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처럼 밀려드는 다양한 작품 속에서 우리는 종종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처럼 빛나는 신예 배우들을 발견하곤 한다. 뇌리에 남을 만큼 날 것의 눈빛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거나, 베테랑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배우들. 올해 역시 신예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가운데, 내년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면 좋을 차기 라이징 스타 후보들을 모아봤다.
최현욱
대표작 <라켓소년단>, <약한영웅 Class 1>, <D.P. 2>, <반짝이는 워터멜론>


2024년이 기대되는 동시에 행보를 예상할 수 없는 배우 최현욱. 그는 2021년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를, <라켓소년단>에서 나우찬 역을 연기해 주목받기 시작하며 그해 SBS 연기대상 신인상을 수상, 신인 배우로서 영광을 안았다. 업계의 러브콜 속에 2022년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문지웅 역을 맡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며, 차기작 <약한영웅 Class 1>에선 뛰어난 싸움 실력으로 연시은의 조력자로 활약한 안수호 역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대중들에게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건 올여름 공개된 <D.P.> 시즌2를 통해서다. 에피소드 4 '불고기 괴담'에서 반항기가 가득하지만 미스터리에 싸인 병사 신아휘 역을 맡아 살벌한 눈빛과 연기력을 선보이며 찬사를 받았다. 최근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통해 주연 배우로 올라서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최근 담배꽁초를 무단투기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네티즌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소속사를 통해 자필 사과문까지 공개했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이후 행보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홍사빈
대표작 <만인의 연인>, <방과 후 전쟁활동>, <화란>


충무로의 새로운 블루칩. 송중기와 함께 영화 <화란>의 주연을 맡은 배우 홍사빈이다. 홍사빈은 2018년 단편 영화 <휴가>로 데뷔해 <만인의 연인>, <폭염> 등 다수의 작품들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한 연기파 배우다. 최근 영화 <화란>에서 지옥 같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소년 연규 역을 맡아 칸 영화제에 입성, 제44회 청룡영화제 신인남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현재 수상이 유력한 배우 중 하나. 홍사빈은 <화란>으로 주목받기 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에 출연하여 교내 일진 캐릭터였던 우희락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뿐만 아니라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무빙>에서 암호명 '나주'의 장례식장을 지키던 양아들로 출연한 바 있다. 차기작은 배우 이제훈과 구교환이 만나 화제가 된 영화 <탈주>이며 정확한 배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김형서
대표작 <화란>, <최악의 악>


올해 <유령>, <화란> 그리고 <최악의 악>까지 스크린과 OTT를 넘나들며 강렬한 인상을 새긴 배우가 있다. 배우 김형서다. 김형서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가수 '비비'는 어떠실지. 김형서는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속 김서형 배우의 아역을 맡아 배우로 데뷔했다. 올 초 이해영 감독의 신작 <유령>에서 유리코(박소담) 대신 새로 온 비서 아야나미 역으로 특별출연해 약 1분가량의 분량에도 일본어와 욕을 찰지게 섞어 사용하는 등 임팩트를 남기며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하반기 개봉한 <화란>은 김형서 배우에게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첫 주연작임과 동시에 칸 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 김형서는 지옥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연규(홍사빈)의 가족 하얀을 연기했다. 연기자로서 두각을 드러낸 건 디즈니플러스 <최악의 악>을 통해서다. 중국 마약공장의 유통책으로 박준모(지창욱)와 가까워지며 준모에게 살벌한 소유욕을 느끼는 이해련 역을 맡아 날것의 눈빛으로 상대 배우와 극 내 분위기를 휘어잡으며 대중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연기를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는 김형서의 도전은 2024년에도 이어질지 기대해 보자.


고윤정, 이정하, 김도훈
대표작 <무빙>

2023년 하반기를 달궜던 디즈니플러스 <무빙>. 쟁쟁한 배우들 속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귀여운 삼인방이이 있었으니. 드라마 속 정원고 초능력자 삼인방을 연기한 고윤정, 이정하, 김도훈이다.

고윤정은 배우 데뷔 전부터 대학내일, 광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얼굴을 알려 온 케이스다. 그러다 2019년 tvN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김소현 역을 통해 정식 데뷔하였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조연으로 출연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뿐만아니라 <로스쿨>, <환혼: 빛과 그림자>를 통해 여린 모습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분위기, 매력적인 마스크로 탄탄히 팬덤을 구축해왔다. 2022년엔 이정재 감독이 연출한 영화 <헌트>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으며 제43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 차기작 또한 더욱 기대해 볼 만하다. 히트메이커 신원호 PD가 참여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핀오프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율제 산부인과 1년 차 전공의로 변신할 예정이다.



찐빵처럼 귀여운 볼살과 통통한 뱃살, 희수(고윤정) 앞에만 서면 어쩔 줄 모르는 귀여운 매력의 소유자 봉석이를 연기한 이정하 역시 특급 유망주다. <무빙>에서는 캐릭터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무려 30kg이나 증량했다. 이정하는 2017년 웹드라마 <심쿵주의>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으며, <신입사관 구해령>, <런 온>, <알고있지만,>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활동해왔다. 이후 <무빙>을 만나 주연에 올라서며 대중들에게 '이정하'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현재 인기에 힘입어 라이징 스타들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음악방송 고정 MC 자리를 맡게 됐으며(MBC <쇼! 음악중심>), 차기작으로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원: 하이스쿨 히어로즈>가 있다.


희수&봉석이와는 달리 과묵한 태도에 날카로운 예민함,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사랑받은 반장 이강훈 역의 김도훈 배우도 있다. 김도훈은 2016년 독립영화 <미행>으로 데뷔해 영화 <게이트>, 드라마 <절대 그이>, <의사요한>, <다크홀>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비록 무명에 가까운 활동이었지만 <무빙>을 통해 빛을 발하며 스타덤에 오르게 된 것. 이후 스타작가 김순옥이 집필한 SBS 드라마 <7인의 탈출>에 출연하는 등 소처럼 일하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는 중이다. <7인의 탈출> 시즌 1에 이어 2024년 방영되는 시즌 2에서도 메인 빌런 K로 출연할 예정이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스터리 수사단>을 통해 예능 나들이에 나설 전망이다.


김윤우
대표작 <연인>


매주 금, 토 높은 화제성으로 시청자들을 불러 모은 드라마 <연인>.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를 쓴 이 드라마에서 그간 사극에서 보기 어려웠던 퀴어 캐릭터를 연기하며 시선을 사로잡은 배우가 있다. 조선 최고의 소리꾼이자, 이장현(남궁민)을 오랜 시간 짝사랑해온 남자 량음 역의 김윤우다. 김윤우는 극 중 이장현(남궁민)과 유길채(안은진)를 연결해 주는 주요한 조력자 역할을 함과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숨겨야 하는 절절한 짝사랑의 주인공이 되어 활약했다. 신예답지 않은 차분한 연기력과 마지막 회까지 가슴을 울리는 애절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이 호평받으며 차세대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정해진 차기작으로는 방탄소년단의 앨범 '화양연화'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드라마 <유스>로, 초록뱀미디어와 하이브가 공동으로 제작한다.
조유리
대표작 <술꾼도시여자들 2>


캐스팅만으로도 2024년 스타 자리를 점찍어 놓은 배우가 있다?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의 배우 조유리다. 조유리는 넷플릭스 메가 히트작이었던 <오징어 게임> 후속 시리즈에 깜짝 캐스팅 소식을 전하며 놀라움을 안겼다. 조유리가 대형 오리지널 시리즈에 캐스팅된 것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조유리는 웹드라마 <미미쿠스>로 첫 주연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이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 2> 7화에서 강지구(정은지)에게 시종일관 반항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불량 학생으로 출연해 몰입감 높은 대사 전달력과 연기로 신스틸러에 등극,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낳았다. 조유리는 연기활동에 대해 "노래할 기회가 먼저 닿아 가수로 데뷔하게 됐지만 연기에 대한 갈망은 항상 있었다"라며 "솔로 데뷔 이후 연기자로서 본격적으로 준비해왔다"고 고백했다. 조유리가 과연 글로벌 배우로 도약하며 제2의 정호연이라 불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