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나홍진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피렌체=연합뉴스) 나홍진 감독이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의 라 꼼빠니아 극장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3.26 [태극기 토스카나 협회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961_205715_4215.jpg&w=2560&q=75)
대표적 과작(寡作) 감독으로 알려진 나홍진 감독이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 속에서 작품 활동 페이스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래서 일단 저부터 그만 뜸 들이고 영화 자주 찍으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요." 나홍진 감독은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의 라 꼼빠니아 극장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서 현지 영화팬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2008년 장편 데뷔 이후 지금까지 단 3편의 영화만 선보인 나홍진 감독은 작품 간 간격이 점점 길어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데뷔작 〈추격자〉(2008)와 두 번째 작품 〈황해〉(2010)는 2년 차이였으나, 세 번째 영화 〈곡성〉(2016)까지는 6년이 소요됐다. 차기작 〈호프〉(HOPE)는 9~10년 만인 올해 또는 내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완벽주의적 성향과 집요함으로 매 작품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해온 나홍진 감독이 기존의 창작 스타일을 변경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여러 악재가 겹친 상황이지만 현명하게 대처하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의지를 다진 그는 행사에서 받은 피렌체 명예 시민증을 들어 보이며 "뭐, 잘 안돼도 이게 있으니까요"라고 유머를 섞어 말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나홍진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피렌체=연합뉴스) 나홍진 감독이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의 라 꼼빠니아 극장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서 피렌체 명예시민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03.26 [태극기 토스카나 협회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961_205716_4243.jpg&w=2560&q=75)
작품 수는 적지만, 나홍진 감독의 영화들은 매번 강렬한 충격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적으로 열성적인 팬층을 형성했다. 이날 470석 규모의 영화관을 거의 가득 채운 현지 관객들은 질의응답 시간에 적극적인 참여 열기를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사랑했다는 나홍진 감독은 주말마다 한 편이라도 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가를 누볐다고 회상했다. "당시 나에게 영화는 너무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다. 영화는 즐기는 것이지 감히 만든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미술을 전공하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20대 후반이 돼서야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고 자신의 영화 입문 과정을 설명했다.
데뷔 초기에는 단순히 영화 완성에만 집중했다는 나홍진 감독은 "당시에는 영화를 만드는데 급급했고, 기대나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추격자〉 개봉 후 몰래 극장을 찾았을 때 일부 관객의 혹평에 좌절했으나, 예상 밖의 호평에 오히려 당황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폭력적 장면에 대해서는 "특별히 폭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영화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갈등과 긴장이 점층적으로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폭력이 등장한 것 같다"고 설명한 그는 "제 영화 중에 폭력적인 영화가 있었나요?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추격자〉와 〈황해〉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하정우에 대해서는 "〈추격자〉를 하겠다는 배우가 없었다. 정우씨가 해주겠다고 해서 만났는데, 능글맞으면서도 굉장히 공격적이고, 너무나 적극적이었다. 유머 감각도 뛰어났다"며 "막상 작업을 해보니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대단한 배우가 되겠구나 싶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곡성〉에 대해서는 "촬영된 영상을 편집 없이 이어 붙였을 때 5시간 분량이 나오더라. 큰일 났다 싶었다"며 "분량을 줄이라고 해서 편집하면서 작품을 줄였던 기억밖에 없다"고 제작 비화를 전했다. 그는 "〈곡성〉을 오컬트, 호러 장르라는 형식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서 공부를 많이 했다"며 "이 장르가 어느 시점 이후로는 대가 끊긴 느낌을 받아서 이걸 어떻게 하면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나홍진 감독은 정작 자신이 겁이 많아 호러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극장에서 보는 것을 피하고, 집에서도 정지 버튼을 조작할 수 있는 환경에서만 본다"며 "이러한 성향이 오히려 나만의 독특한 연출 방식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나홍진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피렌체=연합뉴스) 나홍진 감독이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의 라 꼼빠니아 극장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3.26 [태극기 토스카나 협회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961_205717_4319.jpg&w=2560&q=75)
마지막으로 그는 "극장은 감독에게 유리한 무대"라며 "빛과 소리가 차단된 상태에서 관객은 감독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만 접하게 된다. 난 그 안에서 관객이 처음과 마지막에 느끼는 감정의 폭을 최대치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느낀다"고 영화 연출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나홍진 감독은 차기작 〈호프〉(HOPE) 작업 중에 제23회 피렌체 한국영화제의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받아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리카르도 젤리·장은영 공동 집행위원장이 주관하는 피렌체 한국영화제는 20년 넘게 이탈리아에 한국 영화를 소개해왔으며, 오는 29일 열흘 간의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