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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이브 퍼포먼스 공연 ‘GIFT’의 뮤지션 이시바시 에이코 “GIFT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와 조금씩 거리를 더 넓혀가면 좋겠다”

추아영기자
이시바시 에이코
이시바시 에이코

일본에서 활동하는 음악가 이시바시 에이코는 하나의 수식어만으로 표현하기 힘든 뮤지션이다. 드러머이자 세션 연주자, 영화 음악 작곡가이기도 한 그는 여전히 “좋아하는 일”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가고 있다. 늘 새로운 작업에 목마른 그는 기발한 팝과 현대 클래식, 프로그레시브 음악,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여 왔다. 국내에서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두 장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사운드트랙을 만든 영화 음악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다.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션 이시바시 에이코가 지난 11월 16일 한국에서 라이브퍼포먼스 공연 ‘GIFT’를 선보였다. ‘GIFT’는 이시바시 에이코의 생생한 사운드트랙과 즉흥 연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무성 영화가 합해진, 이른바 라이브 스코어 필름 퍼포먼스라 할 수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번 라이브 퍼포먼스 공연의 영상을 극영화로 발전시켜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이시바시 에이코는 장편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사운드트랙도 작업했다. 이시바시와 하마구치는 함께 작업하면서 사운드와 이미지, 내러티브의 관계를 새롭게 재해석하고자 했다.

그 둘의 협업으로 탄생한 ‘GIFT’는 지난해 벨기에 겐트 국제 영화제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일본을 포함한 해외 14개국을 돌며 순회공연을 펼쳤다. 지난 한국 공연은 이시바시 에이코의 첫 내한 공연이었기에 더욱 뜻깊었다. 한국 공연에서 이시바시 에이코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무음 영상에 사전에 제작한 사운드트랙, 자신의 보이스, 플루트 즉흥 연주를 결합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를 만나 작품 ‘GIFT’의 작업 방식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의 협업 과정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공연 'GIFT' 한국 포스터
공연 'GIFT' 한국 포스터

일본을 포함해서 해외 14개국을 돌며 순회공연을 이어왔습니다. 각 지역에서 매진을 기록하였는데,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또 순회공연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만나게 된 공연 주최 관계자분들이 한 분 한 분 다 열정이 넘치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특히 벨기에가 제일 큰 공연장이었는데요. ‘GIFT’라는 공연을 처음 한 곳이기도 해서, 그때의 첫 공연이 남다르게 와닿았습니다.

이번 공연 ‘GIFT’의 작업 과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저의 라이브 공연을 위해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께 영상 제작을 의뢰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이 <드라이브 마이 카> 시사회나 이런 일정 때문에 바쁘셔서 바로 제작에는 들어갈 수 없었고요. 그동안 메일로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았어요. 의견 교환을 하다가 하마구치 감독님이 시간이 되셨을 때, 제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오셨어요. 그래서 제가 실제로 세션을 하는 현장을 촬영하시고, 촬영한 연주를 베이스로 영상을 만들어 주셨어요.

그때는 스토리라기보다는 음악에 영상을 입히는 느낌이었어요. 근데 하마구치 감독님은 스토리를 기본으로 해서 영상을 만드시잖아요. 그래서 제가 스토리를 기본으로 한 영상에서 추출하고 편집한 영상을 만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역으로 제안했죠. 그 후에 감독님께서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 자세하게 조사하셨어요. 촬영한 영상이 저희 지역과 많이 연관돼 있는데요. 산이 많이 나와서 산 전문가도 취재하시고 대본을 쓰기 시작한 게 지난해 1월쯤입니다.

그 후 촬영에 들어갔고 처음에는 무음 영상을 만들 예정으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찍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나 목소리가 꽤 괜찮았기 때문에 소리가 있는 형태로 만들고 싶다고 하셔서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걸 계기로 해서 소리가 있는 영화에 음악을 입히는 작업에 집중을 했고(이시바시 에이코는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스코어를 작업했다), 라이브 영상은 영화를 만든 다음에 라이브 공연용 ‘GIFT’ 영상으로 편집해서 지난해 8월쯤에 완성했어요.

 

라이브 퍼포먼스 공연 'GIFT'에서 즉흥 연주를 선보이는 이시바시 에이코
라이브 퍼포먼스 공연 'GIFT'에서 즉흥 연주를 선보이는 이시바시 에이코

‘GIFT’의 음악은 작곡하시면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또 이번 작업은 어느 부분에 주안점을 두셨나요?

‘GIFT’의 음악은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나오는 음악도 사용하고 있고요. 동시에 새로운 음악도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하마구치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왔던 키워드 중에서 쓰레기, 먼지 그리고 나무, 숲의 움직임을 소리로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주제를 가지고 데모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데모로 만든 것에서 많이 추출해서 이 공연에 활용했고요.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촬영하셨기 때문에 지역의 풍경과 많이 밀착되어 있고, 그런 부분이 소리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에 있어서는 영화 음악 작업을 할 때도 그런데요. 시나리오에 많이 끌려다니지 않으려고 했고요. 하마구치 감독님이 만드신 스토리 뒷면에 있는 감독님의 생각이라든지, 그 풍경을 어떻게 영상화하고 싶은지 고심하는 감독님의 마음을 의식해서 작업을 했습니다.

매번 공연에서 즉흥 연주를 하시면서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어 신선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발견의 순간들이 궁금합니다.

매번 공연장 사이즈도 다르고, 영상이 나오는 스크린과 제가 연주를 하는 곳과의 거리도 다릅니다. 그래서 연주도 매번 바뀌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또 영상을 편집하신 편집자분이 스토리를 모르고 편집하셨기 때문에 이다음에 무슨 장면이 오지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때마다 저도 항상 영상의 다음 장면에 반응하면서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공연 'GIFT'
공연 'GIFT'

공연 ‘GIFT’에서 이시바시 에이코 님의 음악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의 무음 영상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은 없는데요. 연주를 해야 하니까요. (웃음) 보시는 관객분들이 매번 다른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일본 후쿠오카 공연을 본 관객분들 중에서 영상과 음악의 경계를 더 무너트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반영하는 시도를 해봤는데, 억지로 영상의 전체 흐름을 깨뜨리면서까지 새로운 형식으로 음악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마구치 감독님은 “지금부터 10년 동안, 이 작품이 어떻게 변해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셨어요. 저도 조금씩 새로운 요소들을 넣어가면서 디벨롭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와 ‘GIFT’가 그런 작업을 통해서 조금씩 더 거리를 넓혀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으로부터 이 영상에 관한 각본을 썼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또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한 이시바시 에이코 님의 인상도 궁금합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제가 의뢰해 드린 영상의 작업 편집을 하면서 떠오른 거라 그것 자체가 재밌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리고 영화는 저도 몇 번이나 다시 봤는데요. ‘GIFT’랑은 완전히 다른 작품이고, 배우들의 대화나 대화를 주고받는 리듬감도 굉장히 재밌고, 위트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재밌게 보았습니다.

 

공연 'GIFT'
공연 'GIFT'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전에 <드라이브 마이 카>의 스코어도 작업하셨습니다. 영화 음악 작업을 할 때에는 주로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시나요?

아까도 살짝 말씀드린 것처럼 각본이랑 밀착된 관계가 되지 않으려고 항상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영상과 대본, 음악이 어느 정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매번 그런 부분에 주의하고 있습니다. 영화라는 것은 몇 번이나 돌려서 보기도 하는 콘텐츠잖아요. 하마구치 감독님이 만드신 작품도 여러 번 봐도 재미있는 그런 작품이기 때문에 더더욱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영화의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거리를 둠으로 인해서 영화를 더 깊이 있게 감상하는 체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영화 음악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영화나 영상 작업물을 보면서 영감을 얻기도 하시나요?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말해주셔도 좋습니다.

영화는 거의 매일 보고 있고요. 영화뿐만 아니라 TV 방송이나 해외의 프로그램도 자주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본 것 중에서는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의 영화 <더 비스트>를 최근 3년간 본 작품 중에서 제일 재밌게 보았습니다. 저는 음악보다 영화에서 더 영감을 받는데요. 구체적으로 영화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봤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영화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연 'GIFT'
공연 'GIFT'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은 <GIFT>를 두고 “<Gift>는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보고 있는 꿈이라는 이미지”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시바시 에이코 님은 영상 <GIFT>에 대해서 어떤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작품의 스토리를 먼 미래의 우주선에서 AI가 재생을 하고 있는 그런 느낌으로 보고 있고요. 그것을 제가 관객분들과 함께 큰 배에 타서 저와 관객분들이 같이 그것을 보고 있다는 느낌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팝과 현대 클래식, 프로그레시브 음악,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작업을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저는 항상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다양한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제가 흥미를 느끼는 것을 공부해 가면서 차근차근 착실하게 작업을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렇게 가까운 데도 한국에는 처음 방문했는데요. 또 제가 평소에 한국 음식을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에 대해서 더 배우고, 한국의 역사도 더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번 ‘GIFT’ 공연에 있어서는 한국 관객분들이 어떤 반응을 하실지 참 기대됩니다.

 


씨네플레이 추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