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국의 소식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도, 영화를 좋아한다면 올해 <듄: 파트 2> 개봉 연기 소식은 한 번쯤 들었을 것이다. 할리우드 노조 파업의 여파로 11월 개봉 예정이었던 <듄: 파트 2>는 2024년 2월 개봉으로 한 차례 연기했다. 그래도 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예상 못한 깜짝 손님이 12월 한국을 찾았다. 바로 <듄> 시리즈를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이다. 12월 8일 드니 빌뇌브 감독은 한국에 방문해 <듄: 파트 2>의 클립 상영과 기자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이날 현장에서 나온 드니 빌뇌브 감독과 <듄: 파트 2>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나와 우리 팀은 아라키스 행성을 떠난 적이 없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듄> 개봉이 끝나고, 거의 곧바로 <듄: 파트 2> 제작에 착수했다. 파트 1를 진행하면서 파트 2의 각본도 어느 정도 나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정이다. 빌뇌브는 “<듄: 파트 2>는 첫 영화의 두 번째 파트”라면서 “시퀄(속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 연속성을 유지하고 싶어서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노라 설명했다.
파트 1보다 더 남성적인 이야기

<듄: 파트 2>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드니 빌뇌브는 전작 <듄>을 “새로운 문화를 발견하는 소년의 이야기”라고 요약했다. 그래서 파트 1가 사색적인 영화였다면 이번 파트 2는 좀 더 남성적인 영화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영화의 진행 속도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모래벌레, 부끄럼 많아 연기시키기 어려워
<듄> 시리즈의 아이콘 샤이 훌루드(일명 샌드웜). 이번 <듄: 파트 2>에선 예고편부터 샤이 훌루드의 비중이 늘어날 것을 암시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모래벌레는 부끄럼이 많아 연기시킬 방법을 찾는 게 힘들었다”며 너스레 섞인 농담으로 입을 열고는, 이 샌드웜 장면을 찍기 위해 1년 넘게 어떤 식으로 이 장면을 구현할지 스태프들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샤이 훌루드가 나오는 장면이 <듄: 파트 2>에서 가장 어려운 장면이었으며 자신의 영화 인생 통틀어 가장 어려운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검을 잘 쓰는 믹 재거 같은 캐릭터

<듄: 파트 2>에는 신규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다. 1편에서는 언급만 됐던 황제 샤담 4세(크리스토퍼 월켄)을 비롯해 그의 딸 이룰란 공주(플로렌스 퓨), 레이디 마고(레아 세이두) 등 폴의 여정에 새로운 기로를 세울 인물들이다. 그중 예고편부터 가장 눈길을 끈 건 페이드 로타. 오스틴 버틀러가 맡은 이 캐릭터는 하코넨 남작(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조카이자 남작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인물이다. 과거 데이빗 린치 감독의 <듄>(1984)에서는 스팅이 맡아 화제를 모았었다. 드니 빌뇌브는 “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웨기했다”며 “아이코닉한 캐릭터인데 배우가 잘 표현해서 인상적인 연기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해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페이드 로타를 “검을 잘 쓰는 믹 재거(롤링 스톤스의 보컬)처럼 남성적 섹시함을 잘 표현한 캐릭터”라고 요약했다.
한국에 오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

드니 빌뇌브는 2010년 <그을린 사랑>으로 부산영화제 방문 후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와이프에게 한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며 “한국에서 촬영도 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박찬욱, 봉준호 등 한국 영화감독들의 영화를 보면서 한국과 나의 관계가 만들어졌다”며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봉 전 한국을 찾은 것에 대해 “<듄>의 세계와 이미지를 빨리 공유하고 싶어 방문하게 됐다”며 “영화 전체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아쉽다”고 <듄: 파트 2>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또 “듄친자”(듄+미친자)라는 말을 정확한 발음으로 따라하고는 들어본 적 있다며 한국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듄: 파트 2>로 1권의 내용은 마무리 지었다

프랭크 허버트가 집필한 원작 소설 「듄」은 방대한 분량으로 유명하다. 원작자가 쓴 것만 6부작이고, 그중 폴 아트레이더스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분량만 따져도 3부이다. 이런 방대한 내용을 두고 드니 빌뇌브는 먼저 “(영화는) <듄> 파트 1, 파트 2이다. 1권 「듄」의 내용은 <듄: 파트 2>에서 완벽하게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점이나 소신을 바탕으로 선택해야 한다”며 각색에서 많은 선택을 했음을 내비쳤다. 이전에도 희곡(<그을린 사랑>), 소설(<컨택트>) 등을 각색한 경험이 있는 빌뇌브는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을 옮길 때 책임감을 느낀다. 원작을 본 사람들이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다”고 노하우를 밝혔다. 그는 또 “15년, 20년이 지났을 때 「듄」을 영화화한다면 또 다른 영화가 나올 것이다. 그런 해석의 여지가 많은 원작이다”라고 「듄」에 대한 애정을 덧붙였다.
아이맥스, 관객과 배우 간의 가까운 거리가 장점

‘아이맥스 최적화 영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듄>은 아이맥스 포맷의 광활한 화면비를 활용했다. 이번 <듄: 파트 2>에서도 이 같은 장점이 부각될 듯하다. 빌뇌브는 <듄>이 40% 아이맥스 촬영이라면 <듄: 파트 2>는 거의 대부분을 아이맥스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맥스 촬영을 “거대한 자연 풍광을 직접 볼 수 있고 배우들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방대함과 배우와의 거리감 간의 규형을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에서 각 캐릭터의 사고방식을 따라가듯 이것을 영상화하고자 캐릭터와의 거리를 가깝게 하려 했고, 그것을 아이맥스 포맷 촬영으로 소화했다고 밝혔다.
나와 제작진 모두 영혼을 담아 이 영화를 좋아한다

드니 빌뇌브는 기자간담회 내내 <듄: 파트 2>에 자신감을 보였다. “영화 제작자로서 오랫동안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해왔다”면서도 “나와 팀원들은 이 영화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빨리 팬들과 공유하고 싶다. 나와 제작진 모두 영혼을 담아 이 영화를 믿고 좋아하고 있으니까”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영화감독은 풍선 안에 있는 것 같다.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가 많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많은 사람과 영화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기쁘다”고 내한 현장 자리를 찾아온 기자들과 이후 무대인사에서 만날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파트 3, 준비하고 있지만 정신건강 위해 다른 작품 먼저 할지도

전술했듯 「듄」은 방대한 이야기이고, 특히 2부 「듄의 메시아」는 폴 아트레이더스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만큼 영화도 파트 3가 나와야 한다는 팬들의 기대가 있다. 이에 드니 빌뇌브는 “영화를 만들 때 100% 쏟아붓는다. <듄: 파트 2>는 각본이 준비돼있어서 바로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이후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듄: 파트 2>는 기술적으로 쉽지 않아 제 커리어에서도 가장 어려운 영화라 할 수 있다”고 <듄: 파트 2>와 달리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파트 3에 대한 계획이나 생각은 있다. 현재 각본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전에 다른 작품을 할지도 모르겠다. <듄>만 하다 보니 정신적인 건장을 위해“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제 궁극적인 목표는 파트 3로 완성하는 것이다”라고 기회만 된다면 언젠가 「듄의 메시아」의 이야기로 돌아오리라 다짐했다. 참고로 그는 「듄의 메시아」에 대해 “프랭크 허버트는 카리스마적 영웅에 대한, 종교와 정치가 결합했을 때의 경고 메시지로 이 작품을 썼다. 나 또한 그 메시지를 영화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