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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좋아할지 몰라서 취향별로 골라본 연휴 정주행각 해외드라마

씨네플레이

OTT 플랫폼의 등장 후, 특히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작품이 득세하면서 이제 드라마는 장기 휴식의 필수 코스가 됐다. 못 봤던, 놓쳤던, 잠시 묵혔던 드라마를 긴 여가에 몰아보는 것. 이것 또한 드라마를 보는 하나의 시청 행태가 됐다. 한편으론 OTT 플랫폼 때문에 선택지가 많아져 뭘 볼지 고르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이른바 넷플릭스 증후군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그러나 걱정 마라, 뭘 볼지 모르겠는 분들을 위해 최애 작품도, 최애 장르도 제각각인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연휴에 볼만한 작품들을 모았다. 본문을 읽으면서 이 작품이 나와 맞는지, 아니면 스크롤을 슥 내리면서 제목이라도 체크해보자. 이중 자신의 취향이 적합한 작품을 본다면 단언컨대 즐거운 명절연휴를 보낼 수 있으리라. 이번 포스트는 해외 드라마 편이다. 


성찬얼 PICK _ <더 베어>

디즈니플러스 / 시즌 3 (시즌 4 제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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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어〉
〈더 베어〉

 

하하호호. 명절의 이미지는 한때 이랬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오손도손 모여앉아 덕담과 추억을 나누며 독려하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실제 명절은 그렇지 않다. 명절마다 잔소리와 가사노동에 목소리를 내는 개개인이 늘어나며 이제는 사회적으로도 명절을 아름다운 가족 모임으로 포장하는 일이 드물어졌다. 코로나19 시국을 지나며 거리감이 생긴 것도 이런 기조에 일조했다. 그래서인가, 명절의 풍경에 <더 베어>의 주방이 겹쳐졌다. 카르멘은 뉴욕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알코올 중독과 정신적 외상에 시달린다. 그런 그가 죽은 형의 레스토랑 ‘더 베어’를 물려받으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드라마의 특징은 딱 한 줄로 요약되는데, ‘요식업판 <위플래쉬>’. 실력은 있으나 이미 극한의 상태에 있는 카르멘과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직원들과 꿈은 큰데 그만큼 실수도 잦은 신입, 이들의 엉망진창 레스토랑 성장기가 시청자들의 진을 쏙 빼놓는다. 우스운 건 이런 식의 우격다짐 이야기들 사이로 삐져나오는 개개인의 서사와 인물 간의 관계가 꼭 한국 대가족스럽다는 점이다. 각자 죽일 듯이 으르렁거리지만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각자 맞는 말을 하고 있고,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합심해서 위기를 돌파하고. 문화나 배경은 전혀 다르지만 이런 관계와 풍경은 과장 좀 보태 가장 명절스러운 풍경이었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현재 <더 베어>는 시즌 3까지 공개했다. 사실 보면서도 스트레스가 유발되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이만큼 홀린 듯 푹 빠지게 하는 드라마도 없다. 이번 긴 연휴 동안에 쭉 달려보는 걸 추천한다. 시즌 1 결말도 어느 정도 쉼표이자 마침표가 되니 찍먹이라도 추천!


김지연 PICK _ <테드 래소> 

애플TV+ /  시즌 3 (종영)

〈테드 래소〉
〈테드 래소〉

 

모든 스포츠 구단의 팬들이 하나같이 '감독 나가라'를 외치는 건 만국 공통이다. 잘하면 선수 덕, 못하면 감독 탓인 건 자명하다. 구단의 감독이란 자리는 우승을 해야만 그나마 본전인, 잘해도 욕먹는 자리다. 많은 스포츠 팬들이 요상한 지시를 내리며 팀을 패배로 이끄는 감독을 보고 '차라리 죽부인을 저 자리에 앉혀 놓으면 지시라도 내리지 않지'라며 감독의 사퇴를 기원하는 건 당연지사. 그렇다면, 정말로 그 자리에 '아무나' 앉혀보면 어떨까. 

<테드 래소>는 그 터무니없는 가정을 현실화한다. 미국에서 대학 미식축구 감독이었던 '축알못' 테드 래소는 암흑기를 겪고 있는 영국의 축구팀 감독을 맡게 된다. '오프사이드'도 모르던 태드 래소는 어찌저찌 축구팀을 잘 이끌어 가며, 은근한 감동을 전한다. 마치, 애플TV+의 <스토브리그> 랄까. 물론, 종목은 축구고, 장르는 코미디라는 점이 그와는 매우 다르지만. <테드 래소>는 마치 테드 래소처럼 '축알못'이더라도 재밌게 즐길 수 있으며, 필자 본인 또한 야구 외에는 아무런 스포츠도 알지 못하는 '축알못'이다. 또한, <테드 래소>는 한 화에 30분이 채 되지 않아 부담 없이 재생을 누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진주 PICK _ <엑스오, 키티>

넷플릭스 / 시즌 1 (시즌 2 제작 중)

〈엑스오, 키티〉 포스터
〈엑스오, 키티〉 포스터

 

얼마 전, 스포츠 선수 출신 예능인 서장훈이 유튜브 채널 ‘이응디귿디귿’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뻥치는 것은 안 본다.’ 사실적이지 않은 작품에 재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면 공감하던 중 ‘뻥치는 것’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필자에게 ‘뻥치는’ 작품이란 현실에서 있을 법 하지만 절대 나의 현실이 될 수 없는, 이를테면 하이틴 로맨스물과 같은 것이다. 더 이상 하이틴도 아니고 심장 뛰는 로맨스도 없는 일상 속 필자는 긴 연휴를 맞이해서야 이 공상과학에 버금 가는 작품을 찾아보게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엑스오, 키티>는 2018년 큰 인기를 끌었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스핀오프 드라마이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주인공 라라 진(라나 콘도어)의 동생 키티 커비(애나 캐스카트)가 주인공이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혼혈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극 중 한국적인 요소를 상당수 담아냈다. (주인공 라라 진 역을 맡은 배우는 베트남계이다) 때문에 당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는데 이어 제작된 스핀오프 드라마인 <엑스오, 키티>는 아예 무대를 한국으로 삼았다.

〈엑스오, 키티〉
〈엑스오, 키티〉

주인공 캐서린 커비는 장거리 연애를 하는 한국인 남자 친구 대(최민영)을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나온다. 대가 다니는 학교이자 엄마의 모교인 국제고등학교 ‘KISS’에 입학한 캐서린은 대가 교장의 딸인 유리(지아 킴)과 만난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한편, 키티는 학교에 남겨진 엄마의 흔적을 찾아 나가고 자신에게 잃어버린 오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엑스오, 키티>는 해외 입양, 성정체성과 경제적 계급 차이 등 수많은 요소가 산발적으로 극에 작용하며 어설프게 전개된다. 마치 왕국 같은 국제학교 ‘KISS’의 10대들의 감정은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다. 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엑스오, 키티>가 가진 제대로 ‘뻥치는 것’의 매력이다. 부디 뇌를 빼고 보길 바란다.


주성철 PICK _ <마인드헌터>

넷플릭스 / 시즌 2 (종영)

〈마인드 헌터〉
〈마인드 헌터〉

 

봉준호 감독의 추천 미드라고 해도 될까. 봉준호 감독은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TV 시리즈들 중 연출해보고 싶은 시리즈가 있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마인드헌터>라고 답한 적 있다. “<살인의 추억>을 준비할 때 「마인드헌터」라는 원작이 바이블과도 같은 책이었다”는 것. <마인드헌터>는 범죄물 혹은 사이코패스물의 팬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명작 시리즈다. 사이코패스나 프로파일링이라는 말도 잘 쓰지 않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FBI 요원 홀든 포드(조나단 그로프)와 FBI 행동과학부의 베테랑 빌 텐치(홀트 매캘러니), 그리고 심리학자 웬디 카(애나 토브)가 흉악범들과 인터뷰하며 그들의 내면을 연구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또 다른 시리즈 <크리미널 마인드>의 제이슨 기디언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진 미국 FBI의 살아 있는 전설 존 더글러스가, 자신의 생애를 바쳐 범죄자들의 마음을 탐구한 그의 회고록 「마인드헌터」가 원작이다. 흥미롭게도 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판권을 구입했고,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주력 연출자로 참여했다. 시즌1의 ‘여대생 살인마’ 에드 캠퍼를 비롯해 작품 속의 연쇄 살인을 해결하기까지의 전 과정과 수사관들의 활약, 그리고 사상 최악의 흉악범들이 털어놓는 잔혹한 살인 행각을 청취하는 모습이 바로 핀처의 <조디악>(2007)을 연상시킨다. 범죄 수사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시리즈 <마인드헌터>는 2017년 10부작의 시즌1, 2019년 9부작의 시즌2를 끝내고 사실상 종결됐다. 데이빗 핀처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경제성’ 없는 이 시리즈를 더 이상 계속하지 않겠다고 한 것.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아직도 시즌3를 기다리는 팬들의 아우성이 계속되고 있다.


추아영 PICK _ <키딩> 

왓챠 / 시즌 2 (종영)

〈키딩〉 포스터
〈키딩〉 포스터
〈키딩〉
〈키딩〉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4) 이후 재결합한 미셸 공드리와 짐 캐리의 믿고 보는 조합이다. TV 시리즈 <키딩>(2018-2020)은 미셸 공드리와 여러 감독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맡아 연출한 시리즈다. 그중 미셸 공드리는 시리즈의 시작을 열어 시즌 1과 2에 걸쳐 총 8화를 연출했다. 몽상가의 환상적인 꿈과 같은 공드리의 독특한 미장센은 이번 작품에서도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다. 인형극과 같은 드라마 속에서 짐 캐리는 내면에 두 명의 남자가 있는 분열된 인물로 분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한 명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어린이 방송 진행자 피클스 아저씨다. 그의 내면에 숨어 있는 한 명은 별거 중인 남편이자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긴 아버지 제프다. 제프는 세상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잔혹한 일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화와 인형극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슬픔을 정상적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그는 방송에서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알려주려 한다. <키딩>은 시종일관 공허감과 염세주의가 뒤섞인 정서를 진지하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간다.  인물들은 저마다 강박적이고 의존적인 방식으로 각자의 고통에서 벗어나려 한다. 기형적으로 자란 어른들의 슬픈 이야기 속에서 이따금 돌출되는 농담은 양가적인 감정을 자아낸다. <키딩>은 짐 캐리의 페이소스 어린 얼굴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