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퀄리, 시드니 스위니, 마이키 매디슨. 이 세 명의 여배우가 한 영화에서 만났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이하 <원어할>)에서 히피로 출연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선견지명일까. 세 배우는 모두 현재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90년대 여배우다. 지금에서야 떡상한 세 명의 여배우에 대해 정리했다.
히피 푸시캣 역 - 마가렛 퀄리

마가렛 퀄리는 <원어할>에서 다른 두 배우에 비해 비교적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클리프(브래드 피트)에게 지속적으로 플러팅을 날리는 거리의 히피 푸시캣이 바로 마가렛 퀄리다. 종일 버뱅크 대로에서 히치하이크하는 푸시캣은 관광객에게 할리우드 히치걸이라 불린다. 끝내 그녀는 히피들의 본거지로 클리프를 유인한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푸시캣 역을 맨슨 패밀리 여성들의 특징을 섞어서 구성했다. 마가렛 퀄리는 타란티노의 조언대로 촬영장으로 가는 출근길에 항상 찰스 맨슨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녀는 거침없는 걸음걸이와 요염한 눈빛으로 완벽하게 히피 푸시캣으로 거듭난다.

레즈비언 B급 코미디와 케이퍼, 추리의 결합. 영화 <드라이브 어웨이 돌스>는 이 모든 것을 해낸다. 에단 코엔 감독이 홀로서기한 이 작품에서 마가렛 퀄리는 자유분방하고 발랄한 주인공 제이미 역을 맡았다.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기묘함과 장난스러움을 넘나드는 영화의 톤에 들어맞는 장르 연기를 선보인다. 최근 그녀는 많은 감독에게 러브콜을 받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드라이브 어웨이 돌스>에 이어 컬트 코미디 영화 <허니 돈트!>로 에단 코엔 감독과 또다시 작업할 예정이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2024)에서 열연을 펼쳤다. 또 바디호러 영화 <서브스턴스>에서 데미 무어가 맡은 인물 엘리자베스의 환상을 반영한 캐릭터로 출연했다. <서브스턴스>(2024)는 올해 12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 <블루 문>에서 에단 호크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히피 스네이크 역 - 시드니 스위니

<원어할>에 출연한 세 배우 중에서 가장 찾기 어려운 배우는 시드니 스위니다. 아주 잠깐 등장하니 꼼꼼히 훑어봐야 한다. 스판 영화 농장에서 망을 보고 있는 히피 스네이크가 시드니 스위니다. 짧은 시간에도 그녀는 경계심 가득한 인물의 심리를 눈빛으로 드러낸다.

조연으로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다져오던 시드니 스위니는 HBO 드라마 <유포리아>로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았다.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그녀는 2024년 IMDb(인터넷무비 데이터베이스)에서 진행한 ‘팬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에게 수여하는 스타미터상을 받을 만큼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다. 섹스와 약물로 얼룩진 마라맛 하이틴 드라마 <유포리아>에서 시드니는 젠데이아가 연기한 루의 절친 캐시 역을 맡았다. 캐시는 인기를 누리다 전 남자 친구와의 섹스 동영상이 퍼지면서 교내 평판이 나빠지는 인물이다. 자기 외모를 통해 존재감을 증명하고 싶어 하고 내면의 불안을 갖고 있다. 시드니는 10대 소녀인 캐시가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 사랑에 대한 갈망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표현한다. 그녀의 넓은 감정 스펙트럼은 드라마의 경쾌한 순간과 절망적인 순간 모두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시드니 스위니는 <유포리아> 이후 영화 <페이크 러브>,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네 번째 작품 <마담 웹>에 출연하면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갔다. 현재 그녀는 권투 선수 전기 영화 촬영 중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출연 예정인 작품들도 줄줄이다. 폴 피그 감독의 신작 <하우스메이드>에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함께 출연할 예정이고, 섹시 대명사 캐릭터를 보유한 SF 모험 영화 <바바렐라> 리메이크작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또 마이클 피어스 감독의 스릴러 영화 <에코 밸리>에도 출연 예정이다.
히피 세이디 - 마이키 매디슨

마이키 매디슨은 <원어할>의 대미를 장식한다. 피 튀기는 광란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브래드 피트가 날린 습식사료 통조림에 맞고, 개에 물려서 비명을 지르며 발광하는 히피가 바로 마이키 매디슨이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여유를 즐기고 있는 풀장으로 뛰어든다. 결국 그녀는 디카프리오의 화염방사기로 인해 맥없이 죽어버린다. 마이키 매디슨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인 B급 감성 충만한 액션씬에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해주었다.

마이키 매디슨의 범상치 않은 비명 실력은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아노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 <아노라>에서 마이키는 뉴욕의 스트리퍼 아노라로 분한다. 아노라는 러시아 재벌 2세 이반(마크 아이델슈테인)과 결혼하고 신분 상승의 욕망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철없는 아들의 결혼 소식을 들은 이반의 부모가 하수인 3인방을 보내면서 그녀의 꿈은 좌절된다. 아노라와 이반이 신혼 생활을 이어가는 이반의 대저택에 하수인들이 들이닥치면서 그녀의 비명 쇼가 시작된다.

첫 주연작이 션 베이커 감독의 작품인 것은 의미 있다. 션 베이커는 배우들의 인지도나 스타성에 연연하지 않고 매 작품 배역에 가장 부합하는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 왔다. 그는 아노라 역에 마이키 매디슨만을 염두에 두고 각본을 써 내려갔다. 션 베이커는 열연을 펼쳐 준 그녀에게 “마이키 매디슨은 스스로 인물의 삶과 기술에 깊이 파고들었다. 그의 참여로 캐릭터는 아름답고 인상적인 방식으로 살아났다”며 존경을 표했다. 마이키는 이 작품으로 단숨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후보로 거론될 만큼 할리우드에서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그녀는 아노라를 연기하기 위해 인물이 쓰는 도시의 억양과 러시아어를 익혔다. 또 전문 댄서의 느낌을 내기 위해 폴댄스를 비롯한 필라테스, 발레, 사이클링, 스트레칭 등 다양한 피트니스 동작 수업을 병행하며 인물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