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포스터, <호크니> 영화 포스터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는 미술 애호가 뿐 아니라 대중들 사이에서도 핫한 전시로 떠올랐었다. 전시 기간 내내 사람으로 북적였고 지난 8월 4일 막을 내렸다. 전시를 아깝게 놓쳤거나 전시를 보고 데이비드 호크니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8월 8일 데이비드 호크니의 다큐멘터리 영화 <호크니>가 개봉한다. 이번주 뒹굴뒹굴 VOD는 <호크니> 개봉 기념 함께 보면 좋을 미술 영화들로 꾸려봤다. 이 영화들은 8월 9일(금)부터 8월 16일(금) 정오까지, 네이버 시리즈에서 다운로드할 시 바로 사용 가능한 즉시 할인 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다.


러빙 빈센트

감독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출연 더글러스 부스, 시얼샤 로넌, 제롬 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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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된 스틸컷은 영화의 아름다움의 반의반도 담지 못했다. 전 세계 최초 시도된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는 반짝반짝한 영화다. 말 그대로 그림 속 인물과 풍경들이 움직일 때면 색이 황홀하게 빛난다. <러빙 빈센트>의 흥미로운 지점은 반 고흐의 그림을 단순 나열하지 않고 미스터리한 스토리라인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 이후 1년,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 사이 오갔던 편지를 전달했던 우체부 조셉 룰랭(크리스 오다우드)의 부탁으로 그의 아들 아르망 룰랭(더글러스 부스)이 빈센트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과정을 그린다. 아르망은 반 고흐가 마지막 순간에 머물렀던 공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반 고흐 죽음의 이유를 추적해간다. 그의 여정 뒤로는 반 고흐의 유명한 풍경화들이 펼쳐진다. 이미 미술 교과서를 통해 많이 봤던 그림들이다. 우리가 알던 그림들이라 인물들의 움직임이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교과서에서 지겹도록 봐왔던 반 고흐의 그림이 교과서 밖에서 얼마나 매력적인지 다시 깨닫게끔 만들어줄 영화다.


내셔널 갤러리

감독 프레더릭 와이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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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행 필수 코스 중 하나로 런던 내셔널 갤러리를 가 본 사람과 다큐멘터리 영화 <내셔널 갤러리>를 관람한 사람 중에 누가 더 내셔널 갤러리를 잘 알까. 최소한 이론적 지식에 있어서는 후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내셔널 갤러리>는 소장 미술품 소개뿐만 아니라 갤러리를 운영하는 각 분야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림을 복원하는 사람, 갤러리의 운영, 홍보, 교육, 큐레이터들의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명작에 대한 조명이 아닌, 이를 어떻게 현대를 살아가는 일상의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하는 지금의 모습을 담았다는 점에서 발전적인 시선이다.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은 이틀을 제외한 12주 동안 하루 12시간에 걸쳐 내셔널 갤러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고 한다. 총 180분의 러닝타임.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간이지만 미술관 관련 직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울 알찬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베스트 오퍼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제프리 러쉬, 짐 스터게스, 실비아 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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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한 영화 중 재미로만 따진다면 개인적으로 <베스트 오퍼>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른 네 편의 영화들이 그림의 아름다움, 교양을 전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지루함을 지니고 있는 것과 달리 <베스트 오퍼>는 시각적 아름다움보다 서사에 집중한 영화다. 예술품의 가치를 누구보다 까다롭게 잘 알아보는 최고의 경매사 노신사 올드먼(제프리 러쉬). 어느 날 고저택에 사는 여성에게 감정 의뢰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여성은 만날 기회가 닥칠 때마다 번번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집에서 오랫동안 일한 관리인조차 그녀의 얼굴을 알지 못할 정도로 방에서 은둔 중인 여자였던 것. 완벽주의자 올드먼은 번번이 약속을 파투 내는 그녀에게 화가 났지만 점차 화는 호기심, 관심으로 발전해간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보길 권한다. 특히 의문의 여성을 맡은 배우를 모른 채 보는 게 더 흥미로울 것이다. 예술품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적인 남자가 의문의 여성을 만나며 변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곳곳에 등장하는 미술품과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영화에 기품을 더한다.


셜리에 관한 모든 것

감독 구스타프 도이치

출연 스테파니 커밍, 크리스토프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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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감성'에 딱 맞는 예쁜 색감과 미니멀한 공간 디자인이 눈을 사로잡는다. <러빙 빈센트>가 그림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면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은 실제 배우가 그림 속 인물이 돼 연기하는 일종의 실사영화다. 에드워드 호퍼의 여러 그림 속 인물과 공간을 완벽에 가깝게 똑같이 재현했고, 그 그림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이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구성돼 있다. 연극배우 셜리(스테파니 커밍)가 1930~196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들로 인해 사회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며 고뇌하는 인물이다. 한 컷 한 컷이 캡처를 부르는 아름다운 영상들로 가득 차있다. 장면들 사이를 미국 역사를 요약한 텍스트와 내레이션이 메꾸는데 1930~1960년대 미국의 사회상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공감이 어려울 구성이라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아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얼마나 똑같은지 영화 스틸컷과 비교해 보시길.

(왼쪽부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Hotel Room>, <Room in New York>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

감독 클레망틴 드루디유

출연 로베르 두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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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한복판. 남녀가 키스하는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라는 작품으로 로맨틱 사진가의 대명사가 돼버린 로베르 두아노.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 속에서 담은 로베르 두아노의 삶은 의외로 '일상적'이었다.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적 성취 과정에서 평범한 삶을 일구는 데는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속 그려진 로베르 두아노는 자신의 삶과 가족을 가장 소중히 여긴 사람이었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이런 내레이션이 나온다. "우리 가족사진은 앨범 대신 책에 실리고 전 세계에 전시됐다" 사진가 두아노의 카메라 앞에 가장 많이 선 모델은 그의 가족들이었다. 가족이기에 담을 수 있는 표정과 행복감이 그의 사진에서 전해진다. 그는 르포 사진을 찍어 신문사에 팔거나 자동차 공장에 사진사로 취직하고 패션 화보를 찍는 등 여러 활동을 했는데 예술가보다는 직업인에 가까운 사진가처럼 보였다.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유명인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친근함과 귀여운 매력이 느껴진다. 그의 사진 속에서 오히려 로베르 두아노의 삶의 태도와 방식이 엿보이던 영화.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