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등 9월 첫째 주 개봉작 별점

씨네플레이

비틀쥬스 비틀쥬스

감독 팀 버튼

출연 마이클 키튼, 위노나 라이더, 캐서린 오하라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팀 버튼, 팀 버튼, 팀 버튼

★★★☆

팀 버튼 감독의 대표작 <비틀쥬스>(1988)의 후속편. 1990년대부터 속편 제작을 시도했는데, 결과적으로 팀 버튼의 세계로 꽉 채워진 ‘환상의 집’ 같은 영화로 완성됐다. 팀 버튼 월드의 공든 탑을 구경하는 기분이다. 원작 팬들이 즐길 거리를 풍족하게 마련했고, 판타지 거장의 상상력 넘치는 장난기와 호러에 대한 애정이 쉴 새 없이, 거침없이, 막힘없이 튀어나온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웬즈데이>를 작업하면서 거장이 세대 공략법을 깨우친 듯하다. 오리지널 캐스트들도 반갑고, 제나 오르테가는 팀 버튼 월드의 새 주역임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죽고 싶지만 사랑은 하고 싶어

감독 레이첼 램버트

출연 데이지 리들리, 데이브 메르헤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장 보통의 연애

★★★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가끔은 죽음을 생각하기도 하는 한 여성이 서서히 사랑의 감정에 스며드는 과정을 담은 영화. 우디 앨런 혹은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독특한 로맨스를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오리건주의 오래된 항구 도시 에스토리아의 차분한 톤은 이 영화에 완벽한 공간적 분위기를 제공한다. 보통의 평범한 로맨스가 누군가에겐 버거운 감정일 수도 있다는걸, 그리고 사랑이 인간을 변화시킨다는 걸 말하는 소박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레이 역으로 유명한 데이지 리들리가 인생 연기를 보여준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고요한 파문, 소란한 적막, 다정한 침범

★★★☆

이 영화를 구성하는 것들은 대개의 프로덕션에서 쉽사리 선택되지 않을 만한 것들이다. 사회 부적응자에 가까운 내향적 주인공, 사건의 과감한 전진 대신 정지와 느린 후퇴, 실수하고 엇갈린 끝에 기어이 당도한 어색한 침묵을 견뎌야 하는 순간 같은 것들의 연속. 우리는 그 안에서 가장 자극적이고 자유로운 행위, 자신의 깊은 어둠을 상상하던 주인공이 죽음의 그림자 대신 삶의 빛을 조금 더 믿게 되기까지의 며칠을 동행한다. 미니멀한 구성의 영화만이 지향할 수 있는 단출하지만 확고한 개성이 확실하게 빛나는 작품. 어울릴 듯 그렇지 못하고 이질적인 것, 고요한 듯 마음 안에서는 소란하게 일어나고 있는 작동들을 섬세하게 감지해 보는 매력이 있는 영화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대문자 I가 사랑할 때

★★★

제목과 달리 프랜(데이지 리들리)은 죽고 싶다기보다는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할 뿐이다. 영화의 원제인 'Sometimes I think about dying'처럼 지루한 사무실에서, 매일 똑같은 저녁 식탁에서 프랜은 자신이 죽은 모습을 상상한다. 조용한 숲,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죽은 자신을 마주하면 평화로워질 정도로 프랜은 스스로 고립을 택했다. 친구도 없고, 동료들과 대화도 하지 않는 극내향인의 삶이 로버트(데이브 메르헤예)에 의해 조금씩 문을 열면서 프랜은 고립과 소통 사이에서 갈등한다. 영화는 고요함을 선호하는 프랜의 내면처럼 잔잔한 와중에도 미세한 변화와 떨림, 그리고 마지막 용기까지 세밀하게 표현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타인에게 나의 일부를 내어 줄 용기

★★★

관계란 결국, 나와 타인의 일부를 조금씩 주고받는 것이다. 그 출발 자체가 힘든 이들이 있다. 죽음에 대한 이미지를 끌어안고 사는 회사원 프랜(데이지 리들리)이 그렇다. 자기 세계 안으로 누군가를 들여놓는 것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도 애를 먹는다. 번역 제목이 장르를 모호하게 하지만, 타인과 관계 맺기가 힘든 한 인간이 자신의 속마음을 수면 위로 끌어내기까지의 과정을 묘한 기운으로 따라가는 영화다. 닫혀있는 프랜의 마음이 열리는 순간, 공기에 스미는 온기를 영화는 놓치지 않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평범하지만 기억하고 싶은 로맨스 영화 

★★★☆

집과 직장만 오가며 ‘자발적 외톨이’처럼 지내던 주인공 프랜의 조용한 일상은 새로 입사한 남자 직원의 등장으로 조금씩 일렁이기 시작한다. 캐릭터, 배경, 이야기 진행이나 흐름 등 로맨스 멜로 영화의 전형에서 조금씩 비껴나가며 시선을 붙드는 레이첼 램버트 감독의 개성적인 화법이 탁월하다. 앞으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의 주인공 레이 역으로 각인된 데이지 리들리의 섬세한 일상 연기가 이 배우의 진가를 증명한다. 

 


딸에 대하여

감독 이미랑

출연 오민애, 허진, 임세미, 하윤경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엄마와 딸 그리고 연인

★★★☆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엄마(오민애)와 딸 그린(임세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 레인(하윤경). 우연한 동거인이 된 세 사람은 조금씩 ‘가족’이 되어 간다. 이미랑 감독은 첫 장편 <딸에 대하여>에서, 가족 서사의 중요한 관계 중 하나인 ‘엄마와 딸’을 변주해, 의미 있는 가족 시네마를 만들어나간다. 이 영화엔 두 쌍의 ‘엄마-딸’이 등장한다. 요양보호사인 엄마는 치매 환자인 제희(허진)를 마치 자신의 어머니처럼 돌본다. 그는 딸인 그린과 레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영화는 이 두 관계 사이를 진동하고, 사회적 마이너리티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품는다. 오인애의 연기는 정적이면서도 사려 깊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이해라는 불가능성을 넘어 연결되고 공존하기까지

★★★☆

영화 <딸에 대하여>는 동명 원작 소설의 인물과 사건을 충실하게 소환하되, 각 장면의 독자적 구성뿐 아니라 숏과 숏이 연결되며 의미를 발생시키는 영상 언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스크린 매체만의 필요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침묵과 여백, 시선의 교환과 엇갈림을 통해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적 거리감을 탁월한 시청각적 공감으로 발현한다. 영화의 시각은 엄마가 바라보는 딸의 이야기에서 점차 노년의 무연고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성애 중심 가족의 정상성을 옹호하는 사회에 가려진 이들 모두를 향해 나아간다. 섣부른 대상화 대신 그들 내부의 작동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과정에서 <딸에 대하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영화가 되고자 한다. 갈등과 혐오가 만연한 세상 속,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영원한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지는 관계와 연결의 순간들을 증명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과거이자 현재고, 또 다가올 미래라는 명제를 미덥게 수긍하게 만들면서. 관객의 곁에서 살아 숨 쉬는 듯 인물의 삶을 살아낸 모든 배우들의 연기를 더 오래도록 바라보게 싶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삶의 가치에 대하여

★★★☆

엄마 혹은 딸로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이 꼭 보았으면 하는 영화다. 엄마와 딸, 딸의 동성 연인에 관한 이야기는 가족 영화, 퀴어 영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이 들어 가는 여성, 일하는 여성,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여성, 부당하고 불합리한 일에 투쟁하는 여성,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과 존엄을 떠올리는 여성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미랑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에 담긴 핵심들을 놓치지 않고 영화로 옮겼다. 중견배우 오인애의 대표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이다.  

 


기기묘묘 2 

감독 정경렬, 남순아, 구자호, 송원찬, 정재희

출연 이장원, 남예빈, 전소현, 김영선, 이도은, 박충환, 노아, 오희준, 하산 엠디 깜룰, 조영지, 양말복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기묘한 이야기

★★☆

2022년에 나온 <기기묘묘>가 네 편의 ‘기묘한 이야기’를 모았다면, 이번엔 한 편이 더 늘었고 장르영화적 요소가 더 강화되었다. <블랙박스> <탄생> <과외 선생님> <이방인> <기억의 집> 등 다섯 편의 호러 단편을 모은 <기기묘묘 2>는 늦여름의 호러 파티다. 심야의 공포 택시, 요양원의 치매 노인, 사교육에 대한 집착, 외국인 노동자와 오컬트, 죽은 엄마의 환영 등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있는 호러 단편들이 장르 마니아들에게 호소력을 지닌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점점 기묘해지는 한국 사회의 초상화 

★★★

옴니버스 공포 시리즈 <기기묘묘>는 한국 사회의 불안과 공포에서 이야기를 건져올린다. 전편 <기기묘묘>(2022)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문제들을 다뤘다면, 2편은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반영한다. 성범죄 불안, 고령화 사회의 노인, 광기로 치닫는 교육열, 외국인 노동자 차별, 가족 간병을 주제로 한 다섯 편의 호러가 풍자적으로 현실을 비튼다. 한국이라는 이상한 나라에서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없는 우리들의 초상화를 보는 듯하다. 

 


52헤르츠 고래들

감독 나루시마 이즈루

출연 스기사키 하나, 시손 쥰, 쿠와나 토리, 오노 카린, 미야자와 히오, 카네코 다이치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상처를 보듬는 마음

★★★

가정 폭력의 희생자였던 키나코(스기사키 하나)가 자신과 같은 처지인 소년(쿠와나 토리)을 만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마치다 소노코의 소설을 각색했는데,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고 여러 개의 스토리라인이 병존하면서 다소 충돌한다. 그럼에도 영화를 전진시키는 건 주인공을 맡은 스기사키 하나의 연기력으로, 그의 존재감이 영화를 봉합시킨다. 살짝 신파적 요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큰 무리 없이 즐길 만한 작품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타인의 속마음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 

★★★

타인의 상처를 한눈에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가 떠안은 고통의 무게를 너무도 잘 알기에 쉽사리 외면하지 못한다. 마치다 소노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타인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기꺼이 상대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키코가 마을에서 만난 소년을 지나칠 수 없었던 이유는 같은 상처를 지녔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감성적인 연출로 풀었다. 

 


안녕, 할부지

감독 심현준, 토마스 고

출연 강철원, 송영관, 오승희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아쉬운 만듦새 속에서도 빛나는 푸바오 존재감

★★☆

푸바오 성장을 지켜봐 온 ‘푸덕이(푸바오 덕후)’라면 <안녕, 할부지>를 보며 눈물을 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오해는 말자. 그건 영화 밖에서 쌓인 시간의 힘이지, 영화(만듦새)가 주는 감동은 아님을. 바오 가족 각각의 개성과 판다의 특징은 살리지 않고, 인간 시선에서 편의적으로 해석한 애니메이션 구간에선 제작진이 동물 주인공들에 대한 이해가 얕다는 인상도 든다. 푸바오 신드롬에 피로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기에, 그들도 설득하는 영화가 되길 내심 기대했던 푸덕이로서 아쉬움이 컸음을 고백한다.

 


크헤드

감독 타카히데 호리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기괴한 상상력의 결정체

★★★☆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디스토피아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타카히데 호리 감독은 각본, 촬영, 편집, 사운드, 프로덕션 디자인, 목소리 연기까지 담당했다. 감독 혼자서 7년 동안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독창적 세계관을 완성도 높게 구현했다. 끈기와 노력, 집념의 결정체를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퀘이 형제 감독의 그로테스크 애니메이션을 계승하면서 디스토피아, 로봇, 크리처 장르의 재미를 꼼꼼하게 살렸다. 시리즈로 나아가는 이 영화의 지지자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