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언덕> 포스터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그때가 좋았지’라는 생각을 품곤 한다. 그렇지만 그 시절이 정말 좋기만 했나, 되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고민이 있었고,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었으며, 아팠던 순간과 그래서 배웠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비밀의 언덕>은 1996년, 초등학교 5학년 명은(문승아)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했던 우리의 시간을 다시금 깨운다.

<비밀의 언덕>의 명은은 반장도 하고 글짓기도 잘하는 모범생 같으면서도, 시장에서 젓갈장사하는 부모님이 부끄러워 거짓말도 하는 아이. 그런 명은이 전학생 혜진을 만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비밀의 언덕>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잔향을 남기는 순간으로 관객에게 보여준다.

2022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후 2023년 7월 12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비밀의 언덕>. 씨네플레이는 <비밀의 언덕>을 연출한 이지은 감독과 명은 역의 배우 문승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정제된 연출과 섬세한 연기로 <비밀의 언덕>을 완성한 두 사람, 서로를 “구수하다”, “아는 언니 같다” 말하며 시종일관 찰떡같은 호흡을 엿볼 수 있었던 순간을 전한다.


<비밀의 언덕> 이지은 감독(왼쪽), 문승아 배우 사진 제공=(주)엣나인필름

베를린, 전주에서 상영을 하고 이제 관객분들과 만나게 됐는데요. 간단하게 소감을 듣고 싶어요.

이지은 감독 일단 지금 파이팅이 좀 넘쳐 있는 상태예요. 지금 이 영화를 알리고 싶다, 많은 분들에게 <비밀의 언덕>이라는 제목을 알리고 싶고 이 영화에서 어떤 배우들이 나오는지도 알리고 싶고, 이 영화의 존재를 알리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그래서 굉장히 의욕이 가득한 상태예요.

문승아 배우 전 이미 알렸어요.(일동 웃음) 친구들한테도 막 포스터 나눠주고 “난 아까 받았어” 그래도 “더 있으면 좋지” 이러면서 더 주고. 아침 조회 때도 “자, 얘들아, 내 영화 일주일 남았어” 이러면서요.

학교 친구들이나 선생님들 반응은 어때요?

문승아 선생님들은 되게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고 친구들은 이제 또 저러네, 또 시끄러워지겠네 그러면서도 한 번 봐주겠다고 얘기해요.

<비밀의 언덕>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쓰게 되신 계기를 먼저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지은 일단은 승아 배우가 캐스팅되기 전부터 되게 작은 여자 인간이 제 머릿속에서 막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야망이 있고 뭔가 뜨겁고 자기 욕망에 되게 충실하고 그런 당찬 10대 여성 캐릭터를 그려보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 미화되지 않은, 약간 복잡한 내면을 가진 그런 인간을 그려보고 싶다는 게 감독으로서 욕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그런 인물은 있는데 이게 어떤 이야기로 흘러갈지, 그리고 어떤 갈등으로 일어날지는 잘 몰랐었는데 저희 영화의 초반에 중요한 소재가 된 ‘가정환경조사서’와 ‘1996년’ 그 시대와 이 인물이 접합되면서 이 영화가 만들어지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럼 문승아 배우는 오디션을 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문승아 그 당시에 받았던 대본들 중 엄마가 거절한 게 몇몇 있었어요. 거절이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엄마가 대본이나 시놉시스를 보시고, 제가 5학년이었으니까 제가 감당해내기 좀 벅찬… 그러니까 좀 어두운 캐릭터다, 그래서 보류했다가 PD님께서 연락을 하셔서 엄마한테 ‘되게 따뜻한 내용이다’라고 설명한 게 엄마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 “따뜻한 내용이래”라면서 얘기해주셨고 스토리 정도만 알고 오디션을 보게 됐죠.

<비밀의 언덕> 명은 역의 문승아 사진 제공=(주)엣나인필름

혹시 오디션 과정은 어떻게 됐어요?

문승아 즉흥극만 엄청 하고(일동 웃음) 저는 오디션이니까 자기소개, 자유연기 준비해가고 지정 대본 있으면 주시겠지 했는데 감독님이 “내가 엄마를 할게 네가 딸을 해” 하면서 했거든요. 또 감독님이 연기를 너무 잘하세요. 다른 감독님들보다 좀 잘하시는 편이라서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그래서 즉흥극하면서 울었어요.

혹시 제시했던 상황은 이 영화랑 관련이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자유롭게 했었나요?

이지은 <비밀의 언덕> 대본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전혀 상관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문승아에게)혹시 기억나는 거 있어요?

문승아 뭐 친구랑 얘기하는 거 있었던 것 같고.

이지은 진짜 한두 가지가 아니라 좀 많이 했어요.

문승아 하나는 이거였어요. 감독님이 저한테 ‘지금 제일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게 뭐냐’라고 해서 “연기”라고 대답했고 감독님께서 ‘그러면 제일 좋아하는 연기를 엄마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해보자. 근데 너도 반박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생각해보자’로 시작했어요.

<비밀의 언덕> 연출한 이지은 감독 사진 제공=(주)엣나인필름

감독님은 승아 배우가 오디션 봤을 때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이지은 일단은 제가 승아 배우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굉장히 미소가 너무 구수했고요.(웃음) 말을 하는데 되게 스윗했어요. 그때 핑크색 양털 옷 같은 거 입고 와가지고 말을 하는데 너무 스윗하고 사랑스러웠던 것 같아요. 너무 재밌다 (싶었죠). 근데 승아 배우가 지금도 그렇지만 말에 꾸밈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어떤 격식이라든가, 오디션장에서 긴장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근데 지금 자기 기분이나 어떤 생각을 자연스럽게 친구랑 얘기하는 것처럼 나눌 수 있는 배우여서 대화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 점이 가장 인상 깊었고. 근데 또 막상 연기하면 되게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힘 뺀 연기를 하는데 집중이 확 되는 거예요. 이 영화에서 명은이가 극단적인 상황이 있는 게 아니고 정말 일상 속에서의 디테일한 연기가 필요한데 정말 자연스럽게 힘 뺀 연기를 하는데 힘이 있는, 그래서 저는 이 배우의 연기를 내가 제일 먼저 보고 싶고 그리고 이 배우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상상하는 것도 되게 즐겁더라고요.

문승아 PD님께서 오디션 때 옆에서 영상을 찍으셨는데 그걸 보고 좀 부끄럽더라고요. 그러니까 애가 이렇게 들어올 때부터 (배시시 웃어보인다). 제 또래 아역배우들이 뭔가 너무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다 보니까 “안녕하세요” 예의 있게 인사하는데 저는 추워가지구 주머니에 손 넣고 들어왔거든요.

이지은 (웃음)맞아 맞아. 기억나. 그때 우리가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고 들어왔어야 되는데 그 순간에 ‘헤에’ 웃었어요. 그게 저는 너무 웃겼어요. 사실은 명은이의 모든 행동들이 승아가 신발을 벗으면서 웃는 행위처럼, 그런 디테일이 명은이를 채우고 있는 거라 승아 배우의 그 모습을 보고 (마음에 들었죠).

영화에서도 그런 디테일들이 굉장히 좋았어요. 영화가 1996년 배경인데 독립영화에서 과거를 그리는 건 제작비라던가 여러 면에서 꺼려지는 부분이잖아요.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 쓰셨나요?

이지은 말씀하신 것처럼 이게 전체 세트를 구현할 수도 있는 게 아니고 의상도 모든 인물들을 제대로 입히려면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프리 프로덕션을 할 때부터 전략이 필요했어요. 우리는 뭐에 집중을 하고 뭐를 포기할 것인가. 일단 그 시대의 인물상을 고증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96년도의 인간 상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커튼을 다는 엄마들의 감성,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선생님의 감성. 그런 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코믹한데 그 당시엔 진지했잖아요. 그런 것들을 집중한 것 같아요. 인물상을 먼저 고정하고 그리고 배우가 걸친 옷, 액세서리, 화장, 갈매기 눈썹을 할 것인가, 서울 사투리를 쓸 것인가 안 쓰실 것인가, 먹는 밥이 뜨거워야 된다 등등. 조금이라도 디테일을 위해서 그런 것들을 굉장히 세세하게 신경 썼어요.

영화에서 참 인상 깊었던 건 강길우 배우(성호 역)가 시장에서 등장할 때 바지에 열쇠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정말 아빠구나 싶었거든요.(웃음) 문승아 배우님은 1996년 당시를 촬영장에서 처음 접하셨을 텐데. 되게 신기했을 것 같아요. 촬영장에서 봤던 소품이나 의상 이런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 있나요?

문승아 일단 저는 분필 칠판을, 이렇게 탁탁 털어서 쓰는 분필 칠판 처음 봤어요. 요즘은 보드마카로, 아니면 전자칠판이라고 있잖아요. 분칠 칠판은 진짜 만화에서만 보던 거여서 너무 신기했어요. 그리고 여기 명찰 같은 거랑…

실내화 가방도 있었죠.

문승아 맞아요.

이지은 맞아, 실내화 가방 들고 달리잖아.(일동 웃음)

<비밀의 언덕>

저도 그 세대를 살았었지만 다시 보니까 되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영화는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삼아서 어린 친구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감독님은 어떻게 현장을 컨트롤하셨는지요.

문승아 제가 힘들었어요. (일동 웃음)

이지은 먼저 얘기해주세요.

문승아 제가 09년생이거든요. 근데 10년생 애들을 케어했어요. 그리고 같은 또래 동갑 친구들도 다 연기가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이니까 긴장 풀어주고 그러려고 저도 노력을 되게 많이 했어요. 감독님도 많이 하셨고요.

이지은 저도 그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는데요. 제가 명은이를 생각할 때 아이로 생각하지 않고 한 인간으로 접근을 한다고 했잖아요. 일단은 승아 배우나 혜진 역을 맡은 재희 배우나 아니면 오빠 민규 역을 맡은 (최)현진 배우나 연기를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이 <비밀의 언덕>에 왔기 때문에 성인 배우와 다를 게 없었어요. 이 친구들 때문에 힘들다 이 친구들이 말이 안 들어서 힘들다, 그런 건 사실 전혀 없었고.

문승아 거짓말! (웃음)

이지은 정말로! (웃음) 왜냐하면 다들 여기에서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다를 게 없었고. 그리고 명은이 반 친구들은 저희가 일부러 사전에 만났었어요.

문승아 사실 보통은 그 친구들이 조역, 단역이니까 리딩을 하거나 미팅을 하거나 그렇지는 않잖아요. 근데 감독이 만난다고 해서 되게 신기했어요. 보통은 촬영 현장 가서 만나거나 심지어 보통 오디션도 안 보고 모으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리딩까지 같이 했었어요. 보통 친구 1, 2, 3 이렇게 하는데 저희는 이름을 다 붙여줬어요.

이지은 맞아요. 승아랑 같이 화성에서 사는 친구는 하성이, (문승아에게) 다 기억나지? 우리 찬호도 그렇고. 저는 일단 승아 배우가 현장에서 정말 편하게 연기하기 위해서는 몇 번 같이 해야 되는 친구들하고는 한 번이라도 시간을 갖길 바랐거든요. 그래서 반 친구들하고 만나서 게임도 하고. 정말 현장에 처음 오는 친구들 있잖아요. 승아가 친구들 분위기 풀어주려고 하고.

문승아 근데 정말 감독님이 아니라 제가 힘들었어요. 진짜로, 정말이에요, 정말로.

이지은 (웃음) 그랬어?

문승아 네!

이지은 근데 정말로 승아 배우의 되게 많은 노력이 들어갔어요. 그래도 왔던 친구들 중에 개구쟁이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진지하게 했어요. 왜냐하면 ‘난 여기에 등장할 거야’하고 온, 배우를 꿈꾸고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다 진지했어요.

문승아 학교에 반에 한 명씩 조용하고 말 잘 듣는 친구들 있잖아요. 그런 친구들만 모아놓은 것 같기는 했어요. 그래서 힘들었어요.

찬호라는 이름을 들으니까 그 브레이크 댄스 추는 그 장면이 바로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건 그 친구의 실제 모습인가요?

문승아 걔가요, 저희 미팅 때 기분이 좋다고 “저 비보잉 해요! 진짜로 할 줄 안다니까요. 보실래요?” 이러더니 갑자기 이렇게 돌아서. (웃음)

이지은 그거는 제가 좀 생각을 했던 게 왜냐하면 옛날에 반에 춤꾼들 한 명씩 있잖아요. 사전에 만났을 때그 친구가 춤을 너무 좋아하고 잘 춘다는 거 알고 ‘아 이 친구가 그 춤꾼’. 그래서 그 친구가 명은이 짝꿍이 됐고.

문승아 분량도 많이 늘어났어요.

이지은 그게 그 친구의 열정인 것 같아요. 그 배우가 사전 만남에 왔을 때 굉장히 열심히 ‘난 춤을 출 줄 알아요’ 하면서 본인을 어필하는 것도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비밀의 언덕>

영화 현장에서 감독님이 많이 존중해주었다고 하는데, 혹시 본인의 아이디어가 들어가는 장면이 있을까요?

문승아 학교 장면은 대부분 즉흥극으로 제가 이끌어낸 게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친구들까지 대본을 다 줄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감독님이 ‘너네 하고 싶은 대로 해’ 하고 놔두시면 이제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이지은 저는 기억이 남는 게 있어요. 명은이가 엄마한테 “왜 이렇게 막 살아”하고 다음 장면이 명은이가 슈퍼에서 비닐봉지 사 오는 장면인데요. 저는 그때 명은이가 비닐봉지를 쫙 펴가지고 팔랑팔랑하는 거를 들고 올라가게 하고 싶었어요. 그게 명은이의 허탈한 마음이 더 보일 것 같았거든요. 승아 배우가 그렇게 연기했는데 자꾸 저한테 ‘나라면 그렇게 안 할 것 같은데’ (하더라고요).

문승아 이상하지 않아요? 접혀있는 걸 굳이 왜 펴요!

이지은 “알았어, 승아야”하고 넘겼는데 승아가 계속 옆에서 ‘나라면 그렇게 안 할 거 같은데’.(웃음) 그래서 ‘그래 승아야 그것도 찍어보자’ 해서 진짜 접혀져 있는 거 갖고 올라가요. 이렇게 두 개 다 찍어봤잖아요. 제가 편집을 하는데 최종적으로 쓴 건 승아 배우가 말한대로였어요.

문승아 강길우 배우님도 그렇고, 의견을 하나씩 덧붙이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럼 감독님이 처음에는 아리까리하다가 ‘그럼 그렇게도 해볼까요?’ 하시는데, 감독님이 제 말은 안 들어주시는 거예요. (일동 웃음)

이지은 그랬어?!

문승아 네! 뭔가 오기가 생긴 거예요. 아, 진짜 좀 그런데… 싶었죠.

저는 처음 비밀 편지함을 열어서 보다가 선생님이랑 눈 마주치고, “선생님이랑 같이 볼까” 하니까 의자에 쪽지를 잔뜩 올려서 가져가잖아요. 그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문승아 (이지은 감독에게) 제가 한 거 맞죠?

이지은 그렇지. 저도 돌이켜 보니 그거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 위에 올려서 가지고 갈 때 승아 배우의 한마디도 일품이에요. “으쌰!” (웃음) 그리고 거기서 딱 들고 와가지고 이렇게 이렇게 하는데 그 손짓도 굉장히 리얼해요.

명은과 하얀·혜진 자매

극에서 명은이가 쓴 글, 혜진이가 쓴 글들이 나오잖아요. 당연히 감독님께서 직접 쓰신 걸 텐데 그 부분을 쓸 때 신경을 많이 쓰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지은 신경을 많이 썼는데, 저도 어릴 때 ‘글짓기 키즈’였거든요. 명은이처럼 초등학교 때 주제만 나오면 열심히 도서관 가서 책 보고 분석한 다음에 쓰고, 때로는 어디 기관에 찾아가서 쓰고 열심히 썼는데 제가 대상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항상 장려상, 우수상. 대상을 받았던 친구들의 글을 보면 그 포스가 남달랐어요. 저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엄청 많이 읽어가지고 그 문학성의 수려함이 어른이 쓴 글처럼 정말 대단해요. 이거는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경지라고 느낀 그런 글들이 생각나서 많이 녹여보려 했고, 이 친구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성찰했을까 싶은 되게 솔직하게 쓴 글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다시 상기해 보면서 글을 썼던 것 같아요. 명은이 두 발로 걸으면서 쓰는 글과 책을 보면 쓴 글과 혜진이 자신의 삶을 그대로 쓴 글을 할 때 좀 많이 다르게.

문승아 명은이 글은 딱 우수상 글 같아요.

이지은 왜왜?

문승아 느낌이 뭔가 준비한 것 같고 원고지 한 서너 개 썼을 것 같고. 근데 이제 혜진이나 그런 애들은 그냥 앉아서 쌤들이 뭘 해야 상을 주실지 아는 애들 같았어요.

문승아 사진 제공=(주)엣나인필름

문승아 배우는 이번에 또래분들하고도 연기했지만, 나이가 많은 배우들과도 함께 하셨는데, 어떠셨어요 함께 맞춰가는 과정이?

문승아 다들 연기를 정말 잘하시잖아요. 촬영 끝나고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영화가 좋게 나와도 네가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배우분들이 워낙 잘해서 더 잘해보이는 거야”라고요. 맞는 말이긴 한데 안 그래도 (촬영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일동 웃음) “그치? 장선 배우님(경희 역) 연기 잘하지? 엄마 나도” 이래도 “장선 배우님이 잘해서 너를 잘 맞춰주시는 거야”라고 하고요. 연기를 잘하시는 건 맞으니까… 애들이랑 연기를 할 때는요, 물론 배 우는 것도 있지만 재밌는 게 더 많이 있는데 이렇게 선배 배우님들이랑 하면 훨씬 배우는 것도 많고, 약간 스킬이랄까요 그런 게 좀 생기는 것 같아요.

혹시 어떤 배우분하고 개인적으로 제일 잘 맞아요?

문승아 임선우 배우님이요. 저랑 성격 자체는 완전 정반대시거든요. 되게 조근조근하게 웃기신 분인데. 연기할 때 서로 생각하는 바는 비슷했던 것 같아요. 그 아이들 생일 축하 얘기하는 장면에서도 “롤링페이퍼!” 동시에 말하는 것도 같이 생각한 거고, 연기할 때 그런 아이디어 같은 거 서로 잘 공유했던 것 같아요.

※ <비밀의 언덕>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