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가 돌아왔다! 군무 이탈 체포조(D.P.)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 2(연출 한준희, 각본 김보통, 한준희)가 지난 7월 28일 공개됐다. 지진희, 정석용, 김지현, 권해효 등 새로운 배우들이 가세해 무게감을 높였고 지난 시즌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배우 고경표도 모습을 드러낸다. 시즌 2를 향해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 가운데 씨네플레이와 유튜브 무비건조의 필진들이 첫 감상을 보내왔다.
이야기가 커졌다. 시즌 1을 이끌어가던 가장 핵심적인 즐거움은 안준호와 한호열의 삐걱거리며 진실로 나아가는 콤비 플레이었다. 현실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엔터테인먼트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던 것도 그 덕분이었을 것이다. 시즌 2는 세계를 무리하게 확장한다. 병사들이 겪는 부조리가 아니라 군 수뇌부 권력을 거악으로 설정하면서 캐릭터는 흔들리고 이야기는 전작보다 훨씬 더 강하게 ‘픽션’의 영역으로 접어든다. 시즌 1의 모든 캐릭터는 선과 악 사이의 어떤 경계선에 있었다. 그것이 이 시리즈에 묘한 깊이를 부여했다. 시즌 2의 캐릭터들은 확실한 선과 악으로 나눠지기 시작한다. 그러자 오히려 캐릭터들의 개성과 입체성이 휘발되는 면이 있다. 시즌 2 역시 안준호와 한호열을 중심으로 한 부조리하지만 경쾌한 수사극으로 이어가고, 다음 시즌 정도에서 세계관을 확장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 제목인 <D.P.>가 담을 수 없는 영역에 지나치게 빨리 들어선 느낌이다.
- 김도훈 영화평론가, 유튜브 무비건조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아기자기한 맛을 뒤로하고 스케일을 택했다. 증량의 고통 따위 이겨내고 몸집을 멋지게 불리려고 했지만 딱 거기까지다. 뭐랄까. 에피소드가 시즌 1과는 달리 현실에 밀착하지 못한 채 전체적으로 붕 뜬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특히 3화가 그렇다. 군대 내 성 소수자를 다룬다는 점까지는 좋았다.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 그런데 이걸 과하게 코믹하게 풀어내는 바람에 그 기저에 자리한 문제의식이 휘발돼버렸다. 액션신도 볼륨은 커졌는데 정작 긴장감을 자아내지는 못한다.
<D.P.>가 열광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현실 문제를 드라마적으로 현명하게 풀어낸 덕분이었다. 글쎄. 시즌 2에서는 이게 역전된 느낌. 패착이다. 그럼에도, 개인을 향한 집단의 착취를 끝내 은폐하려는 자들이 엄존한다는 진실을 다시금 일깨운다는 점에서 <D.P.>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과연,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다. 진실의 반대말은 은폐를 통한 망각이다. 그리고 이것은, 여러분도 알고 있다시피 군대만의 문제가 당연히 아니다.
- 배순탁 음악평론가, 유튜브 무비건조
군대로 대변되는 이 사회의 문제를 짚은 <D.P>는 ‘진단’ 그 자체만으로도 용기 있고 잘 짜여진 기록적인 시리즈였다.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라는 전편의 과제를 받은 시즌 2는 전편의 그 언질에 화답하는 일종의 실행편이다. 남겨진 과제만큼 더 많은 ‘작전’이 추가된 셈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범주 안에서 군대 내부의 곪은 상처를 살살 어루만졌던 시즌 1이 긴장과 애잔함의 묘미로 꽉 차 있었다면, 시즌 2는 그 상처를 아예 대놓고 터트리는 시도를 한다. 더 많은 인물, 더 많은 대사, 더 많은 스토리라인, 더 많은 액션이 가미된다. 이른바 스케일의 확장인데, 이 과정에서 만족도는 시즌 1 보다 다소 감소된다. 전편의 ‘과제’가 캐릭터들에게 너무 버거운 짐을 부여한 게 아닐까. 바뀌지 않은 사회에서 뭐라도 해야 하는 인물들은 결국 체제와 국가를 상대로 자신을 던지는 ‘히어로’나 ‘내부고발자’의 형태로 내달리게 되는데, 이 부분은 익히 많은 유사 장르에서 보아 온 장치다. 르포에 가까운 리얼리즘에서 출발한 이 시리즈가 오히려 현실과는 조금 떨어진 액션 판타지 장르에 가까워졌다. 시즌 2가 뛰어넘어야 할 경쟁 상대가 잘 짜인 신선한 시리즈로 기록된 전편이라고 볼 때, 시즌 1이 남겨준 그 기운에 비하자면 이번엔 다소 익숙한 재미에 그쳤다.
- 이화정 영화평론가, 유튜브 무비건조
우선은, 아직 제대 안 해주어서 고맙다. 작은 그림(매 에피소드)들이 모여 큰 그림(마지막 화)을 만든다는 이전 시즌과의 기조는 동일하나, 큰 그림의 풍경이 바뀌었다. 지난 시즌은 군대 내부의 부조리를, 이번 시즌은 사회 구조의 모순을. 높은 사람 위에 더 높은 사람, 더 높은 사람 위에 더욱 높은 사람. 한호열이 캐리하는 유머 코드도 여전하다. 정극 연기를 더 잘 하는 코미디언, 문상훈(김루리 일병 역)의 연기는 발군이다. 다만, 4화의 후반부부터는 서사도, 연출도 다소 판타지스러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일개 군인 둘(준호열: 안준호, 한호열)이 너무나도 거대한 사회 구조에 맞서야 했기 때문일까. 특히 임지섭(손석구)과 안준호(정해인)가 차를 타고 GP에 들어가는 장면은 <해리포터>를 연상시키기도. 물론, 그만큼 GP가 ‘소문만 무성한 전설의 그 곳’이라는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였겠지만, 리얼리티를 살린 전 시즌의 서사와 연출을 생각하면 다소 의아한 부분이긴 하다.
- 김지연 씨네플레이 기자
먼저 필자는 시즌 1을 보지 않고 시즌 2를 시청했음을 밝힌다. 대부분 시즌 1을 시청해서 시즌 2를 기다렸겠지만, 갑자기 시즌 2에 궁금증이 생겨 바로 시청할 수 있는지 궁금한 이들을 위한 가이드로 봐주길 바란다. 1화 시작부터 명성에 걸맞은 흡입력을 자랑한다. 김성균, 정석용의 긴장감 넘치는 대화를 시작으로 안준호의 군 생활이 이어지며 어김없이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유발한다. 이어지는 김루리 일병 사건과 장기군탈자의 에피소드가 <D.P.>의 아이덴티티, 부조리한 생활에 놓인 개인의 고통을 묘사한다. 문제는 4화부터다. 여기서부터 (시즌 1을 안 본 필자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분위기가 급변한다. 이번 시즌 2는 군탈자뿐만 아니라 군대라는 시스템 자체의 무책임과 권력을 묘사하는데, 그게 시즌 1의 정서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겐 다소 어리둥절하게 다가올 듯. 좋게 말하면 장르적 색채가 짙어져 감정 소비가 덜하고, 나쁘게 말하면 ‘병사’가 아닌 ‘군인’이 주인공이 돼버렸다. 에피소드 1~3까지 숨이 가빠질 만큼 몰입했던 필자는 후반부 또한 재밌긴 했으나 ‘소문의 D.P.’가 아닌 느낌을 받았다. 5화쯤부터 시즌 1의 인물 여럿이 등장하므로, 시즌 1을 안 봤다면 어리둥절할 수 있다. 이 드라마를 꼭 봐야 할 이유를 고르라면, 오 준위를 연기한 정석용 배우의 압도적 존재감을 뽑겠다.
- 성찬얼 씨네플레이 기자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장성민 캐릭터가 등장하는 3화였다. 연극영화학과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얼차려’를 통해 입대하기 전부터 체험하게 되는, 이미 사회 전체적으로 전염되고 만연한 폭력과 군대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바로 3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장성민 캐릭터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에서 여주인공 니나 역을 맡겠다고 자원했다가 학교 선배들에게 폭행당했고, 이후 입대해서도 비슷한 이유로 폭력에 시달린다. <팬텀 싱어> 시즌 3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렸던 뮤지컬 배우 배나라가 장성민을 연기하며, 뮤지컬 <헤드윅>의 ‘Midnight Radio’를 부르는 장면을 거의 원곡의 러닝 타임 그대로 살려내며 군대 내 성소수자 문제도 다룬다. 게다가 그건 연출자의 미투 문제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추천’을 하지 못하게 된 영화 <꿈의 제인>(2016)의 주인공이었던, 당시 구교환이 연기했던 트랜스젠더 제인을 떠올리게 하며 호열로 하여금 그를 추적하게 만든 것도 의미심장하다. 앞서 2화도 그런 연상작용 혹은 오마주를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다. 바로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처럼 같은 사건을 두고 엇갈리는 진술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정교하게 배치된 에피소드들을 통해 개인적으로는 시즌 1보다 진화한 느낌이다. 시즌 전체의 핵심은 결국 어떤 사건이 벌어졌고 국가가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서 ‘살 수도 있었던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 대해 ‘국가란 무엇인가’라고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판타지라면 판타지겠지만, 우리는 거기서 실제로 벌어졌던 여러 사건을 마치 현재 시점처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르러 “이제 그만하자, 우리 할 만큼 했어”라는 대사를 반박하며 포기하지 않을 때, 이 시리즈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 주성철 씨네플레이 편집장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양말복 배우가 한 병사의 어머니로(왼쪽), 지난 시즌에 비해 대폭 비중이 늘어난 손석구와 그의 전처이자 서은 중령으로 출연한 김지현 배우(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