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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 라스트 댄스〉 그래도 시리즈에 알맞은 완결편

성찬얼기자
〈베놈: 라스트 댄스〉 포스터
〈베놈: 라스트 댄스〉 포스터


마침내 에디 브록과 베놈의 마지막 장이 열린다. 10월 23일 개봉한 <베놈: 라스트 댄스>는 2018년 개봉한 <베놈>, 2021년 개봉한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에 이은 세 번째 '베놈' 실사 영화다. 소니픽처스가 당차게 준비한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유일한 시리즈, 유일한 흥행작 <베놈>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 <베놈: 라스트 댄스>는 시리즈를 갈무리함과 동시에 (아직 <크레이븐 더 헌터>가 남긴 했지만)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를 소생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 가깝다. 과연 <베놈: 라스트 댄스>는 이 막중한 임무를 해낼 수 있을지. 이 글이 공개되는 시점은 이미 개봉 직후겠지만, 그래도 시사로 먼저 만나본 <베놈: 라스트 댄스>의 후기를 적어본다. 



잘 하는 것에서 딱 한 발자국만 나아가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베놈: 라스트 댄스>는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모든 시리즈에서 세 번째 영화는 두 가지 운명 중 하나를 맞이한다. 전작들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성으로 시리즈에 완벽한 결말을 주거나, 혹은 전작들보다 더 뛰어난 영화를 만들려다가 시리즈를 망가뜨리거나. <베놈: 라스트 댄스>는 굳이 말하자면 둘 다 아니다. 이렇게 적는 것이 적합할 듯하다. “시리즈에 걸맞은 마무리를 짓는덴 성공했다”.
 

〈베놈: 라스트 댄스〉
〈베놈: 라스트 댄스〉


무슨 말인가 좀 더 설명을 덧붙이면, <베놈: 라스트 댄스>는 전작들과 거의 유사하다. 한마디로 시리즈의 마무리라는 무게감을 굳이 받지 않는다. <베놈: 라스트 댄스>의 선택은 빈약한 부분을 채워 넣는 것보다 이미 호평받은 부분을 강화하는 쪽이다. 때문에 전작들과 분위기나 구성도 거의 비슷한데, 반복적인 느낌을 덜기 위해 거기에 에디 브록에 대한 묘사와 볼거리를 더 첨가한 식이다.


2편에서 도망자 신세가 된 에디 브록(톰 하디)은 베놈과 함께 뉴욕으로 향한다. 과거 자신이 취재했던 비리검사를 협박해 자신의 누명을 벗으려는 것. 그 과정에서 심비오트의 창조자 널은 자신을 해방시킬 베놈을 포획하기 위해 새로운 종족 제노페이지를 지구로 보내고, 페인 박사(주노 템플)와 스트릭랜드 장군(추이텔 에지오포)은 심비오트를 연구하면서 베놈을 쫓는다. 에디 브록이 이 모든 추적에도 뉴욕에 도달할 수 있을지, 영화는 이 과정을 그린다.

 

에디 브록(톰 하디)〈베놈: 라스트 댄스〉
에디 브록(톰 하디)〈베놈: 라스트 댄스〉


여기서 영화는 인간 에디 브록에게 초점을 맞춘다. 뉴욕으로 향하던 도중 히피 같은 괴짜, 괴짜 같은 히피 마틴(리스 이판) 가족을 만난 에디 브록은 자신이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없음을 절감한다. 우여곡절 끝에 베놈을 파트너로 받아들인 에디 브록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한 가족의 모습은 그에게 평범한 인간의 삶이 너무나도 멀어졌음을 상기시킨다. 앞서 말한 대로 <베놈: 라스트 댄스>는 전작들처럼 대체로 가벼운 분위기를 이어가지만, 이 순간만큼은 에디 브록이란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포착하려 애쓴다. 그리고 톰 하디 역시 이 영화의 중추로 활약했던 만큼(그리고 연기력의 건재함을 증명하듯) 그 복잡한 마음을 최소한의 표정만으로도 전한다. 전편에서 베놈과 에디 브록의 티키타카에만 집중해 다소 평면적이었던 에디 브록에게 마침내 입체적인 캐릭터성이 부여되는 순간이다.
 

〈베놈: 라스트 댄스〉 대부분 도망자의 추레한 모습이지만 톰 하디의 멋진 모습이 잠깐 나온다.
〈베놈: 라스트 댄스〉 대부분 도망자의 추레한 모습이지만 톰 하디의 멋진 모습이 잠깐 나온다.


시리즈의 단순함을 장점으로

반면 전작들과 유사하다는 말은 전체적으로 전작들의 단순한 구도가 그대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대립하던 중 맞대결로 끝나는 식의 구성을 갖춘 전작들처럼 에디 브록/베놈이 쫓기다가 클라이맥스에서 대규모 액션 장면이 펼쳐진다. 그 과정에선 우연에 기댄 전개나, 과할 정도로 신규 캐릭터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점 등 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물론 신규 캐릭터를 평면적으로 그리지 않으려면 시간을 할애해야 하나, 이 영화가 그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않아 하는 말이다). 스토리나 이야기 구성에서 더 발전했길 기대한 관객이라면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단순한 구도는 관객들에게 극한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야심이 없는 <베놈: 라스트 댄스>는 전개를 꼬지도, 클리셰를 전복시키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관객은 마음 편하게 에디 브록과 베놈, 적들의 총격전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에디 브록과 베놈의 코믹한 대화, 널이 보낸 제노페이지의 포스, 그리고 예고편에서도 그려졌던 베놈 군단 총출동까지. 단순한 전개는 관객에게 그 어떤 걱정이나 기우, 미스터리를 남기지 않으니 관객으로선 그 장면장면에 몰입해 볼거리를 즐기면 된다. 기존 영화들의 캐주얼함이 분명 호불호 포인트였지만, 3편까지 이렇게 나오니 이처럼 캐주얼한 시리즈도 그만의 매력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베놈: 라스트 댄스〉
〈베놈: 라스트 댄스〉


물론 기존 <베놈> 시리즈가 가장 고평가받은 VFX는 이번에도 훌륭하다. 몇몇 할리우드 대작들이 엉성한 CG VFX로 혹평을 받은 것에 비하면 <베놈> 시리즈는 1편부터 지금까지 VFX만큼은 최상위급이다. 예고편에서 그려진 '말 베놈' 외에도 베놈이 여러 동물에 기생하며 스피디한 추격을 보여주는 액션 장면이나 베놈의 동족들이 등장하는 장면 등 VFX의 힘을 빌려 훌륭하게 재현한다.  
 

〈베놈: 라스트 댄스〉 널을 기대한 코어팬이라면 미리 실망할 각오를 하는 편이.
〈베놈: 라스트 댄스〉 널을 기대한 코어팬이라면 미리 실망할 각오를 하는 편이.


하나 걱정되는 부분은 팬덤에게 좋은 호응을 받을 수 있는지다. 시리즈의 마지막이기에 쓸 수 있는 카드는 전부 꺼내들지만, 그걸 적재적소에 썼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세계관에서 어마무시한 포스를 보여주는 널, 그리고 기대를 모았던 베놈 군단은 진성 팬일수록 더 실망스러울 가능성이 높다. 결국 코믹스 원작 영화는 라이트한 관객만큼 코어 팬덤의 지지도 중요한데, 이 부분에선 현지 반응이 좀 더 중요할 듯싶다.

 

〈베놈: 라스트 댄스〉
〈베놈: 라스트 댄스〉


<베놈: 라스트 댄스>는 전반적으로 이전 영화들과 비슷하다. 깊이 있는 영화는 아니나 얕고 넓은 영화로서는 그 기능을 충분히 한다. 버디 무비이자 히어로 영화이자 코미디이자 액션을 버무리고, 거기에 전작들보다는 훨씬 좋아진 캐릭터 묘사까지. <베놈> 시리즈가 보여줄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유종의 미에서 만족할 수 있을까.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에서 이제 남은 거라곤 <크레이븐 더 헌터>인데, 베놈처럼 전 세계적 인지도가 있지 않는 이상 이만한 성적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결국 <베놈: 라스트 댄스>는 흥행에 성공해야만 하는 운명을 짚어진 셈인데, 관객들이 어떻게 호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어떤 면에선 '시리즈에 걸맞은 결말'이란 것만 해도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 쿠키는 메인 크레딧 후 1개, 엔딩 크레딧 후 1개 있다. 다만 엔딩크레딧이 무진장 길고 사실상 세계관의 종말이 거의 눈앞에 있는 마당에 엔딩 크레딧 쿠키까지 챙겨볼 이유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