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아나 2
감독 데이비드 G. 데릭 주니어
출연 아우이 크라발호, 드웨인 존슨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길을 개척하는 캐릭터, 그렇지 못한 영화
★★★
<모아나 2>가 한층 성장한 길잡이 모아나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해진 길만 길이 아니며 조금 헤매도, 다른 길로 가도 괜찮다는 것.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 되는 모아나의 여정은 길잡이가 필요한 이들의 이정표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영화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보다는 전편의 성공가도를 그대로 따르며 메시지와 상반된 보법을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2편이 더 큰 모험과 위기가 기다리는 3편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에 다소 맥 빠지는 것도 사실. 전편에 비해 영화가 끝나고도 귀에 남는 넘버가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것도 약점이 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모아나와 디즈니 기술력의 성장
★★★☆
8년 만에 돌아온 <모아나> 속편. 부쩍 성장한 모아나가 이번엔 팀을 꾸려 거대한 모험에 나선다. 전편에선 모아나가 스스로 살길을 찾는 법을 배웠다면, 2편에선 다른 길을 가는 법을 배운다. 기존 캐릭터와 새로운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가운데 항해 장면과 액션의 기술력은 전편에 이어 오션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에 한 획을 긋는다. 빌런 설정, 음악과 볼거리, 주제의 확장 등 속편의 야심으로 출렁이는 데 단점보단 장점이 더 크게 작용한다.
아가미
감독 유승원
출연 유승원, 정가현, 이영석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빈 집
★★★
집을 나와 극단 생활을 하던 승원(유승원)은 아버지의 부고 소식으로 7년 만에 과거 가족이 살던 집에 간다.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집에서 홀로 살아가는 승원. 이때 찾아온 이복남매 가현(정가현)은 자신의 엄마와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영화 <아가미>는 공허함으로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그 근원엔 가족의 부재가 있으며, 빈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그곳의 삶은 점점 그의 숨통을 조여온다. 이렇다 할 사건은 없지만, 인물의 황량한 내면적 풍경을 영화의 공기에 담아내는 적절하게 담아낸 영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청춘은 오래 그곳에 남아
★★★
장편 데뷔작에서 연출과 주연을 맡은 유승원 감독의 젊은 패기와 뚝심을 지켜보게 되는 영화다. 아버지의 부고로 재회한 이복남매가 아버지의 집에 함께 머무르는 이야기를 미스터리 구조로 풀어나가면서 청년들의 불안, 가족이라는 이름의 상처를 건드린다. 오래된 시골집과 메마르고 황량한 겨울 풍경, 소품이 주는 상징성이 이 영화의 숨통과 같다.
아침바다 갈매기는
감독 박이웅
출연 윤주상, 양희경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묵직하게 압도하는
★★★★
전작 <불도저를 탄 소녀>(2022)가 주인공 혜영(김혜윤)이 한 방향으로 돌진하는 영화였다면, 박이웅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아침마다 갈매기는>은 영화 전체가 관객을 압도하듯 묵직하게 전진한다는 느낌을 준다.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인물 사이의 관계를 펼쳐 나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거의 차력쇼에 가까운 배우들의 퍼포먼스와 그 앙상블을 만들어낸 감독의 솜씨다. 윤주상, 양희경, 박종환, 박원상을 비롯해 역할의 비중과 상관없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이미지는 완벽한 합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거친 바닷가의 삶을 담아낸 영화는 과거 한국영화가 지녔던 질박한 리얼리즘의 전통을 연상시키는 펄떡거리는 힘을 지녔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인생의 모진 풍파가 남긴 짜디짠 소금기처럼
★★★☆
이 영화는 동시대에 명확히 존재하지만 자세히 조명되지 않았던 어떤 풍경을 들여다본다. 흔하지 않아 귀한 시선이다. 폐쇄적 공동체의 오래된 가치에 맞서 새롭게 살기 위한 몸부림. 인생에 불어닥치는 모진 풍파가 남긴 소금기를 온몸에 덕지덕지 묻힌 채 살아가는 사람들. 투박한 질감으로 담아냈지만, 그 아래 선연하게 흐르는 진한 눈물의 맛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풍랑과도 같은 감정적 여운이 보는 이의 마음에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긴다. <불도저에 탄 소녀>에 이어 자신만의 영화적 박력을 보여주는 박이웅 감독의 행보가 인상적. 중견배우 윤주상, 양희경이 선보이는 관록의 연기는 농도 자체가 다른 차원의 감성을 보여준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한국 영화의 희망
★★★☆
고집스럽다. 연출도, 캐릭터들도, 배우들의 연기도 좀처럼 타협할 줄 모른다. 이 한결같은 고집덕분에 영화에 풍덩 빠져들어 등장인물들과 한배를 타고 삶이라는 망망대해를 헤쳐나갈 용기를 얻는다. 박이웅 감독은 데뷔작 <불도전에 탄 소녀>(2022)와 비슷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전편보다 맹렬한 연출로 어촌마을을 배경으로 한 인간 군상극을 힘 있게 그렸다. 윤주상의 휘몰아치는 연기 덕분에 주인공 선장은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캐릭터로 남는다. 또 다른 주연 양희경과 조연을 맡은 박종환, 카작, 박원상도 명장면을 선사한다. 올해 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의 쾌거를 거둬들였다.
여름날의 레몬그라스
감독 맹걸 라이
출연 리무, 조우녕, 누준석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대만 청춘영화 클리셰의 총합
★★★
동명의 베스트셀러 로맨스 소설을 영화화한 <여름날의 레몬그라스>는 장르의 클리셰와 신파적 감성과 과장된 표현과 전형적 캐릭터가 뒤엉킨 청춘영화다. 예상했던 대로 조금은 유치하고 대부분은 예상 가능한 경로로 진행되는데, 초반부만 잠깐 견디면(?) 곧 이 영화의 분위기에 빠져들어 별 거부감 없이 보게 된다. 대만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 뻔할 수 있는 영화지만, 적절한 캐스팅이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레몬그라스처럼 상큼한 대만 로맨스
★★★
발랄하고 왁자지껄한 매력으로 가득 찬 대만 청춘 로맨스 영화. 대만 작가 마키아토의 동명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우연과 인연으로 얽힌 세 친구의 사랑과 성장을 밝게 그렸다. 학창 시절의 소동을 코믹하게 연출해 웃음을 주고, 첫사랑과 삼각관계 등 로맨스 공식에 따스한 정서를 한껏 주입했다. 대만 청춘스타 이목, 루준석, 조우녕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
극장판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
감독 마츠야마 히로아키
출연 스다 마사키, 마츠시타 코헤이, 마치다 케이타, 하라 나노카, 하기와라 리쿠, 시바사키 코우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어김없이 휘감기는 토토노의 매력
★★★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사건에 가담되는 대학생 탐정 쿠노 토토노의 히로시마 출장기. 엉뚱하고 침착한 성정의 소유자 토토노는 여전히 매력적이며, 추리물 본연의 정체성답게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탄탄하다. 사건을 의뢰한 시오지의 수수께끼, 사람들의 민낯이 드러날 때마다 새로운 국면을 맞는 흐름도 좋은 편. 잘못된 과거사를 자신들의 세대에서 깨끗하게 청산하고,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것들의 위치를 바로잡으려는 후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은 일본 작품임을 감안할 때 더 과감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기존 TV 시리즈의 세계관을 전혀 모르는 관객들 역시 무난하게 즐길만한 극장판.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추리보다 캐릭터!
★★★
동명의 인기 만화를 옮겨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 그 드라마를 극장으로 옮긴 작품. 범인을 추적하는 ‘후더닛(whodunit)’ 구조의 추리극이다. 유산 상속을 둘러싼 한 가문의 죽음이 도깨비 전설과 과거사 청산이라는 주제와 맞물리며, 다채로운 맛을 낸다. 추리보다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건 캐릭터 개성이다. 원작 만화의 인기 요인이기도 했던 탐정 토토노의 엉뚱하지만 천재적인 매력이 배우 스다 마사키를 통과하며 잘 구현됐다. 원작 세계관을 모르는 관객이 관람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볼수록 빠져드는 미스터리 드라마라 부르고 싶다
★★★☆
일본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 드라마 시리즈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의 첫 번째 극장판. 곱슬머리 대학생 탐정 토토노가 이번엔 사건 해결을 위해 히로시마로 향한다. 드라마화되지 않은 원작 만화의 인기 에피소드인 ‘카리아츠마리 가문 유산상속 살인사건’을 다뤄 팬심을 달군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스즈메 목소리를 연기한 하라 나노카를 비롯해 마츠시타 코헤이, 시바사키 코우 등 새로운 호화 출연진이 극장판을 빛낸다. 원작 드라마 팬들이라면 쿠키 영상에 웃음 지을 수밖에 없다.
에시드 레인: 죽음의 비
감독 저스트 필리포트
출연 기욤 까네, 라에티샤 도슈, 파시앙스 뮌션바흐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환경 재난 영화
★★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이상으로 치명적인 산성비가 내린다는 설정의 재난 영화. 이 장르의 클리셰인 ‘가족 서사’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현재 지구가 겪고 있는 병적 상황을 다소 극단적으로 보여주는데, 영화 속 산성비는 거의 염산에 가까운 화학 물질 수준의 재앙이다. 장르 영화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 이야기 전개에도 개연성이 부족한 대목들이 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기후위기 경종 울리는 프랑스 재난 영화
★★☆
메뚜기떼의 공포를 그린 넷플릭스 호러 영화 <더 스웜>(2021)으로 주목받은 프랑스 감독 저스트 필리포트의 신작. 재난의 스펙터클보다 현실적인 재난을 그려온 감독이 이번엔 자신의 단편 <애시드>를 확장해 전작에 이어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의 공포를 또다시 다룬다.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산성비를 소재로 기후 대재앙을 경고하고, 노동자 아버지가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가족애를 일깨운다. 노동자 문제로 시작하는 참신한 설정을 제대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초심과 갈피를 잃는 형국이지만, 자연재해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만큼은 생생하게 보여 준다.
모래바람
감독 박재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모래판의 여전사들
★★★☆
한때 대중적 스포츠로 전국민적인 관심과 사람을 받았지만 이젠 예전만 못한 민속씨름, 그 중에서도 여자 씨름의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모래판 위에서의 경기 장면보다는 그들의 일상과 생각과 인물들 사이의 관계 등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씨름을 “살가운 운동”이라고 말하는 그들은 ‘경기장의 상대’라는 적대 관계보다는 ‘씨름을 하는 사람’이라는 동질감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한국 여자씨름의 상징적 존재인 임수정의 에피소드는 울림을 주는데, 모든 후배의 롤모델이자 넘어야 할 목표로 살아가는 그는 부담감과 책임감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한다. 군더더기 없는 다큐.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잘 봐, 힘 센 언니들 싸움이다
★★★
최초의 여자 천하장사 임수정을 비롯, 송송화·양윤서·김다혜·최희화 등 2015년 창단돼 씨름계를 휩쓸었던 ‘콜핑’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유명한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가 생각난다. 나이나 서열이나 암투가 아니라, 실력으로 서로를 추앙하는 경쟁자들의 모습이 ‘리스펙’을 부른다. “그냥 좋았었어.” 52세의 송송화 선수가 은퇴식에서 눈물 흘리며 남긴 말은, ‘좋아서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일깨운다. 나이에 대한 편견, 여자 몸에 대한 편견을 메다꽂기 하는 다큐이기도.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천하장사 마돈나들
★★★
한국 여자 씨름 선수들을 조명한 여성 스포츠 다큐멘터리 영화. 1999년에 여자 씨름이 시작됐고, 2009년에 첫 여자 천하장사가 나왔다는 정보 전달부터 임수정, 송송화, 양윤서, 김다혜, 최희화 등 씨름 선수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소임을 다하는 영화다. 비인기 종목, 선입견과 편견을 가볍게 뒤집는 선수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스포츠의 감동과 희망을 전한다. 이 영화로 인해 여자 씨름 팬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에드워드 호퍼
감독 필 그랍스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그 자체가 하나의 길”이었던 에드워드 호퍼
★★★
“미술사나 모더니즘 역사라는 맥락에서 보면 호퍼의 길은 어디에도 열결되지 않습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길이죠.” 2023년 국내에 첫 전시 돼 흥행한 에드워드 호퍼의 세계를 스크린에서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작가와 도시의 관계성, (어딜가나 눈에 띌 수밖에 없는) 2미터 가까운 장신이라는 외형이 작가의 작품 세계에 미친 영향, 수채화처럼 그의 그림 세계에 녹아든 아내 조세핀과의 개인적인 일화 등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세계를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록들이 이어진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주석들이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쏟아지는데, 그러한 평론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그걸 그렇게 해석할 수 있군!’ 에드워드 호퍼를 알고 싶다는 이에게 추천할 만한, 꼼꼼한 기록의 다큐멘터리.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호퍼의 모든 것
★★★
가장 미국적인 작가이자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삶과 예술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94점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설과 더불어 가정 환경, 반려자이자 조력자였던 조세핀 호퍼와 관계 등 인간적 면모를 심도 있게 다뤘다. 지난해 한국에서 개최된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를 본 관객이라면 복습, 심화 차원에서 반갑게 볼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