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인터뷰

[인터뷰] Apple TV+ 〈파친코〉 시즌 2, 이민호, 김민하 배우 “지금 시대라면 이해받기 힘들었을 사랑이 아니었을까.”

씨네플레이
이민호(왼), 김민하 배우 (사진 제공=Apple TV+)
이민호(왼), 김민하 배우 (사진 제공=Apple TV+)


일제 강점기, 격랑의 세월. 한국사의 풍파를 온몸으로 겪으며 그래도 살아갔던 사람들의 역사가 있다. 그간 많은 작품을 통해 척박한 가운데 강인한 한민족의 삶이 묘사되어 왔지만,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는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며 이 대하서사가 세계 시장에서의 보편성과 확장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 원작의 글로벌한 독자층에 힘입어 제작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가 2년 만에 두 번째 시리즈를 선보인다. 총 8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지며 23일 첫 번째 에피소드 공개를 시작으로, 10월 11일까지 매주 금요일 새로운 에피소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1945년 오사카와 1989년 도쿄를 오가는 시즌 2의 한 축은 앞선 시즌으로부터 7년 만의 이야기로, 1945년 오사카로 간 선자(김민하)의 가족이 2차 세계 대전의 위협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도 삶을 지탱해 나가는 모습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시즌 2에 와서는 이야기의 중심에 선 선자(김민하)를 중심으로, 떨어졌던 한수(이민호)와의 관계가 다시 이어진다. 시즌 1에서 둘의 관계가 한낱 치기 어린 사랑에 그쳤다면, 각자의 배우자가 있는 데다, 사는 처지도 다른 가운데 근 10년을 만나지 못했던 이들의 조우는 이 가족에게 설명할 수 없는 파문으로 다가온다.

둘 사이에서 생긴 아들 노아의 성장과 함께, 핏줄이 얽히며 일어나는 관계성을 조망하다 보니, 시즌 2는 통속극의 성격이 짙어졌고, 그만큼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노아를 사이에 둔 선자와 한수의 관계는 분명 지금 관점으로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는 가혹한 시절을 살아야 했던 부조리한 인물들의 삶에 가혹한 가치 판단을 내리는 대신, 지켜보길 택함으로써 그 시대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담아 나가는 데 주력한다. 모든 걸 잃고도 가족을 건사하려 분투하는 30대 어머니 선자의 삶을 체화한 배우 김민하와 ‘자신의 것’을 지키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선자네 가족의 삶에 개입하는 한수를 연기한 이민호 배우를 만나, 시즌 2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민호 배우 (사진 제공=Apple TV+)
이민호 배우 (사진 제공=Apple TV+)


시즌 2를 통해서 다시 2년 만에 만나게 됐는데요. 시즌 1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김민하 길거리 다니면 알아보시는 분도 계셨어요. 그게 되게 신기했어요. (웃음) <파친코> 출연 후 저한테는 정말 많은 부분이 변했죠.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고, 선택할 수 없는 걸 해볼 수 있었고요. 선자를 통해서 제가 개인적으로 많은 부분 배우게 되고, 저 스스로 업그레이드되기도 했고요. 그 외의 일상생활은 똑같았어요. 쉬는 날 혼자 누워있고, 강아지랑 놀고 책 읽고 그런 것들이요. 똑같기를 원했고요.
 

​이민호 저는 항상 책임을 지고 작품 전체를 끌어가는 그런 유의 작품을 해 왔는데 <파친코>는 선자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인물들이 나뉘어 있는 구조였고, 그 작품에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그전에 느끼지 못했던 자유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느끼고 싶을 때 한 역할이었는데 그걸 충족시켜준 작품이기도 했고요. 신기하게도 저뿐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이 작품이 그런 경험을 준 것 같았어요. 해외 로케이션이 길어서 같이 모여 밥도 하고, 술도 마시고 그랬는데, 우리끼리 모이면 늘 깊은 이야기가 오가게 되더라고요. 사랑에 관한, 가족에 관한, 좋은 인간상 이런 것들이요. 굳이 여기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나 싶을 정도로 절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웃음)
 

김민하 배우 (사진 제공=Apple TV+)
김민하 배우 (사진 제공=Apple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로 주목받은 이후 늘 정상의 위치에서 활동해 왔는데요. 어떤 점에서 새로운 에너지의 필요성을 느꼈나요.


이민호 제 이름 앞에 한류스타, 청춘스타, 로맨스 킹 이런 수식어들이 따라붙는데, 이런 것들에 무게중심이 쏠리면 스스로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작업을 십 년 넘게 해오면서 번아웃도 오기도 했고요. 지금까지 잘 왔지만, 앞으로 더 가려면 어떻게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파친코> 오디션 제안을 받았어요. 대본도 너무 좋았고. 한국의 이야기를 외국 자본을 들여서 외국의 시각에서 흥미로울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작업하면서 제 고민을 해소하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앞선 시즌으로부터 7년의 시간이 지난 후를 그리는데요. 그만큼 캐릭터의 상황도 변하고 나이도 더 들었습니다. 상황은 더 어려워졌지만, 선자는 밝은 에너지와 의지로 가족을 건사하는 강한 어머니로 변모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김민하 선자는 내면이 단단하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 느꼈는데 시즌 2에 와서 그런 힘을 더 단단히 느끼게 해줬어요. 그 중심에 선자의 가족이 있었어요. 남편 이삭(노상현)의 부재로 가장이 되고 책임감이 더 강해지죠. 본인이 무너지면 가족도 무너질 거라는 걸 알기에 절망 속에서도 계속 희망을 찾아간 것 같아요. 시즌 2에서 이런 선자를 마주하게 되고 저 역시 선자로부터 많은 걸 배우게 된 것 같아요.

 

〈파친코〉 시즌 2
〈파친코〉 시즌 2


한수는 위기에 처한 선자가족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물이기도 한데요. 자기 위주의 판단으로 독단적인 모습도 서슴지 않고 드러내는데요. 이 인물의 정당성을 어떻게 파악했나요.


이민호 그 시대에 남자나 여자는 서로를 이해하는 게 서툴렀고 그럴 필요성도 없었어요. 감정이 험악했던 시대였죠. 한수는 선자를 이해하기보단 그녀의 반응과 상관없이 내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는 인물이었고, 시즌 2에서 한수가 많은 것을 갖게 되고 얻을수록 선자에게 집착하게 되는 인물이라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아마 지금 시대에 한수가 있었다면 좋은 평가는 들을 수 없었겠죠. 어떤 식으로든.


김민하 배우가 선자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고 하셨는데, 이민호 배우는 한수를 어떻게 파악했고, 이번 시즌에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나요. 긴 호흡의 작품을 만들면서 어떤 변화를 체감하셨나요.


이민호 한수한테 배우면 큰일 나죠. (웃음) 한수를 통해 어떤 걸 배웠다기보다 어떤 점에서 저와 비슷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고 느꼈어요. 저도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 시작했고 잘 되려는 욕망도 있었어요. 제가 건강한 방식으로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사랑을 받았다면 한수는 그런 건강한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욕망을 발현할 기회가 없었던 인물이죠. 그런 한수를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파친코〉 시즌 2
〈파친코〉 시즌 2


시간상으로 시즌 1로부터 7년의 세월이 지났는데요. 연기하면서 그 변화를 어떻게 포착하고 표현하려고 했나요.


이민호 <파친코> 이전에는 대본을 보면서, 대본에 있는 대화를 보면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했어요. 그런 부분은 자신 있게 했고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서 맞추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좀 달랐어요. 서로 언성이 높아질 정도로 토론도 많이 하고, 대본을 보고 처음 느낀 감정을 많이 반영했어요. 그런 시도가 연기하는 동안 제 사고 자체가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김민하 시즌 1의 선자를 녹여내되 30살, 두 아이의 엄마를 부담스럽지 않게 할지 고민했어요. 엄마와 할머니에게 모성에 대해서 귀찮게 많이 물어봤어요. “엄마 왜 이렇게 나를 좋아해?” 하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이 항상 “그냥 너니까” 하시는데 그 말이 와닿았어요. 제 부모님, 할머니 생각을 많이 했고, 또 세상의 많은 선자들을 보면서 메시지를 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촬영 기간 동안 일기장을 썼어요.

 

〈파친코〉 시즌 2
〈파친코〉 시즌 2


일기장에는 주로 어떤 것들을 썼나요.


김민하 정말 사소한 것들인데, 어떤 페이지에는 단어 하나만 쓰여있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에는 ‘휴~’ 한숨만 적기도 하고 그랬어요. 선자는 한수에 대해 매일매일 생각했을 것 같다는 말을 쓴 적도 있어요. 10년간 못 봤지만, 만약 한수가 자신 앞에 나타난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써 봤어요. 시즌 2에서 선자가 한수를 맞닥뜨렸을 때, 앞이 안 보이는 어지러움이 있었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 상상을 여러 가지로 저 혼자 해본 거죠. 처음에는 재미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역할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시즌 1에서 첫사랑의 풋풋한 감정이 주를 이루었다면, 시즌 2에서 둘의 관계는 친자인 노아를 중심으로 엮이는데요. 세간의 시각으로는 문제적 관계인데도 이들의 인연은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데요.

이민호 한수 입장에서는 복잡할 게 없었어요. 이들의 관계를 정의하자면, 사랑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하는 것, 치열하게 그 시대를 살아가는데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느냐 질문을 하게 되는데 한수에게는 선자와 (친자인) 아들 노아밖에 없었을 거예요. 한수는 선자를 나의 손아귀, 바운더리에 안에 있다고 느끼지만 늘 감정의 충돌이 일어나면서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되죠.


김민하 다른 환경이지만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수와 선자의 관계도 그렇고. 서로 로맨스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쌓아왔던 세월이 이 둘 사이에 있죠. 서로에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관계. 한수를 쓰랑꾼(쓰레기 + 사랑꾼)이라고, 나쁜 놈이라고 하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가 특별하고 복잡한 관계에서 피어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파친코>는 그 관계가 가족 안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라 더 의미가 컸던 것 같습니다.
 

​이민호 결국 둘의 관계는 완성되지 않은 사랑이자 멜랑콜리한 로맨스는 아니죠. 하지만 그들의 내면 깊은 곳에는 서로를 품고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라는 걸 느낄 것 같아요. 따져보면 두 사람에게는 첫사랑이 그리운 게 아니라 그 시절의 내가 그리워하는 게 아닐까. 그 시간은 존재했고 실존했었다. 이런 감정인 것 같아요. 그런 지점에서 공감이 된다면 작품이 전하려고 하는 바가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이민호, 김민하 배우(오른쪽) (사진 제공=Apple TV+)
이민호, 김민하 배우(오른쪽) (사진 제공=Apple TV+)


시즌 1에 이어 해외 프로덕션과 작업인데요. 익숙해지기까지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이민호 저 같은 경우엔 어느 순간부터 글로벌 팬분들도 많이 생기고, 팬미팅이나 행사, 광고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이질감 없이 편안했어요. 물론 처음엔 외국인과 같이 있는 게 불편하다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것들이 모두 지나고 자연스럽게 된 거죠. 해외 프로덕션과 작업할 때 가장 큰 차이는 포지션별로 중요 결정권자들이 있어서, 질문이 많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소품, 의상 이런 부분 모두 체크를 하면서 항상 “불편하지 않아?” “어떻게 생각해?” 이런 질문으로 시작했어요. 치열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디테일하고 밀도 있는 장면을 만들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