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드덕이라면 '대만'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청춘이지 않을까. 최근 한국에서 리메이크까지 된 <상견니>나 왕대륙이란 스타를 한국에 알린 <나의 소녀시대> 등등 대만 영상물은 풋풋하고 아련한 첫사랑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특화돼있다. 그럼에도 대만의 소화력은 청춘과 로맨스에만 국한돼있지 않다. 근래 한국에 상륙한 영화 중엔 청춘 로맨스와 정반대에서 서있는 대만산 공포영화도 적지 않다. 오늘은 대만에서 제작한 학교 배경의 공포영화들을 만나보자.
<여귀교> 시리즈
대만의 미디어믹스를 엿볼 수 있는 시리즈 <여귀교>. 2020년 영화 <여귀교>를 시작으로 게임으로 확장하더니 영화의 속편 <여귀교-저주를 부르는 게임>이 11월 15일 개봉한다. 이 시리즈는 귀신이 나오는 소문의 다리와 이 다리를 방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보통 이런 시리즈는 어떤 캐릭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에 비해 공간을 시리즈의 메인 테마로 잡은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2020년 개봉한 1편은 이 여귀교를 취재하러 온 취재팀이 기이한 경험을 하는 것을 다룬다. 취재팀이 다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있었던 비극까지 경유하기 때문에 교차편집으로 다양한 시점을 제공한다. 실제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 스토리도, 형식도 애매하다는 후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영화를 원작으로 게임을 제작해 발표했다. 2022년 발매한 동명의 게임(영문명 <The Bridge Curse Road to Salvation>)은 게임이란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과거에 있었던 진상을 원작보다 더 확실하게 전달했다. 게임 플레이는 귀신을 피해 다니며 단서를 찾는다는 평범한 공포게임이지만, 적어도 원작보다는 뚜렷한 구성과 사건 묘사로 대만을 넘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는 데 성공했다.

<여귀교-저주를 부르는 게임>은 '귀신이 나오는 공간을 찾은 사람들'이란 테마만 공유하고, 색다른 이야기를 준비했다. 대학교의 다런관에 모인 사람들은 규칙을 세워 게임을 시작한다. 담력 테스트처럼 시작한 '술래잡기' '구석놀이' '엘리베이터 의식'은 귀신이 나타나면서 서바이벌 게임으로 변모한다. <여귀교>의 해악륭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상견니>의 시백우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재밌게도 이번 영화 또한 <여귀교2: 자유로운 영혼의 길>이란 제목으로 게임까지 나올 예정. 현재 게임은 개발 중에 있다.

<반교: 디텐션>

아마 '대만 공포영화' 했을 때 가장 많이 거론될 영화는 <반교: 디텐션>일 것이다. 이 영화는 동명의 게임을 원작을 훌륭하게 영화로 옮겨 호평을 받았다. 두 작품은 같은 사건을 다루는데, 깜빡 잠이 들었다가 학교에 홀로 남겨진 팡레이신이 후배 웨이충팅과 함께 학교를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반교: 디텐션>은 단순한 공포영화 이상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는데, 이는 공포영화 속에 녹인 진득한 주제의식 덕분. 자세히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참겠지만,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반교: 디텐션>를 추천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1962년 고즈넉한 풍경에서 오는 스산한 분위기와 왕정, 증경화 두 주연 배우의 호연까지 영화를 꽉 채운다.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난 탓에 부천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매진이 가장 빨라 상영 회차를 늘리기도.

이런 호평에 힘입어 드라마까지 제작됐다. 원작/영화와는 별개의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이전과 같이 팡루이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쉽게도 배우는 왕정에서 한닝으로 교체됐다. 드라마는 영화의 배경에서 30년이 지난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 부분도 추가 설명을 하면 영화의 스포일러라서 이렇게만 알고 시청하면 될 것이다. 다만 드라마에 바로 들어가기보다는 영화나 게임으로 1960년대 이야기를 숙지해야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다는 후기가 많으므로 원작/영화를 먼저 즐겨보자.

<몬몬몬 몬스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로 한국에 '대만 로맨스 맛'을 알린 구파도 감독은 사실 굉장히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연출자 중 한 명이다. 감독 데뷔 전 소설가로 출판한 「킬러 : 살수구양분재」(이후 영화로도 나왔다), 각본으로 참여한 <아래층 사람들>, 2021년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등 코미디나 판타지 등에도 능한 편. 그런 그의 필모그래피에도 유독 톡 튀어나온 영화가 <몬몬몬 몬스터>다.
<몬몬몬 몬스터>는 불량한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린슈웨이가 야생에서 자란 것 같은 몬스터를 발견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일진 그룹 '몬스터'와 억지로 어울리던 린슈웨이 앞에 의문의 여성이 나타난다. 아무리 봐도 겉모습은 사람인데, 소통도 안되고 초인적인 모습에 이들은 이 여성을 묶어두고 온갖 괴롭힘을 가한다.
몬스터를 통해 괴롭힘에선 벗어났지만, 결국 그들과 함께 사람처럼 보이는 몬스터를 괴롭혀야만 하는 딜레마에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이란 오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공교육의 붕괴나 인성교육의 부재가 문제시되는 건 세계 각국에서 목격되는 현상이기에 <몬몬몬 몬스터>의 현실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꽤 날카롭게 파고든다.
<카르마>
보통 공포영화를 분류할 때 '동양은 오컬트, 서양은 고어'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범글로벌 시대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서로의 장기를 보며 자라온 영화인들은 각자 영향받은 장르를 최대한 활용해 영화를 만들곤 한다. 대만 영화에도 그런 '혼종' 같은 영화가 있는데, 2018년 영화 <카르마>다.


영화 <카르마>는 자신이 부임한 후, 학생들이 죽어가자 그 진상을 찾아 나선 신입교사 링 셴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떻게 발버둥 쳐도 결국 업보(카르마)의 힘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피해자들의 모습에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향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다른 영화들처럼 기묘한 분위기나 이런 것보다는 '어떻게 죽일지' 궁금해지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