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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6관왕! 이토록 친밀해진 배우 채원빈의 매력이란

김지연기자
〈야당〉 

영화 <야당>이 3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야당>은 ‘익숙함 속 신선함’을 무기로 흥행하는 모양새다. 이미 수백 번 반복되어 닳고 닳은 줄로만 알았던 익숙한 소재의 범죄 액션 영화는 매끄러운 연출에 힘입어 극장가에 모처럼 숨을 불어넣고 있다.

 

<야당>의 ‘익숙함 속 신선함’을 책임진 요소들을 꼽자면, 배우들의 호연과 캐릭터의 개성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의 ‘야당’을 관객에게 단번에 납득시킨 강하늘은 물론이고, 검사 역의 유해진, 형사 박해준, 그리고 안하무인 정치인 2세 류경수까지. 그러나 <야당> 속 신선함이라면, 엄수진 역할을 맡은 채원빈의 존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채원빈은 1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야당>의 엄수진 역을 꿰찼다. <야당> 황병국 감독의 말에 따르면, 그가 채원빈을 발탁한 이유는 ‘100명 중 가장 다른 연기’를 보여줘서였다. 그의 말처럼, 채원빈의 인물들은 신선하다. 어딘가 궁금한 데가 있다.

 

〈야당〉 

<야당>의 엄수진은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유명한 배우였지만, 어쩌다가 마약에 손을 대어 한순간에 추락한 인물이다. 엄수진은 첫 등장 신에서 형사 오상재(박해준)에게 마약 투약 사실을 고백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는 자신의 한순간의 선택이 이렇게나 큰 파장을 불러올 줄 몰랐던 어린 양처럼 두려움에 바들바들 떤다. 그러나 이내 그는 극의 ‘빌런’들을 잡아내는 데에 앞장서는, 일명 ‘성장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나쁜 건지 모르고” 마약에 손을 댔던 엄수진은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야”라며 수동적인 인물에서 능동적인 인물로 변화하며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이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유약하지만 강단 있는 엄수진. ‘유약’하고 ‘강단’ 있는 캐릭터란, 두 가지의 모순된 면모를 품은 인물이다. 그러나 어울리지 않을 법한 양 극단의 모습을 동시에, 또 조화롭게 표현해 내는 것이 채원빈의 특기이기도 하다. 채원빈은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 선과 악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는 연기를 탁월하게 소화해냈고, 신인상 6관왕이라는 값진 결과를 낳았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속 채원빈의 연기는 절제되어 오히려 폭발적이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그토록 파괴력 있는 후반부를 보여줄 수 있었던 데에는, 미스터리의 실타래를 촘촘히 감아놓은 채원빈의 몫이 컸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송연화 감독이 이르길, 그가 채원빈을 장하빈 역에 낙점한 이유는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배우여서였다. 물론 ‘본체’ 채원빈과 장하빈은 닮은 구석이 전혀 없는 인물일지라도, 본체와 배역은 ‘동물적인 감각’의 소유자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만나게 되었다.

 

제61회 백상예술대상 with 구찌. (사진제공=JTBC)

 

“저를 가장 두렵게도 하고,

벅차오르게도, 행복하게도 하는 연기를 평생 하고 싶습니다”

제61회 백상예술대상 with 구찌, 배우 채원빈의 방송 부문 신인연기상 수상소감 중

 

채원빈은 마치 장하빈처럼 예리한 시각으로 캐릭터의 디테일을 설계하고, 눈빛과 몸짓, 말투 등으로 독특한 기운을 전달하는 배우다. 채원빈은 그의 연기만큼이나 신비롭고도 다채로운 얼굴과 목소리를 지녔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속 한석규의 딸로 단숨에 신인상을 휩쓴 스타 같지만, 사실 채원빈은 복서부터 아이돌 연습생, 조선시대 무당, 살인마 등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경험해 본 데뷔 6년 차 배우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자면 “정말 열심히 살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대사 한 마디를 던졌는데, 시선이 간다”라는 평을 듣던 신인은 여전히, 일상적인 말을 해도 라디오를 틀어 놓은 것 같은 목소리와 날카롭고도 생생한 표현력, 그리고 신선한 매력으로 다채로운 얼굴을 표현하고 있다.

 

〈마녀 Part2. The Other One〉 
〈마녀 Part2. The Other One〉 
〈수상한 그녀〉 
〈수상한 그녀〉 

채원빈은 <마녀 Part2. The Other One>(2022)의 토우 대장 역으로 광기 어린 액션을 선보여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한편, KBS 드라마 <순정복서>에서는 대역 없이 복서 역할을 소화했다. 더불어 KBS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는 아이돌 지망생으로 분해 노래와 댄스, 랩까지 겸했으니, 이쯤 되면 ‘신인’ 배우라는 호칭이 괜스레 민망해지기도 한다.

 

신인답지 않은 그의 수많은 도전은, 채원빈이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수상소감에서 연기를 “가장 두렵기도 하지만, 벅차오르게도, 행복하게도” 하는 일이라고 표현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히려 부단히 노력한 결과가 바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장하빈이고, <야당>의 엄수진이고, <스위트홈>의 하니다.

 

채원빈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종영 이후 진행한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가 더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친 적 있다. 결과적으로 그는 백상을 비롯한 신인상을 휩쓸었으니, 많은 이들이 채원빈을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듯하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