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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까지 거머쥐었던 부산영화제 화제작들

성찬얼기자

10월 2일부터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국내 국제영화제 중 한 해를 갈무리하는 영화제로 화제작이나 숨은 보석 같은 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대거 방문하는 축제의 장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정부의 지역 영화제 지원 삭감에도 나름의 생존전략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다른 영화제들도 훌륭한 영화를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지만, 올해 선공개된 화제작들이 가장 먼저 한국 관객을 만나는 교두보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은 입소문을 타고 일반 개봉 후 관객몰이까지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중 10만 관객을 달성한 한국영화나, 50만 관객 이상을 모은 해외 화제작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이 리스트의 영화 중 극장에서 봤고 꽤 마음에 든 것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올해의 화제작을 만나기 위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로 달려가는 것도 추천하는 바이다. 좋은 영화를 누구보다 먼저 볼 수 있을 테니까.


라라랜드

21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 379만 명

〈라라랜드〉
〈라라랜드〉

 

2016년 12월 개봉한 <라라랜드>는 그보다 두 달 전 21회 BIFF의 월드 시네마 섹션에서 공개됐다. 진작에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작품답게,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빠르게 매진됐다. 우연찮게 계속 마주친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서로에게 점점 빠져드는 과정을 뮤지컬로 녹여냈다.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무장한 레트로 영상미와 귀에 쏙쏙 박히는 뮤지컬 넘버는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BIFF에서의 호평을 발판 삼아 12월 7일 개봉했다. 이후 1년의 장기 상영, 여러 차례 재상영을 반복해 현재 379만 명을 동원했다. 


위플래쉬

1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 164만 명

〈위플래쉬〉
〈위플래쉬〉

 

사실 데이미언 셔젤의 진정한 BIFF 성공 신화는 <라라랜드>보다 <위플래쉬>가 더 적당하다. 19회 BIFF에서 상영된 <위플래쉬>는 데이미언 셔젤의 데뷔작이자 흔히 말하는 스타 캐스팅 하나 없는 영화였다. 그러나 악독한 교수 플래쳐(J.K. 시몬스)와 그에게 인정받고자 이 악문 앤드류(마일즈 텔러)의 '드럼 파이트'는 영화의전당 야외상영관을 꽉 채울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지금도 종종 <위플래쉬> 상영 당시 분위기를 회상하는 관객이 있을 정도로 관객들의 열광을 모았고, 이는 2015년 3월 12일 개봉 후 150만 관객을 돌파한 것으로 이어졌다. 


윤희에게

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 12만 명

〈윤희에게〉
〈윤희에게〉

영화제의 개폐막작이 그 영화제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으긴 하지만, 그렇다고 흥행 성적까지 확보되는 건 아니다. 그런 점에서 24회 BIFF 폐막작 <윤희에게>는 영화제에서의 기운을 극장까지 쭉 이어간 사례다. 엄마 윤희(김희애)에게 온 편지를 발견한 딸 새봄(김소혜)은 윤희를 이끌고 편지의 발송지 일본 오타루로 향하고, 윤희는 그곳에서 쥰(나카무라 유코)과의 기억을 떠올린다. 과거의 기억을 덮어둔 중년을 중심으로 펼쳐진 영화는 기존 퀴어영화 특유의 장벽을 뛰어넘어 다양한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했다. 덕분에 11월 14일 극장 개봉 후에도 <윤희에게>는 입소문을 타며 12만 관객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벌새

2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 14만 명

〈벌새〉
〈벌새〉


23회 BIFF 현장에선 엄청난 영화가 나왔다더라~ 라는 풍문이 곳곳에서 떠돌았다. 그 영화의 정체는 <벌새>였다. 14살 여중생 은희(박지후)의 일상을 바탕으로 여성 청소년의 심리와 90년대의 상흔을 경유한 <벌새>는 그해 다른 경쟁작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화제에서 KNN관객상과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을 수상하고, 당시 반응을 입증하듯 2019년 8월 29일 개봉 후 14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여성 청소년이 원톱으로 나선, 비주류에 가까운 영화의 특성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공인 셈.


너의 이름은.

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 391만 명

〈너의 이름은.〉
〈너의 이름은.〉

딱 들었을 때 그렇게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데, <너의 이름은.>도 BIFF에서 첫 선을 보였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영화는 수많은 마니아들의 촉각을 곤두세우며 1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도쿄에 사는 타키(카미키 류노스케)와 시골 마을에 사는 미츠하(카미시라이시 모네)가 때때로 몸이 바뀌면서 겪는 일련의 이야기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청량함은 물론이고 각자 상실감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까지 안겨주었다. <너의 이름은.>은 21회 BIFF 상영 후 해를 넘겨 2017년 1월 4일 개봉했다. 영화는 365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카이 마코토'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 118만 명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일본 최루성 멜로는 죽었다고 누가 말했던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자국 개봉 이후 최초 공개하는 자리로 27회 BIFF를 선택했다. 그동안 다양한 멜로영화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연출 아래 미치에다 슌스케와 후쿠모토 리코 두 청춘남녀가 들려준 러브스토리는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기억을 잃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가진 마오리(후쿠모토 리코)와 그럼에도 그에게 기억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토오루(미치에다 슌스케)는 부산을 지나 11월 30일 일반관객들과 만났다. BIFF에서의 인기가 허상이 아니라는 듯 영화는 100만 관객을 훌쩍 넘으며 주연배우 미치에다 슌스케가 내한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110만 관객을 돌파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현재 일본 실사영화 관객 수 역대 2위를 지키고 있다.


다음 소희

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11만 명

〈다음 소희〉
〈다음 소희〉

 

엄밀히 말하면 흥행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영화 <다음 소희>.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이 영화는 BIFF에서 한국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칸영화제 상영 당시 편집 작업이 다소 부족했던 터라, BIFF 상영본이 극장에 걸릴 판본의 첫 상영이었다. '현장실습'이란 명목으로 콜센터 파견된 여고생 소희(김시은)가 겪는 사건과 이를 수사하게 된 형사 유진(배두나)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개봉까지 입소문이 이어졌다. 2023년 2월 8일 개봉한 <다음 소희>는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작비 대비 아주 큰 성과는 아녔지만, 일부 관객들이 여러 차례 장기상영을 요구하면서 거둔 결과라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한국영화계의 힘든 상황은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독립영화도 마찬가지인지라 올해 BIFF에서도 <다음 소희>처럼 관객들을 움직이게 하는 화제작이 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에라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