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제천국제음악영화제 홈페이지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가 8월 10일, 6일간의 음악영화 레이스를 시작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국내의 유일한 음악영화제로, 음악영화와 영화음악 공연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다.

지난 20일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측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상영작과 프로그램 등을 공개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작년 부실 회계 등으로 인해 예산이 삭감된 상황. 그래서인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19회 제천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은 겉모습보다는 내실에 신경을 쓰는 영화제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조직위원장으로 원로 영화인 이장호 감독을 임명했다. 조직위원장을 영화인이 맡은 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역사상 최초다. 또한 <태극기 휘날리며>, <쉬리> 등의 음악을 담당한 이동준 음악감독이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29개국의 104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21개 팀의 음악 공연을 준비했다. 부분 경쟁 영화제인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이번에도 역시 국내 경쟁과 국제 경쟁 부문은 물론, 거장 감독의 영화를 상영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두 개의 ‘추모 트리뷰트’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공연 프로그램도 알차게 준비한 모양새다. 매년 인기리에 진행 중인 음악 공연 ‘원 썸머 나잇’에는 10CM, 치즈, 스텔라장, 권진아, 샘김 등 굵직한 라인업이 예고되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영화제는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청평호, 제천 CGV, 제천시민회관, 제천문화회관 등 제천시 일대에서 개최된다. 영화제 소식에 들뜬 관객들을 위해,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를 소개한다.


치밀한 심리 서스펜스와 결합한 피아노 연주,<뮤직 샤펠>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상영작은 단연 개막작이 아닐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첫 회 개막작으로 <스윙 걸즈>를, 제3회 개막작으로는 <원스>, 제8회에는 <서칭 포 슈가맨>을 상영하는 등, 그간 영화제가 개막작으로 소개한 작품들은 많은 화제를 낳으며 ‘명품 음악영화’로 국내 대중들에게 입소문을 탔다.

올해의 개막작으로는 도미니크 데루데레 감독의 <뮤직 샤펠>이 선정되었다. 도미니크 데루데레(Dominique Deruddere) 감독은 벨기에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도미니크 데루데레 감독은 <에브리바디 페이머스>(Everybody's Famous!, 2000)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에브리바디 페이머스>는 음악이 플롯의 주요한 소재가 되는 작품인데,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 <뮤직 샤펠> 역시 음악과 극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데루데레만의 장기가 여과 없이 발현되는 작품이다.

<뮤직 샤펠>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결선 무대에 오르고자 하는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그린다. 독특한 것은, 결선 진출자들은 결선 일주일 전부터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샤펠’에 함께 기거해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 겪는 감정의 동요는 뛰어난 피아노 연주 연기와 어우러져 서스펜스를 강화한다.


위기에 직면한 거장의 모습을 담은 다큐,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 초 타계한 故 사카모토 류이치를 기리는 추모전을 마련했다. 이번 제천에서는 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작품들을 상영할 예정이다. 사카모토 류이치에게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의 영예를 가져다준 <마지막 황제>(1987)는 물론, 그가 처음 참여한 한국 영화 <남한산성>(2017)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사카모토 류이치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도 만나볼 수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2018)은 그가 인후암 판정을 받은 후 작업을 중단하고, 다시 작업을 시작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묵묵하게 담아낸다.

더불어, 이번 영화제에서는 사카모토 류이치에게 제천영화음악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번 수상을 위해서 음반사 ‘COMMMONS’의 조지 아브라이와 1986년부터 사카모토의 공연을 제작해온 ‘PROMAX INC’의 유타카 토야마가 영화제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4K 복원 버전으로 만나보는 <카르멘>

이번 제천에는 올해 초 타계한 스페인의 거장 감독 카를로스 사우라의 추모전 역시 준비되어 있다.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은 스페인의 전통예술을 영화에 담은 ‘춤 3부작’으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사우라 감독은 당대의 플라멩코 스타 안토니오 가데스와 함께 협업해 3부작을 완성했는데,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중 <카르멘>과 <마법사를 사랑하라>가 상영된다.

이번 제천에서는 <카르멘> 개봉 40주년을 기념하여 4K로 복원된 버전을 상영한다. <카르멘>은 오페라 '카르멘'의 음악과 플라멩코가 만나 시각적, 청각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안토니오 기데스는 영화에서 '카르멘'을 사랑하는 안무가 역할을 맡았다.


황금곰상 보유 감독, 파티 아킨의 <라인골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전 세계 거장 감독들의 신작 음악 영화 또는 최신 복원작을 만나볼 수 있는 섹션이다. 올해 이 섹션에서는 총 9편의 영화들이 소개된다.

그중에서도 파티 아킨 감독의 <라인골드>는 올해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되어 국내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파티 아킨 감독은 <미치고 싶을 때>(2004)로 5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거장이다. 그는 튀르키예계 독일 감독으로, 이민자 등의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줄곧 관심을 가져왔다.

<라인골드>는 한 래퍼의 자서전에서 영감을 받은 전기 영화다. 쿠르드족 주인공 ‘자타르’(실명 기와르 하자비 Giware hajabi Nationale)는 이라크에서 금 강탈 혐의로 체포되어 감옥에 살다가 독일의 빈민가로 이주한다. 이 드라마틱한 여정 속에서 주인공 자타르는 그의 삶을 갱스터 랩으로 표현하기에 이른다. 영화의 제목은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1막의 제목 ‘라인골드’에서 따왔다.


그림만으로 재즈를 생생하게 표현한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블루 자이언트>

소리 없이도 마치 소리를 듣는 듯, 재즈 없이도 재즈를 들리게 만든 만화가 음악을 입고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났다. <블루 자이언트>는 “소리를 쓰지 않고 재즈를 표현한 최고의 작품”이라고 불리는 이시즈카 신이치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블루 자이언트>는 만화 속 음악을 현실로 끌어내, 정상급 뮤지션들의 재즈로 영화를 가득 채웠다. 영화의 음악감독은 일본의 유명 피아노 연주가 우에하라 히로미가 맡았다.

<블루 자이언트>는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