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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3부작’의 웅장한 마무리〈노량: 죽음의 바다〉, 최초 리뷰 및 기자간담회 중계

〈명량〉〈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노량: 죽음의 바다〉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이 완성되다

주성철편집장

 

<명량>(2014)과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 2022)에 이어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인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 2023)가 드디어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임진왜란 발발로부터 7년이 지난 1598년 12월, 이순신(김윤석)은 왜군의 수장이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왜군들이 조선에서 황급히 퇴각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절대 이렇게 전쟁을 끝내서는 안 된다”며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는 것이 이 전쟁을 올바르게 끝나는 것이라 생각한 이순신은,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정재영)과 부도독 등자룡(허준호)이 이끄는 명나라와 조명연합함대를 꾸려 왜군의 퇴각로를 막고 적들을 섬멸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고니시 유키나가(이무생)의 뇌물 공세에 넘어간 진린은 왜군에게 퇴로를 열어주려 하고, 설상가상으로 왜군 수장인 시마즈(백윤식)의 살마군까지 왜군의 퇴각을 돕기 위해 노량으로 향한다.

<명량>으로부터 10년, 굳이 표현하자면 김한민 감독은 ‘임진왜란 7년’의 시간보다 더 길게 이순신 장군과 함께 했다. <노량>은 ‘이순신 3부작’을 시작하던 그때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명량>을 시작하던 당시 김한민 감독은 ‘혹시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가서 이순신 장군을 만난다면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왜 그렇게까지 하셨습니까?”라고 묻고 싶다고 했다. 그 질문은 <노량>에서 두 번 반복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임진왜란이 끝났다고 생각하던 그때, 왕을 비롯한 조정의 신하들 모두 ‘전쟁 이후’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순신은 ‘7년 전쟁을 올바르게 끝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영화에서 진린을 포함한 명나라 군사들도 더 이상의 피해가 나지 않기를 바랄 뿐, 이순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진린도 병영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이순신의 그런 결심에 대해 궁금해 한다. “아마도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는 “아마도 죽기를 각오했거나”라며 한가지 이유만 대고 그 대화는 끝난다. 그렇게 <노량>은 이순신의 그 결심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153분을 달려가는 영화다. “지금 적들을 완전히 처단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더 큰 원한으로 쌓여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열도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 이순신의 생각이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당시 조명연합함대와 왜군이 격돌하며, 동아시아 최대 해전이었던 노량해전의 규모를 그대로 보여주는 해상전투가 <노량>의 전부라 할 수 있다. <명량> 때부터 ‘고정 단역’이라는 독특한 크레딧으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과의 호흡도 절묘하다. 액션 장면에서의 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저 단역이 아니라, 기존 배우들과 보다 긴 시간 훈련과 연기를 함께 한 그들을 ‘고정 단역’이라 불렀다. 특히 <노량>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로 기억하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이기도 하다. 그 대사도 적절히 변형했을뿐더러, 그 마지막으로 향하는 롱테이크 촬영은 단연 백미라 할 수 있다. 이름 없는 명나라 병사의 뒷모습으로 시작해 조선 수군을 거쳐 왜구로 포커스가 옮겨지며 이순신에 이르는 롱테이크는, 이 기나긴 전투신에 길이 남을 방점을 찍는다. 이렇게 <노량>은 김한민 감독이 10년 전 가졌던 물음에 말그대로 ‘웅장하게’ 답하는 영화다. 이에 시사회 후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 오갔던 이야기들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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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에 이르는 해상전투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김한민

량해전은 그야말로 치열했고, 내내 근접해서 싸운 난전이었다. 이 해전을 과연 내가 표현해낼 수 있을까, 그런 의구심을 들며 용기가 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 극복하고 왜 이처럼 스케일이 큰 전투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그 거대한 전장의 한가운데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있었고, 그 이순신이 어떻게 존재했을지 그걸 따라가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100분여에 이르는 해전이 됐고 롱테이크 장면을 구상하게 됐다. 세 나라 병사들의 얽히는 아비규환의 난전 속에 있는 이순신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마즈를 중심으로 한 왜군
시마즈를 중심으로 한 왜군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정재영)과 부도독 등자룡(허준호, 사진 오른쪽)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정재영)과 부도독 등자룡(허준호, 사진 오른쪽)

 

중국어, 일본어가 쉴 새 없이 교차하는 언어 구사 문제는 어땠나

허준호

함께 명나라 장군을 연기한 정재영 배우와는 여러 편을 함께 했기도 하고, 실제로도 굉장히 친하다. 하지만 촬영현장에서는 식사 시간 외에는 절대 같이 있지 않았다.(웃음) 대사를 계속 외고 숙지하기 위해 현장에서 최대한 우리말을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처럼 사담을 나눌 시간이 없을 정도로 계속 대사 연습을 했다.

백윤식

시나리오로 봤을 때는 분량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작사에서 섭외한 외국어 선생과 함께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이게 보통 분량이 아니구나, 싶었다.(웃음) 물론 분량만 중요한 게 아니라 배우로서 표현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특히 외국어지만 감정선이 통해야 하니까, 현장에서 모리아츠 역의 박명훈 배우와 계속 일본어로 얘기했다. 진짜 열심히 했다.

이규형

일본어 선생님이 총 세 분 계셨다.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도 한 분 계셨다. 그런데 일본어를 배우던 그때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다. 그래서 여러 명의 선생님들과 1주일에 서너번 씩 줌으로 소통하며 배웠다.

 

이순신의 아내 방씨 부인
이순신의 아내 방씨 부인
이순신의 장남 이회
이순신의 장남 이회

 

아내와 아들로서 이순신과의 소통은 어땠나

문정희(이순신의 아내 방씨 부인)

이순신 장군도 몸져 누워있을 때, 아내 역시 아들을 잃은 엄청난 슬픔으로 남편을 마주해야 한다. 그게 어떤 감정일지 표현하는게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찬과 밥을 내주는 장면이 있는데, 아쉽게도 편집되긴 했지만 그게 이순신의 조용한 리더십을 보여주며 유일하게 남편과 아내로서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장면이다.

안보현(이순신의 장남 이회)

이순신 장군을 대한다기보다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외로운 아버지 옆을 지키는 든든한 장남일 거라고 생각했다.

최덕문(이순신의 부장 송희립)

사실 저는 “발포하라!”, “포격하라!”, ”“화살을 퍼부어라!”라는 대사를 집중적으로 하는 편인데,(웃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이순신의 아내 방씨 부인이 밥과 국 한그릇 씩 뿐이지만 식사를 차려주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 현장의 단역이 조용하게 “맛있습니다”하고 먹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저 역시 편집되서 안타깝긴 하다. 나중에 모든 배우들이 현장에서 밥차로 식사를 할 때도 유행어처럼 “맛있습니다” 하고 다 따라 했던 기억이 있다.(웃음)

 

 

노량해전에 거북선이 등장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김한민

물론 기록에는 없지만 상상력을 발휘했다. 그래서 영화에도 ‘재건’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후대로 갈수록 거북선이 더 만들어지고 계속 재건된 건 확실하다. 노량해전에도 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리고 거북선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조선 병사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거다.

 

 

3부작을 종결짓는 이순신 장군의 속내는 무엇인가

김윤석

감히 제 생각을 얘기하자면, 배우로서 <노량>을 하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 김진규 선생님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성웅 이순신>(1971)을 단체관람으로 보면서 울었던 기억도 있다.(웃음) 노량해전에 임진왜란 7년 전쟁의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 전쟁이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이순신 장군의 생각에 깊이 공감했다. 어떻게 올바르게 끝맺어야 이후 어떤 영향력으로 후손들에게 정신을 물려줄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이 다시는 이 땅을 넘볼 수 없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김한민 감독과 ‘대체 이분의 속내는 무얼까’ 계속 토론했다. 모두가 이 전쟁을 그만하자고 할 때 이순신 장군의 생각은 무엇일까, 짐작해 보는게 힘들었지만 벅찬 순간이었다. 신념이 더 단호해지는 한편으로 더 외로워진다는 것이 감독의 주문이었다. 그리고 해상전투의 말미에 롱테이크로 명나라, 조선, 그리고 왜병을 따라가다가 나에게 그 시선의 바통을 넘기는데 그 와중에 장군이 무언가를 보신다. 이전 전투에서 세상을 떠난 정운(김재영), 어영담(안성기), 이억기(공명), 그 세 사람을 만날 때 어떤 감정이었을까, 어두운 새벽에 시작했던 전투가 어느덧 떠오르는 해와 더불어 그 세 사람의 혼령과 함께 하고 있음을 알게 됐을 때,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일단 찍자’는 생각이었다. 그때 내 안에서 나오는 감정을 그대로 뱉어내 보자고 생각했다.

김한민

모두가 전쟁 이후만을 바라볼 때, 이순신 장군 그분만이 고독하게 ‘완전한 항복’을 이야기한다. 전쟁이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열도 끝까지 가서라도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명량>과 <한산>을 거쳐 <노량>에 이르기까지 장군님의 그 치열한 전쟁 수행을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실제로 장군님 돌아가시고 전후 처리가 애매해지고 역사는 반복되면서 일제강점기가 왔다. 제 고향이 순천인데, 어릴 때 놀다 보면 거기 왜성이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게 일제강점기가 아니라 그보다 4백 년 전에 세워진 왜성이라는 걸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 ‘역사의 반복’이라는게 어렸을 때도 굉장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바로 그 두려움이 화두가 되어서 <노량>까지 만들게 된 큰 씨앗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