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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더 도어〉보고 이제 배우 김수진에 오픈 더 도어 해버린.

씨네플레이
〈오픈 더 도어〉 치훈(서영주)(좌)과 문석(이순원)
〈오픈 더 도어〉 치훈(서영주)(좌)과 문석(이순원)

미국 교민 사회에서 벌어진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오픈 더 도어>는 어딘가로 향하는 치훈(서영주)을 비추며 시작된다. 똑똑똑. 문을 열어 치훈을 환대하는 건 다름 아닌 매형 문석(이순원). 둘은 취기에 옛일을 회고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지만 치훈이 강도에 의해 살해된 엄마 이야기를 꺼내자 분위기는 급변한다. 일그러진 가족의 진실은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을 가져오고 닫힌 문 뒤 각자의 속셈으로 둘의 손은 분주해진다. 진실의 문이 열린 후 도래할 파국을 암시하며 영화의 첫 번째 챕터 '문'은 위태롭게 막을 내린다.

 

〈오픈 더 도어〉'윤주' 역의 김수진
〈오픈 더 도어〉'윤주' 역의 김수진

이후 영화는 ‘전화, 제안, 도망, 기타’의 소제목을 따라 비극적인 살인 사건에 얽힌 가족의 비밀을 역순으로 추적해 71분의 러닝타임을 압축적이고 빈틈없이 채운다. 단역을 제외한 출연 배우가 단 네 명뿐이고, 배경도 문석의 집과 치훈이 일하는 식당, 그리고 치훈의 엄마가 운영하는 세탁소가 전부인지라 각각의 챕터가 마치 연극 무대처럼 느껴지기도. 한정된 공간은 연기의 밀도를 높여 배우들을 돋보이게 하는데, 네 명의 주연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배우 김수진이다. 극중 김수진은 뉴저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어머니, 동생과 함께 미국에 정착한 교민 2세 '윤주'로 분했다. 그가 연기한 윤주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릇된 선택을 저지르게 되는 인물로, 김수진은 캐릭터의 급변하는 감정, 잘못된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배우 김수진. 윌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수진. 윌엔터테인먼트

특히 인상 깊은 챕터는 '전화'와 '제안'. 두 번째 챕터에서 김수진은 서로 의지하며 끈끈할 수밖에 없는 이민 가족의 폐쇄적 관계를 목소리만으로 설득시키고, 원 신 원 테이크로 남편 문석(이순원)과의 16분간의 긴 대화를 담은 세 번째 챕터에서는 배우, 스태프의 합이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첫 악역이자, 주연작인 <오픈 더 도어> 이전에도 배우 김수진은 연기파 배우로 중심을 지켜나가고 있었다. 2001년 영화 <와니와 준하>를 시작으로 <화차>, <터널>, <싱글라이더>, <1987>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JTBC <미스티>, tvN <왕이 된 남자>, MBC <멧돼지 사냥>,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tvN <나빌레라>, JTBC <언더커버>, JTBC <대행사> 등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앞으로 배우 김수진을 더 자주 보길 희망하며, 오늘은 그가 연기한 인상 깊은 캐릭터들을 모아봤다.

 


영화 <리바운드>(2023)

〈리바운드〉규혁 엄마 역의 배우 김수진
〈리바운드〉규혁 엄마 역의 배우 김수진

<오픈 더 도어>의 장항준 감독의 전작 <리바운드>에서 김수진은 규혁(정진운)의 엄마로 등장한다. 김수진은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다친 발목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농구에 대한 꿈을 접은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절절히 표현하는 동시에, 규현을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코치 양현(안재홍)에게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야는 누고, 통통하니 귀엽게 생겼네'라는 실언으로 웃음 포인트까지 놓치지 않았다.

 


MBC 드라마 <멧돼지 사냥>(2022)

가운데, 노래를 부르는 김수진
가운데, 노래를 부르는 김수진

MBC 드라마 <멧돼지사냥>은 사냥 중 실수로 사람을 쏜 날, 자기 자식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라진 아들을 찾아 나선 아버지(박호산)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당선작으로 뽑힌 탄탄한 각본이 박호산, 예수정 등 연기력 만렙 배우들과 만나 인간의 공포, 불안 심리를 센세이셔널하게 그려냈다. 극중 김수진은 영수(박호산)의 아내 채정으로 분해 아들 걱정에 잠 못 이루며 점점 피폐해지는 어머니의 모습을 연기하기도, 아들이 돌아온 후 삐뚤어진 모정이 발한 섬뜩하고 광기 어린 표정을 내보이기도 한다. 현재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tvN 드라마 <대행사>(2023), <야식남녀>(2020)

"책임지라고 본부장 시키는 거야" 소리 질러. 〈야식남녀〉차주희 역
"책임지라고 본부장 시키는 거야" 소리 질러. 〈야식남녀〉차주희 역

중저음의 목소리로 카리스마 넘치는, '선배미 뿜뿜'하는 연기도 김수진 배우의 전매특허. JTBC <대행사>에서는 고아인(이보영)의 선배 최정민 역을 맡아 무심하게 좋은 카피라이터가 되는 비법을 알려주고, 자신이 성취하지 못한 대업을 이룬 고아인을 응원하고 격려한다. CK 예능국 본부장 차주희 역을 맡은 JTBC <야식남녀>에서는 "책임지라고 본부장 시키는 거야, 그래서 후배들 날라다니게 만들라고"와 같은 명대사 남기며 현실에 없는 선배미로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1, 2 (2020~2021)

〈슬기로운 의사생활〉 수간호사 송수빈 역을 맡은 김수진(오른쪽)
〈슬기로운 의사생활〉 수간호사 송수빈 역을 맡은 김수진(오른쪽)

슬기로운 시리즈 중 하나인 <슬기로운 감방생활>(2017) 박일병 어머니 역에서 이어진 캐스팅은 간호사들과 병동의 환자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믿음직한 수간호사 역할로 이어졌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1, 2에서 김수진은 능력 만렙 외과병동 수간호사 송수빈으로 분해 슬기로운 조연 생활을 펼쳤다.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기는 익준(조정석)과의 ‘티키타카’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2019)

〈스토브리그〉
〈스토브리그〉

친구 엄마, 수간호사, 예능국 PD까지. 우리 현실 어딘가에 존재할 법할 자연스러운 연기로 사랑받은 김수진은 2019년 최고의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 마케팅팀 팀장 임미선으로 분해 현실 연기 펼친 바 있다. 광고 계약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은 내 팀장의 애잔한 뒷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칼퇴근과 가십거리를 즐기는 캐릭터가 지닌 색깔을 능청스러우면서도 과하지 않게 표현한 김수진의 연기는 <스토브리그> 열풍에 단단히 한몫했다. 이 드라마로 '2020 SBS 연기대상'에서 조연상 팀 부문상을 수상하기도.

 


영화 <생일>(2019)

〈생일〉에서 우찬 엄마 역의 배우 김수진(왼쪽 끝)
〈생일〉에서 우찬 엄마 역의 배우 김수진(왼쪽 끝)

세월호 침몰로 자식을 잃은 순남(전도연)은 살다가 느닷없이 눈물이 난다.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어 목구멍에서 통곡만 새나온다. 그럴 때마다 남편 정일(설경구)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순남을 추스르는 이는 의외로 옆집 사는 우찬 엄마(김수진)다. 김수진은 영화 <생일>의 100만 관객 돌파를 기념하며 "모두들 옆집 아줌마가 되어주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상실을 경험한 이웃을 보듬는 김수진의 연기는 현실에서 이들을 위로하는 방법을 안내해 준다.

 


문화기획자 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