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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계, 귀가시계…. 1995년 전 국민이 본방사수했던 K드라마 레전드의 OTT 컴백 〈모래시계〉

씨네플레이

넷플릭스와 SBS 전략적 제휴로 2025년 1월 1일부터 SBS 인기 드라마와 예능 등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런닝맨> <골 때리는 그녀들> <그것이 알고 싶다> 등 SBS 간판 프로그램과 <스토브리그> <굿 와이프> <펜트하우스> 등 많은 사랑을 받은 자사 드라마도 절찬리 스트리밍 중이다. 그런데 여기서 눈에 띄는 한 작품이 있으니, 바로 <모래시계>다. 그야말로 SBS를 지금의 SBS로 있게 한 개국공신이자 레전드 K드라마가 넷플릭스에 입점했다. OTT 명예의 전당이 이를 지나칠 수 없다. 오늘 이 시간은 국민드라마급 인기와 신드롬을 일으켰던 <모래시계>를 다시 한번 살펴본다.


 

〈모래시계〉는?

〈모래시계〉 타이틀
〈모래시계〉 타이틀


1995년 1월 9일 SBS를 통해 방영된 24부작 드라마다. <여명의 눈동자>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격동의 시대에 휘말린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유신정권 말기부터 제6공화국 출범까지,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스토리에 적절히 녹여내어 많은 이야깃거리를 자아냈다.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이 출연해 대서사시를 힘 있게 이끌어간다.  

 

<모래시계>의 인기 요인은?

이미지: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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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는 당시 멜로, 러브스토리 일변도의 한국드라마에서 모처럼 과감하고도 의미 있는 소재로 많은 각광을 받았다. 여기에는 픽션과 팩트의 절묘한 조화가 한몫했는데, 실존하지 않는 가공인물이 현대사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겪는 여러 가지를 밀도 높은 연출로 담아낸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공중파에서 최초로 다룬 드라마로, 그 역사적 가치가 아직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의 명품 연기도 빠질 수 없다. 최민수가 정치 깡패 태수 역을, 박상원이 우직한 검사 우석 역을, 고현정이 카지노 대부의 후계자 혜린 역을 맡아서 대서사시를 힘 있게 이끌어간다. 초반 태수와 우석의 피를 나눈 우정부터, 중반 태수와 혜린의 가슴 저린 사랑까지, 세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한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의 연기는 지금 봐도 그 감정의 깊이를 쉽게 재단하지 못할 정도로 몰입감 넘쳤다. 여기에 지금은 대스타가 된 이정재의 신인 시절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점도 반갑다. 많은 대사를 하진 않지만 목숨을 걸고 혜린을 지키는 보디가드로 많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래시계> 하면 떠오르는 명장면-명대사

이미지: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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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는 1부부터 24부까지, 거를 타선이 없는 완벽한 명장면-명대사 맛집이다. 초반 모든 것이 너무 달랐던 태수와 우석이 우정을 쌓는 부분, 특히 “싸우지 않겠다”는 우석과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맞기만 했던 태수의 “약속 지켰다”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사법고시 날 태수 때문에 시험을 치지 못했던 우석이 태수에게 작은 미소를 지으며 “밥 먹었냐?”라고 말하는 부분 역시 두 캐릭터의 우정을 부각하는 순간이었다.
 

이미지: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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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이 태수와 우석의 우정의 빌드업이라면 중반부터는 태수와 혜린의 현실의 벽을 뛰어넘는 사랑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혜린 아버지의 계략 때문에 삼청교육대까지 가고, 모든 것이 무너진 태수가 그들에게 복수를 다짐하지만, 혜린을 향한 사랑 때문에 무너지는 장면들은 상남자 로맨티시스트의 한 단면을 자아낸다.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라는 대사에 삶의 회한과 연인을 향한 무조건적인 마음을 완벽하게 녹여내며, 세상이 허락하지 않은 사랑을 지키려는 태수와 혜린의 절절한 마음을 함께 느끼게 한다.

이미지: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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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를 대표하는 단연 최고의 명장면-명대사는 24화에 다 있다. 사형을 앞둔 태수가 우석에게 “나 떨고 있니”라고 말하는 부분. 두 사람, 아니 혜린까지 포함한 세 사람의 안타까운 운명을 한 줄의 대사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목숨을 줘도 아깝지 않은 친구가 내린 사형 판결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그 끝에 어찌할 수 없는 후회와 불안을 최민수는 필모 인생 최고의 연기로 만들어간다. <모래시계>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목소리는 우석에게 있다. 한 줌의 재가 된 태수를 떠나보내며 우석이 쓸쓸하게 던지는 대사는 깊은 여운을 남기며, 어쩌면 그의 투쟁이 지금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모래시계> 당시 인기와 시청 가능한 OTT

이미지: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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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가 없었다면 SBS는 지금의 SBS가 될 수 있었을까? 그 정도로 <모래시계>가 당시 방송 생태계에 끼친 영향력은 대단했다. 1991년 개국 이후 확실한 콘텐츠 없이 부진했던 SBS는 <모래시계>를 통해 드라마 왕국으로서 토양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었다. 월~목 일주일 4회 방영이라는 파격적인 편성 속에서 평균 시청률 46%, 최고 시청률 64.5 %라는 기록적인 성적도 거뒀다. 이 때문에 <모래시계>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거리가 한산해서 일명 퇴근시계, 귀가시계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 당시 SBS는 서울, 경기, 인천에서만 송출하고 있었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이 작품을 보기 위한 유선방송 가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인기뿐만 아니라 완성도면에서도 한국드라마의 손꼽히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열연을 펼친 최민수가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으며, 31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TV부문 대상, 작품상, 연출상(김종학), 극본상(송지나), 최우수 연기상(최민수), 신인 연기상(이정재)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 밖에 다른 시상식에서도 라이벌이 없을 정도로, 어나더 레벨급 작품의 완성도와 영향력을 발휘하며 1995년을 <모래시계>의 해로 만들었다.

이 같은 기록과 성과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도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먼저 이 작품의 주요 배경지인 정동진은 이제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작품에서 비중 있게 다룬 ‘5.18’과 ‘삼청교육대’ 같은 사건들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당시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일어나기도 했다. <모래시계>는 분명 가상 인물들의 이야기이지만, 이들의 바탕이 되는 인물들은 누구인지 언론,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도 했다.

올해로 탄생 30주년을 맞는 <모래시계>. 아직도 OTT와 유튜브 등지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명작으로 여전한 생명력을 자랑 중이다. 1995년 당시 이 작품을 본 이들에겐 추억과 시대의 거울을 비추는 작품으로, 신규 시청자들에게는 K-드라마의 전설적인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온다. <모래시계>는 넷플릭스와 웨이브, 왓챠에서 서비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