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영화

워메워메워메 가짜는 가부러라! 배역을 위해 음미체 마스터한 배우들 모음.zip

씨네플레이
〈정년이〉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 직후, 천생 소리꾼으로의 목을 타고난 소녀 윤정년(김태리)이 당대 최고의 여성국극단에서 입단하며 소리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 <정년이>가 화제다. 정년이가 자신의 첫 국극 무대에서 '방자' 역할을 소화해 내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린 3화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성국극단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더해, 대중들은 배우들이 구사하는 수준급의 판소리에 놀라움과 찬사를 보내는 중이다. 정년이에 몰입하기 위해 배우 김태리는 3년간 소리 연습을 했고, 대역 없이 극 중 98%의 소리를 소화했다고(부족한 2%는 음향 보정 작업의 도움을 받았다).

관객은 점점 배우의 연기에 대해 사실성을 요구하고 있다. 배우들은 완벽주의와 집요함, 때론 미련함이 결합한 노력으로 관객의 기대에 부응한다. 오늘은 배역과 배우 사이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음미체(음악, 미술, 체육)를 수준급으로 마스터한 배우들을 모아봤다.

 


 

음악 영역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그것만이 내 세상>(2018)에서 자폐증을 앓지만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인물 진태를 연기하기 위해 배우 박정민은 말투와 걸음걸이, 손끝 동작 하나하나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특히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진태를 표현하기 위해 6개월간 하루 5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해 실감 나는 천재를 완성했다. 영화 속 피아노 장면에 따로 음향을 입혔지만, 연주 장면은 손 대역이나 컴퓨터그래픽 없이 배우가 직접 연주했다고. 박정민은 <라라랜드>(2016)에서 재즈 피아니스트로 분한 라이언 고슬링이 극 중 모든 피아노 연주를 대역 없이 소화한 것을 보고 직접 피아노를 연주해야겠다는 열정과 고집을 부렸다.

악보도 볼 줄 모르는 피알못(피아노를 알지 못하는)이었던 배우가 '정말 죽을 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 6개월 안에 어려운 클래식 곡을 마스터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재능과 노력에 성실함이 더해진 이 배우의 열연 덕분에 <그것만이 내 세상>은 관객 수 340만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박은빈
〈무인도의 디바〉 박은빈

 

성실함의 아이콘 박은빈도 바이올린을 마스터했다. 박은빈은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에서 명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도 바이올린이 좋아 4수 끝에 음대에 입학한 스물아홉 늦깎이 음대생 채송아를 연기하기 위해 굳은살이 매길 정도로 악기 연습에 매진했다. 아역 활동을 하면서도 바이올린을 놓지 않았고, 대학교에서도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들 정도로 관심을 가졌던 박은빈에게 송아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흉내만 내는 연주가 아닌, 전공생 수준의 연주로 보이고 싶었고 드라마 시작 전 6개월간의 연습을 통해 화제가 됐던 졸업연주 장면 등 드라마 속 연주를 대역 없이 소화해냈다. 배우 박은빈과 짝을 이뤄 유명 피아니스트 박준영을 연기한 배우 김민재도 극 중 대부분의 피아노 연주 신을 직접 소화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탄탄한 각본에 힘입어 클래식이라는 낯선 소재와 서정적인 이야기로 흥행이 쉽지 않을 거란 예측을 깨고 반전 시청률을 기록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방영 당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2023)에서 박은빈은 또 한 번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보여준다.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 서목하를 연기하기 위해 수준급의 춤과 노래를 소화한 것. 배역을 위해 6개월간 하루 3시간씩 43번의 레슨을 받으며 기타와 노래 발성을 배운 결과 박은빈은 가수 뺨치는 가창력으로 ‘무인도의 디바’ OST를 완성했고, 웬만한 가수 정규 앨범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재능이라 생각했던 것 뒤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고, 자신의 목소리로 배역의 진심을 전달하려 했던 배우의 마음이 있었다.

 


체육 영역

 

〈디바〉 신민아

 

다양한 작품에서 뛰고, 차고, 치고, 던지는 배우들이 있지만, 높이라는 공포를 극복해야 하는 다이빙과 스키 점프는 또 다른 차원의 스포츠다. 영화 <디바>(2020)와 <국가대표>(2009) 속 배우들의 도전이 더 위대해 보이는 이유다. 국내 최초로 다이빙을 소재로 미스터리 스릴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영화 <디바>에서 다이빙 선수로 완벽하게 변신하기 위해 배우들은 촬영이 시작되기 4개월 전부터 트램펄린 연습, 고난도 와이어 액션 등 지상 훈련과 함께 다이빙 훈련을 소화했다. 다이빙계의 퀸 이영을 연기한 신민아는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이빙대에 직접 올라 연기를 했고, 이영의 노력파 친구 수진으로 분한 이유영은 수진 그 자체가 되어 꾸준한 연습을 통해 낮은 높이에서 시작해 결국 높은 다이빙대에서 직접 뛰어내리기도 했다. 극 중 강렬한 인상을 남긴 수진의 10m 다이빙대 위 물구나무 신도 배우가 직접 해냈다.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국가대표> 속 스키대의 높이도 아찔하다. 거대한 도약대를 빠른 속도로 통과한 선수들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지만 배우에게는 트라우마를 안겨준 듯하다. <국가대표>에서 스키점프 선수 흥철로 분했던 배우 김동욱은 촬영을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던 김동욱은 “돈 받았으니까” 찍었다고, 자본주의의 힘이라 너스레를 떨었지만 높이나 물 등 특정 환경에 공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들 도전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이다. 배우들은 3개월의 훈련과 7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12층짜리 아파트 높이만큼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애썼다. 다행히 극 중 배우들이 직접 점프를 하지는 않았다. 배우들이 몸에 와이어를 묶고 점프대 위에 서 있다가 출발하는 순간까지만 찍고, 활강 후 점프 장면은 국내외 선수들이 대역했다. 착지하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다시 등장하면 비로소 스키 점프의 한 신이 완성된다. 

 


미술 영역

배우 김규리
배우 김규리

 

배역을 계기로 프로 미술의 세계로 들어선 경우도 있다. 배우 김규리가 한국화에 빠지게 된 계기는 지난 2008년 영화 <미인도>에 캐스팅되면서다. 혜원 신윤복 역할을 위해 영화 촬영 전 한 달 남짓 그림을 배우게 됐고 배역을 위해서 촬영 중에도 붓을 놓지 않고 그린 것이 습관이 되어 오늘까지 이어진 것. 십수 년 전의 그림과의 우연한 만남이 2021년 첫 개인전으로 꽃피우고 올해 벌써 7번째 개인전으로 결실을 맺었다. '혜우원'이라는 작가명으로 활동 중인 김규리는 전통회화의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익히며 한국화가 가진 전통성을 기반으로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하며 한국화 화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김규리를 화가의 길로 인도한 영화 <미인도>는 김규리의 과감한 연기변신과 뛰어난 영상미로 호평을 받으며 전국 232만 관객을 불러들여 흥행에도 성공했다.

 

문화기획자 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