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는 9년 만에 스무 살 때 첫사랑을 만난다. 그토록 반짝이던 그녀는 빛을 잃었고, 자신을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녀에게 다시 다가가는 방법으로 그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한다. 첫사랑을 위해 선을 넘어버린 한 남자와 삶의 밑바닥에 내팽개쳐진 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또 다른 한 남자까지,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은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
12월 13일 개봉을 앞둔 <언더 유어 베드>(감독 사부)는 폭력과 욕망이 만연한 우리 시대에 사랑의 본질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배우 이지훈과 신수항의 괄목할 만한 연기 변신과 라이징 신예 이윤우의 파격적인 연기 도전이 사부 감독 특유의 연출 스타일과 만나 전대미문의 하드보일드 X급 멜로로 탄생했다.
사부 감독의 2023년 신작 <언더 유어 베드>는 <주온>(감독 시미즈 다카시, 2002)의 소설 작가로 국내 마니아 팬층 보유한 오이시 케이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오이시 케이 작가는 컬트적이고 마니악한 장르물은 물론, 현실적이고 사람의 본질을 파고드는 심리물까지 섭렵하며 독특한 작품 세계관을 펼쳐가고 있는 일본의 작가다.
<언더 유어 베드>는 미스터리 장르물 전문 기획&제작사 미스터리픽쳐스의 세 번째 개봉작이다. 일본 장르 영화의 거장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 연출한 한국 드라마 <커넥트>(디즈니플러스, 2022)를 스튜디오 드래곤과 공동 제작하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2021)에서 어소시어트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은경 대표가 설립한 제작사다.
사부 감독은 배우로 시작해 감독으로 자리매김하며, 일본에서는 ‘제2의 기타노 타케시’, 해외에서는 ‘일본의 쿠엔틴 타란티노’라고 불리며 수많은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오롯한 인장을 새겨온 감독 겸 배우이다. 연출 데뷔작 <탄환주자>(1996)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자마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감독으로 안착했다. 두 번째 작품 <포스트맨 블루스>(1997)를 내놓는다. 마약 운반책으로 오해를 받는 우체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되며 다시 한번 전 세계 시네필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언럭키 몽키>(1998), <먼데이>(2000), <드라이브>(2002)까지 개성 있는 작품을 발표하며 2003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아시아 영화에 수여하는 넷팩상을 수상한 <행복의 종>을 발표하며 정점을 찍었다. 기존 장르의 관습을 허물고 독특하고 실험적인 기법의 장르물부터 보편적 정서를 건드리는 가족영화까지 새로운 시선과 개성 넘치는 방식으로 무한 스펙트럼의 ‘사부 월드’를 구축해왔다. <언더 유어 베드>로 한국 배우와 첫 영화 작업을 한 사부 감독을 용산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언더 유어 베드>는 어디서 출발한 영화인가요?
2022년 3~4월 사이에 한국 제작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전작 <미스 좀비>를 배급했던 회사였죠. 당시 저는 해외에서 영화 만들려고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미국 중국이랑 이야기를 진행 중이었는데, 한국에서 연락이 온 겁니다. 시나리오가 완성돼 있고, 저만 합류하면 된다고 해서 나서게 되었습니다.
보통 시나리오를 쓰시잖아요. 처음 시나리오 받으셨을 때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코미디가 중심이었던 사람인지라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들었고요.(웃음)
각색한 부분이 많았을 것 같네요.
네. 세 사람의 이야기로 만들자고 이야기했어요. 영화 중에는 선악이 명백한 영화도 많지만, <언더 유어 베드>는 악이 명백히 있는 영화는 아니었죠. 세 명의 주인공 모두 잘못된 행동을 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죠. 사회의 잘못된 일들이나 억압, 압력을 통해 공포감이나 억압감을 테마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으로 각색한 부분을 말씀드리면, 형오(신수항)가 춤추는 장면이나, 평행우주 이야기 부분은 제가 영화적으로 창조해낸 부분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저는 영화에 늘 달리는 장면을 넣으려고 하는데요, 이것 역시 마지막 장면에 추가했죠.

한국 배우와는 첫 영화죠.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하더라고요.
한국 배우와 첫 작업은 아니고, 한국 영화로는 처음인 셈이죠. 주인공 ‘지훈’ 역은 PD 추천을 받았습니다. 여러 후보 배우들이 보낸 오디션 테이프들도 봤어요.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 역할이라 역량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지훈 배우를 줌(zoom)으로 만나 보니 편안한 분위기더라고요. 그만한 배우가 없다고 생각해서 결정했습니다.
형오 역을 위해서도 여러 테이프를 봤어요. 원작 시나리오 상에서 형오 역할은 좀 나이가 있는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신수항 배우를 만나보고는 어리지만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시나리오 설정을 바꿨습니다. 동세대 3명의 이야기로 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캐스팅했습니다. 예은 역할 같은 경우는 배우들이 보낸 테이프도 많이 봤고, 오디션도 했지만 결정하기 정말 어려웠어요. 그러다 이윤우 배우를 만났는데요. 목소리도 굉장히 낮으면서 키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그런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캐스팅했습니다.
세 주인공 모두를 줌으로 캐스팅하신 건가요?
줌으로 본 건 이지훈 배우만입니다. 이윤우, 신수항 배우는 한국에 와서 캐스팅했어요. 비자가 3개월짜리라 2022년 10월 25일에 한국에 들어와서 그때부터 캐스팅하고 스태프들들 꾸리느라 시간이 무척 촉박했습니다.
그러면 실제 촬영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12월 19일에 크랭크인했습니다. 제가 오키나와 출신이라 그런지 한국의 12월은 정말 춥더라고요. 실제 촬영은 거의 40일 정도 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배우들과 소통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저는 사실 콘티를 꽤 공들여서 그리는 감독이라, 배우들에게 제가 그린 콘티를 보여주면서 영화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게끔 했습니다. 물론 촬영 전에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요. 이지훈 배우와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사실 캐릭터 자체가 계속 참는 역할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역할을 억지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참는 캐릭터에 맞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소통을 했습니다.
그래도 말이 잘 안 통해서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결국 제가 한국말을 모르다 보니까, 촬영 현장에서는 모니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화면, 미장센을 어떻게 할까를 더 고민한 거죠.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뒤에서 스태프들이 이런저런 말들을 하는데 못 알아듣는 거죠. 그래서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웃음). 안타까운 건 3일 정도 콘티를 그려서 현장을 가도, 막상 12시간밖에 촬영을 못하는 겁니다. 애써 준비한 장면인데 삭제해야 하니 아쉬웠죠.
사정상 영화에 들어가지 못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요?
아, 모든 씬을 다 찍긴 했습니다. 다만, 마지막 촬영일 다음 날이 비자 만료일이어서요.(웃음) 정말 마지막까지 몰리듯이 촬영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쉽다고 더 촬영하다가는 일본으로 강제소환될 상황이어서, 열심히 찍었죠.(웃음)

알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캐릭터에 대해 질문을 드릴게요. 지훈의 직업을 수족관 사장으로 설정한 이유 그리고 지훈과 예은을 이어주는 물고기를 구피로 한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건 사실 원작 설정 그대로입니다.
지훈은 형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가 있죠. 그렇지만 아무리 닫혀 있는 인물이라도, 9년 만에 만난 예은에게 먼저 아는 척을 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어요. 예은은 지훈이라는 ‘이름’에 의미를 부여해준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지훈은 아는 척을 하는 대신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죠. 언뜻 순수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겁니다. 지훈은 어떤 캐릭터입니까?
사실 원작에 설정이 있긴 해요. 이름이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원작에 있는 설정이긴 한데, 이걸 영상으로 표현하기 쉽지 않아서 내레이션을 사용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지훈은 형이 죽고 나서 가족 사이에서도 이름이 불리지 않죠. 지훈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형의 죽음이 소환되니, 부모님도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가족, 집이 붕괴된 거죠. 점점 더 내향적으로 변하면서 고독한 인물이 되어갑니다.
사실 보통 사람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힘들잖아요. 그러면 본인이 그냥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내면 되는데, 지훈은 그러지도 못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질문하신 부분은 이해해요. 수족관 사장님이잖아요. 수족관을 낼 정도면 힘을 내서 예은의 이름을 불러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웃음)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만큼 예은에 대한 애틋함이 컸었던 거고, 또 9년 전에는 그렇게 반짝반짝했던 예은이 현재 이렇게 비참하니 그 상황이나 이유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그렇게 서툰 행동을 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바꿔서 질문을 드리죠. 예은은 왜 9년 만에 만나 지훈을 알아보지 못한 걸까요?
왜 그럴까요? 진짜.(웃음) 보통 여성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하죠. 그저 커피 한번 마셨을 뿐이니까요. 그런데 당시 예은은 인생의 절정기였어요. 반짝거리던 시기였고, 남자들에게 인기도 많고, 주변인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었는데 변한 거죠. 그 사이에요. 그래서 아마 지훈을 못 알아봤을 거 같아요.
슈퍼 직원 역할도 궁금하더라고요. 이 캐릭터, 나중에 뭔가 큰 사고를 칠 거 같은데 하는 느낌도 들었고요. 영화에는 어떤 역할로 녹이신 건지 궁금합니다.
역시 원작에 있는 캐릭터였어요. 질문하신 부분이 뭔지는 알겠습니다만, 누가 봐도 무슨 일을 벌이겠구나 하는 걸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였으면 했죠. 지훈의 수족관에서 구피나 관상어를 볼 때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요. 아, 관상어를 볼 때 수족관 유리에 바 같은 것이 있어서 슈퍼 직원의 눈이 가려집니다. 마치 범죄자처럼 보이죠. 그게 영화에서 잘 나와서 좋았어요. 또, 관상어 아로와나의 움직임도 좋았습니다. 아로와나의 움직임을 따라가면 지훈의 시선으로 연결되거든요. 사실 제가 물고기에게 연출 지도를 좀 했습니다.(웃음)
영화에서 이름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아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름이 망각된다는 것, 누군가가 내 이름을 잊는다는 건 굉장히 슬픈 일이죠. 요즘은 자기를 발신하기 쉬운 세상입니다. 살아 있음,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고 잊히지 않았다는 감각을 인정받기 쉬운 사회죠. 그런 면에서 이름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고 봐요.
반면 감독님은 감독 이름으로는 사부라는 예명을 쓰시죠.
본명은 다나카 히로유키입니다. 일본에서는 <언더 유어 베드> 주인공 이름인 지훈만큼이나 흔한 이름입니다(웃음). 저는 감독 데뷔 전 배우로 먼저 일했는데요. 연기를 하다 보니 너무 흔한 이름이라 예명을 쓰려고 했던 거죠. 당시 출연한 영화 캐릭터 이름이 ‘사부’였습니다. 그래서 닉네임처럼 사부를 감독 예명으로 썼습니다.
보통 배우에 예명을 쓰고 감독은 본명을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반대로 감독할 때 예명을 쓰죠. 어떤 면에서 보면 연기를 하거나 예능인 생활을 할 때 예명을 쓰는 건 자신이 아니라는, 뭔가 진정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잖아요. 감독할 때는 진정성이 있다고 느낄 수 있고요. 그런데 저는 반대에요. 사실 저는 정해진 틀을 비틀려고 노력해요. 지금까지 정해진 틀을 해체해서 다른 걸 만들어 가는 걸 추구해 왔죠. 물론 30년이란 시간 동안 작업하다 보니 ‘사부’라는 이름에도 진정성이 있다고 인정을 받게 된 것 같긴 합니다.(웃음) 그래도 저는 저를 인정해주는 평판에 지지 않아요. 또 장난칠 겁니다!(웃음)

알겠습니다.(웃음) 결말은 물론 관객 상상의 몫으로 남겨두시긴 했지만, 궁금하더라고요. 예은, 지훈, 형오는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이 세 명에게는 어떤 미래가 있을까 하는.
말씀하신 것처럼 세 사람에게 미래가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원작과 조금 달라진 부분이죠. 결말 부분이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저는 잘못된 행동을 사람들이 하지만, 사람들이 그 잘못된 행동으로부터 풀려나서 해방되는 걸 영화에 담고 싶었습니다. 자세한 건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시죠.(웃음)
영화 전체가 적막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음악도 없는데, 따로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내용이 워낙 하드해서요. 세 사람에게 집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래서 화면도 4:3 스탠다드 사이즈로 했고요, 촬영 때도 관객이 집중할 수 있도록 깨끗한 화면을 구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타운하우스 정경이나 바닷가 풍경도 더 예술적으로 보이도록 신경 썼고요. 이런 부분들을 통해 하드한 내용을 관객들이 너무 불편하게 보지 않도록 하려고 했어요. 화면에 집중하도록요. 그래서 음악도 그렇게 된 거죠. 사실 최근 영화들을 보면 굉장히 영상 템포가 빨라요. 뭔가 계속 움직이면서 운동감도 크죠. 그렇지만 <언더 유어 베드>는 90%가 카메라를 고정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느끼도록 보완하면서, 고민하면서 촬영했습니다.
세 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트라우마에 갇혀서 현재를 살아갑니다. <언더 유어 베드>에서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첫사랑’이란 키워드를 사용한 것 같아요. 여기에 ‘평행이론’도 살짝 들어가고요. 영화에서 결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설명해주신다면요?
세 사람은 도와달라는 말을 해야 했을 시기에 하지 못했던 사람들입니다. 들어준 사람도 없고요. 결국 고독의 밑바닥에 빠져버린 거죠. 사회의 왜곡된 형상, 억압,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자신이 기억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저는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그들을 기억한다는 걸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화에서는 조금 판타지적으로 표현되긴 했지만요.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아무리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이 없는 거 같아도 누군가가 그 사람을 기억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고독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요즘 세상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쉬워졌죠. 인터넷이나 SNS로 발신하기가 쉬워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내지 못하는 이야기도 많을 거라고 봐요. 혹 이야기를 하더라도 잘못된 방식으로 전해지거나 왜곡되는 경우도 있을 테고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들어주는 사람의 힘도 필요하다고 봐요.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준다면 세상이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따뜻함, 친절함 그리고 사랑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영화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탄환주자>, <포스트맨 블루스>, <하드 럭 히어로>, <미스 좀비> 등 여러 작품을 연출하셨죠. 감독님 영화는 코미디와 하드보일드라는 두 키워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끌리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저는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특별히 싫어하는 건 없어요. 장르라는 틀을 깨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영화를 만들 때는 재미있는 요소들을 꼭 넣고 싶어 하는 편이죠. 그중에서도 진지한 것과 코미디는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개가 같이 있어야 재미있고 긴장감이 있습니다. 한쪽이 빠지면 성립하지 않죠. <미스 좀비> 역시 긴장감과 코미디가 함께 가면서 재미있던 것처럼요. 재미의 요소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전부 넣어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언더 유어 베드>는 감독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지점을 점유하는 영화인가요?
지금까지 없던 경험을 한 작품이라, 엄청난 분기점이 될 거 같아요. 지금 저는 새로 시작합니다!
모두에서 미국이나 중국 등 외국에서 작업하려고 했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영화판에 들어온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일본에서 스태프들을 제가 뭐 해달라고 요청만 하면 다 해 줍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를 찍을 때마다 촬영감독도 바꾸는 편입니다. 낯익고 편한 상황에서 영화를 찍지 않으려고 하죠. 사실 그 반대인 감독이 더 많아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그런 편한 현장에서는 재미있는 영화도 만들 수 없고, 저 역시 감독으로 더 성장하지 못한다고요. 그런 상황에서 외국에서 돌파구를 찾고 싶었던 겁니다.

이번 한국 작업은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께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요?
한국에서 제안이 오기 전부터 한국 배우와 스태프들 역량이 대단하단 걸 알고 있었기에 정말 기쁘게 참여했습니다. 첫 작품이긴 하지만. 다음에도 의뢰가 들어온다면 기꺼이 하고 싶습니다.
한국 영화계 상황이 안 좋은데, 일본 영화계는 어떤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또 이번 영화가 어떻게 세계에 받아들여지면 좋겠는지 하는 바람도 말씀해주신다면요.
최근 일본의 경우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도 많고, OTT로 공개하는 작품도 많은 편입니다. 영화들이 많이 비슷해져 가는 상황이랄까요? 저는 오리지널 영화도 하고 싶고요, 매너리즘에 빠지고 싶지도 않습니다. <언더 유어 베드>의 경우는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각본을 받아 도전이 된 케이스죠. 사실 내용이 요즘 상황이나 시류를 조금 거스르는 스토리잖아요? 저는 그런 주류를 거스르는 걸 너무 좋아하긴 하지만요(웃음). 적이 많을수록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라 이번 작업이 말씀드렸듯 제겐 도전이 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더불어 데뷔작 <탄환주자>부터 사실 세계영화제에 많이 진출했잖아요. <언더 유어 베드>도 좀 기대를 했어요. 그런데 말씀드렸듯이 요즘 경향이랑 맞지 않아 거절을 많이 당했습니다. 시류나 경향을 거스르는 건 역시나 좀 힘든 생각인가 하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에 시사회 반응을 보니 좋더라고요. 영화에서 거절당한 것에 대해 너무 분하게 생각했었는데, 음, 영화제 관계자들이 꼭 <언더 유어 베드>를 보길 바랍니다.(웃음)
꼭 그러길 바라겠습니다. 차기작은 뭐로 준비 중이신가요?
최근 시나리오를 3개 썼는데, 지난 10월에 세 번째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만든 영화 중에 최고로 관객을 울릴 수 있는 작품입니다. 기대를 많이 해주세요!
오, 정말 궁금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조금만 말씀해주시죠.
러브스토리입니다. 젊은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요. 여기까지만요.(웃음)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배우가 있다면요?
이번 한국 체류가 워낙 짧아서 어딜 가진 못할 거 같고요. 정우성이라든가 황정민, 이정재 같은 배우를 만나고 싶어요. 예전에 영화제에서 대만 배우 장첸을 만나 영화를 찍자고 이야기했고, 그래서 나온 작품이 <미스터롱>이거든요.(웃음) 한국 배우들과도 이런 식으로 만나서 해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인감독 사부입니다(웃음). 한국에서 데뷔작을 찍었는데요. 요즘 같은 시기에 약자를 응원하겠다는 마음으로 찍은 영화입니다. <언더 유어 베드>는 약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응원하지 않으면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언더 유어 베드>에 대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신인 감독이니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