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이 오면서 극장가에도 새로운 흐름이 찾아오고 있다. 이번주엔 특히 미국과 한국, 각국을 대표하는 여성 아티스트들의 콘서트 영화가 화제를 모았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를 담은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이하 <디 에라스 투어>)가 북미 박스오피스에, 아이유의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를 담은 <아이유 콘서트 : 더 골든 아워>가 한국 극장가에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콘서트 실황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경우는 최근 자주 있었지만, 이 영화들이 특히 화제를 모은 건 개봉 전 세우고 있는 기록 때문. 두 아티스트들이 미국과 한국에 어떤 기록을 세웠는지를 옮겨본다.
테일러 스위프트, <스타워즈> 이기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현재 ‘디 에라스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투어는 5개 대륙에서 146회 공연을 진행하는 초장기 월드 투어로, 2023년 3월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 공연을 시작으로 2024년 11월 캐나다 로저스 센터에서 막을 내린다. 미국, 멕시코, 브라질, 일본, 호주, 싱가포르, 프랑스, 스웨덴, 포르투갈, 스페인, 스코틀랜드,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폴란드, 오스트리아, 캐나다를 경유한 극한의 월드 투어로 알려졌다.
실황 영화 <디 에라스 투어>는 그중 2023년 8월 LA의 소파이(SoFi) 스타디움에서 진행한 공연을 담았다. 개봉일은 10월 13일. 그러니까 개봉까지 한달이나 남은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가 벌써 미국 영화 커뮤니티에 화제인 이유는 압도적인 사전 판매량 때문이다. 사전 판매량은 일종의 흥행 척도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예매율을 보듯, 북미에서도 사전판매량의 추이를 보고 해당 작품의 흥행 여부를 판별한다. 그런데 <디 에라스 투어>가 그 사전판매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낸 것이다.
<디 에라스 투어>는 북미 최대 극장 체인 AMC에서 판매 첫 날, 2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대상을 넓혀 북미 3대 극장 체인이라 할 수 있는 리갈, 시네마크를 포함하면 총 3700만 달러라고 한다. 이 금액만 들으면 감이 안 잡힐 텐데, 매체 '콜라이더'의 보도에 따르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사전판매량의 두 배에 달한다고. 그리고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사전판매량은 2015년 당시 ‘유례없는 사전 판매량’으로 보도된 바 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예시가 잘 안 와닿는다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보다 높다고 바꿔 말하겠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사전 판매량 2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북미 극장가에선 <디 에라스 투어>가 개봉 주말에 대략 7천만 달러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최대 1억 달러까지 예측되기도 한다). 그동안 <한나 몬타나 & 마일리 사이러스: 베스트 오브 보스 월드 콘서트>(개봉 주말 3100만 달러)나 <저스틴 비버: 네어 세이 네버>(최조 7300만 달러>가 성공적인 콘서트 실황 영화로 거론되고 있었는데, 적어도 지금 상황에선 <더 에라스 투어>가 두 영화를 가뿐히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유, IMAX로 만나다
북미가 테일러 스위프트로 들썩들썩한다면, 현재 한국은 아이유로 둠칫둠칫하고 있다. 아이유가 2022년 9월 진행한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 콘서트는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렸는데, 이는 한국 여성 가수 최초 입성이라고 한다. 서울에서만 이틀간 열린 콘서트였음에도 당시 전석 매진으로 8만 8천여 명을 동원해 아이유가 가진 흥행력을 입증한 사례이기도.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는 DVD와 블루레이로도 발매됐고, 2023년 아이유 데뷔 15주년을 맞이해 극장 상영까지 결정됐다. 공연 안내에도 촬영 관련 안내가 있었던 만큼 15주년을 앞둔 큰그림을 그린 셈. 콘서트에서 선보인 25곡의 셋리스트가 그대로 수록돼있으며, 아이유 콘서트의 전매특허 ‘앵앵콜’까지 만날 수 있다(물론 기존의 앵앵콜처럼 길진 않다고 한다). 콘서트 당시 화려한 드론 쇼와 애드벌룬 같은 여러 무대장치가 공연을 채우면서 상당한 화려한 공연이었다고 소문난 만큼, 영화관에서 즐기기에도 눈과 귀가 즐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콘서트처럼 이번 실황 영화 <아이유 콘서트 : 더 골든 아워>도 특별한 기록을 세우게 됐는데, 한국 콘서트 실황 영화 최초로 IMAX 상영관에서 상영을 실시한다는 것. 그것도 특정지점만이 아니라 IMAX 전관에서 상영된다고 알려졌다. 그동안 다양한 콘서트 실황 영화들이 개봉할 때마다 대형관 상영이 없어 아쉽다는 팬들의 볼멘소리가 종종 있었는데, '유애나'(아이유의 팬덤명)는 그래도 대형관에서 콘서트를 음미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피케팅은 둘째치고) 서울 콘서트여서 거리나 시간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지방 팬들에겐 그래도 간접적으로 콘서트를 체험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현재 예매 상황이 눈에 띈다. 독점개봉하는 CGV의 예매 차트 2위에 올랐고,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실시간 예매율 항목에서도 6위에 등극했다. 예매율 7.5%로 현재 예매 관객만 2만 명을 돌파했다. 9월 13일 개봉한 이후에 새로운 흥행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추이를 주목할 만하다. 여담으로 현재까지 국내 최다 관객을 동원한 콘서트 실황 영화는 (당연히) 방탄소년단 BTS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로 34만 관객을 모았다. 사실상 10만을 넘긴 실황 영화도 대다수 BTS의 콘서트이고, 그나마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 김호중(<그대, 고맙소 : 김호중 생애 첫 팬미팅 무비>) 정도 되는 화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두 여성 아티스트, 라고만 언급했지만 현재 극장에선 여러 가수들의 실황을 만날 수 있다. 8월 30일 개봉한 <강다니엘: 마이 퍼레이드>는 강다니엘의 첫 월드 투어 ‘퍼스트 퍼레이드’의 순간을 담았다. 9월 6일은 <서태지 25주년 라이브 타임: 트래블러>가 개봉한다. 오랜만에 서태지를 만날 수 있는 콘텐츠인 건 물론이고, BTS가 게스트로 참여한 공연이라서 서태지 팬뿐만 아니라 BTS 팬들도 눈길이 가는 콘서트 실황 영화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