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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살인로봇과의 새벽 〈프레디의 피자가게〉

스콧 코슨이 개발한 게임 기반, 블룸하우스의 호러영화 신작

씨네플레이

어두운 밤, 희미하게 들리는 기계 소리, 치직거리는 녹음된 목소리, 터덜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CCTV로 보이는 버려진 가게 곳곳의 모습. 밖으로 나갈 수도, 벗어날 수도 없다. 제한된 시야와 제한된 전력...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배터리로 돌아가는 이 가게에서 여섯 시까지 버티는 것이 당신의 의무다.​

프레디의 피자가게에서 자정부터 6시까지 여섯 시간을 버티는 것, 그 일을 다섯 번 반복하는 것이 이 게임의 플레이다. 언뜻 보면 성공한 게임이라기엔 참 뭐가 없어 보이지만,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플레이 그리고 애니매트로닉스라는 독특한 소재 덕에 인기를 끄는 데 성공했다.​

15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프레디의 피자가게>는 2014년에 시리즈의 첫 타이틀이 출시되었던 이 공포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시리즈의 개발자인 스콧 코슨은 이 게임을 개발하기 전까지 우여곡절을 많이도 거쳤지만, 첫 타이틀이 인기를 얻으면서 공포게임의 세부 장르 중 하나인 마스코트 호러의 시작점이 되었다. 그리고 실사영화로 제작된 지금, 평론가들의 짜디짠 반응과는 상이하게 흥행에 대성공하며 호러영화의 계절도 아닌 이 추운 날씨에 제작비의 10배를 벌어들이는 기염을 토했다.


스콧 코슨은 원래부터 호러게임을 만들던 개발자는 아니었다. 아동용 게임이나 종교 분야 교육 게임을 만들던 개발자였는데, 그가 만든 인디게임들은 하나같이 악평 세례를 받았다. 대체 왜 그랬는지는 당시 코슨이 만들었던 게임의 영상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미묘하게 삐걱거리는 몸짓과, 귀여움을 추구한 듯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기괴한 표정의 캐릭터들은, 아동용이라기엔 지나치게 불쾌했던 것이었다.

당시 스콧 코슨이 만들었던 게임
당시 스콧 코슨이 만들었던 게임

'기괴하다'라는 평의 반복에 좌절할 법도 했으련만, 코슨은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 낸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괴하다면, 차라리 기괴한 게임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코슨은 하던 대로 기괴한 게임을 만들었다. 물론 좌절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프레디의 피자가게> 초안을 토대로 킥스타터 크라우드펀딩을 개시했지만 놀랍게도 단 한 명의 후원도 받지 못한다. 코슨은 두 번째 좌절을 견뎌내고 결국 사비로 게임을 제작한다. 그 결과는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성공이었다.

​인디게임 개발자로 시작해 실패를 거듭하던 코슨이 거기서 좌절했다면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프레디의 하얀 눈자위가 남지는 못했을 테니, 발상의 전환과 더불어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결국 그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놀이공원이나 어린이용 공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애니매트로닉스를 공포게임의 소재로 활용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호러게임에 잘 먹혀들어갔고, 복잡하지 않은 플레이 방식으로 진입장벽이 낮아(물론 넷째 날 밤이 되면 쉽지 않아질 것이다) 많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컬트적 인기를 끄는 데 성공했다.


게임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단순히 새로운 소재와 쉬운 플레이 방식만은 아니었다. 물론 큰 역할을 하기는 했다. 늘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향해 다정한 몸짓을 하던 이 마스코트들이 갑자기 죽이려고 덤비니 그 이질감이 새로웠고 좌우 문과 전등, CCTV 외에는 조작 요소가 없고 직접 움직일 수조차 없는 이 게임의 단순한 방식은 제한된 조건을 강화시켜 호러게임 특유의 공포감을 주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뿐만 아니라, '애니매트로닉스들이 왜 사람을 공격하는지'에 대한 깊고도 긴 이야기가 있었다.

​어두운 밤이 되면 움직이기 시작하는 애니매트로닉스들에게는 사실 억울하게 살해당한 아이들의 영혼이 씌어 있었다. 애니매트로닉스의 제작자인 윌리엄은 평범한 식당 로봇을 만든 게 아니었다. 윌리엄이 만든 로봇에는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기능이 있었고, 이 로봇들을 이용해 몰래 한 소녀를 죽이기까지 한다. 피해자는 한 명으로 그치지 않았고 아이들은 계속해서 실종된다. 그중에는 심지어 윌리엄의 딸과 아들도 있었으며, 그중 한 명은 죽지는 않았지만 애니매트로닉스의 공격을 받아 좀비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모종의 사건을 거치며 아버지의 실체를 알게 된, 살아남은 아들은 아버지의 업보를 치르고 아이들을 성불시키기 위해 피자가게로 돌아온다.

프레디의 피자 가게 시리즈가 재미있었던 점은, 이 모든 이야기들이 정식 스토리라인으로 친절하게 그려지는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자비로 개발한 인디게임이었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 요소 외에 스토리라인을 넣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대신 미니게임이나 포스터, 이스터에그 등으로 작은 요소들을 집어넣었는데, 게임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이 작은 요소들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서사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게임이 성공하면서 이 서사의 '비어 있는 부분'들을 팬들이 궁금해하자, 원작자인 스콧 코슨은 'Fazbear Frights'라는 소설 시리즈를 직접 집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긴 이야기는 진행 중이며, 전 세계의 수많은 팬들이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영화가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한 건 올 초인 2023년 2월의 일이지만, 사실 워너브라더스는 게임이 대성공을 거둔 지 얼마 안 된 시점인 2015년부터 이 게임을 실사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당초에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2016년 판권 계약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끝으로 더 이상의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았고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다. 올해 초에 본격적으로 제작이 시작될 때까지 무려 8년의 세월이 있었던 셈이다.

영화화 이야기가 나온 시점부터 개봉을 기다려 온 두터운 팬층 덕분인지 개봉하자마자 북미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는데, 심지어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사상 오프닝 1위라는 성과였다. 게임 원작 기반의 영화는 동일한 형태의 경험을 주기 어렵고 괴리감도 큰 데다, 게임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더 놀라운 성과다.

 

재밌는 건 비평가들의 평가와 팬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대조적이라는 점이다. 게임을 플레이해 보았던 팬들은 게임 속에서 다소 불친절했던 요소나 팬덤의 관심을 끄는 요소들을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호평한 것으로 보이는데, 애초에 공식적인 언급에 따르면 범대중 일반 관객보다는 이 게임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들이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로서 만들었다고 하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국내에는 유수의 게임 스트리머들을 통해 게이머층에게는 꽤 익숙한 타이틀일 텐데, 북미만큼은 아닐지언정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