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천일 동안 야화를 낭독했던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예라자드처럼, 남편과의 섹스를 통해서만 대본을 쓸 수 있는 여성 오토(키리시마 레이카)에겐 종류는 다르지만, 하루하루를 살아 내기 위한 심정적 절박함이 있었다. 그 ‘버릇’은 4살 때 폐렴으로 아이를 잃은 후, 상실감에서 비롯된 일종의 기벽이었다. 그녀가 만든 좋아하는 소년의 집에 몰래 잠입해 징표를 남기는 음험한 여고생과 칠성장어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궁금증으로 다음을 또 다음을 유보하던 여자는 이야기를 끝내지 못한 채 갑작스레 죽게 된다.
<드라이브 마이 카>(2021)는 아내 오토가 죽은 지 2년 후, 도쿄에 살던 연극 연출가인 카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히로시마 연극제 준비를 하기 위해 히로시마로 가서, 비로소 직면한 자신의 과오와 이를 통해 떠난 아내와 소통하는 치유의 영화다. 키리시마 레이카는 죽은 아내 오토를 연기하는데, 외적으로만 보자면 카후쿠가 히로시마로 출발하기 전, 죽기 전까지만 짧게 등장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이 영화의 출발선을 동일본 대지진 피해로 인한 상실감,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극복하기 위함으로 둔 만큼, 먼저 떠난 오토는 이 영화의 시작점이자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목적지에 가깝다. 그리하여 179분의 전체 러닝타임 동안, 전반 40여 분(오프닝 씬으로 기록적인 분량이다)에 등장한 후 할 말을 마치지 못하고 퇴장한 오토는 카후쿠를 낯선 환경으로 출발하게 만드는 존재이자, 계속 질문을 하게 만드는 미스터리의 대상이며, 또한 자신이 남긴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의 대사 낭독으로 내내 카후쿠를 따라다니는 상대라는 점에서 이 영화에서 오토가 차지하는 지분은 절대적이다.
오토는 영화의 전체 캐릭터 중 영화의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 중 세 편의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와 ‘셰에라자드’ 그리고 ‘기노’의 부분을 모자이크 하여 만든 원작의 모습을 가장 많이 담은 캐릭터로, 오토를 연기한 키리시마 레이카는 소설에서 남의 시선으로 묘사된 캐릭터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로 오토를 영화 안에서 살아 숨쉬는 캐릭터로 만들어 낸다. 키리시마는 트란 안 훙이 연출한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의 영화 <상실의 시대>(2010)에도 출연했는데, 한 배우가 무라카미 원작의 작품에 두 편이나 참여했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다. 마침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오토 역을 한 배우 키리시마 레이카가 영화 개봉 3주년을 기념한 재개봉을 기념하는 토크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기회를 놓칠 세라 잠시 인터뷰 시간을 내어 달라 부탁했다. 카후쿠가 오토에게 그리움과 미칠 듯한 궁금증을 가진 것처럼, <드라이브 마이 카>의 관객들에게 역시 먼저 퇴장한, 오토를 연기한 키리시마 레이카는 관객에게도 자주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는 궁금한 배우였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할 중요한 경유지 중 하나라는 점에서, 키리시마 레이카의 답변에서 귀담아들을 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촬영이 끝난 후 지금까지는 몰랐던 상실감을 느꼈다”라고 할 정도로 작품의 영향은 배우에게도 상당했다. 25세 때 모델 활동을 시작으로 TV, 영화로 배우 활동을 이어오던 그녀에게 찾아온 캐릭터 ‘오토’는 자동차(OTTO) 뜻의 내포와 함께 지금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자신의 방식대로 새롭게 ‘드라이브’ 할 전환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칠성장어 이야기를 들려주던, 카세트테이프에서 듣던 영화 속 오토와 거의 흡사한 배우의 음색이 영화의 감흥을 다시 일깨워 주는 시간이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 3주년 개봉 기념으로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으셨는데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은 15년 전에 방문하고 처음이에요. 그때는 영화제 참석차 왔었고요. (한국어로) 저도 감사합니다.
한국어 발음이 굉장히 좋으세요!
한국어 공부를 좀 해요. 드라마도 좋아해서 워낙 많이 보고요. 최근에 그리스에서 영화를 찍느라 영어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한국어 공부도 더 제대로 열심히 하려고 해요. 발음이 좋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 어떤 작품들을 재밌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빈센조> <비밀의 숲> <도깨비>, 또 <사랑의 불시착>은 다섯 번 봤어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보는 편이에요.

3주년 개봉기념 관객과의 대화 때는 진대연, 안휘태 배우와 만나게 되는데, 사실 영화에서는 겹치는 장면이 없어요. 초반 도쿄 장면을 끝으로 히로시마에서 벌어지는 연극제 준비 장면에는 아예 등장하지를 않아서 이후 이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갔을 때야 다른 배우들과 처음 만나셨을 텐데요.
정말 너무너무 외로웠죠. 다들 촬영 끝나고 눈물도 흘리고 포옹할 정도로 돈독해졌다는 데 저만 중간에 끝나 버려서요. (웃음)
오토는 지주막하 출혈로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남편 가후쿠는 그런 아내의 속내를 죽은 후에도 알지 못해 찾고자 하는데요. 연기를 할 때도 그 미스터리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과제였을 것 같아요.
굉장히 어려웠어요. 감독님이 도대체 어떤 역할을 원하는 건지를 찾아내는 작업이 너무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하마구치 감독님 연기 지도 스타일이 계속 “그대로 괜찮아요.” “그대로 좋아요.” “지금이 좋아요.” 이런 식이예요. 그런데 뭐가 좋다는 건지 잘 모르면서 계속 리딩을 해요. 리딩하는 중에 감독님이 원하는 오토라는 사람이 이런가 보다 짐작만 할 뿐 이게 맞는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서 연기를 해야 했어요.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오토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해답이 있어서 한 게 아니라 이런 건가 보다라고 짐작으로 연기를 한 게 영화에 나온 오토예요.

안휘태 배우는 주연 배우들에게 감독님이 페이퍼를 주시기도 했다고 하시던데요.
네. 크랭크인 하기 전에 감독님이 3페이지 정도의 인터뷰 용지를 만들어 줬어요. 그런데 이게 역할을 설명해 주는 게 아니라 오토를 향해 질문과 답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어요. 가령 “바람피운 적 있으십니까?” 질문 뒤에 오토가 할 법한 답변이 쓰여있는 거예요. 그걸 보고 오토가 어떤 사람인 지 조금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페이퍼를 토대로 배우님이 파악한 오토라는 여성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오토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남편 몰래 다른 남자와의 섹스를 하는데도 거리낌이 없었죠. 가후쿠가 오토의 죽음 후 가졌던 것처럼, 오토 역시 가후쿠를 향해 어떤 ‘죄책감’이 있지 않았을까요.
바람피운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오토가 답변을 하는데, 이걸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대답해요. 그리고 바람피운 상대가 누구인지 이런 것도 정확하게 쓰여있었어요. 그런데 왜 오토는 가후쿠에게는 자신이 다른 남자와 만난 걸 끝까지 말하지 않았을까 계속 고민을 해봤는데, 오토 입장에서는 가정을 파괴할 마음이 전혀 없었고, 가후쿠를 사랑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겉으로는 보기 좋은 부부지만, 실상 이 커플은 서로에게 솔직하지 않은 지 오래된 것 같은데요. 오토 입장에서 보자면 모든 걸 알 텐데도 한편으로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묻지 않는 가후쿠가 원망스럽거나 섭섭하기도 할 텐데요.
맞아요. 영화 찍기 전 리허설 때, 오토와 가후쿠가 현재 보다 젊었을 때 처음 어떻게 만났는지, 어땠는지, 아이를 잃고 나서 어땠는지 연기를 다 했어요. 영화에는 안 들어 갔는데요. 그런 과거의 관계를 바탕으로 두 사람의 현재 관계를 만들어 갔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 오토는 “오늘 할 이야기가 있다”고 아마도 어떤 이야기를 하려 했었죠. 그런데 가후쿠는 아내의 진실을 알면 혹시나 자신들의 관계가 깨질까 그날 밤늦게 들어갔고, 끝내 그 말을 듣지 못한 채 둘은 사별을 하게 되는데요. 하마구치 감독이 그 ‘할 말’에 대해서 배우님께는 어떻게 언급하셨나요.
시나리오 처음 읽었을 때 감독님께 “여기서 오토가 원래 무슨 말을 하려고 그랬던 거예요?”라고 물어봤어요. 감독님께서 본인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명확하게 제시를 해주시는 분은 아니라 역시 좀 혼란스럽고 애매하긴 했죠. 그 이야기가 아마도 이혼 이야기가 아닐까 상상하는 관객들도 많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볼 때 오토 입장에서는 그렇게 끝내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관객들의 몫이기도 하죠. 감독님께서 ‘그걸 우리가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어요. 이 영화의 주제를 고독과 소통이라고 감독님도 이야기하셨는데, 그걸 가장 잘 알게 해주는 인물이 오토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어요. 말로는 알 수 없는, 말로 해결 안 되는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을 오토를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이 영화의 처음 시작으로 좀 돌아가 볼게요. 캐스팅 과정이 궁금한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작품에 두 번째 출연이라는 것도 흔치 않은데요. 트란 안 훙 감독이 연출한 <상실의 시대>에서 상담사 역할을 하셨었죠.
맞아요. 이 작품의 프로듀서가 <상실의 시대>를 보고 하마구치 감독님께 어떠냐고 이야기를 하셨대요. 추천을 한 거죠. 감독님이 괜찮지 않을까 하면서 소속사 통해서 기획서를 받았는데, 연출 하마구치 류스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주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이렇게 쓰여있는 거예요. 안 해야 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어요. 기획서만 보고 이건 하겠다 했는데, 제작진 쪽에서 "노출 신이 있는데 괜찮겠냐?”고 하셨어요. 저한테는 그건 문제가 안됐어요. 배우로서는 좋은 영화를 찍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었죠.
전체 등장 캐릭터 중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기도 한데요. 원작의 세 편의 단편을 더해 묘사된 인물은 남편에 의해서 관찰되거나 기술된다면, 영화에서는 그 인물의 시점을 만들어 내야 했는데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제 안에 잠재되어 있는 어떤 요소가 역할과 맞아 떨어질 때 좋은 캐릭터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제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어떤 걸 끌어내어 연기하면 거짓말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저라는 사람과 오토에게 닮아 있는 부분을 계속 찾아내는 작업을 했던 것 같고, 내 안에 있는 어떤 것이 발현되면서 그게 오토라는 역할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활자로 보았던 인물을 만들어 내는 데 외적인 설정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을 텐데요.
오토는 굉장히 건강하다라는 이미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일부러 조금 더 살을 빼서 건강하다는 이미지는 안 보이려고 했어요. 말씀대로 식단도 제한하고, 허리도 1개월 만에 10센티를 줄이고, 잘 때 코르셋을 입고 스타킹으로도 다리를 조이기도 했죠.
영화사적으로 보더라도 가장 긴 오프닝에 참여한 게 아닐까 싶은데요. 거기에는 가후쿠와 섹스를 하면서 칠성장어와 여고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포함되는데요. 섹스를 통해서만 자기의 이야기를 비로소 꺼낼 수 있는 오토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이 크랭크인 날 첫 씬이었어요. 첫 촬영이고 노출씬도 있고, 몸의 움직임과 대사가 맞아떨어져야 하고 그래서 다들 압박이 컸죠. 상당히 긴장한 상태에서 연기를 해야 했어요. 특히 하마구치 감독님은 자연광을 선호하시잖아요. 그 장면도 매직 아워(해가 지면서 하늘이 붉게 물드는 시간대) 때 조명을 거의 쓰지 않고 자연광으로 찍어야 해서 타이밍을 맞추는 게 정말 중요했어요. 리허설과 리딩을 굉장히 많이 해서 감독님과 배우들 간의 신뢰는 있었지만, 슛 들어갔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다들 모르는 거잖아요. 예산이 많지 않아서 자연광에서 이 시간 안에서 다 찍어야 했는데, 어쨌든 일단 해보자 하고 간 거죠. 감독님이 재밌는 게 맨날 모른다고 하시고, 다 맡긴다고 하세요. 그러면서 자꾸 너를 믿으라고 하셨어요. 못 믿겠으면 감독님을 믿으라고 하시고. 감독님도 긴장하셨는지 현장에서 계속 이상한 말을 하시더라고요. (웃음)

오토가 죽고 나서도 가후쿠는 오토가 녹음한 「바냐 아저씨」의 대사를 차 안에서 듣잖아요. 배우님 본인으로서도 자신의 모습 없이 목소리만을을 이렇게까지 많이 듣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을 텐데요.
처음이죠. 저는 나타나지 않고 목소리만 남아서 계속 영화에 있게 되잖아요.
가후쿠의 상대 역을 위해 오토가 기계적으로 녹음한 부분의 연기가 연출자 가후쿠의 연기 방법론에 딱 맞는 톤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대한 감정 없이 대사를 연습하면 실제 무대에서 도달하는 지점이 생긴다는 것이죠. 배우님께도 연기를 하면서 그 연출론의 효과를 경험하셨을 것 같은데요.
평소에 시나리오를 받고 이제 리딩을 하러 가면 감정과 억양을 넣어서 하는 게 일반적이었죠. 그런데 이번엔 완전히 반대로, 감정을 죽여가면서 리딩을 했어요. 감정을 죽여가면서, 불필요한 것들을 다 쳐내면서 하다 보니 ‘무’가 되는 걸 경험했어요. 처음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느 순간 그 생각을 뛰어넘으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꼈어요. 갑자기 기분이, 마음이 편해져요. 소리가 있는데 없는 거죠. 지금까지 연기를 할 때는 ‘연기를 해야지’ 했다면, 이번엔 어떻게 하면 연기를 안 할 것인가를 고민했어요. 정말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해봤던 경험을 한 촬영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굉장히 이상한 경험을 했는데요. 딸의 기일에 절에 다녀와 오토와 가후쿠가 관계를 갖는 장면에서 오토가 계속 말을 하잖아요. 섹스 신을 촬영하면서 대사를 해야 하니 다음 포즈도 생각해야 하는 복잡한 씬이었어요. 그때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제가 대사를 다 까먹은 거예요. 그런데 입이 움직이더라고요.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없이 하얀데 촬영 전에 계속 리딩을 했기 때문에 입에서는 계속 그 대사가 나왔어요. 제가 대사를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걸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끝날 때까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뇌와 별개로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거죠.

작품이 끝난 후에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감정, 일종의 상실감을 맛보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저에게는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통해서 용기도 많이 받았고 배우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잠깐 멈춰 서서, 나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겠다, 어떤 꿈을 좀 꿔야 되겠다. 그러니까 어떤 인생을 다시 살아야 되겠다라는 것들을 새롭게 생각해 줄 수 있는 계기를 많이 만들어주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아서 이 작품을 함께한 배우들은 행운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총체적 점검을 통해 배우 활동에도 변화가 있었다고요?
소속사를 나왔어요. 제 방향으로, 의지로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은데 소속사가 있으면 오는 일들을 해야 하는 게 일순위가 되니까요. 이제는 드라마보다는 영화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려고 해요. 최근엔 살던 집도 정리를 했고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드라이브 마이 카>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관도 생긴 것 같고 배우로서 좋은 의미의 욕심 같은 것도 생겼어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영향에 대해, 하마구치 감독님은 이 결정에 어떤 반응이셨을까 궁금하네요.
저희가 아카데미 수상 1주년 기념 파티로 한번 다 모였고 두 번 정도 같이 모인 적이 있었어요. 그럴 때 이야기를 나누긴 했는데 감독님이 막 수다를 떠는 타입은 아니에요.(웃음) 그런데 저희 배우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때는 감독님에게 이메일도 보내고 라인(LINE)으로 소식을 전하는데, 항상 너무 기뻐해 주세요. 저도 폴란드 감독님이 연출하는 영화를 그리스 가서 찍고 온다, 영어 대사이고 춤도 춰야 하고, 노래도 부르는 역할이라 힘든데도 <드라이브 마이 카>의 경험과 영향으로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씀드리니 너무 기뻐하시더라고요. 아그네스카 스모친스카의 <핫스팟>라는 작품인데 낯선 곳에서 유럽 스태프와 일하면서 일본에서와는 또 다른 어려움들이 많았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머리도 처음으로 노랗게 염색을 해서 지금까지 저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선보일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오토는 영화에서 카후쿠와 미사토를 제외하고 사브900을 직접 운전한 캐릭터기도 하네요. 아이의 기일에 참석 후 집으로 돌아올 때 운전대를 잡은 오토에게 카후쿠가 “당신 좋아하지만 참을 수 없는 게 있어. 당신 운전방식. 부탁이니 앞을 봐“라고 할 정도로 과감한 드라이브를 하는 캐릭터인데요. 그런 면에서 오토는 지금의 키리시마 씨와 닮아 보이기도 합니다.
오토와 달리 저는 걱정을 많이 하기도 한다는 점은 좀 다르네요. 근데 정말요, 그 운전하는 씬이요. 사브900이 수동이잖아요. 그리고 너무 오래된 차였어요. 그래서 촬영할 때 너무 무서웠어요. 차는 무서운데 대사도 하면서 운전해야 해서, 막 조마조마하면서 그 씬을 찍었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촬영용 레커차 위에서 찍어서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어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소통과 위안의 메시지는, 계속 관객들에게 울림을 주고, 배우님의 연기도 그 안에서 기억될 것 같은데요. 또 다른 작품 계획도 궁금합니다.
곧 들어갈 작품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함께 했던 분들과 다시 만날 것 같아요. <드라이브 마이 카>의 공동작가인 오오에 타카마사 씨와 프로듀서가 참여하는 <돌의 노래>(가제)라는 작품인데 한일 합작 프로젝트로 제주도가 배경이라 한국에 와서 촬영해요. <드라이브 마이 카>를 함께 한 배우도 몇몇은 같이 할 것 같습니다. 열심히 찍고 다시 또 관객분들과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씨네플레이 이화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