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이지만 청불입니다
감독 이종석
출연 박지현, 시원, 성동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동화와 야설 사이
★★☆
동화 작가를 꿈꾸는 단비(박지현)가 성인 웹소설을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섹슈얼 코미디. 게다가 주인공의 현실 직업은 음란물을 단속하는 공무원으로, 이 설정을 통해 이야기의 잔재미가 만들어진다. 욕심을 줄이고 스토리라인을 좀 더 정리했다면 좋았을 듯. 그럼에도 단비 역을 맡은 박지현은 최선을 다한 캐릭터 연기를 보여준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청불이지만 오그라듭니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자면, 그래서 야한가? 섹슈얼을 받아들이는 기준은 사람마다 알록달록하기에 단언하기 힘들지만, 오그라들거나 불쾌한 구간들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웃긴가? 이 역시 애매하다. 시트콤처럼 연출된 과장된 액션이 어설프거나 (역시나) 오그라들게 다가오기도 한다. 어쩌다 성인 소설을 쓰게 된 동화 작가를 통해 성인 소설을 바라보는 편견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메시지도 작위적인 설정 안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극장을 나오며 지금이 2025년이 맞는지 확인했다.
쇼잉 업
감독 켈리 라이카트
출연 미셸 윌리엄스, 홍 차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예술가의 삶
★★★☆
정겹고 아름다운 서부극 <퍼스트 카우>(2019)를 선보였던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작품. 조각가 리지(미셸 윌리엄스)가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아내는데, 예술가의 고독한 작품 세계를 탐구하는 방식이 아닌, 그의 일상과 잡무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라이카트 감독의 페르소나인 미셸 윌리엄스는 언제나 그렇듯 몰입감 높은 캐릭터 연기를 보여준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노동과 반복이 빼곡한 일상으로 쓰는 예술
★★★★
켈리 라이카트는 살아가는 것 그 자체의 감각을 스크린으로 가장 잘 옮겨두는 동시대 연출가 중 하나다. 그 안에서 감독이 탐구하는 일상과 예술의 관계성은 부지불식간에 얻는 영감과 단발성의 자극이 아니라, 느리고 반복적인 가운데 고요히 빚어진다. 삶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차원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끝없이 노동하고 요동치는 감정을 다스리며 나 자신 그리고 타인과의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는 일일 것이다. <쇼잉 업>의 대부분은 그처럼 으레 삶과 확실하게 포개어지는 장면들로 수놓아진다. 동시에 바깥이 아니라 자기 안으로 깊이 침잠하는 순간 만날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반짝이는 풍요의 순간. 천재적 재능이 아니라 성실히 쌓은 시간으로서 예술가의 정체성을 증명하려는 주인공의 고군분투 속에서는 그런 것들도 발견된다. 노동하고 인내하고 크고 작은 문제들을 수습해 나가며 어제와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것. 예술이든 삶이든, 정수는 그로부터 나온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삶은 예술이다
★★★☆
<퍼스트 카우>(2019)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신작. 전시를 앞두고 불안에 시달리는 지역 예술가의 이야기로 감독의 주요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미셸 윌리엄스가 새로운 명연기를 펼친다. 동료와 갈등, 가족 문제, 반려묘가 일으킨 말썽, 원치 않은 결과물 등 평범한 듯 보이는 예술가의 치열한 일상을 슬로우 무비에 세공한다. 잔잔한 소품 같아도 조각가인 주인공이 빚어내는 작품들과 비둘기가 불러오는 파급력이 상당하다. 평범한 일상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 삶과 예술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미국 독립영화계 거장 켈리 라이카트가 특유의 속도와 방식으로 아름답게 보여 준다.
페라리
감독 마이클 만
출연 아담 드라이버, 페넬로페 크루즈, 쉐일린 우들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고독한 레이서
★★★☆
페라리의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에 대한 영화. 이젠 80대에 접어든 노장 마이클 만 감독의 장기는 남성 캐릭터의 내면을 투영한 묵직한 장르영화인데, <페라리>에선 전기영화를 통해 인생이 곧 레이스였던 한 인간을 보여준다. 파탄 난 가정생활, 위기에 처한 비즈니스, 비극적 가족사 등이 둘러싼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이탈리아를 가로지르는 1,000마일의 레이스 ‘밀레 밀리아’에 몰입하는 엔초 페라리의 모습은 가늠하기 쉽지 않은 복잡함을 지녔다. 엔초 페라리 역의 애덤 드라이버와 아내 라우라 역을 페넬로페 크루즈가 만들어내는 팽팽한 텐션은 드라마의 밀도를 높이며, 레이스 장면은 리얼리티와 충격의 스펙터클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페라리의 열정과 냉정 사이
★★★
엔초 페라리(아담 드라이버)는 죽음 위에 서 있다. 레이싱 경기 중에 잃은 친구들, 먼저 세상을 떠난 형과 아들, 언제나 죽을 위험에 놓여 있는 팀 페라리의 레이서들까지. 누구보다 빠르고자 하는 페라리의 욕망은 무덤 위에 지어진 셈이다. 영화는 레이싱에 대한 페라리의 광적인 집착과 아내 몰래 혼외자를 기르고 있는 그의 사생활을 오간다.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여전히 성취에 목마르고, 가족과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고독한 페라리의 내면이 건조하게 그려진다. 후반부 페라리가 자신의 운명을 건 승부수를 띄었던 1000마일 레이스 밀레 밀리아에서 속도감 있는 레이싱이 등장하긴 하지만 질주의 쾌감보다는 사고의 비극을 강조하는데 쓰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구성품에 비하면 미지근한 결과물
★★★
소재와 감독과 배우 면면이 안기는 기대에 비하면 미지근한 결과물이다. 파산 위기에 놓인 회사를 구하기 위해 ‘밀레 밀리아(1000마일 레이스)’ 경주로 향하는 엔초 페라리의 비즈니스와 페라리 개인의 사랑과 전쟁 같은 가족사가 투트랙으로 달리지만, 두 줄기를 단단히 묶을 구심점이 부족하다. 장르가 애매해 보인달까. 레이싱 영화로도, 비즈니스 영화로도, 전기 영화로도 뭐 하나 속 시원하게 질주하진 못한다는 이야기다. 제임스 맨골드가 만든 <포드 V 페라리>(2019)에 짧고 굵게 등장했던 엔초가 <페라리>의 엔초보다 이 인물이 인생관을 더 많이 설명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면 마이클 만은 섭섭할까.
피스 바이 피스
감독 모건 네빌
출연 퍼렐 윌리엄스, 스눕 독, 켄드릭 라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크리에이티브한 레고와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만났을 때
★★★☆
히어로 무비 위주였던 기존 레고 영화와 차별화된 레고 애니메이션이다. 뮤지션이자 디자이너, 패션 아이콘으로 활약하는 퍼렐 윌리엄스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영화로 레고로 만든 인물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퍼렐 윌리엄스와 감독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그의 인생에서 굵직한 순간들을 한 조각, 한 조각 재구성했다. 레고 영화 특유의 다채로운 색감과 물성으로 표현한 음악 세계, 아티스트의 성공 스토리에 눈을 뗄 수 없다. 레고가 된 퍼렐 윌리엄스와 유명 뮤지션들의 등장에 웃음이 절로 나오고, 퍼렐 윌리엄스의 히트곡들과 이번 영화를 위해 새롭게 만든 신나는 음악들이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부모 바보
감독 이종수
출연 윤혁진, 안은수, 나호숙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관계의 풍경
★★★☆
조금 낯선 스타일과 이야기 전개 방식 때문에 ‘어려운’ 영화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종수 감독의 첫 장편 <부모 바보>는 소통과 관계, 가족 등 우리의 일상을 면밀하게 포착해 그들 사이의 거리와 풍경을 보여주는, 의외로 ‘쉬운’ 영화다. 영화를 ‘관찰’하다 보면 몇몇 반복되는 이미지와 모티브들이 있는데, 그러한 요소들을 발견하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사일런트 러브
감독 우치다 에이지
출연 하마베 미나미, 야마다 료스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보이지 않는 사랑
★★☆
사고로 시력이 손상된 피아니스트 미카(하나베 미나미)와, 철없던 시절 휘말린 폭력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아오이(아마다 료스케). 미카가 다니는 음악학교 잡역부인 아오이는 우연한 기회로 미카의 돕게 되고, 감정이 깊어져 사랑에 이른다. 순수한 감정의 멜로인데, 이야기 전개의 템포가 조금은 느리다. 피아노 연주 장면의 활기가 영화 전반에 좀 더 스며들었다면 좋았을 영화. 히사이시 조가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가슴 절절한 정통 멜로
★★★
목소리를 잃은 청소부 청년과 시력을 잃은 피아니스트의 사랑 이야기. 넷플릭스 시리즈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와 영화 <미드나잇 스완>(2020)을 연출한 우치다 에이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정통 멜로를 선보인다. 신분 차이, 삼각관계, 상대를 속이는 설정이 고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본 청춘스타 야마다 요스케와 하마베 미나미의 연기만큼은 눈부시게 빛난다.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아 감정의 밀도를 높였다.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 1
감독 토모유키 쿠로카와
출연 이쿠라, 아노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일본 애니메이션의 자극제
★★★☆
독특한 작품 세계로 유명한 아사노 이니오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SF 청춘 애니메이션. 디스토피아가 된 도쿄를 배경으로 두 소녀의 특별한 우정을 그렸다. 블록버스터 규모에 SF와 청춘 장르의 결합, 개성 있는 캐릭터 등 눈길을 끄는 요소가 다분하다. 일본 SF 애니메이션 계보를 이으면서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가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인간과 외계인의 갈등 묘사가 상상 이상으로 기이하고 충격적이다. 이 작품과 결이 맞는다면 파트 2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