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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말 신인상 예약! 이토록 친밀한 채원빈과의 대화 “한석규 선배님, 되고 싶은 어른의 형상”

김지연기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용두용미’라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지난 15일 종영한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의 완성도를 담당한 주요 요소는 바로 베테랑 배우들과 신인급 배우들의 호연이다. 10화 내내, 신선한 얼굴들과 노련한 배우들이 마치 함께 연기 각축전을 벌이듯, 이름값을 모두 떼고 맞붙는 모양새였다. 한석규와 유오성, 오연수 등의 베테랑 배우들, 그리고 요즘 막 주가를 올리고 있는 새로운 얼굴 노재원과 <소년시대> <정숙한 세일즈> 등에서 활약한 김정진 등의 신인배우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극을 견고하게 만드는 데 앞장섰다.

 

가히 ‘올해의 발견’이라고 할 법한 배우 채원빈은 말할 것도 없다. 벌써부터 많은 이들이 한석규의 MBC 연기대상 수상을, 채원빈의 신인상 수상을 예측하는 가운데, 지난 18일 오후 아우터유니버스 사옥에서 배우 채원빈을 만나 ‘이친자’ 종영 소감을 비롯해, 작품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배우 채원빈. 사진제공=아우터유니버스
배우 채원빈. 사진제공=아우터유니버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첫 장편 드라마 주연작이에요. 종영 소감이 어떠세요.

 

주연이 아닐 때에도 촬영할 때 어려움을 많이 느꼈었는데, 주연을 하면서는 더욱 어려웠어요. 그래서 마음 단련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거죠.

 

‘이친자’ 제작발표회 때는 말씀하시면서 눈물을 보이셨더라고요. 주연의 부담감 때문이었나요? 너무 잘하고 싶어서 눈물을 보이신 것 같았어요.

 

저도 제가 얘기를 하면서 울 거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전혀 울 만한 얘기가 아니었는데, 연기가 잘 안 풀리는 부분이 있어서, 너무 잘하고 싶으니까. 그리고 속상함에서 끝난 게 아니라, 일을 끝내고도 해소되지 않는 감정이 집에 가서도 계속 남아있다 보니까, 그게 제 사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계속해서 우울감이 있고, 예민해지니까. 그런데 제가 제작발표회 때 눈물을 보인 것을 보고 어떤 분은 ‘감독님께 많이 혼났구나’라고 받아들이시더라고요. 그런 건 전혀 아니었고요. 오히려 감독님께서 제가 많이 힘들 때 솔루션을 주셨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시나리오에 관한 개인적인 고민과, (하빈이는 감정 표출을 하지 않는 아이이기 때문에) 슬픈데 표출을 못하니까, 제가 할 수 있는 표현이 많지 않았어서, 그게 계속 해제가 안된 채 있던 거죠.

 

그러면 평소에도 하빈이처럼 살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다 보니까 그런 우울감이 생기게 되신 건가요?

 

제가 집에서도 하빈이처럼 지냈다기보다는, 작은 자극에도 깊게 반응했던 것 같아요. 평소의 저라면 사실 넘겼을 법한 일들인데, 필요 이상으로 화가 날 때도, 슬플 때도 있었고, 부정적인 감정들이 너무 크게 왔어요. 그래서 저는 촬영을 하면서 (감정 표출이 적고 말이 없는 하빈에게 이입하다 보니까) 조금 체한 느낌이었어요. 꺼내지 못한 말들이 많아서, 울면서 털어버리고,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면서 촬영을 끝까지 했었죠.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채원빈 배우는 한석규 배우와 함께 ‘이친자’의 투톱 주연으로 참여했어요. 한석규 배우와 호흡하는 배우가 신선한 얼굴이라, 많은 시청자들이 새로움을 느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되셨나요?

 

굉장히 긴 시간 동안 미팅을 했어요.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 같은 장면을 계속해서 연기했고, 굉장히 날카롭게 보셨어요. 제가 연기를 하면 큰 화면에 담기는 저의 모습을 계속 보시고.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 저를 지지해 주셔서 제가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송연화 감독에게 본인을 하빈 역에 낙점한 이유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제가 그런 걸 물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초반에 제가 감독님께 자신없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예상한 범위에서 벗어나는 인물(장하빈)을 따라가기가 벅찼던 거예요. 너무 종잡을 수 없으니까 지쳐갈 때, 감독님께서 “하빈이는 동물적인 촉이 있는 배우가 해야 해. 하빈이는 그런 인물이야”라며 그런데 네가 그걸 가지고 있었고, 분명히 내가 미팅 때 봤다, 고민하는 건 좋은데 너무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송 감독이 말한 ‘동물적인 촉’이라는 게, 채원빈 배우가 연기를 직감적으로 한다는 뜻이었을까요?

 

그런 감각적인 부분에서 얘기를 하신 것 같아요. 되게 모순되게 들릴 수 있지만, 가장 어렵고 부담이 컸던 씬일수록 계산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냥 저를 믿었고, 감독님을 믿었고, 정말 그 순간에 집중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중반부터는 제가 이 인물에 동화되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제가 느껴지는 대로 표현을 하는 데에는 처음과 같은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게 몇 화를 촬영할 때쯤인가요? 혹은, 배우 본인이 하빈이에게 동화되고 있다는 걸 느낀 정확한 순간이 있었나요?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그걸 모르겠더라고요. 어떤 장면이, 순간이 계기가 됐던 것도 아니고, 매번 이 인물로서 말하고 생각하다 보니까, 물어보지 않아도 ‘얘는 이렇게 생각을 하겠구나’ ‘이걸 하려고 하는구나’ ‘이러려고 가는구나’라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채 배우가 하빈이를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처럼, 하빈이는 사실 한 단어로 축약해서 설명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인물이에요. 단순하게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등의 말들로 단어화할 수는 없고요. 보는 입장에서도 어려운데, 접근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을 것 같아요. 본인이 보고 연기한 하빈이는 어떤 인물인가요.

 

하빈이는 감정이 없는 친구는 절대 아니고요.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많이 미숙한 친구예요. 사실 제가 계산이나 계획을 하지는 않았고, 초반에는 감독님이 하빈이에 대한 소스를 많이 주셨어요. 그리고 점차 제가 본 하빈이가 합쳐지면서, 그 뒤로는 별 고민이 없었어요.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절제가 잘 안될 때, (감정의) 중간점을 잘 못 찾을 때 그랬었고요.

 

그래서 송 감독님이 ‘하빈아 감정이 너무 갔어’라는 말을 하곤, 감정을 덜어냈다고 하셨는데요. 마지막 화에서 아버지 장태수와 하빈이가 경찰서에서 처음으로 속내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이는 장면에서는 감정을 참기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해요. 오열할 법한 클라이맥스 장면이니까요. 그런데 둘은 눈물을 펑펑 흘리지 않아요.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분명 두 배우는 이 장면을 찍을 때 한 번쯤은 눈물을 폭발적으로 흘렸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분명 (시청자들에게) 가장 크게 와닿는 장면이지만, 하빈이는 감정 표현의 리밋(limit)이 있어요. 남들처럼 표현이 일반적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한 번만 더 찍고 싶다고 말씀드려서 감정을 다 털어냈었어요. 오열을 하면서, 정말 못 쓸 거라는 걸 알면서(웃음). 그냥 하빈이의 캐릭터성을 다 버리고 해보고 싶었던 거죠. 그러니 감독님께서 ‘방금은 완전 다른 사람 같았어, 하빈이 같지 않았어’라고 하셔서 ‘네 저도 압니다’라고 했죠(웃음).

 

송연화 감독. 사진제공=iMBC
송연화 감독. 사진제공=iMBC

 

본인이 범인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 같아요.

 

하빈이가 이 사건에 아무런 관련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듣지 않은 채로, 열린 상태로 촬영이 시작됐지만 어렴풋이 알 수는 있었어요. 왜냐면 하빈이가 범인이라면, 이 작품의 기획의도는 완전히 망가지기 때문에, 나는 아니겠거니라는 생각으로 했죠. 사실, 저는 ‘내가 범인일까?’보다 ‘누가 범인일까?’를 생각했죠. 사실, 저희 작품은 그래 보이지는 않지만 가족애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적으로 사건에 연관이 되어 있으면 얘기가 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처음 본인이 생각한 범인은 누구였나요.

 

처음에는 저희가 다 같이 구 경장(노재원)이라고 했어요(웃음). 정말 이유가 없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남을 위하는 사람이 잘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저희 모두가 그냥 색안경을 꼈던 거죠. 그래서 마지막에 범인이 나오고 좀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배우 채원빈. 사진제공=아우터유니버스
배우 채원빈. 사진제공=아우터유니버스

 

시청자들의 반응도 다 찾아보셨나요?

 

저도 보고, 친구들도 많이 보내줘요. 반응이 극명하게 나뉘는 게 너무 웃겼어요. 하빈이를 답답해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하빈이만 보면 너무 슬프다는 분들도 있고. 저는 대본을 보면서 양쪽의 감정을 다 가져본 사람이라, 그런 양쪽의 반응을 보는 게 재밌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시청자들은 ‘이친자’를 보며 하빈이를 답답해하기도 했어요. 그런 반응을 보면서 빨리 비밀이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은데요.

 

답답해 보이는 인물이 맞아요.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고, 제 캐릭터라고 해서 무조건 호감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것도 불가능한 거고. 숨기는 것도 많으니, 이해해달라는 생각보다는 나중에 비밀이 풀렸을 때 어떻게 보실까가 궁금했어요.

 

채원빈 배우는 <마녀2>에서는 액션, 그리고 <순정복서>에서는 복싱을 하셨어요. 나름대로 여러 가지 액션 연기를 하시면서 몸 쓰는 방법을 익히셨을 텐데요. 그간의 경험이, 최영민(김정진)과 숲속에서 싸우는 장면 등을 촬영할 때 도움이 되었나요?

 

영민이랑 숲속에서 싸우는 씬보다는, 오히려 민아(한수아)랑 모텔에서 머리채 잡고 싸우는 씬을 찍을 때, 저는 몰랐는데 리허설을 할 때 감독님이 중간에 끊으시면서 ‘하빈이는 너무 액션배우 같아’라고 하시는 거예요(웃음). ‘그렇게 멋있게 싸우는 장면이 아니야’라고 하시면서. 제가 머리채를 되게 액션틱하게 잡아버려서 그게 기억에 남네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현장 포토. 사진제공=i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현장 포토. 사진제공=iMBC

‘이친자’는 한석규와 채원빈, 베테랑과 신인이 주연으로 호연을 펼친 작품이에요. 함께 호흡한 한석규 배우를 가까이에서 보니, 그는 어떤 배우던가요.

 

제가 살면서 뵌 분 중에 단연 제일 멋있으신 분이에요. 제가 10년, 20년 뒤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했었는데, (한석규) 선배님을 만나 뵙고는 되고 싶은 어른의 느낌이 형상화된 것 같아요. 선배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할 정도로, 연기를 떠나서 정말 깨달음을 많이 주시는 분이었어요.

 

한석규 배우는 일상적인 말속에서 묵직한 무언가를 전해주는 화법의 소유자이기도 해요. 촬영장에서 항상 다른 배우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분이기도 하고요. 한석규 배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억에 남는 말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너무 많은데, 선배님은 항상 저에게 필요한 말들을 신기하게도 적재적소에 잘 해주셨어요. 항상 제가 고민하는 게 티가 났더라도, 관심이 없으면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인데, 그걸 꼭 짚어주시고 얘기를 해 주세요. 또 기억에 남는 건, ‘우리는 참 근사한 일을 하고 있다’라는 말이었어요. 한석규 선배님이 ‘요즘 세상에서 남에게 이렇게 공감하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을 이해하고 표현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이니’라고 하시는데 순간 지쳐 있다가도 너무나 잘 해보고 싶은 거예요. 늘 그런 말들로 저에게 사기를 불어넣어 주셨어요. 멋지고, 와닿는 말이더라고요.

 

한석규 배우뿐만 아니라 유오성, 오연수 배우 등과도 합을 맞췄어요. 선배들과 함께 연기한 소감은 어땠나요.

 

유오성 선배님과는 <스위트홈>에서 짧게 한 씬을 함께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더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오연수 선배님께서는 정말 상냥하셨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평소의 모습에 지수(오연수)가 겹쳐 보일 때도 있었고요. 굉장히 멋있고 터프한 부분도, 유쾌한 부분도 있으시고, 가끔은 너무나 밝으셔서 힘드시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엄마가 굉장히 힘든 장면들밖에는 없었거든요. 기억에 남는 건, 그때 지수가 약과 술을 먹고 태수(한석규)와 싸우는 장면을 굉장히 오래 찍었을 때였는데, 끝나고 (오연수) 선배님을 보니까 너무 수척해지신 거예요. 그런데 제가 다음 제 신을 준비하려고 올라가는데, 오연수 선배님께서 저에게 ‘하빈이 힘들겠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늘 그렇게 자신보다 저의 안부를 많이 물어봐 주시는 분이었어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현장 포토. 사진제공=i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현장 포토. 사진제공=iMBC

이어진 역을 맡은 한예리 배우와도 호흡을 맞췄어요. 특히, 8화에서 어진과 하빈이 카페에서 만나는 장면은 굉장히 긴장감의 밀도가 높은 신이었는데요. 하빈이가 컵을 깨뜨리기도 하고요.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어떠셨나요?

 

하빈이는 사람을 많이 안 만나는 인물이다 보니까, 그 씬은 새로운 환경이었어요. 한예리 선배님은 어진이와는 굉장히 다른, 귀여우시고, 발랄하시고, 장난기도 많으신 분인데 어진이를 연기하자마자 그렇게 딱딱한 인물로 변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 장면에서 처음 예리 선배와 함께 인물로서 대사를 주고받았는데, 그런 점에서 놀라웠어요. 컵 깨뜨리는 건 많이 힘들었죠. 정해진 위치에 떨어뜨려야 하고, 부상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을 해야 하고.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배우 채원빈. 사진제공=아우터유니버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배우 채원빈. 사진제공=아우터유니버스

 

하빈이와 배우 본인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아예 다른 성격인 것 같아요. 차분함은 어느 정도 비슷한 것 같은데,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차분함이랑은 거리가 멀어요. 집에서는 막내라서, 생각하시는 전형적인 막내딸의 이미지예요.

 

지금 말씀하시는 목소리 톤은 ‘이친자’ 속 하빈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사실, 전작 <스위트홈> 등과는 목소리 톤이 아예 딴판이잖아요. 하빈이를 연구하며 목소리까지 다듬었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저한테 이런 목소리가 있을 거라고는 하빈이를 연기하면서 처음 알았어요. 점점 더 이렇게 나오게 됐는데, 그래서 초반에는 후시 녹음을 한 장면이 몇 있었어요. 몇 장면은 후반부를 촬영하다가 동시에 현장에서 목소리를 녹음한 적이 있을 정도로 (점차 목소리가 낮아졌어요). (후시녹음이 필요한 장면은) 제가 들어도 ‘왜 이렇게 말했지’ 싶을 정도로 다른 거예요. 그래서 감독님이 후시 녹음을 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시기도 전에 제가 듣고 ‘제가 너무 떠 있네요’라고 했어요.

 

그럼 처음 내보는 목소리였던 거네요.

아니면 원래 가지고 있는데, 제가 눈치를 못 챘을 수도 있죠.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촬영 현장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촬영 현장

목소리도 낮은 중저음이지만, 하빈이의 말투도 독특해요. 항상 억양이 없는 말투를 사용하고요.

 

맞아요. 하빈이가 가장 어려웠던 건, 정말 작은 순간도 삐끗하면 너무 인물이 확 이상해져 버리는 거였어요. 말투나 억양에서 감정이 드러날 때도 있는데, 그런 거는 완전히 배제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하빈이를 할 때는 ‘내 속내를 듣는 사람이 몰라야 한다’라는 게 있다 보니까 그렇게 나왔던 것 같아요.

 

또, 하빈이는 자세도 항상 흐트러짐 없이 곧은 자세를 유지해요. 항상 꼿꼿하고, 책상에 앉아 있을 때에도 곧고 바르더라고요.

 

인간미가 없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사소한 부분들에서도 ‘이 인물이 어떤 사람이다’라는 소스를 주고 싶지가 않아서. 항상 베일에 쌓여 있는 인물이어야 하다 보니까. 그래서 하빈이의 방을 보면 책장도 그렇고 취향을 알 수 있다거나, 인물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없어요.

 

조금 곁가지로 샌 얘기일 수도 있는데, 극중에서 하빈이가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보잖아요. 악의 평범성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라서, 저는 그 장면 볼 때까지만 해도 하빈이가 무서운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사실, 대본에는 ‘화면에 여자가 서럽게 울고 있다. 그걸 보는 하빈’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어떤 영화가 들어갈지는 저도 들은 바가 없었는데,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제가 보지는 못했지만 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이 의도를 가지고 그 장면을 쓰신 것 같아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배우 채원빈. 사진제공=아우터유니버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배우 채원빈. 사진제공=아우터유니버스

‘이친자’의 송연화 감독은 한석규 배우가 연기대상, 채원빈 배우가 신인상을 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 기사를 보자마자 이미 상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사실, 감독님의 말씀이 저에게는 가장 큰 의미고, 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감독님께서 저에게 신인상을 주고 싶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너무 감동이었어요.

 

촬영할 때에도 송연화 감독이 채 배우에게 칭찬을 많이 했나요?

 

감독님께서 굉장히 섬세하세요. 연출하는 부분만 봐도, 다 그 섬세함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배우들을 항상 잘 살펴주시고. 그리고 현장에서 내색하지는 않으시는데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갈 때 격려해 주시고, 중간중간 따로 문자도 보내주시고. 제가 하빈이 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던 모습을 보시고, 감독님께서 미안하다는 말도 하셨었는데 그 말이 저한테는 너무 감동이고 제가 오히려 좀 죄송했죠. 항상 되게 그런 분이세요.

채원빈 배우는 한석규 배우의 둘째 따님과 같은 병원에서 이틀 차로 태어났다고 해요. 서로 그 사실을 알게 된 것 자체가 굉장히 놀라운데요. 그 얘기는 한석규 배우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빠에게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너 퇴원하는 날 병원에서 한석규 배우 봤다고.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작품에서 부녀로 만났으니까, 제가 꼭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몰아보면 더욱 재밌을 드라마 같아요. 혹시라도 아직 드라마를 안 보신 분들에게, 이 작품을 정주행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면요.

 

‘이친자’는 매화에 궁금하게 만드는 엔딩이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그걸 겪지 않으셔도 되니까 (지금 몰아보기 좋고). 또, 저희 드라마가 그렇게 길지 않잖아요. 10화니까, 몰아보기 딱 좋아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배우 채원빈. 사진제공=아우터유니버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배우 채원빈. 사진제공=아우터유니버스

 

‘이친자’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채 배우의 차기작이 방송돼요. 차기작은 12월 18일부터 방송될 KBS2 드라마 <수상한 그녀>인데요. <수상한 그녀>는 언제 촬영하셨나요? 맡은 배역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요.

 

공개 시점이 ‘이친자’ 이후가 됐는데, 사실 촬영은 더 먼저 했어요. <수상한 그녀>는 올해 3월에 촬영이 끝났고요, 3월 말부터 ‘이친자’ 촬영을 시작했어요. 사실상 저에게 차기작은 ‘이친자’였는데 공개가 먼저 된 거죠. 되게 좋은 시기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상반된 역할이에요. <수상한 그녀>에서는 엄청 발랄하고, 외향적이고, 귀엽고,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인물이에요. 실제로도 촬영을 굉장히 즐겁게 했었고, 촬영장에서는 친구들이랑 있을 때의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그 현장에서는 늘 밝았거든요. 그래서 <수상한 그녀>의 박용순 감독님께서는 저를 굉장히 외향적인 사람으로 보세요. 그래서 제가 ‘감독님, 저 I(내향형)라니까요’라고 했는데 ‘네가 무슨 I야’라며 끝까지 설득하지 못했어요. (웃음)

 

데뷔 초, 채원빈 배우는 ‘신비감을 가진 배우’라고 본인을 소개하셨어요. 지금은 본인을 어떤 키워드로 얘기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소개한 건 아니고요(웃음). ‘앞으로가 더 궁금한 배우’요. 왜냐면 계속해서 이 배우가 이런 인물을 연기할 땐 어떨까, 이런 작품에 나오면 어떨까를 궁금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