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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이 〈슬램덩크〉 제작진의 손에서 재탄생하다!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단편 애니 〈알사탕〉 시사회·기자간담회 현장

김지연기자
〈알사탕〉
〈알사탕〉

지금이야말로 한국 문학이 단군 이래 가장 주목받는 시기가 아닐까. 최근 한국 문학이 걸출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있다면,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드 추모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도 있다.

2005년 「구름빵」으로 데뷔한 백희나 작가는 「삐약이 엄마」, 「장수탕 선녀님」, 「나는 개다」 등의 그림책으로 20여 년간 아이들에게 꿈과 위로를 전해왔다. 올해 3월 개최된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한국이 만든 작품이 단 한 편도 노미네이트되지 못했지만,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을 원작으로 일본이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알사탕>만큼은 최종 후보로 올랐다.

 

〈알사탕〉
〈알사탕〉

영화 <알사탕>은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과 「나는 개다」를 각색한 3D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은하철도 999> <드래곤볼> <세일러문> <원피스> 등을 탄생시킨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 애니메이션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제작한 단델라이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작업했다.

영화는 오는 28일 전국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을 앞둔 가운데, 23일 오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알사탕>의 언론배급시사회와 백희나 작가,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가 참석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후기와 현장에서 나온 말들을 바탕으로 영화 <알사탕>의 관람 포인트를 전한다.


〈알사탕〉
〈알사탕〉

20분의 러닝타임에 담아낸 담백하고 깊은 울림

영화 <알사탕>은 분명 아동용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른들의 눈물을 훔칠 작품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알사탕>은 외로운 동동이에게 찾아온 마법의 알사탕이 들려주는 따뜻한 진심을 담은 애니메이션으로, 약 20분의 짧은 러닝타임에 담백하고 깊은 울림을 담아냈다.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동동이는 어느 날 ‘먹는 순간 진심이 들리는’ 마법의 알사탕을 얻게 된다. 마법의 알사탕을 입에 넣으면 그간 미처 듣지 못했던 사물, 강아지,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게 되고, 동동이는 알사탕으로 인해 처음으로 진심을 이해하고 전하는 법을 알게 된다.

<알사탕>은 짧은 러닝타임 덕에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도, 또 극장에서 장편 영화가 아닌 단편 영화를 보며 기분을 환기하고픈 어른들에게도 제격이다. 백희나 작가는 “러닝타임이 짧은 만큼, 어린아이들이 극장에 입문하는 첫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 사항을 밝히기도 했다.


〈알사탕〉
〈알사탕〉

CG로 빚어낸 아날로그 정서

<알사탕>이 말하는 ‘진심의 가치’는 어쩌면 바쁘디바쁜 요즘 시대와는 가장 어울리지 않을 법한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오늘날은 모든 메시지와 감정이 빠르게 소모되고 휘발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심의 가치’를 말하는 영화는 사실 그 무엇보다 아날로그적이다. <알사탕>은 메시지도, 표현 방식도 모두 아날로그 정서를 띠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3D CG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얼핏 ‘CG’와 ‘아날로그’는 다소 상충되는 개념인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알사탕>의 제작진은 3D CG로 아날로그 정서를 구현하기 위해 1년간의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백희나 작가 특유의 클레이 질감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었다. 백희나 작가가 영화에도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살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제작진은 먼저 CG로 캐릭터들을 모델링해 테스트한 후 백희나 작가의 피드백을 받아 개선해 나갔다. 결과적으로, <알사탕>은 손으로 빚은 듯한 불규칙성과 따뜻함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고, 빛과 그림자로도 작품의 정서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알사탕> 제작진의 이러한 접근 방식이 백희나 작가에게는 “원작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알사탕〉
〈알사탕〉

한국적 색채가 가득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작품이기에, <알사탕>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감성이 담겼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백희나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황금과 같은 제작진”이 뭉쳐 기뻤지만, 우려했던 건 과연 한국적인 정서가 오롯이 담길지에 관한 문제였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도 <알사탕>에는 한국의 구축 아파트부터 한국의 놀이터, 정겨운 동네의 풍경, 그리고 한국의 햇살까지 오롯이 담겨 일본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는 “우리가 스토리를 만들며 무의식중에 (동동이를) 일본 아이처럼 만들어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충분한 의논을 했고, 한국인들이 <알사탕>을 봤을 때 위화감이 없기를 바랐다. <알사탕>의 로케이션으로 삼은 장소는 서울의 한 동네였다. 그리고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과 한국에 언덕과 까치가 굉장히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첫 신에서 까치를 등장시켰고, 언덕에서 거리로 내려가서 동동이에게 닿는 장면을 구상하셨다”라고 작업 과정을 회고했다.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는 기자간담회를 시작할 때 능숙한 한국어로 긴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는데, 백희나 작가는 “와시오 프로듀서가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셨다. 그래서 감동을 받았다. 원작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싶어서 배우셨다고 받아들였다”라고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알사탕〉
〈알사탕〉

“비즈니스가 안 되더라도 하자고 설득” 한국과 일본의 독특한 협업이 성사된 배경

<알사탕>은 토에이 애니메이션이 한국 아동문학을 원작으로 제작한 첫 일본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알사탕>은 <닥터 슬럼프> <드래곤볼> <원피스> <소년탐정 김전일> 등의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일본 애니메이션을 이끌어 온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이 연출했다.

‘프리큐어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와시오 프로듀서는 항상 예리한 감각으로 한국과 일본 작품을 가리지 않고 영화화할 작품을 물색하고 있다. 와시오는 “「알사탕」을 처음 읽었을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또한 클레이 방식의 표현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단편이었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만들어보고 싶어서 회사를 설득했다. 설득의 방법은 바로 만들어서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이었다”라고 제작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결과적으로 <알사탕>은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상 노이네이트는 물론, 2024 뉴욕 국제어린이영화제 애니메이션 단편 부문에서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고, 씨네키드 영화제, 키네코 영화제, 캠브리지 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총 8개 부문을 수상했으니 와시오 프로듀서의 설득은 성공적이었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