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에도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는 어김없이 개막한다. 인사 논란부터 성추행 등 많은 구설수를 겪으며 현재 지도부 전체가 공석인 상태. 그럼에도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 축제는 올해도 이변 없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4개 극장 25개 스크린을 통해서 69개국 269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으로, 공식 초청작과 상영관의 개수가 예년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14일 진행된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는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를 연신 강조하며, 제한된 여건에서나마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현재 부국제의 이사장, 집행위원장이 공석인 가운데, 부국제 측은 배우 송강호를 ‘올해의 호스트’로 선정했다. 송강호는 이번 부국제에서 호스트로 전 세계 영화인들을 맞을 예정이다.
양조위 다음은 주윤발? 홍콩영화의 큰 형님 주윤발, 부국제 온다
작년 제27회 부국제에 참석해 많은 화제를 낳았던 양조위에 이어, 이번에는 주윤발이 부국제에 방문할 예정이다. 부국제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으로 배우 주윤발을 선정하며, 주윤발이 출연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주윤발의 영웅본색’을 마련했다.
‘주윤발의 영웅본색’에서는 <영웅본색>(1986)과 <와호장룡>(2000)과 함께 주윤발이 출연한 올해의 신작, <원 모어 찬스>(2023)를 상영한다. 아시아영화인상으로 2년 연속 홍콩영화인이 선정된 것에 대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홍콩영화인들을 차례로 상을 주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위대한 배우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올해 7월 제기된 주윤발의 건강이상설은 가짜뉴스로 밝혀져 많은 팬들이 안도한 가운데, 여전히 건재한 홍콩영화의 주역은 부산에서 보란 듯이 건강한 모습으로 국내 관객들을 맞이할 예정.
다양한 무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인의 시선을 담은 작품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부터 <미나리>(2020), 그리고 <엘리멘탈>(2023)의 흥행까지. 최근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전 세계 영화의 흐름이라면, 역시 ‘이주민의 이야기’가 아닐까.
이주민의 스토리를 담아낸 영화가 주목받기까지는, 이주민 출신 영화인들의 활약이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올해 부국제에서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과 배우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특별전에서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2020)와 존 조가 출연한 <서치>(2018),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2023) 등 한국계 미국인들의 작품 세계를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부국제에는 정이삭 감독, 저스틴 전 감독, 배우 윤여정, 존 조 등이 참석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에서는 한국 출신 이주민들의 삶을 엿본다면, 반대로 한국을 조금 낯설게 볼 수 있는 작품 역시 준비되어 있다. 다름 아닌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영화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 등을 연출한 장건재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계나(고아성)’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 한국을 떠나 홀로 뉴질랜드로 향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하마구치 류스케·이와이 슌지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감독들 총집합
이번 부국제는 일본 영화의 거장들을 다수 초대하며 아시아 대표 영화제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작품 <괴물>과 함께 관객과 만난다. 아이콘 섹션에서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아시아영화의 창 섹션에서는 이와이 슌지 감독이 <키리에의 노래>와 함께 관객을 찾는다. <키리에의 노래>에 출연한 배우 히로세 스즈 역시 부산을 방문할 예정.
거장의 소문난 신작들, 그 실체가 궁금했다면?
데이비드 핀처의 <더 킬러>, 켄 로치 <나의 올드 오크>, 요르고스 란티모스 <가여운 것들>, 뤽 베송 <도그맨> 등
영화제에서는 숨은 보석과 같은 영화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제로 많은 관객을 이끄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소문난 신작들의 상영일 터. 이번 부국제에서는 각종 영화제 수상작들과 거장들의 신작을 초청했다.
그중 가장 피 튀기는 예매 전쟁이 예상되는 상영작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평단의 극찬을 낳은 <가여운 것들>이 아닐까. 영화는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등을 연출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하고 엠마 스톤이 ‘여자 프랑켄슈타인’으로 변신한 작품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3년 만의 신작, <더 킬러> 역시 처음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상영될 예정이다. <더 킬러>는 마이클 패스벤더와 틸다 스윈튼 등이 출연하며,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공황을 겪는 한 킬러의 이야기를 다루며, 핀처만의 장기인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부국제에서는 켄 로치 감독이 자신의 ‘마지막 영화’라고 말한 작품, <나의 올드 오크>도 감상할 수 있다. <나의 올드 오크>는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미안해요, 리키>에 이은 ‘영국 북동부 3부작’의 마지막 퍼즐로, 영국 북동부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다.
또한, 뤽 베송 감독은 자신의 작품 <도그맨>과 함께 직접 부산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의 실물을 ‘영접’하고픈 국내 관객들에게는 부산을 방문할 이유가 충분한 셈. 이외에도 미셸 공드리의 <공드리의 솔루션북>, 카트린느 브레야의 <라스트 썸머>, 프레데릭 와이즈먼 <메뉴의 즐거움 - 트와그로 가족>, 독일 빔 벤더스의 3D 다큐멘터리 <빔 벤더스의 안젤름 3D> 등 다양한 거장들의 영화를 이번 부산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내 대중에게 입소문 날 작품들!
특히나 한국 관객이라면, 더욱 주목할 만한 작품들도 준비되어 있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봉준호의 첫 단편 애니메이션을 찾아가는 과정과 90년대 초, 대한민국의 영화광 시대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또한 故 설리의 마지막 인터뷰가 담긴 <진리에게>, <기생충>(2019)의 공동 각본가 한진원 감독의 연출 데뷔작 <러닝메이트>, 영화 <독전>(2018)의 후속작 <독전 2>, 이충현 감독과 배우 전종서의 <발레리나>, 배우 송중기가 출연한 <화란> 등은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모을 전망. 또한 판빙빙과 이주영이 출연하는 한슈아이 감독의 <녹야> 상영 역시 예정되어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한편, 배우 판빙빙은 이번 부국제에 방문하여 국내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 수요일부터 13일 금요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상영 시간표는 9월 15일(금) 공개 예정되어 있으며, 개·폐막식 및 아시아콘텐츠어워즈 & 글로벌OTT어워즈는 9월 20일(수) 14시에 예매 오픈한다. 일반 상영작 예매는 9월 22일(금) 14시부터 가능하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