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OTT&시리즈

"들리는가 이 소리 꽃 소리" 대사 맛집〈연인〉의 명대사 모음

추아영기자
웨이브(Wavve) 독점 스트리밍 중인〈연인〉포스터 (제공 : 프리엠)
웨이브(Wavve) 독점 스트리밍 중인〈연인〉포스터 (제공 : 프리엠)

드라마 <연인>의 마지막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 12.9%를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8월부터 MBC에서 방영했고, 현재 웨이브(Wavve)에서 독점 스트리밍 중인 <연인>은 시대의 어둠 속에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장현(남궁민)과 길채(안은진)의 절절하고 애달픈 멜로를 그려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조선이 청군의 말발굽에 무참히 짓밟히는 병자호란의 시기에 꿋꿋이 살아 나가는 조선 백성들의 강인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연인>이 시청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은 데에는 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황진영 작가의 명대사가 자리한다. <연인>의 대사는 시청자들의 감정을 흡인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작품 전반에 배여 있는 주된 정서와 작품의 주제를 함축해 표현하고, 인물을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생생히 드러낸다. 또 적재적소에 등장해 서사의 전환점을 가져오며,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금토 밤마다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연인>의 주옥같은 명대사를 다시 살펴본다.


그네에서 떨어지는 길채를 받아 든 장현 (출처 : MBC)
그네에서 떨어지는 길채를 받아 든 장현 (출처 : MBC)

 “들리는가 이 소리 꽃 소리” “분꽃이 피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내 오늘 그 진기한 소리를 들었소.” – 장현

1회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이 말은 처음 장현이 길채에게 마음을 빼앗길 때 1인칭 내레이션으로 나온다. 장현은 구잠의 허풍을 듣고 능군리의 꼬리 아흔 아홉개가 달린 구미호라고 불리는 길채를 보러 산에 오른다. 연준 도령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길채는 몸종 종종이와 미리 손을 써두어 줄이 풀린 그네에 탄다. 공중에 길채의 몸이 떠오르고, 이때 장현이 땅으로 떨어지는 길채를 받아 들면서 이 말을 읊조린다. ‘분꽃이 피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내 오늘 그 진기한 소리를 들었소.’ 길채를 향한 장현의 마음을 표현한 이 말은 덜컥 사랑에 빠진 이의 풋풋한 마음을 청각적으로 형상화한다. 꽃이 소리를 내는지 모르는 것처럼 사랑의 감정도 스스로 알아차리기 전 갑작스레 피어나기도 하니까.

장현의 이 낭만적인 속삭임은 먼 훗날 첫 만남을 회상하는 장현과 길채의 대화를 담은 길채의 내레이션 뒤에 등장한다. 서로에게 전달되지 못한 각각의 독백은 멀리 떨어져 오래도록 그리워할 두 인물의 긴 세월을 예고하며, 이들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또 이 대사는 작품 전반에 반복되면서 극의 중후반 조선과 청을 오가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두 남녀의 감정선에서 시청자들이 이탈되지 않도록 흡인시키는 감정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변치 않을 사람에게

변치 않을 마음을 주는 것뿐인데” - 길채 

길채는 가는 길마다 능군리 도령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애기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좋아하는 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른 사내를 이용해 질투를 유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길채는 조선시대 유교 사상을 따르는 전통적 여인상에 부합하는 인물은 아니다. 정숙한 여인과는 거리가 멀고, 외려 자유롭게 사랑하는 현대적인 인물에 더 가깝다. 그러나 길채는 오랫동안 연준 도령을 마음에 품어 온 지고지순한 여인이기도 하다.

길채가 송추 할배의 회혼례 날 장현에게 말하는 이 대사는 길채의 이런 순수한 면모를 잘 드러낸다. 송추 할배의 혼례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길채의 눈빛에는 길채가 오래 품어 온 소망이 엿보인다. 어쩌면 길채가 바라는 것은 송추 할배 부부처럼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삶이 아닐까? '봄엔 꽃구경 가고, 여름엔 냇물에 발을 담그고, 가을에 담근 머루주를 겨울에 꺼내 마시며 함께 늙어가는 삶’처럼.

 

“님과 남 사이에 뭐가 있는 줄 아시오? 주저할 섬, 섬이 있지. 낭자가 정 낭자의 속마음을 모르겠거든 나와 낭자가 주저하는 시간, 섬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떻겠소?” – 장현

장현은 은채에게 송추 할배의 회혼례 날 오랑캐가 쳐들어왔다는 소식으로 어수선할 때, 길채가 가장 먼저 바라본 이가 자신이었다고 전해 듣는다. 이 대사는 길채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된 장현이 길채에게 던진 회심의 한 마디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길채에게 찬찬히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배려이자 그렇게라도 옆에 있고 싶은 장현의 소박한 마음이기도 하다.

‘주저할 섬’은 현대 연애의 ‘썸’을 재치 있게 바꾸어 냈다. <연인>이 지금과 동떨어진 시간대를 그려내면서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사극의 외양 속에 현대성을 녹아냈기 때문이다. 너무도 다른 시대를 살았던 그들이 사랑하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조선의 대쪽같은 선비 연준(이학주)
조선의 대쪽같은 선비 연준(이학주)

“저하, 소인은 포로 시장의 조선 포로들이 치욕을 참고 있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저들은 살기를 선택한 자들이옵니다. 배고픔과 매질, 추위를 이겨내며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삶을 소망하고 있나이다. 하루를 더 살아낸다면 그 하루만큼 싸움에서 승리한 당당한 전사들이 되는 것이옵니다.” – 장현 

이 대사는 고국을 떠나 오랑캐들의 비위를 맞추어 살아가기를 버거워하는 세자에게 장현이 한 말이다. 세자는 자신의 처지와 포로 시장에 갇혀 참혹하게 살아가는 조선 포로들의 삶을 보고 수치심을 느낀다. 그러나 장현은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양국의 사이에서 중재하며 버텨내고 있는 세자를,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고통을 이겨나가는 조선의 포로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조선의 포로들은 당장 내일 하루도 예측할 수 없는 나날을 보내면서도 살아간다. 장현과 길채, 연준(이학주)과 은애(이다인) 등 각각의 인물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난을 이겨나간다. 황진영 작가는 뜻을 조금도 굽히지 않고 조선 선비로서 해야 할 도리를 다하는 연준의 방식, 양반집 규수로서의 체면은 내려 두고 가솔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장사를 시작한 길채의 방식을 모두 따뜻한 시선을 담아 그려낸다. 이처럼 <연인>에는 절망으로 가득한 시대를 꿋꿋하게 살아가는 옛사람들의 기개와 희망을 담고 있다.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굳건히 살아가는 옛사람들의 모습은 오늘날의 시청자들에게 따스한 위안이 되어주었다. 흡입력 높은 명대사로 매회 숱한 화제를 모은 <연인>은 웨이브(Wavve)에서 독점 스트리밍 중이다.


씨네플레이 추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