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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리고 싶은 배우 '오민애'

씨네플레이
배우 오민애
배우 오민애

 

안 나오는 데 빼고 다 나오는 배우, 독립영화계의 퀸이자 대모, 영화제 단편 섹션을 찾으면 반드시 보이는 얼굴. 배우 오민애의 속도와 밀도는 경이롭다.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연기부문을 수상한 단편영화 <나의 새라씨>(2019)로 이름을 알리고, 첫 장편 주연작 <윤시내가 사라졌다>(2022)로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을, 두 번째 장편 주연작 <딸에 대하여>(2023)로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는 동안 공개된 작품만 50개가 넘는다.

상업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존재감은 비집고 나왔다. 드라마 <더 글로리>(2022)에서는 '재평건설 사장 하도영의 엄마'로, 영화 <파일럿>(2024)에서는 이찬원의 열혈 팬 '안자'로 분해 작품에 독특한 리듬을 더했다. 그가 출연한 신작 영화 두 편도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이 싫어서>(2023)와 <딸에 대하여>(2023)가 각각 8월 말과 9월 초에 공개된다. 중년에 전성기가 찾아왔다.

'오민애라는 배우를 더 많이 알기를 바랍니다." 작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 심사를 맡은 정우, 한예리 배우가 오민애를 수상자로 선정하며 관객에 부친 부탁의 말이다. 긴 무명 끝, 50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은 배우 오민애가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며, 오늘은 그의 다양한 연기세계 보여주는 작품들을 정리했다.


<딸에 대하여>

2023

엄마 역

'엄마'역의 오민애 〈딸에 대하여〉
'엄마'역의 오민애 〈딸에 대하여〉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딸에 대하여>는 딸(임세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하윤경)과 함께 살게 된 '나'(오민애)가 완전한 이해 대신 최선의 이해로 나아가는 성장의 이야기를 담는다. 엄마는 딸로부터 목돈을 빌려 달라는 부탁을 받지만, 가진 거라곤 낡은 집 한 채가 전부인 그는 그럴 능력이 없다. 엄마 편의 대출도 어렵게 되자 딸은 동성 연인과 함께 엄마의 집으로 들어온다. 두 사람과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 엄마는 요양원의 어르신을 돌보는 데 몰두해 보지만, 홀로 곤궁하게 늙어가는 어르신에게서 자신과 딸의 모습을 겹쳐 본다.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 차별과 불평등, 세대와 젠더 갈등, 폭력과 혐오가 넘쳐나는 시대에 내가 아닌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가. 이해할 수 없는 딸에 대한 엄마의 시선으로 시작한 영화는 엄마에 대해 알게 되는 길에 다다르며 그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절제된 연기 속 인물의 섬세한 감정과 갈등 변화를 표현해 낸 오민애에게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9월 4일 개봉 예정.

 


<파일럿>

2024

김안자 역

〈파일럿〉의 김안자. 얼굴의 반을 가리는 폰케이스 연기는 단연 압권.
〈파일럿〉의 김안자. 얼굴의 반을 가리는 폰케이스 연기는 단연 압권.

 

항공사에서 해고된 조종사 정우(조정석 분)가 재취업이 막히자 여동생(한선화)으로 신분을 세탁하고 여성으로 변장해 다시 조종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파일럿>에 조정석의 코미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특해 보이지만 지극히 보통인 이 시대의 어머니'를 묘사하기 위해 지독한 하이퍼 리얼리즘 연기 보여준 오민애는 영화 속 코미디의 또 다른 한 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정우, 한정미 남매의 어머니이자 이찬원의 팬덤 ‘찬스’(Chan‘s)로서 영화 속에서 찐팬 텐션 아낌없이 터트리는 '안자'를 연기한 오민애는 짧지만 강력한 생활연기로 코미디 영역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여름 극장가에서 아직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한 한국 영화의 기대주로 떠오른 <파일럿>은 8월 21일 기준 누적관객 수 400만을 돌파하며 <파묘>, <범죄도시 4>에 이어 올해 한국 영화 흥행 순위 3위에 등극했다.


<더 글로리>

2022 '도영 毋' 역

<펜트하우스> 시리즈

2020~2021 '삼마마 중 1인'

〈더 글로리〉
〈더 글로리〉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

 

<더 글로리>의 분노와 재미는 다양한 '엄마들'의 연기에서 나왔다. 특히 재평건설 대표 하도영의 엄마를 연기한 오민애는 갓 태어난 손녀에게 '퍼스트 구찌'를 선물하는 장면으로 대중에게 강렬히 각인됐다. '나이스한 개새끼' 하도영의 속물적 면모는 계승된 것이었고, 배우 오민애는 짧은 장면과 몇 마디 말로 속물적 상류층을 완벽히 그려냈다. 우아한 사모님 연기는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통해 갈고닦은 것이었다. 마리탕의 단골 고객이자 '원수도 갚지만 은혜도 꼭 갚는' 재벌 사모들의 사교 모임인 삼마마 중 하나로 출연한 오민애는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윤시내가 사라졌다>

2022

연시내 역

〈윤시내가 사라졌다〉
〈윤시내가 사라졌다〉

 

모창가수 ‘연시내’로 살아온 엄마 신순이(오민애)에게 윤시내는 단순한 밥벌이 수단이 아닌 인생 그 자체다. 그래서 윤시내와 연시내가 함께 서는 꿈의 무대가 펼쳐지기 직전, 윤시내가 돌연 잠적하자 크게 절망한 그는 자신의 우상을 찾아 나설 결심을 한다. 한때 커플 유튜브 채널로 잘 나갔지만, 남자친구와 이별 후 콘텐츠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신순의 딸 장하다(이주영)는 우연히 찍힌 엄마 연시내의 영상으로 높은 조회수를 얻자 ‘윤시내 어드벤처’ 라이브 방송을 기획해 엄마와 동행한다.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튜버 딸과 동경하는 가수의 행방을 쫓는 동상이몽의 모녀는 티격태격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사라진 대가수를 찾는 과정에서 두 모녀가 과거를 뒤집어 관계를 반추하고 서로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로드무비 형식을 띤다. 가짜임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내세우는 모녀의 삶은 가짜인가, 진짜인가. 김진화 감독은 누구의 삶도 가짜는 없다며 "진짜는 다양한 삶들을 인정하는 데서 나오고, 그 다양함이 진짜"라고 영화의 의미를 요약했다. 23년 만에 맡은 첫 장편 주연작 <윤시내가 사라졌다>로 오민애는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나의 새라씨>

2019

새라 역

〈나의 새라씨〉
〈나의 새라씨〉

 

정자(오민애)는 사업과 결혼에 모두 실패한 51살의 중년 여자로 서울을 등지고 고향에 내려와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 가명 '새라'로 도축공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숨기려 했던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맞닥뜨리고, 새라는 자기 안 깊숙한 곳의 용기를 끌어올려 자신을 숨겨왔던 사람의 자기 고백을 해보려 한다. 배우로서 커리어도, 결혼 생활도 쉽지 않았던 시절 운명같이 만난 <나의 새라씨>는 배우 오민애에게 분기점이 된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제18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연기부문을 수상한 후 같은 해 하반기에만 7편의 단편을 찍었고, 그것을 발전의 질료로 삼아 오늘까지 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