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남궁민이라면, 속눈썹 한 올까지 컨트롤할 것만 같다. 매 작품마다 배역에 걸맞은 외모와 목소리, 눈빛을 장착하고 새로운 사람이 된 것 마냥 등장하는 그. 때로는 능글맞은 얼굴로, 때로는 감정 한 톨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냉철한 얼굴로, 때로는 인간다움을 물씬 풍기는 로맨틱한 얼굴로. 배우 남궁민의 얼굴은 다양하다.

프로야구팀 단장, 수임료 단돈 천 원의 변호사, 국정원 최고 요원, 삥땅 전문 경리과장, 교도소 의료과장까지. 전문직이란 전문직은 모조리 연기해 온 ‘궁민배우’ 남궁민이 이번에는 사극 <연인>으로 돌아왔다. 남궁민의 사극 도전은 2013년 방영된 드라마 <구암 허준> 이후로 딱 10년 만이다.

사진=MBC

배우 남궁민은 연기에 있어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다. 남궁민은 이번에 방영하는 휴먼 역사 멜로드라마 <연인>에서도 사극에 어울리는 외모, 스타일, 행동, 말투 등을 가꾸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남궁민은 “외모부터 캐릭터와 잘 맞게 가꾸어야 연기도 집중이 잘 되는 편”이라며, 작품에 들어가면 뼛속까지 배역의 인물이 되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남궁민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타석 흥행을 이끌며 ‘믿보남궁’(남궁민의 드라마는 믿고 본다)는 말이 돌기도. 매번 새로운 얼굴로 등장하는 남궁민의 드라마 흥행작들을 복습해 보자.


수임료는 단돈 천 원! ‘갓성비’ 괴짜 변호사 ‘천변’

<천원짜리 변호사>

“우리 법은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원칙은 언젠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소중한 사람을 지켜줄 것입니다. 바로 우리 자신 말입니다. “

남궁민의 ‘미친 말빨’을 보는 재미가 팔할인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남궁민이 맡은 ‘천변’, 천지훈 변호사는 어딘가 사기꾼스러운 스멜이 풍기는 데다가, 수임료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단돈 천 원만 받는 수상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정의감 넘치는 어엿한 법의 수호신. 천재는 어딘가 돌아있기 마련이다.

사진=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는 마치 남궁민의 히어로물을 보는 듯한 통쾌함으로 가득하다. 괴짜의 얼굴을 한 남궁민의 천변은 재판장에서 증인의 지갑을 소매치기하는 쇼를 시전하면서까지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물론,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말빨까지 탑재했다. 그야말로 빽 없는 의뢰인들의 든든한 히로인이다.


한국의 본 시리즈?

<검은태양> 국정원 최고의 요원 ‘한지혁’

남궁민이 가장 비주얼적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한 작품을 꼽으라면, <검은태양>이 빠질 수 없다.

한국형 첩보 액션극 <검은태양>에서 남궁민이 맡은 ‘한지혁’은 조직 내부에 존재하는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스스로 기억을 지운 인물. 남궁민은 외모 역시 연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배우인 만큼, <검은태양>의 한지혁 역을 소화하기 위해 17kg를 늘리며 벌크업을 했다. 실제 요원을 방불케 하는 근육과 몸집은 국정원 최고의 실력자라는 설정의 설득력을 높였다. 남궁민은 <검은태양> 촬영 전 사전 미팅에서 먼저 본인이 벌크업 할 것을 제안했고, 제작진은 이를 반갑게 받아들였다는 후문. <스토브리그>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남궁민의 날렵한 이미지와 상반되는 단단한 비주얼은 그에게 ‘코리안 헐크’라는 별명을 안기기도 했다.

<검은태양>은 화려한 액션 씬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속도감이 살아있는 카 체이싱 액션 장면은 첩보 액션극의 진수를 보였다는 평을 받기도. 남궁민은 맨몸, 총격 액션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며, 액션 배우로서의 가능성 역시 내비쳤다.

사진=MBC

남궁민은 이 작품으로 2021년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검은태양>은 MBC와 웨이브가 150억을 투자해 제작한 웨이브(Wavve) 오리지널 작품으로, 웨이브에서 전편을 시청할 수 있다. 참고로, 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는 ‘무삭제판’은 MBC에서 방송된 버전과는 다르게 조금 더 과감한 수위와 액션이 담겨 있다. <검은태양>의 인기에 힘입어, 스핀오프 작품인 <뫼비우스: 검은태양>이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되기도 했다.


스포츠드라마 아닌 오피스드라마!

야구를 몰라도 재밌는 <스토브리그> 속 우승청부사, 백승수 단장

매 해 겨울이면 텅 빈 야구장에 홀로 앉아 후련한 미소를 짓던 백승수 단장을 떠올린다. 종영한 지 3년 반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누군가는 ‘드림즈’(<스토브리그> 속 가상의 구단)의 올해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스토브리그>는 데뷔 20년 만에 남궁민에게 첫 대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이다. 남궁민은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단역으로 데뷔한 이후, 꼭 20년 만에 대상을 수상한 것.

사진=SBS

올해 2월에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연 종영 3주년 기념 카페가 열렸을 만큼, <스토브리그>는 수많은 ‘과몰입러’를 낳은 드라마다. 박은빈, 오정세, 조병규, 이준혁 등 어느 한 명 빠질 것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드라마의 흥행 요인 중 하나인데, 그중에서도 남궁민은 너무나도 백승수 단장 그 자체였던 나머지, 남궁민이 아닌 백승수로 야구 매거진(더그아웃매거진)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남궁민이 연기한 백승수는 구단의 우승을 위해서라면 프랜차이즈 스타도 트레이드하는 등 과감하게 일을 처리하는 단장이지만, 그 뒤에 숨은 은근한 인간다움이 시청자를 ‘과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 백승수가 짓는 쓸쓸함 섞인 미소는 감히 남궁민의 연기 역사상 최고의 1분이라고 할 만하다.


쫀쫀하고 탄탄한 한국 장르물의 새 역사

<닥터 프리즈너> 교도소 의료과장 나이제

“너 같은 놈이 죽어서 나가는 게 내 정의야”

지금 대한민국은 ‘사적 복수’ 열풍이다. 그러나 뻔한 권선징악, 사이다 전개에 질렸다면, <닥터 프리즈너>를 정주행할 것을 권한다. <닥터 프리즈너> 역시 복수가 소재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늘 정의로운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결같이 선한 사람도 없고, 선하다고 믿었던 인물조차 악을 제거하기 위해 악을 행한다. 그래서 <닥터 프리즈너>는 「정의란 무엇인가」보다도 더 직관적이고 흥미로운 정의의 교과서다.

사진=지담

드라마의 질문을 오롯이 담아낸 인물은 단연 주인공 ‘나이제’다. 남궁민이 연기하는 나이제는 정의감에서부터 비롯된 복수를 행한다. 다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던가. 나이제가 복수를 행하는 방식은 정의롭지 않다. 드라마의 회차가 거듭되다 보면, 심지어는 나이제 본인조차 파멸하고 있는 듯 보인다.

나이제는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대변하는 인물이자, 정의로움과 비열함, 그리고 파멸 사이를 줄다리기하는 냉소적인 인물이다. 남궁민의 뛰어난 캐릭터 이해도에 힘입어 제대로 ‘흑화’하는 나이제의 모습은 뻔하지 않은 장르물을 완성시켰다.


코미디도 문제없는 남궁민!

<김과장>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

남궁민의 필모 중 색깔이 확연하게 다른 작품이라면 단연 <김과장>이 아닐까. 남궁민은 코믹도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일깨운 작품이다. <김과장>은 코미디 오피스 드라마로, 적절한 현실 풍자가 일품이다.

사진=KBS2

<김과장>의 주인공 김성룡은 ‘삥땅’을 치러 입사한 TQ그룹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부정과 불합리, 비리와 싸우게 된다. 물론, <김과장>의 현실 풍자는 ‘김과장’ 남궁민의 능글맞은 연기로 빛을 발했다. 남궁민은 지난 26일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김과장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한 비결은 바로 많은 연구였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김과장’) 유튜브나 짤을 봐도 미친놈 같다. 내가 진짜 이걸 연기했나 싶다. 진짜 창피했다. 근데 그만큼 연구했다. 동작이 커서 외국 배우들의 연기를 참고했다”라고 전했다.


<연인> 속 남궁민. 사진=MBC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라던 배우 남궁민. 이번 작품 <연인>이 다시 한번 그의 전성기를 불러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로 각자의 남궁민 베스트를 꼽아주시길 바란다. 위에서 언급된 남궁민의 드라마는 모두 OTT 플랫폼 웨이브(Wavve)에서 시청 가능하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