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의 나라
감독 추창민
출연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변호인
★★★☆
<그때 그 사람들>(2005)로 임상수 감독이 포문을 연 후 <남산의 부장들>(2020) <서울의 봄>(2024) 그리고 <행복의 나라>까지, 1979년 10월부터 12월에 이르는, 즉 10.26 사건부터 12.12 군사반란까지 이어지는 시기에 대한 영화들의 목록도 꽤 두툼해졌다. 여기서 <행복의 나라>는 그 틈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상관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명령으로 10.26에 가담해 결국 마흔 살의 나이에 사형을 당한 박흥주 대령. 영화에선 박태주(이선균)로 등장하는 이 인물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변호사 정인후(조정석)는 고군분투한다. 추창민 감독은 <광해>(2012)와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한 이른바 ‘팩션’ 스타일 역사 영화 <행복의 나라>를 통해, 독재와 폭력이 횡행하던 시절에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외친다. 변호인 정인후에게 박태주를 구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생명이 아닌, 꺾여선 안 될 세상의 이치를 통해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될지라도, 영화는 그 간절함을 전하는데 그 건너편엔 박태주의 신념과 소신이 있다. 배우 이선균의 유작이 되고 만 영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꼽을 만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비상식의 역사, 마음을 만져주는 상상력
★★★☆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어둠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작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우선 반갑다. 영화는 졸속 행정과 부당한 군사 권력이 나라의 명운을 쥐고 있었던 시기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대중성을 담보한 장르적 해석을 솜씨 좋게 가미한다. 최악의 정치재판을 법정영화 특유의 리듬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각 캐릭터의 성격과 밀도가 확고하게 쌓인다. 주인공 인후가 부패 권력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일부 장면들 역시 허용 가능한 수준의 판타지로써 색다르게 기능하는 인상이다. 결코 선을 넘지는 않는 코미디 감각부터 휴머니즘의 순간까지 부드럽게 넘나드는 조정석은 그가 대단한 ‘올라운더’임을 똑똑히 증명하고, 분절적으로 등장하지만 그때마다 확고한 인장을 찍는 유재명의 무게감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선균. 그의 마지막 얼굴과 말을 담은 이 영화는, 작품이 의도한 여운 위에 누구도 미처 의도하지 못한 무게까지 더한 그 무엇이 되어버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정치 드라마로도, 법정물로도 다소 애매하다
★★★
시간상으로 보면, <그때 그 사람들>에서 출발해 <서울의 봄>으로 닫히는 영화. 서로 다른 톤의 질감들이 뭉쳐서 흥미를 뿜어내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각각의 다름이 충돌하며 겉도는 경우가 있는데, 어쩐지, <행복의 나라>는 후자에 조금 더 가깝다. 비극의 역사 사이로 잽을 날리듯 비집고 들어오는 유머가 애매하고 어색하다. 조정석의 유들유들한 연기를 높이 사지만, 이번엔 그 유머가 극에 잘 붙지 않는 인상이다. 무엇보다 영화 자체가 전반적으로 감정에 너무 기대고 있다. 정치 드라마로 보면 앞서 나온 같은 소재 영화들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고, 법정 드라마로 보면 치밀함이 아쉽다. 이런 한계와 별개로, 기술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실력자들의 솜씨가 느껴진다.
빅토리
감독 박범수
출연 혜리, 박세완, 이정하, 조아람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밀레니엄 소녀들
★★★
1999년 배경의 노스탤지어, 스포츠 영화의 재미, 가족 멜로의 뭉클함, 당시 노동 현장의 엄정한 현실, 자아실현의 성공 스토리, 여성들 사이의 우정, 정치적 올바름에 입각한 가치관, 오합지졸이 결국은 만들어내는 팀워크 그리고 치어리딩 장면의 스펙터클. 수많은 요소들이 결합된 <빅토리>는 익숙한 재미들의 결합이며, <써니>(2011)나 <응답하라> 시리즈와 정서를 공유하는 청춘 영화이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영화적 쾌감을 만들어낸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순도 100%의 청량감을 선사하는 응원가
★★★
20세기의 끝자락, 2000년을 맞이하기 직전의 시간을 그린 한국영화 중 가장 건강하고 청량한 시선을 지닌 작품이 아닐까. 각자의 꿈을 향해 힘차게 손과 발을 뻗는 ‘밀레니엄 걸즈’의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패기가 러닝타임 내내 기분 좋은 에너지를 만든다. 인물들 각자의 사연을 하나하나 귀하게 다루려는 태도 역시 어여쁘게 빛난다. 같은 이유로 리듬이 늘어져버리는 구간이 더러 있지만, 시간과 세대를 뛰어넘어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실어 보내려는 영화의 마음 자체가 퇴색되지는 않는다. 출연 배우들 각자의 최고작은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경신되겠지만 가장 예쁘게 반짝이는 순간이 새겨진 영화임은 분명할 것이다. 그 사실이 앞으로도 그들의 용기이자 자부심이 되길.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해피 바이러스를 품은 영화
★★★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다. 무용이나 스포츠 등을 그린 청춘 영화들이 취해온 성장 문법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인물 감정선을 녹여내는 디테일이 부족하고, 편집도 종종 튄다. 뭔가 보여줄 것처럼 액션을 취했다가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끝내버리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럼에도 외면하기 쉽지 않다. 캐릭터들의 사랑스러움이 바이러스처럼 극 전반에 번져 있고, 허술했던 율동이 칼군무로 변모하는 과정의 감동도 잘 캐치했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88>에 이은 이미지 반복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돌파해 낸 혜리의 근성도 엿보인다. 이 영화의 진정한 발견이라면, 혜리와 부녀 케미를 보여주는 현봉식이다. 아, 이 남자의 먹먹한 대사가 심금을 울린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응원하고 싶고 응원받는 영화
★★★☆
치어리딩 동아리, 여고생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이야기, 199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청춘물. 따로 떼놓고 보면 비슷한 작품들이 떠올라서 얼마나 변별력이 있을까 싶을 텐데, 이 영화는 익숙한 조합으로 새로운 감흥을 전한다. ‘국내 최초’ 치어리딩 영화의 포부, 젊은 여성 배우들의 절묘한 팀플레이, 1990년대 거제 배경과 실화 소재 이야기가 똘똘 뭉쳐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영화 안팎의 모두를 응원하는 목적을 명쾌하게 달성한 연출도 성취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감독 페데 알바레즈
출연 케일리 스패니, 데이비드 존슨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시리즈에 시급했던 업데이트 완료
★★★★
스토리 라인을 단순화한 것은 오히려 좋은 전략이다. 세계관을 무리하게 확장하거나 변형하는 대신 기존 시리즈의 향수를 제대로 자극하는, 작고 날렵한 포지션을 자처한 결과물이다. 전작에서 밀실 스릴러를 탁월하게 연출했던 감독의 솜씨가 제대로 발휘된 인상이다. 제노모프의 혈액이 강산성의 성질을 가졌다는 점, 공간 배경이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우주라는 점을 십분 활용한 액션 시퀀스 연출은 두고두고 시리즈의 새로운 명장면으로 회자될 만하다. 독창성을 발휘하기보다는 익숙한 재현 쪽으로 무게를 두었다는 점, 1편의 친절한 각주처럼 느껴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을 수 있겠다. 다만 이 시리즈에 가장 시급했던 업데이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작품이라는 평가만큼은 달라지지 않을 듯.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주인을 제대로 만난 시리즈
★★★☆
에이리언의 광팬이라고 밝혀온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프리퀄인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물론 <에이리언> 시리즈까지 모두 아우르는 야심을 <에일리언: 로물루스>를 통해 구현했다. 모든 시리즈와 서사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을 뿐 아니라 작은 소품이나 설정, 장치까지도 연결해 세계를 탄탄하게 이어간다. <맨 인 더 다크>를 통해 보여준 한정된 공간 활용의 노하우, <이블 데드>(2013)에서 탁월하게 제시한 쫓기는 공포가 <에일리언: 로물루스>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시기적으로 <에이리언>과 <에이리언 2> 사이에 위치했기에 여러 편의 시리즈를 복습하기보다는 전편 격에 해당하는 <에이리언>만 보고 극장을 찾아도 무방하다. 시리즈의 새로운 관객이라면 <에이리언: 로물루스>로 인해 에이리언의 기원과 힘의 근원에 대해 높은 확률로 궁금해질 것이기 때문에 프리퀄을 비롯한 다른 시리즈까지 찾게 될 것.
트위스터스
감독 정이삭
출연 글렌 파월, 데이지 에드가 존스, 안소니 라모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여전히 극장만이 줄 수 있는 쾌감이 있다는 증거
★★★★
‘여름 블록버스터’ 정석의 귀환이다.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초월적 대상, 그에 맞서는 주인공들의 인류애와 성장까지 조화롭게 버무려진 작품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1990년대 <트위스터>의 기억을 가진 팬들에게는 기분 좋은 향수를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팬층을 맹렬한 기세로 포섭할 수 있는 매력을 두루 갖췄다. 인물들을 도구화하거나 재난을 단순한 스펙터클로 치환하지는 않으면서도, 오직 스크린이 선사할 수 있는 위력은 충분히 전달하는 밸런스 조화가 탁월한 영화다. 사운드 특화관, 4DX 등 다양한 상영관에서의 서로 다른 체험을 즐기는 게 가능한 작품이라는 것도 영리한 지점. 의외의 변칙성을 발견하는 재미보다 편안한 전형성을 즐기도록 한 연출은 단점이라기보다는 여름 블록버스터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모범적 결과로 보인다.
러브 달바
감독 엠마뉴엘 니코트
출연 젤다 샘슨, 알렉시스 마넨티, 파타 기라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처음 만나는 자유
★★★☆
지옥 같은 삶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던 소녀가 그곳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신의 삶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을 묵묵히 바라보며 담아낸 영화. 신인 배우 젤다 샘슨의 놀라운 연기는, 복합적인 감정을 관객에게 훌륭하게 전달한다. 민감한 소재지만 오로지 캐릭터를 붙잡고 탄탄하게 전진하는 감독의 연출력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적 미덕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또 다른 달바들이 해방되기를
★★★☆
아빠로부터 성착취를 당해온,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모를 뿐 아니라 사랑이라고까지 믿고 있던 소녀 달바(젤다 샘슨)가, 아빠가 만든 세상에서 나와 삶의 진실을 알아가는 이야기. 민감한 소재다. 그러나 영화는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전시하지 않고, 캐릭터를 거칠게 몰아세우지도 않는다. 상처와 절망, 그리고 희망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깊고 넓다. 첫 장면에서의 달바와 마지막 장면에서의 달바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섬세한 연출과 배우 젤다 샘슨의 놀라운 연기력이 맞물린 결과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성장 영화의 성장
★★★☆
주인공 달바는 열두 살에 어울리지 않는 진한 화장과 헤어스타일, 과한 옷차림을 고집한다. 그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 관객은 착잡하고 불안한 심경으로 주인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엠마누엘 니코트 감독은 장편 데뷔작에서 자신이 어떤 곤경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 채 고립되었던 소녀가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절도 있고 힘 있게 끌고 나간다. 주연배우 젤다 샘슨의 당찬 연기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감독과 배우의 헌신 덕분에 주인공 달바를 보면서 느낀 안타까운 감정은 캐릭터에 대한 사랑으로 바뀐다.
공드리의 솔루션북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피에르 니네이, 블랑쉬 가르딘, 프랑수와 레브런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공드리의 눈물 섞인 ‘백 투 더 비기닝’
★★★
최근작으로 올수록 미셸 공드리는 자신의 본질을 찾는 일에 가장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어떤 면에서 이는 회복을 향한 의지 같기도 하다. 제목은 ‘솔루션북’이지만, 영화의 정체는 미셸 공드리 감독이 반성과 회고 그리고 사죄의 마음으로 만든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 완성한 ‘고백의 집’에 가깝다. 감독이 <무드 인디고>(2013) 후반 작업 당시의 일화에서 착안해 주인공 마크에 자기 자신을 투영해 만든 이 영화는, 창작에 대한 열정이 자기만족적 영역으로 수렴하고 마는 연출가의 감정과 행동을 가감 없이 따라 걷는 여정이다. 집중력과 배려는 부족하고 비뚤어진 자기애 가득한 어른 아이가 제멋대로 구는 과정 같지만, 실상은 예술가로서 창작을 해나간다는 것의 고충에 관객이 내면적으로 공감해 주길 바라는 눈물겨운 손짓에 가깝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스토리텔링, 수공예 방식의 특수효과와 판타지를 과감하게 활용하는 공드리의 연출 인장 또한 확실하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미셸 공드리 감독의 묘책
★★★☆
미셸 공드리 감독이 자신의 머릿속을 그대로 구현한 영화 같다. 미셸 공드리 감독을 상징하는 기발한 상상력뿐만 아니라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감독이 겪는 창작의 고뇌, 자기고백적 이야기를 블랙 코미디로 승화했다. 온갖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천재이면서 주변과 스태프들을 못살게 구는 민폐형 인간, 자기애와 자기혐오를 오가는 주인공에게 연민을 느낀다. 미셸 공드리 감독은 자신을 영화의 통재료로 삼는 과감한 시도와 더불어 영화 스태프들을 향한 애정 어린 헌사를 잊지 않는다. 감독의 분신 같은 캐릭터를 신들린 듯 연기한 피에르 니네이는 이 영화의 솔루션이다.
10 라이브즈
감독 크리스토퍼 젠킨스
출연 시몬 애슐리, 제인 말리크, 빌 나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묘생묘사
★★★
태어날 때부터 9개의 목숨을 지니고 있다는 고양이에 대한 속설을 기반으로 한 영국의 애니메이션. 이미 9번의 묘생을 산 고양이 베킷은 주인 로즈의 곁에 머물기 위해 바퀴벌레부터 말까지 다양한 동물로 환생한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전체적인 활기 속에서 환경 문제라는 나름의 주제 의식을 결합시킨 작품.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어린이 집사들을 사로잡는 애니메이션
★★★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영어 속담에서 영감을 가져온 동물 애니메이션. 자신을 사랑해 준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환생을 거듭하는 고양이 베킷이 주인공이다. 이기적이고 거만한 고양이가 다른 동물들로 환생하면서 이타심을 깨우치는 개과천선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고양이를 비롯해 각종 동물의 특성을 잘 살린 캐릭터가 볼거리. 유머와 더불어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 삶과 죽음의 의미 등 어린이 관객이 생각해 볼 만한 메시지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