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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길위에 김대중〉 민환기 감독

“한 사람이 어떻게 훌륭한 정치인으로 성장해가는지 지켜보길”

씨네플레이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2024년은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 6년의 수감 생활, 40여 년 동안 망명, 연금, 감시당하는 생활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좌절하지 않은 정치인. 국민과 역사를 믿고 불의한 권력과의 타협도 물리쳤던 그를 세상은 ‘행동하는 양심’으로 불렀다. 국민을 사랑했고, 또 국민이 사랑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삶을 다룬 영화 <길위에 김대중>(감독 민환기)가 1월 1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80년 신군부는 정치인 김대중에게 협조하면, 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겠다면 살려주겠다고 회유한다. 그때 김대중의 대답은 이렇다. “나도 죽는 건 두렵지만, 국민과 역사를 배신할 수는 없다. 국민과 역사를 믿고 그대로 가겠다.” 이후 신군부는 사형을 구형한다. 육군교도소에 수감되어 사형집행일만을 기다릴 때 그는 이런 글을 남겼다.​

“우리 국민은 우수하기 때문에 얼마 안 되어서 민주주의도 하고 경제발전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를 겪으면서 원한이 많다. 이 원한을 해결하려는 길은 법이나 정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법의 악순환은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기에, 국민 사이의 원한을 해결하는 일은 용서와 화해다.”​

국민적 여론과 국제 사회의 압력으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정치인 김대중은 결국 신군부에 의해 미국 망명길에 오른다. 정치 활동은 일절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서. 777일 동안 미국에 머무르면서 그는 150여 회 강연을 연다. 교민뿐 아니라 대학, 정치인을 만난다. 처음에는 찾아가 문을 두드렸지만, 이후 유수의 방송국에서 그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게 된다. 그렇게 미국을 누비고 다녔던 그의 모습에서 영화 제목 <길위에 김대중>이 탄생했다.​

혹자는 그를 ‘대통령병에 걸린 거짓말쟁이’, ‘지역감정을 조장한 정치인’으로 비판한다. 하지만 영화는 증언한다. 그는 감정에 기대었던 기존 정치인과 철저히 다르게 정책으로 승부했던 첫 번째 정치인이라고. 일례로 1980년대에 감옥을 찾아온 수사관에게 김대중은 “이제 산업사회를 지나 정보화사회에 들어갈 텐데, 그러면 컴퓨터와 인터넷이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이라고 설명한다. 책과 신문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는 늘 국민과 역사를 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작지만 1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영화 <길위에 김대중>은 2021년 <노회찬6411>을 연출한 민환기 감독이 만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김부겸 전 경기도지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 유력 정치인들까지 자발적으로 시사회장을 찾아올 정도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민환기 감독을 만나 <길위에 김대중>에 대해 들어봤다.


〈길위에 김대중〉 민환기 감독(사진 제공=명필름)
〈길위에 김대중〉 민환기 감독(사진 제공=명필름)

<길위에 김대중>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은 관객이 김대중 대통령이 어떤 분이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면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또 그걸 기대하고 있고요. 어떤 분들은 이 영화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 질문하기도 하시는데, 그런 관점에서 영화를 보시기보다는 한 사람이 어떻게 훌륭한 정치인으로 성장하는지 과정을 지켜본다는 측면에서 영화를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한 인간을 제대로 담아보려고 했으니, 관객들이 그 부분을 느끼고 정서적으로 반응하면 좋겠어요.​

총선 4개월을 앞두고 내년 1월 개봉입니다. 시사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김부겸 전 경기도지사 등 정치인들도 ‘자발적으로’ 많이 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말씀하신 것처럼 혹시 정치적 함의가 있으신가 하는 질문도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하나도 없어요. 정치인들은 그들이 관심이 있으니 오는 거겠죠.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에 “국민과 역사를 바라보라”는 말을 늘 했죠. 이 영화가 오늘의 국민과 내일의 국민 그리고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길이 되면 좋겠습니다.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서울의 봄>과 <길위에 김대중>은 시대적으로 겹치는 부분도 있어서요, 혹시 개봉 시기를 맞춘 건가요?

전혀 아니죠.(웃음) 사실 저희로서야 감사한 일입니다. <서울의 봄>에 나오는 사건이 김대중 대통령 시기와 떨어트려서 생각할 수 없는 시기잖아요? 그런데 예기치 않게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했고, 흥행까지 잘 되니 그런 면에서는 감사한 일입니다.(웃음).​

젊은 관객들이 <서울의 봄>에 호응하고 있어요. 요즘 젊은 관객들은 영화로 역사 공부를 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길위에 김대중>이 <서울의 봄>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 거로 보시는지요?

​그건 정말 모르겠습니다.(웃음) 다만, 일반 관객도 한국현대사에 대해 잘 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영화가 그런 기회를 제공해주는 건 맞다고 보고요.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길위에 김대중>은 언제, 어떻게 출발한 영화인가요?

​기획을 하셨던 정진백 김대중추모사업회장은 꽤 오래전부터 생각한 거 같아요. 10년 전쯤부터일까요? 제가 합류한 건 2년 전이고, 실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건 1년 전쯤입니다. 그동안 공부를 했어요. 이 영화를 내가 만들고 싶은 건가?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면서요. 김대중 대통령 관련 서적과 영상을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여러 감독에게 제안이 갔을 거 같은데 결국 선택받으셨어요. 명필름과 함께 한 전작 <노회찬 6411>(2021)의 영향도 있었을 테고요. 제안이 왔을 때 어떤 마음으로 수락하셨나요?

방금도 공부했다고 말씀드렸지만, 이 영화를 만들려면 내적 동기가 있어야 했어요. 그것이 어떤 위인을 다룬다는 건 아니었죠. 그렇게 만든다면 저보다 더 잘 만들 감독들도 많아요. 저의 내적 동기는 제가 공부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선택들에 관한 것이었어요. 그 선택들을 이해해보고 싶었거든요. 1987년에 결국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했잖아요. 그때 정치적 선택이 있었던 거고요. 그것이 그저 단순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죠. 그런데 이건 공부를 해봐야 아는 것이 아닐까, 그 과정에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영화를 시작했습니다. 뭔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한 것이죠.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의회주의자, 민주주의자, 대중정치인 등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여러 측면이 있습니다. 영화에 그 전부를 다 담을 수는 없었겠죠. 감독님께서 부각하려고 한 면은 무엇이었나요?

​무엇보다 정치인으로서 보이기를 바랐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본인도 정치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의사나 상황이 달라서 그러지 못했던 적도 있지만요. 정치인은 권력을 잡아야 하고, 그 권력을 잡기 위해 준비가 필요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두 가지가 굉장히 확실했던 분이었어요. 욕망도 대단한 동시에 준비도 철저했죠.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점, 무언가 하고 싶어야 한다는 욕망 이 두 개가 다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여기에 더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점들이 많이 느껴졌나요?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모습에서 그런 주도면밀함이 느껴지죠. 단순히 투사로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가깝게 가기 위해서, 기회가 왔을 때를 놓치지 않은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걸로 한국 사회에 논란이 있었죠. 거짓말을 한다, 말을 뒤집었다는. 정치인이라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 권력을 잡고 싶은 것이 너무나 당연한 건데, 한국 사회는 되게 이상한 잣대를 갖다 대는 것 같아요. 정치인뿐만이 아니에요. 보통 사람들에게도 그런 면이 있어요.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막상 부를 추구하면 좋지 않게 보거나 비판하는 것처럼요. 한국 사회가 그런 이상한 잣대를 기준으로 이렇게 저렇게 사람들을 카테고리화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방대한 자료 중에 선별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시간이죠. 압축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김대중 대통령의 삶이 길기도 하지만 역경이 워낙 많다 보니, 무엇을 담고 무엇을 빼야 하는가에 대한 선택이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훌륭한 부분이나 무언가 관심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저는 어쨌든 정치인으로 그가 어떤 과정을 겪고 성장했는지를 기준으로 선별했어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극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나 몇 번에 걸쳐 죽음을 넘기는 사건들을 줄였죠. 관객이 기대하는 것보다요. 그런 사건들이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죽음을 놓이게 한 다른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질 수 있으니, 정치인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일관되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 인물일대기지만,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요, 혹은 현대사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교과서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지키고자 했던 기준점이 있다면요?

​김대중 대통령이 주인공이니까 필요한 다른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가능하면 객관적이고 감독의 감정을 너무 주입하지 않은 상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분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로만 현대사를 사용하려고 했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현대사가, 제 의도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피해 갈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그 부분을 빼고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그래서 간략하지만, 객관적으로 이분을 설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선택들을 했습니다.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영화에 희귀 자료가 많더라고요. 김대중 대통령의 청주교도소 영상은 처음 공개되는 것 같고요. 자료 수집은 어떻게 하셨는지,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다행히 김대중평화센터와 김대중도서관이 있어서 자료 구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보고 편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거지, 자료를 구하기는 생각보다 수월했던 거죠.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1980년대 당시 청주교도소 장면 같은 희귀자료는 김대중평화센터에 있던 자료입니다. 출처와 유래는 정확히 몰라요. 제가 듣기로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재임 시절에 직접 전달했다고 하더라고요. “내 사후에 공개하라”는 단서를 달고요. 그래서 이번 <길위에 김대중>에서 최초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감옥에 수감되었던 영상 등 아마 더 많은 자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연출 관련 질문 드릴게요. 최근 전 국민의 마음을 울린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감독 김현지)는 무겁지 않은 형식의 다큐멘터리죠. 연출도 담백하고, 편집점도 통통 튀고요. 젊은 감각이 있습니다. 한 인물을 영웅화하지 말자는 생각에 음악에 오케스트라 사용도 지양했다고 하더라고요. 반면 <길위에 김대중>은 전형적인 다큐멘터리의 길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웅장한 배경음악도 그렇고요. 다행히 그것이 영화가 주는 감동을 줄이지는 않습니다만, 의도적으로 이런 연출 방식을 택한 건가요?

<어른 김장하>는 TV 버전으로 봤어요. <길위에 김대중>과 가장 큰 차이가 있죠. 저는 과거 사진과 영상을 자료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특히 영화의 30분은 거의 흑백 영상이 나옵니다.(웃음) 설명을 안 하고 지나갈 수도 없으니까요. 원래 저는 다큐멘터리에 음악도 내레이션도 잘 사용하지 않는 감독이에요. 이번 영화는 제 원래 스타일이 아닌 거죠. 그런데 <길위에 김대중>은 그렇게 갈 수는 없겠더라고요. 자료 전달 측면에서도요. 그런 면이 우선 하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분의 마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분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에 동시에 들어가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그냥 김대중 대통령이 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이야기에 환호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봐야 이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본 거죠. 그런 것들을 전달하기 위해서 음악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김대중 대통령이 광주 항쟁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1987년 광주에 가셨을 때서야, 그를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통해 이해하게 된 거 같아요. 그 부분을 음악이 뒷받침해준 거 같아요.

​감정을 그냥 끌어올리기 위해서 음악을 사용했다기보다는, 제가 이 영화 자체가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답을 얻기 위해 찍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 부분을 좀 연결하고 싶었어요. 마지막 장면의 환호를 통해서 김대중이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도록요. 거기에는 좀 더 웅장한 음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내년이면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입니다. 또 돌아가신 지는 14년이 되네요.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 김대중 정신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재적인 의미를 해석해야겠죠. 그래도 현재적 의미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든 건 아닙니다만. 김대중이라는 꽤 훌륭했던 정치인이, 어떻게 한국사를 헤쳐 나갔는지, 또 헤쳐 나가면서도 자신의 신념이나 이상을 잃지 않고 어떻게 그것들을 실현했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죠. 해석에 따라 정치적으로 읽힐 수는 있겠으나, 초점을 둔 건 아닙니다. 그러니 이런 정치인이 있었고,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게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1987년 이후에도 파란만장한 일들이 더 남아 있는데요, 그 장면으로 영화가 문을 닫아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를 이 장면으로 끝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다큐멘터리 감독인 동시에 영화감독이기 때문에요. 마지막 장면이 의미에 있어서도 충분한 인상을 줘야 하지만,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장면을 제가 처음 봤을 때, 압도적으로 다가왔던 부분도 큽니다. 잘 이해하지 못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게 된 장면이었죠. 그래서 제가 이해한 김대중 대통령의 마음을 관객도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지 않을까 해서 마지막 장면으로 선택했습니다.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길위에 김대중〉 (사진 제공=명필름)

후속편이 있나요? 2, 3편이 만들어질 거란 이야기도 들리던데, 어떤 내용이 담길지, 개봉 시기는 언제인지도 궁금합니다.

​1997년 이야기는 지금도 작업 중이에요. 저는 이제 김대중 대통령의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다 다루고 싶어요. 어떻게 한 인간이 항상 올바른 선택만 하겠습니까? 그런 부분들을 좀 다루고 싶어서, 이 영화가 잘 되면 그 부분을 잘 다룰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거 같아요. 하나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어떤 부분인가요?

​김대중 대통령이 문화적인 정책들을 몇십 년을 준비했던 거 같더라고요. 대통령 재임 시기 활동하던 젊은 감독이 지금 한국 영화계의 중요 감독이 된 것처럼요. 여긴 분명 대통령으로서 시행한 문화정책에 관한 역할이 당연히 있었을 테죠. 그런데 어찌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문화정책의 수혜를 입어 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들이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 등 문제점에 집중해요. <기생충>처럼요. 물론 훌륭한 감독이 나온 게 전부 김대중 대통령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영향이 없지 않다는 점을 봐서요. 한 정치인의 역할이 한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2, 3편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당장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십 년, 이십 년 후에 일어날 일을 결정하는 거니까요.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길위에 김대중〉 포스터 (사진 제공=명필름)
〈길위에 김대중〉 포스터 (사진 제공=명필름)

영화를 볼 관객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떤 관객이 말씀하신 게 기억나네요. 초반 30분을 봤는데, 흑백이고 사진 위주로 이뤄졌는데도 지루하지 않았다고요.(웃음) 영화의 시작 부분은 약간 생소할 수 있어요. 그런데 영화에 흥미를 갖고 보기 시작하면 충분히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냥 어떤 세대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한 사람에 대해 좀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좀 더 관심을 갖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