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OTT&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최승현의 캐스팅은 대성공이다

성찬얼기자

대성공.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역시나 성공했다. 공개와 동시에 글로벌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오징어 게임> 시즌2는 2024년 12월 26일 공개해 글로벌 1위를 장악한 후 지금까지도 글로벌 순위에서 2위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인기는 또 많은 구설수를 가져오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특히 출연한 몇몇 배우들로 말이 많았는데, 그중 타노스 역의 최승현(T.O.P)이 중심에 섰다. 캐스팅 단계부터 드라마 공개 이후로도 그의 출연은 호불호를 넘어 <오징어 게임>을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다. 글을 연 첫 단어를 다시 한번 말하겠다. 대성공. 황동혁 감독의 최승현 캐스팅을, 나는 대성공이라고 평가한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2 

 

(이런 논쟁적인 주제를 다룰 때마다 쓰지만) 결코 옹호하는 건 아니다. 과거 최승현의 행적이나, 그가 했던 언행들을 감싸려는 건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긴 했지만) 그가 연기로 보답했다 같은 변명을 덧붙이려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황동혁 감독이 굳이 최승현을 캐스팅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짚어보는 것이다.

 

먼저 황동혁 감독은 래퍼 타노스 역에 다소 열린 마음으로 접근했던 듯하다. 잘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 위해 “오랫동안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만족할 만한 친구를 찾지 못했”다. 이어 떠올린 방안은 진짜 래퍼를 섭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윙스도 (타노스 역에) 생각했지만 연기가 안 될 것 같아” 다른 방향을 찾아야 했고, 최승현과 인연이 닿았다. 다른 제작진이 정리한 캐스팅 리스트에서 최승현을 발견하고 오디션을 진행한 후 타노스 역으로 낙점했다. 그러니까 황동혁 감독에겐 최승현이 래퍼의 ‘스웩’과 배우의 ‘연기’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답안지였던 셈이다.

 

캐스팅 발표와 동시에 뜨거운 감자가 됐지만, 결과적으로 ‘최승현의 타노스’는 <오징어 게임> 시즌2 전체에서 가장 눈에 띄고, 가장 많이 회자되는 캐릭터가 됐다. 타노스는 약에 취해 게임에 깽판을 놓는 빌런이니, 타노스의 ‘하이’(뭔가에 취한 상태)를 최승현은 과장된 연기를 통해 담아냈다. 누군가에겐 드라마의 텐션까지 끌어올리는 최고의 연기로, 누군가에겐 드라마의 톤에서 완전히 벗어난 최악의 연기였다.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이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톡 튀어나는 모난 돌과 같은 최승현과 타노스는 가장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2 

 

이 지점에서 황동혁 감독이 최승현을 캐스팅한 것이 예상외의 ‘쉴드’가 됐다. 황동혁 감독이 래퍼들이 출연하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보고 만들었다는 캐릭터 타노스는, 분명 선인보다는 악인에 가깝다. ‘오징어 게임’이란 특수상황인 것을 고려하더라도, 그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약을 하고 불신을 조장하며 폭력을 유발한다. 애초에 공정이란 것이 의미 없는 시스템이라지만, 팀게임에서 독단으로 팀원을 고르거나 본인의 재미를 위해 목숨을 건 가위바위보를 명령하는 등 게임 자체를 공정하게 이행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힙합 서바이벌에서 준우승을 했다고 알아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젠 체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오영일(이병헌)에게 제압되자 그의 앞에선 숨죽여 지내는. 이 모습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면, 이른바 ‘힙찔이’ 콘텐츠들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어느 장르에나 있다. 그 장르를 사랑하다 못해 심지어 숭배까지 하는 광팬들은. 그럼에도 힙찔이라는 말이 유독 퍼져나간 이유는 힙합 장르 아티스트·팬이 지향하는 지점과 실제 행동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가 유독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신이 얼마나 즐기며 사는지 그 플렉스를 자랑하던 아티스트가 사기죄로 수배되거나, 겁날 것 하나 없다고 가사 적던 아티스트가 군 면제를 받으려고 브로커를 쓰거나 하는 등 이미지와 행동의 괴리가 힙찔이라는 단어에 담기게 된 것이다. 타노스는 이런 힙찔이의 면모를 그대로 담은 캐릭터나 다름없다. 자신만만하게 게임에 뛰어들었다가 곧바로 약을 하고, 살기 위해 팀원을 버렸다가도 “아임 소 해피 투 씨 유!”를 외치는 모습은 (생사를 오가는 위험한 현장이란 점과 마약이란 요소를 빼고 보더라도) 내로남불하는 힙찔이의 표상이다. 굳이 힙찔이라는 단어를 떼더라도, 힙합 서바이벌 준우승자가 약을 하고 절제하지 못하는 모습 자체도 힙합씬을 향한 조롱의 모습으로 읽히기도 한다.


 

〈오징어 게임〉 시즌2 타노스(최승현)
〈오징어 게임〉 시즌2 타노스(최승현)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 시즌2는 힙합씬을 힙찔이로 희화화한 콘텐츠들이 받아야 했던 비난을 고스란히 비껴갔다. 그 비난의 우회로가 최승현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이 타노스라는 힙찔이의 모든 부분은 최승현의 행적과 그의 이미지로 인해 ‘힙찔이’라는 본질이 아니라 ‘최승현’이라는 분신의 일부가 된 것이다. 래퍼, T.O.P. 마약, 대마. 하이한 상태, 최승현의 과장된 연기. 타노스라는 캐릭터의 특징이 자칫 특정 집단을 비하한다는 비난이 이어질 법하다. 심지어 장르 팬들은 자존심이 세다. 힙합은 안 그래도 반사회적인 마인드와 스웩이 특징인 장르라 이런 비하에 대한 반발이 즉각적으로 드러나곤 한다(‘어느새 힙합은 안 멋져’ 한 소절이 불러온 파장을 떠올려보자). 그럼에도 이 타노스 캐릭터에는 이 같은 반발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힙찔이적 특징이 '최승현'이라는 배우와 결부돼 그쪽으로 시선이 쏠렸기 때문이다.

 

이를 황동혁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다. 많은 인터뷰에도 그가 이런 식의 속내를 비춘 적은 없으니까. 그야말로 '내피셜'을 좀 더 돌려본다면 계산은 안 했어도 본능적으로 알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예를 들어 만일 그가 ‘연기는 가르치면 돼’라는 마음으로 스윙스를 출연시켰다면, 어쩌면 힙합씬 스타를 데려다가 모욕을 줬다고 비난받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승현은 이미 많은 팬들이 등을 돌린 데다 굳이 따지면 출신이 힙합씬인 스타가 아니다. 설령 힙찔이 묘사에 논란이 된다 한들, 그 비난의 화살은 ‘글로벌 히트 드라마’가 아니라 ‘사고 치고 복귀하면서 힙합 팬 조롱하는 배역을 맡은’ 스타에게 향했을 가능성이 크다. 의도였든 아니든, 최승현의 출연이 결과적으로 캐릭터 묘사에 대한 완충제를 해주었으니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전히, 이 효과가 황동혁 감독의 ‘계산의 영역’에서 일어난 일인지는 알 수 없다. 계산을 했더라도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누구도 알 수 없는 지점이다. 그러나 그동안 황 감독이 이어온 흥행 불패의 이력을 보면 그에게 타고난 감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요소를 정확히 겨냥해온 그의 빅데이터에서 이 위험을 최대한 안전하게 받아낼 수 있는 방안을 도출했다고 생각하다면 허황된 소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