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개봉했다. 한동안 부진했던 <에이리언> 시리즈를 다시 본 궤도에 올렸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시리즈 최고 작품이라는 <에이리언>, <에이리언 2>를 기반으로 해당 작품의 향수와 세계관을 계승한 점도 돋보였다. 1979년 리들리 스콧의 손에서 탄생한 SF 영화 <에이리언>은 탄생 45년이 지난 지금도 현역 시리즈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79년 1편 개봉 후 7년 만에 만든 <에이리언 2>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그리고 훌륭한 속편으로 언급되고 있다. 수많은 <에이리언> 시리즈 중 왜 유독 <에이리언 2>가 이런 고평가를 받고 있을까?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레전드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다시 만나는 ‘OTT 명예의 전당’! 그 첫 시간으로<에이리언>을 '시리즈'로 확장한 동시, 속편의 모범답안이라고 평가받는 <에이리언 2>를 재조명해본다.
<에이리언 2>가 레전드라고 평가받는 이유

짜장면과 짬뽕,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더 좋아 등 세계사 3대 선택 난제(?)로 떠오르는 “<에이리언>과 <에이리언 2>중 누가 더 명작인가?”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작품마다 탁월한 완성도와 재미를 가진 것은 틀림없다. 특히 <에이리언 2>가 1편만큼의 평가를 받는 것은 시리즈의 유산을 착실하게 이어갔기 때문이다.
<에이리언 2>의 서사를 살펴보면 1편과 유사하다. 괴생물체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이들이 희생당하고,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동료의 배신, 수많은 위기 끝에 리플리가 각성하고 에이리언에 맞선다는 점이 1편 스토리 공식과 비슷하다. 이 와중 제노모프(에이리언 시리즈에 등장하는 괴물명)가 하나가 아닌 다수의 존재가 있고, 이를 관장하는 퀸 에이리언이 등장하는 설정 등을 더해 세계관을 더욱 확장한다. 덕분에 1편의 SF 밀실 호러 같은 장르가 전쟁 블록버스터로 탈바꿈하며, 할리우드 속편의 법칙인 ‘더 크고 더 화려하게’를 충실하게 따른다. 물론 장르적인 재미 역시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1편에 이어 여성 중심의 서사도 돋보인다. 리플리가 더 능동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위기에 맞서는 모습은 여러 사건을 겪은 뒤 캐릭터가 성장했다는 의미도 반증한다. 무엇보다 식민지 행성에 홀로 남았던 어린아이 뉴트를 보살피면서, 유사 모녀의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은 2편 최대 감성 포인트기도 하다.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여성 캐릭터를 만든 동시에 모성애의 감동도 잡아낸다. 이 바탕에는 할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에서도 캐릭터의 존재감을 잃지 않은 시고니 위버의 열연이 가장 크다. 실제로 작품에서 엄청난 연기를 선보인 시고니 위버는 <에이리언 2>가 오락영화임에도 1987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30년 전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은 거대한 볼거리 역시 <에이리언 2>를 지금에 자리에 있게 한 이유다. 특히 우주해병대의 무기와 설정은 디테일하며 현실감 넘친다. 시리즈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파워로더는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에서도 비슷한 본체가 등장해, 이 작품의 상상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준다. 1편에 대한 예의를 갖추면서도 2편만의 볼거리와 재미를 시리즈에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제임스 카메론의 연출력 또한 왜 그가 속편의 제왕임을 입증한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에이리언 2>의 명장면은?
영화팬들의 뇌리에 아직도 남아있는 <에이리언 2>의 명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1편의 자기 복제 느낌이 강하다. 훌륭한 원본 소스에 2편 특유의 거대하고 화려한 연출을 접목시켜 더욱 멋진 장면으로 완성했다.

먼저 많은 영화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 제노모프의 본부 침입 장면. 동작감지기를 피해 통로 위로 들어온 제노모프가 리플리 일행을 습격하는 모습은 지금 봐도 소름 끼친다. 특히 이 장면은 1편의 통풍구에서 제노모프에게 당한 아서의 죽음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인간의 계획을 역이용해 공격하는 제노모프의 영리하고도 잔혹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편에서는 영어 원제 ‘Alien(S)’ 답게 떼로 달려들어서 말이다. 탐지기에 반응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그런 위협이 주인공의 목을 조를 때 느껴지는 아찔한 긴장감, <에이리언 2>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다.

앞선 장면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에이리언 2>를 대표하는 순간은 따로 있다. 끈질기게 살아남은 퀸 에이리언이 뉴트를 없애려는 그 순간, 리플리가 파워로더를 작동시키며 던지는 한 마디, “Get away from her you bitch!! (그 아이에게서 떨어져 이것아!)” 역시 이 장면, 이 대사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사실 이 장면도 1편 마지막, 우주복을 입고 에이리언과 싸우는 리플리의 모습을 변형한 느낌이다. 다만 1편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도구를 이용했다면, 2편에서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괴물과 맞서 싸우려는 점이 다르다. 덕분에 에이리언에게 당하고만 있던 리플리의 분노와 각성이 돋보이는 부분이자, 영화에서 가장 통쾌하고, 전율도 함께 느껴지는 부분이다. 상대에게 자식을 잃은, 혹은 잃을 위기에 놓인 엄마 VS 엄마의 전투라는 점도 <에이리언 2>의 상징적인 부분을 부각한다. 여담으로 1986년 국내 개봉 당시 극장에서 관객들이 이 장면을 보고 큰 박수를 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TV로 봐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데, 당시에는 얼마나 짜릿했을까? 그때 이 순간을 목격한 관객들이 부럽다. 유튜브에서도 이 장면에 대한 해외 여러 영화팬들의 리액션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에이리언 2>하면 조건반사적으로 떠오를 최고의 명장면.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도 해당 대사를 오마주 하며 시리즈의 향수를 소환하기도 했다.
공개 당시의 인기는!?

<에이리언 2>는 지금도 레전드로 평가받고 있지만 1986년 개봉 당시에는 엄청난 열기를 보여줬다. 당시 북미 여름 블록버스터로 개봉한 작품은 약 8,5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탑건> 등에 이어 그 해 흥행 5위에 올랐다. <프로메테우스>(2012)개봉 전까지 <에이리언> 시리즈 역대 북미 흥행 1위 자리를 지켰을 정도다. 2012년에 개봉한 <프로메테우스>와 1986년 개봉작 <에이리언 2>의 물가 차이를 본다면, 아직도 이 작품의 당시 흥행과 열기를 뛰어넘은 <에이리언> 시리즈는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1986년 12월 겨울에 개봉해 서울 관객 30만 명을 모았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미약한 성적이지만 지금처럼 멀티플렉스에서 수 백 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것이 아닌, 서울 일부 극장의 단관 개봉한 영화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흥행 성적을 보여줬다. 여담으로 <에이리언 2>는 국내에서 최초 개봉한 <에이리언> 시리즈였다. 이 작품의 흥행에 힘입어 뒤늦게 <에이리언>이 2편 개봉 다음 해인 1987년에 <에이리언 원>이라는 이름으로 지각 개봉했다.
<에이리언 2>는 OTT 어디서 볼 수 있나요?
디즈니와 폭스의 합병으로 20세기 폭스에서 배급한 <에이리언 2>를 비롯한 <에이리언> 시리즈는 디즈니+에서 절찬리 공개 중이다. 시리즈 최신작 <에이리언: 로몰루스>도 디즈니+에서 곧 공개될 예정이다. 덧붙여 <에이리언 2>는 속편의 제왕인 동시에 감독판의 왕자(?)인 제임스 캐머런답게 17분의 장면을 더한 ‘스페셜 에디션’도 존재한다. 여기에는 리플리가 죽은 딸을 그리워하는 장면, 식민지 행성에서 뉴트 가족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리고 제노모프의 내부 침입을 막기 위한 해병대의 신무기 설치 등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오리지널 극장판보다 더 흥미롭게 구성했다고 생각드는데, OTT에서도 시청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