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올해 14회를 맞이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이하 프라이드 영화제)는 11월 7일(목)부터 13일(수)까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다. 국내 가장 큰 규모의 LGBTQ 국제영화제로 국내외 퀴어영화를 가장 발 빠르게, 폭넓게 만날 수 있는 장이다. 개막을 앞둔 올해 프라이드영화제의 핵심들을 먼저 만나보자.
개막작 <모두 다 잘될 거야>, 그리고 레이 영의 마스터 클래스

올해 개막작은 레이 영 감독의 <모두 다 잘될 거야>가 선정됐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라노마 부문에서 초청돼 최우수 장편 퀴어영화상(테디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감독 레이 영은 장편 데뷔작 <컷 슬리브 보이스>를 시작으로 <프론트 커버>, <아저씨 x 아저씨>까지 성 소수자를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진중하게 풀어내며 영화계의 인정을 받았다. 이번 작품 <모두 다 잘될 거야>는 전작 <아저씨 x 아저씨>처럼 노년을 보내는 성 소수자를 그리지만, 스스로를 감춰오다가 결심을 하게 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작과 달리 모두가 그의 성 정체성을 알지만 연인의 죽음 이후 법적 연인이 아니라 분쟁에 휘말린 레즈비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회적으로 LGBTQ가 용인된다고 하더라도 제한적인 시스템을 지목하며 현대 홍콩 속 성소수자의 현실을 포착한다.
국내 첫 공개되는 <모두 다 잘될 거야> 외에도 이번 프라이드영화제에서 레이 영의 전작들을 만날 수 있다. 또 레이 영이 참석해 자신의 연출론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마스터 클래스도 준비돼 레이 영의 영화를 지켜본 관객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안겨줄 예정.

폐막작은 한국 퀴어영화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는 이송희일 감독의 신작 <파랗고 찬란한>로 선정됐다. <후회하지 않아>, <야간비행> 등을 연출한 이송희일 감독은 졸업 작품으로 산불 재해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는 두 남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이하게도 실제 2022년 한반도 사상 가장 큰 산불이 일어난 강원도를 배경으로 하기에 현실적인 배경과 가상의 서사를 접목시켜 환경 문제 관련한 메시지도 담았다고. 박경복, 홍성관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홍콩 퀴어영화의 새로운 바람, 그리고 파이브 필름 포 프리덤

이번 프라이드영화제는 레이 영의 작품 외에도 세계적으로 놀라움을 안긴 홍콩 퀴어영화를 만날 수 있다. '홍콩 퀴어영화의 새로운 바람'으로 명명한 특별전은 <패왕별희>(1993) <해피투게더>(1997) <란위>(2001)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소녀>(2021) <녹야>(2023) 다섯 편으로 구성됐다. 홍콩영화가 세상을 제패하던 20세기 말, 찬란하게 빛난 장국영의 대표작을 비롯해 홍콩영화의 위신이 다소 떨어진 21세기도 그 자유정신을 보여준 영화들도 함께 한다. 이중 <녹야>는 중국배우 판빙빙과 한국배우 이주영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한국배우가 출연하고 한국이 배경이라 홍콩영화가 맞나 의아할 수 있지만 중국과 홍콩 합작영화다.


반면 전 세계의 LGBTIQ+ 영화적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섹션도 준비됐다. '파이브 필름 포 프리덤'으로 명명된 이 섹션은 프라이드영화제와 주한영국문화원, BFI플레어가 함께 준비했다. 세계 최초 온라인 퀴어영화제 'BFI 플레어 런던 LGBTIQ+영화제'의 상영작 중 5편을 선정해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퍼스트 키스> <커시브> <하프웨이> <리틀 원> <컴튼슨 22> 단편 5편은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아우르며 서로 다른 문화권에 놓인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한국 퀴어영화의 과거와 오늘

이번 프라이드영화제는 한국 퀴어영화의 족적과 이정표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먼저 매년 한국영상자료원과 진행한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1993년 영화 <가슴 달린 남자>를 상영한다. <가슴 달린 남자>는 여성의 지위 향상에 사회적인 한계가 있다고 느낀 김혜선(박선영)이 남장을 하고 성공 가도를 달리던 중 최형준(최민수)을 만나며 겪는 일을 그린다. 신승수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토대로 주위의 시선, 고정관념 등을 짚어내 당시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시했다.
한국 퀴어영화의 현재를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보이스'는 자생적으로 퀴어영화를 만든 단체와 개인을 주목한다. 20대~50대의 연령대에서 초보 감독 게이 네 사람의 퀴어 단편영화제작 워크숍 '색동영화'에서 올해 공개한 <미안해, 사랑해서> <일 나누기 이> <사춘기> 세 편을 상영한다. 프라이드영화제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퀴어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존중하며 2022년부터 색동영화의 단편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하며 눈길을 끈 정시현이 출연한 2017년 단편영화 <솔직하지 못해서>도 함께 상영할 예정이다.

설명한 섹션들 외에도 프라이드영화제는 현시대 퀴어영화의 맥을 짚어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이 준비돼 있다. 오랜 기간 숙고한 끝에 성전환을 선택한 엘리엇 페이지의 출연작 <클로즈 투유>, 휴가를 즐기던 커플이 버려진 호텔에서 사고를 당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라이트 폴> 등 비아시아권의 영화는 '월드 프라이드' 섹션에 구비돼있다. 데뷔작, 혹은 두 번째 작품을 연출한 신인감독들을 위한 '뉴 프라이드' 섹션은 수 이쉬안 감독의 <소녀들이여, 거센 비처럼>, 장 뤽 보네파치노 감독의 <소풍>, 팽주휘·왕핑웬 감독의 <어느 봄의 여정>등으로 퀴어영화의 동시대 흐름을 짚어볼 수 있다. 특별전 '네덜란드 퀴어영화 포커스'는 <섹스 사이런스> <하이 타이드> <그들의 아침> 등 2018년~2023년 공개된 네덜란드산 퀴어영화 상영으로 타문화권의 퀴어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전 세계 30개국에서 총 104편을 초청, 상영한다.
10월 25일 일반 예매를 오픈하고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 중인 프라이드영화제는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다양성-포용-자긍심-사랑-평등-연대 여섯 가지 핵심 가치를 외치며 한국영화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프라이드영화제는 올해도 관객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프라이드영화제는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