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유행하다시피 하는 고전의 속편 귀환, 그 대열에 이 영화가 합류했다. 2003년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린제이 로한과 제이미 리 커티스가 주연한 가족코미디영화로 엄마와 딸의 몸이 바뀌어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흔한 바디 체인지(바디 스왑, 바디 스위치) 류의 코미디 영화지만, 개봉 당시 인기를 끌며 제작비 8배에 달하는 흥행 성적을 올리는 등 지금까지도 바디 체인지 코미디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곤 한다. 이 영화가 장장 22년 만에, 2025년 8월에 2편을 공개할 예정이다. 당연히, 혹은 다행히도 전작의 주연 린제이 로한과 제이미 리 커티스가 복귀한다. 2편 공개에 앞서 1편(그리고 그 원작)을 다시 돌아본다.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메리 로저스 작가가 1972년 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소설은 디즈니에서 여러 차례 실사화한 바 있는데, 1976년, 1995년, 2003년, 2018년 총 네 편의 영화가 있다. 그중 대외적으로 가장 유명한 영화가 2003년에 개봉한 영화다. 나온 지 30년이 된 소설을 토대로 시대에 맞춰 여러 디테일을 더해 좀 더 바디 체인지 코미디의 묘미를 살렸다. 사실 ‘모녀가 몸이 바뀐 채 하루를 보내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기본 토대를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엄마 테스(제이미 리 커티스)와 딸 애나(린제이 로한)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테스는 간단한 상담만으로도 상대에게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심리상담사이지만, 애나에게만은 엄격하게 군다. 애나는 동생 해리에 대한 편애,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자꾸만 방해하는 등 엄마의 일방적인 통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테스가 라이언(마크 하몬)과 재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테스의 결혼 전야 파티와 애나의 밴드 오디션 무대가 겹치면서 둘의 갈등은 고조된다.

이런 둘의 말다툼을 본 중식 레스토랑 사장의 노모는 둘에게 포춘 쿠키를 건네고, 이를 먹은 두 사람은 다음날 아침 서로의 몸이 바뀐 채 잠에서 깬다. 서로의 몸에 왜 바뀌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떻게든 일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 테스는 애나를 대신해 학교생활을 해야 하고, 애나는 테스를 대신해 심리상담사로서 그리고 재혼을 앞둔 신부로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 두 사람은 이 ‘기묘한 금요일’을 보내면서 서로가 몰랐던 부분들을 알아간다.
영화는 서로의 관심도, 성격도 판이한 모녀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다. 1976년 영화는 일반적인 가정의 엄마와 딸을 토대로 해 상황적인 부분의 코미디를 집중했다면, 2003년 영화는 두 사람의 성격 대비뿐만 아니라 남편/아빠를 잃은 가족의 일원이란 대비를 더했다. 그래서 서로의 다른 환경과 성격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란 범위의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영화만큼 재밌는 제작비화가 있는데, 영화와 인연이 닿을 뻔하다 만 배우들이 꽤 있다. 먼저 위에서 말한 1976년 영화에서 딸 애나벨 역으로 출연한 조디 포스터가 2003년 영화의 엄마 역으로 고려됐다는 것. 제작을 맡은 프로듀서가 이 기획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전작과 다른 방향으로 각본이 진행되고 조디 포스터 또한 전작과 다른 영화인데 본인이 출연하면 관객에게 혼란을 줄 것이라고 거절해 성사되지 못했다. 제이미 리 커티스가 이 역할에 들어오기 전, 시고니 위버, 아네트 베닝 등이 고려됐다. 실제로 촬영 직전까지 갔던 아네트 베닝은 각본 보완을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결국 제작진과 합의해 하차했다. 그래서 제이미 리 커티스는 촬영을 코앞에 두고 합류했다고 한다. 커티스는 해당 영화 속 기타 연주 장면을 위해 실제로 연주할 수 있을 정도까지 연습했지만, 아쉽게도 영화에는 전문 연주자가 녹음한 버전이 쓰였다.
영화는 제이미 리 커티스와 린제이 로한을 비롯해 배우들의 호연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고 수혜자는 린제이 로한인데, <페어런트 트랩> 이후 두 번째 주연작에서도 좋은 연기로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이어 차기작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도 연기와 흥행 모두 성과를 거두며 스타로서의 탄탄대로를 걸었다. 원래 이 배역은 미셸 트라첸버그가 낙점됐었는데, 그가 출연한 <뱀파이어 해결사>(<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가 인기를 얻어 장기 방영되며 하차했다. 그 자리에 린제이 로한이 들어간 것이니 천운이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

사실 2편 제작 이전에 디즈니는 새로운 <프리키 프라이데이> 실사영화를 공개한 바 있다. 앞선 두 편과 차별화를 원했는지 한국에선 제목을 직역한 <기묘한 금요일>로 공개했다. 여기서는 포춘 쿠키 대신 모래시계를 같이 쥐는 것이 바디체인지의 트리거로 그려지며, 전반적으로 노래와 춤을 내세운 뮤지컬 요소로 특색을 더했다. 그러나 출연진이 빈약하고 혹평도 많이 받아서인지 이 영화가 있는지 모르는 팬들이 많을 정도. 특히 이전 1976년, 1995년, 2003년 영화를 전부 챙겨 본 팬덤에선 1점 세례를 받았다.


그렇게 돌고 돌아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2003년의 시퀄로 돌아온다. 희소식이라면 제이미 리 커티스, 린제이 로한 두 배우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며 속편을 추진해왔기에 적어도 ‘억지로 만든’ 속편은 아니라는 것. 이번 영화는 테스와 애나가 애나의 딸, 그리고 애나의 의붓딸과 몸이 뒤바뀌는 이야기가 된다고 알려졌다. 두 명에서 네 명이 된 바디 체인지가 관객들에게 먹힐지, 기대 반 걱정 반이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이 앞선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