박세완을 만나 생생한 현장의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시사회 때 눈물을 보이셨어요. 왜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기자님들이 주신 평에 감동받았어요. 진심으로 잘 봤다고 말씀해 주시니까 6개월 동안 고생한 것이 한번에 밀려오면서 울컥했어요. 옆을 봤는데 혜리는 이미 울고 있더라고요. (웃음)
현재 영화에 대한 좋은 평들이 많아요. 찾아보시기도 하나요?
네. 많이 찾아봐요. 시사회 후에 좋은 평을 많이 써주셔서 ‘기분 너무 좋다’며 혜리랑 연락했어요. 사실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실까’ 걱정 많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감사했어요. 제 지인들도 다 잘 봤다고 얘기해 주셨는데 그게 과연 진짜인가 싶기도 해요. (웃음) 제가 <육사오> 때 느꼈는데 정말 재미있으면 친구들이 꼭 연락이 많이 오더라고요. 빨리 개봉해서 친구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요.
영화 <빅토리>는 1999년, 거제도의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의 이야기를 담는다. 댄스에 죽고 사는 콤비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는 교내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학 온 치어리더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든다. 주연 배우 이혜리와 박세완과 조아람 그리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6명의 밀레니엄 걸즈 멤버는 사전 연습 3개월, 촬영 기간 3개월 총 6개월에 걸쳐 치어리딩 훈련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는 치어리딩에 도전하기 전 힙합 댄서를 꿈꾸는 필선과 미나의 현란한 춤을 구현하기 위해 ‘스트리트 맨 파이터’의 참가자인 우태와 킹키가 안무 조감독으로 참여했다.

영화 <빅토리>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어요?혜리씨는 한 번 거절했다던데...
저는 바로 한다고 했어요. (웃음) '여자들의 우정이 담긴 영화가 또 나올까' 싶었거든요. 저는 작품을 고를때 '다른 배우가 이걸 했을 때 배 아플 것 같다' 싶으면 무조건 해요. 특히 필선이와 이별하는 버스터미널신을 읽고 그 생각을 했죠.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춤’이라고도 했어요.
네. 원래 춤을 배우고 싶었는데 민망해서 단체 댄스 수업은 절대 못 가겠더라고요. 대학 때 한번 춤 배우러 갔다가 하루 만에 도망가기도 했어요. <빅토리> 연습하면서 ‘스트리트 맨 파이터’의 우태와 킹키 선생님에게 개인 수업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막상 춤을 배워보니 전 춤을 추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웃음) 첫날 거울 앞에 있는데 현타가 왔어요. 우태 선생님은 ‘그냥 힘 빼고 하세요’라고 하시는데 ‘힘 빼고 어떻게 해요?’ 그랬어요. 못 따라 하겠더라고요.
특히 더 애착이 가는 곡(안무)이 있나요?
디바의 ‘왜 불러’요. 뮤직비디오처럼 찍었는데 걸그룹이 된 것처럼 상큼한 표정도 지어보고 그랬어요. (웃음) 편한 마음으로 췄던 곡이에요.
치어리딩을 배우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특히 치어리딩은 여러 사람이 합을 잘 맞춰야 하잖아요.
치어리딩은 춤이라기보다는 유산소 운동에 가까운 것 같았어요. 3분 내내 계속 뛰어다녀야 하니까요. 심지어 안무가 너무 안 외워졌어요. 다 같이 훈련을 받다가 못 따라오는 몇 명을 모아 보강반을 만들었는데 제가 그 반 안에서도 제일 못 하는 멤버였어요. 대본 보는 시간보다 춤을 더 많이 춘거 같아요.
그런 노력 덕인지 치어리딩 장면이 정말 멋있게 나왔어요.
저희는 그 장면만 보면 습관적으로 눈물이 나요. 다들 많이 힘들었어서. (웃음)

영화 <빅토리>를 촬영하면서 유독 혜리씨와 가까워졌다고요. 동료를 넘어 찐친이 된 듯한 느낌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가까워지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치어리딩 훈련을 받다 보니 몸을 부딪히면서 친해진 것 같아요. 동갑인데다가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후배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같은 마음이 있기도 했죠. 친해질 이유는 정말 많았어요. 하나하나 전부 이 친구랑 친해질 수 있게 도와준 것이 아닐까 싶어요.
거기에다가 저희 영화 배경이 거제도이니 사투리를 쓰는데 제가 부산 출신이라 혜리를 많이 도와줬어요. 춤 연습이 끝나면 제 집이나 혜리네 집으로 가서 사투리 연습을 했죠. 혜리가 노력을 정말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대본 한 장도 그냥 못 넘어갔는데 나중에는 진도가 빨리 나갔어요. 반대로 춤에 있어서는 제가 혜리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혜리씨에게 ‘네가 더 빛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말 그대로예요. <빅토리>는 필선이로 시작해서 필선이로 끝나요. 저는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저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의 앙상블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 선배들한테 이렇게 배웠어요.
박세완이 연기한 ‘미나’는 폼에 죽고 폼에 사는 K-장녀이다. 실제 자신의 학창 시절과는 정반대라는 미나를 연기하기 위해 박세완은 내외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딱풀로 앞머리를 누르고 브릿지를 넣는 등은 박세완의 아이디어다.

‘미나’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것을 시도했다고 들었어요.
처음에 테스트 촬영을 할 때는 반묶음 헤어스타일을 했어요. 그런데 별로 매력이 없는 거예요. 당시 혜리는 이미 사자머리가 완성이 되어 딱 필선이 같았거든요. 그때 제가 헤어피스를 붙여봤는데 허세 가득한 미나의 성격과 너무 잘 어울리는 거예요. 피스를 붙일까하다 그냥 제 머리를 탈색하겠다고 했어요. 그 이후로 딱풀이나 막대사탕같이 미나를 표현할 수 있는 소품들을 계속 추가했죠.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것도 신경 쓰였을 것 같아요. 혜리씨랑 세완씨 두 분 다 20대 후반이시잖아요.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이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생이라 나이 차이가 꽤 나기도 하니까요.
맞아요. 제가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 촬영을 하느라 다이어트를 하고 <빅토리>를 촬영하러 왔는데 제 얼굴이 너무 홀쭉한 거예요. 다른 친구들은 동글동글해서 귀여운데 저만 오이처럼 나오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그때부터 살을 찌웠어요. 매일 초코라떼랑 라면을 먹고 자서 7kg까지 쪘어요. <빅토리> 촬영 끝나고 다시 살을 빼려는데 매일 과자를 먹던 습관이 남아서 꽤 고생했어요. 혜리는 저보다 더 찌웠을 거예요. 저랑 혜리는 살을 찌우는데 어린 친구들은 본인 젖살이 너무 싫다고 빼더라고요. 그게 얼마나 소중한데… (웃음)
세대 차이도 많이 느껴졌다고요.
네. 일단 그 친구들은 지치지 않아요. 터보의 '트위스트킹' 아시죠? 그걸 추고 나면 저는 지쳐서 그 자리에 앉아서 모니터도 확인을 못하는데 그 친구들은 달려가서 확인해요. (웃음) 어떨 때는 문자로 마피아 게임하러 오라고 하기도 해요. 그럼 ‘아니야, 나 쉴게’하죠. 언젠가는 ‘뿌링클 먹으러 오세요’라고 하길래 갔더니 술은 없고 콜라랑 뿌링클이 있더라고요.
선배로서 ‘이끌어야겠다’는 부담감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지금까지 현장에서 주로 막내였으니 후배를 대하는 것이 낯설었을 것 같아요.
선배님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제가 좋아했던 선배님들을 떠올리면 저를 후배라기보다는 동료 배우로 봐주셨거든요. <빅토리> 배우들이 잘 하기도 했지만 저 역시 그 친구들을 동료로 대하려고 했어요.

<빅토리>는 드라마 첫 주연작이기도 한 KBS 드라마 <땐뽀걸즈>가 떠오르기도 해요. <땐뽀걸즈>도 거제도를 배경으로 10대들이 춤을 추는 이야기예요. <빅토리>의 미나는 <땐뽀걸즈>의 세완과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요?
미나와 세완이는 저에겐 ‘거제에 사는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달랐어요. 인물의 배경도, 포지션도 다다른데 혹시나 관객분들께서 비슷하게 생각하실까 봐 그 차이점을 세세하게 많이 고민했어요. 걸음걸이, 표정, 사투리까지 <땐뽀걸즈>의 세완이와는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빅토리>는 시사 이후에 영화 <써니>(2011)가 떠오른다는 평들이 많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너무 감사했어요. 제가 어릴 때 <써니>를 너무 좋아했거든요. <빅토리>를 좋은 작품과 연결해서 평해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흥행도 따라갔으면 좋겠어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