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밈'을 낳으며 굵직한 스타 셰프들의 탄생을 알린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이 발 빠르게 시즌2 제작 확정 소식을 전했다. 15일 오전 넷플릭스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시즌2 제작을 확정하고 내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즌2 제작 소식과 함께, 많은 이들은 과연 누가 새롭게 <흑백요리사>에 참가자로 등장할지에 대해 궁금증을 품고 있다. 고든 램지까지(?) <흑백요리사> 시즌2의 희망 참가자로 거론되는 가운데, 씨네플레이 기자들도 <흑백요리사> 시즌 2에 참가자로 등장했으면 하는 인물들을 꼽아봤다. 어디까지나 '가상' 캐스팅이니, 재미로 봐주시라.
김지연 기자 - 정관스님 (백수저), 공릉동 6천원 백반집 사장님 (흑수저)


시즌 1에서는 채식 요리를 하는 셰프가 여럿 등장했다. 채소로 만든 회, '베지터리언 사시미'를 선보인 '셀럽의 셰프'부터 비건 식당 '로컬릿'을 운영하는 남정석 셰프까지. 그렇다면, 시즌 2에서는 채식 요리의 끝판왕을 참가자로 등장시키면 어떨까. 다만, 요리사는 아니고, 스님을.
정관스님은 사찰음식의 대가로 불린다. 그 때문에, 해외 각지에서 정관스님에게 사찰음식을 배우고 그의 요리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 시즌 3의 1화에서도 정관스님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다만 <흑백요리사>와 같은 속세의 최전선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와 주실지는 의문이다. 또한 한때 <백종원의 골목식당> 애청자로서 덧붙이자면, 백종원과 MC들을 훈훈하고 배부르게 만들었던 '공릉동 6천원 백반집' 사장님도 보고 싶다. 시즌1의 '급식대가'의 포지션으로, 또다시 심사위원 안성재를 넋 놓고 흡입하게 만들 음식을 선보이지 않을까.

이진주 기자 - 에밀리 킴 (백수저)

놀라운 일이다, 한식 요리사의 활약이 돋보인 <흑백요리사>에 에밀리 킴이 없다는 것이. 유튜버 '망치'로 잘 알려진 그는 미국에 살며 한국 음식 조리법을 알리는 영상을 올려왔다. 2007년 오징어볶음을 만드는 영상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약 17년간 꾸준히 한국 음식을 쉽고 가볍게 조리하는 영상을 전달하고 있다.

구독자 643만 명(2024년 10월 기준)의 유튜브 채널 '망치'는 백종원 유튜브 채널(656만 명) 다음으로 가장 큰 한식 요리 채널이다. 채널 주인 에밀리 킴은 '뉴욕의 백종원'이라고 불리며 한국에 뒤늦게 알려졌다. '한 번도 요리를 배워본 적이 없다'는 그는 할머니, 엄마 등을 통해 어깨너머로 요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에밀리 킴의 독보적인 매력은 한식의 전통적인 틀에 갇혀있지 않다는 것이다. 손이 많이 가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전통 한식이 아닌 전형적인 한국 가정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레시피를 고안한다. 여기에 한식이 낯선 외국인들에게 정확한 레시피를 전달하기 위해 계량도 빼놓지 않는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그의 체력이다. <흑백요리사> 시즌1의 출연자 중 알려진 것에 따르면 최고 연장자는 1955년생인 이영숙 셰프. 1957년생인 에밀리 킴 역시 비슷한 또래다. '나이가 많아 민폐를 끼칠까 걱정했다'는 이영숙 셰프의 말처럼 60대 후반의 나이에 넷플릭스의 혹독한 녹화를 견디기는 쉽지 않을 터. 그럼에도 1세대 유튜버이자 원조 K-푸드 전도사인 에밀리 킴의 여전히 뜨거운 모습을 시즌 2에서 보고 싶다.
추아영 기자 -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 (백수저)

말도 안 되는 거 안다. 하지만 헛소리가 가상 캐스팅의 묘미라고 한다면, 프렌치 요리의 국가대표이자 예술 작품에 가까운 요리를 선보여 ‘요리계의 피카소’로 불리는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를 감히 캐스팅하고 싶다. (그의 요리를 아직 먹어보지 못했지만..) 사실 그는 백수저의 포지션보다 심사위원에 더 걸맞다. 미슐랭 스타 2, 3개를 받은 전 세계 요리사 512명이 최고의 셰프로 뽑은 셰프들의 셰프이기 때문. 1997년 파리 중심에 위치한 호텔 발자크에 레스토랑을 오픈한 뒤 혁신적인 요리를 선보이며 현재까지도 미슐랭 3스타를 유지하고 있는 그는 금세기 최고의 셰프로 칭송받는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풍미, 맛, 질감, 재료를 조화롭게 병치한 요리로 유명하다. 요리를 “영원한 탐구”로 대하는 그는 전통적인 프랑스 요리의 관습을 깨고, 재료를 분자 단위까지 연구해서 새로운 맛과 향을 찾아낸다.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것은 시즌1의 최현석 셰프, 에드워드 리 셰프와 맞먹고, 재료의 분자 단위까지 고심하는 치밀함은 심사위원이었던 안성재 셰프와 칼질 대가 트리플 스타의 광기를 떠올리게 한다. 만약 피에르 가니에르가 출연한다면 어우피, 어차피 우승은 피에르다!
주성철 편집장 - 중식의 유방녕과 ‘식신’ 대룡 (백수저)


백종원 심사위원이 안대를 벗자마자, 여경래 셰프를 보자마자 ‘어이쿠 어르신’ 했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중식이 강세를 보인 <흑백요리사>가 레전드 여경래 셰프를 대결에 나서는 백수저로 캐스팅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면, 또 한 번 백종원 심사위원의 폴더 인사를 받게 될만한 분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1960년생 여경래 셰프보다 나이가 많은 1957년생 유방녕 셰프다. 「중식의 신」이라는 책에서 여경래, 여경옥 형제 셰프의 한가운데 서 있는 이가 바로 그다. 인천 남구 주안 태생으로 화교인 외할머니와 요리사인 아버지 밑에서 중식을 배우며 100년간 가문의 비법을 이어왔다. 또한, 45년간 유명 중식당과 플라자호텔 등에서 총주방장으로 근무했으며 이미 SBS플러스의 <강호대결 중화대반점>에 4대 문파로도 이름을 떨쳤다. 현재 더현대서울에 가면 아예 유방녕이라는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도 볼 수 있다.
여기에 한 분 더 해외 셰프를 추가한다면, 바로 주성치의 <식신>(1996)에도 출연했던 홍콩 콘래드호텔의 전 수석 셰프이자, 차슈덮밥으로 유명한 레스토랑 챱챱(CHOP CHOP)의 대룡(戴龍) 셰프가 있다. 실제로 ‘식신’이라 불리는 원조 셰프였으며 단골인 주성치와의 인연으로 (주성치와의 최종 요리 대결에서 패배했던) <식신>은 물론 <희극지왕>(1999)에도 진상을 부리는 손님으로 카메오 출연하기도 했다. 1949년생이라 그가 출연한다면 단숨에 최고 연장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성찬얼 기자 - 김풍 (흑수저)

당연하고도 안타까운 얘기. 요리 프로그램에 아무리 맛 좋은 음식이 나와도 시청자는 맛을 못 본다. 결국 눈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역시 <흑백요리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사람은 김풍이지 않을까. 물론 본인이 <흑백요리사>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고 밝혔으니 시즌 2도 가망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이니까, 김풍이 나와 심사위원들에게 '비주얼 쇼크'를 주는 장면을 한 번쯤 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이미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으로 요리 실력을 뽐낸 데다, 지금도 '라면꼰대'를 통해 꾸준히 새로운(데 괴상한) 라면을 보여주는 그라면 <흑백요리사>의 참신한 미션을 참신한 요리로 화답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흑백요리사>가 단순한 요리 프로그램을 넘어 참가자의 개성과 각자의 서사가 중요한 예능 프로그림인 점에서 김풍만큼 적당한 사람도 없다. 각양각색 요리사들 사이에서 광기로 빛날 김풍에게 어떤 닉네임이 붙을까. 그림을 그리다가 요리로도 인정받았으니, 그의 고정 프로그램을 비틀어 '금손꼰대' 정도로 지으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