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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친구 하기 딱 좋은 한국영화와 드라마 5편

씨네플레이

2024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트렌드를 꼽을 때 ‘음식’을 빼놓을 수가 없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지핀 음식과 요리사의 엄청난 관심도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본능을 떠나 하나의 문화였고 대단한 사회현상이었다. 이처럼 요리에는 맛이라는 콘텐츠가 있으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있고,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싶은 정서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음식과 요리를 테마로 한 한국드라마와 영화 5편을 소개해보기로 한다. 음식에 군침을 삼키다가, 직접 요리를 하고 싶게 하고, 더 나아가 한 편 틀어두고 보기 좋은 밥친구가 될 것이다.

 

식샤를 합시다 – 본격 혼밥 필수 시청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식샤를 합시다〉

1인 가구가 보편화된 만큼 드라마 역시 1인 가구를 위한 작품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만큼 딱 어울리는 작품이 없을 것이다.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는 혼자 사는 싱글남녀들의 일상을 음식과 연결한 드라마다. 매 에피소드마다 1인 가구의 이야기를 공감대 있게 그려내며 시즌 3까지 이어진 장수 콘텐츠. 1인 가구가 밀집한 오피스텔을 배경으로, 그들의 고충과 살림 노하우, 이웃 간의 에피소드 등이 ‘먹방 라이프'와 함께 펼쳐진다.

시즌1은 혼자 식사하는 게 어색한 이혼녀 이수경(이수경)과 친화력 넘치는 자취생 구대영(윤두준)을 중심으로 1인 가구의 일상과 로맨스를 스릴러 코드에 엮어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먹방 블로거이기도 한 대영 캐릭터가 에피소드마다 다채롭고 맛깔스러운 먹방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시즌 2, 3의 주인공을 차지했다. 시즌2에서는 이사 간 새 집에서 이웃으로 만난 초등학교 동창 백수지(서현진)와의 이야기가, 시즌3에서는 30대 중반이 된 대영이 12년 만에 재회한 이지우(백진희)와 20대 시절의 음식과 추억을 공유하는 내용이 주축을 이룬다. 보는 내내 화려하지 않지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로 군침을 자극한다.

 

기름진 멜로 (2018) – 기름보다 더 뜨거운 연애담

〈기름진 멜로〉
〈기름진 멜로〉

​배달 어플로 다양한 음식을 손쉽게 집에서 먹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배달하면 짜장면, 짬뽕, 탕수육의 콤보로 들어가는 중국집이 먼저 떠오른다. SBS 드라마 <기름진 멜로>는 바로 이런 동네 중국집 주방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연애담을 그린 드라마다.

호텔 중식당 셰프에서 하루아침에 손님 없는 동네 중국집으로 주방으로 추락한 서풍(준호), 파산한 재벌가의 딸 단새우(정려원), 사채업자 겸 동네 중국집 사장 두칠성(장혁)의 삼각 로맨스와 주방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파스타>(2010)로 요리 드라마 열풍을 일으켰던 서숙향 작가가 각본을 맡아 “달궈진 웍 안의 펄펄 끓는 기름보다 뜨거운 연애담”을 맛깔스럽게 그려낸다. 여기에 식욕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중화요리가 시선을 사로잡고, 전쟁터나 다름없는 주방의 모습이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리틀 포레스트 (2018) – 고향의 맛, 리틀 포레스트

〈리틀 포레스트〉
〈리틀 포레스트〉

보는 내내 집 밥, 엄마가 해준 음식 생각이 절로 나오는 <리틀 포레스트>는 동명의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해, 도시 생활에 지친 혜원(김태리)이 고향으로 돌아와 사계절을 보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했던 혜원은 인스턴트 음식으로 당장의 허기는 채우지만, 그럴수록 몸과 마음은 지치고 공허해진다. 시험에서 낙방하고 예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엄마와의 추억이 있는 그곳에서 자급자족 라이프를 실현한다. 직접 키운 농작물과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담긴 레시피로 한 끼를 만들어 먹고, 때때로 고향 친구 은숙(진기주)과 재하(류준열)가 혜원의 식사에 함께한다. 그 과정에서 혜원은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혜원이 제철음식들로 차린 정갈한 한상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스하게 보듬는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음식만으로도 배부른데, 군위를 배경으로 담아낸 영상미는 작품이 건네는 고향의 맛에 멋깔스러운 양념을 더한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2022) – 아내를 위한 진심의 밥상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눈물 젖은 빵을 먹지 않은 자,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드라마는 빵 대신 정갈스러운 한식으로 인생과 사랑 그리고 가족 등 너무나 소중한 것을 말한다.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요리를 한 적 없던 창욱(한석규)이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아내 다정(김서형)을 위해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경험담에 바탕한 강창래 작가의 동명 에세이가 원작이다.

주로 먹음직한 색감과 화려한 플레이팅을 강조하는 기존의 요리 드라마와 다르게, 이 작품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진심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창욱은 건강한 식재료를 장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내의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저염 레시피를 개발해낸다. 시한부 주인공과 가족이 주인공인데도 눈물을 짜내는 요소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런데 보는 내내 마음이 뭉클하다. 인물들이 음식을 매개로 어떻게 가까운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쌓아가고자 노력하는지 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왜 때문인가? 음식은 싱거운데, 보는 내내 짠맛이 가득한 것이….

 

3일의 휴가 (2023) – 천국과 이승을 잇는 모녀의 삼시 세끼

〈3일의 휴가〉
〈3일의 휴가〉

<3일의 휴가>는 죽은 지 3년 된 복자(김해숙)가 저승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아 딸 진주(신민아)를 보러 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그리운 딸을 만나러 지상에 내려온 복자는 미국에서 대학교수가 됐을 거라는 들뜬 기대는 잠시, 자신이 살던 시골집에서 백반 장사를 하고 있는 진주의 모습에 당황한다. 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직접 물어볼 수 없기에, 복자는 딸의 삶을 묵묵히 지켜본다.

영화는 엄마와 딸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과거부터, 진주가 엄마의 레시피를 떠올리며 추억을 찾아가는 현재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모녀의 이야기는 상황만 다를 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뭉클한 감정을 자아낸다. 그 공감대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진주는 김치찌개, 미역국, 만두 등 집밥들로 한상을 차려낸다. 이 모든 음식이 엄마가 살아있을 때 진주가 맛있게 먹었던 것들. 엄마에게 모질게 굴었던 죄책감을 엄마표 음식을 만들며 하나둘씩 덜어내는 모습이, 맛있는 비주얼과 별개로 목이 멘다. 영화 보고 나오면 조건반사적으로 고향에 계신 엄마에게 안부 전화 한통 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