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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타고 싶은 이들을 위해, 경제 영화

씨네플레이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신년 계획과 소망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을까. 막연하기만 한 ‘부자의 꿈’. 2023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키워드는 ‘경제적 자유’가 아닐까 싶다. 성공한 투자자인 엠제이 드마코의 저서, 「부의 추월차선」이 크게 흥행하면서, 너도나도 “부자 되기 필독서”를 읽으며 막연했던 부자의 꿈을 명확하게 그려나갔다. 부동산 임장을 다니거나 주식 차트 공부를 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며 부의 추월차선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더 이상 월급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믿음이 확고해져가는 지금, 2024년에는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타고 싶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경제 영화 다섯 편을 선정했다.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하루 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2011)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2011)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영화 제목이기도 한 ‘마진 콜’이 무엇인지부터 쉽고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마진콜은 투자자가 빌린 돈, 즉 마진으로 주식이나 다른 금융 상품을 구매했을 때, 그 가치가 크게 떨어져서 추가적인 보증금이 필요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10,000달러를 빌려서 15,000달러 상당의 주식을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15,000달러 주식을 담보로 걸고 10,000달러를 빌린 것이기 때문에 주식이 10,000달러 아래로 떨어졌을 때 ‘마진콜’이 오게 된다. 금융 기관에서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빌려준 금액을 회수하거나 추가 납부를 요구하고, 이를 마진콜이라고 한다. 추가 납부를 못하면 강제로 청산되고, 투자자는 엄청난 손해를 입은 채로 끝난다. 만약, 투자금이 거대한 국가기관이나 기업에 마진콜이 걸리면 연쇄적인 금융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화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이하 <마진 콜>)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 월스트리트의 한 금융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을 마구잡이로 해주다가,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대출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서 금융 회사들이 줄줄이 파산하며 발생한 세계 최악의 금융 위기다. 영화는 금융위기 하루 전, 한 금융회사 리스크 관리 팀의 말단 직원이 위험요소와 위기 상황을 정리한 USB를 남기고 정리해고당하면서 시작된다. 그로 인해 자신들이 관리하던 상품,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음을 알게 된 임원들은 그들이 갖고 있던 모든 불량 증권을 다음 장이 열리는 순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한다. 모두 휴지 조각이 될 걸 알면서도 팔아치우라는 리더의 말에 직원들이 머뭇거리자, 거액의 보너스까지 약속한다. “살아남기 위해선 1등이 되거나, 더 똑똑해지거나, 사기를 쳐야 한다”는 말과 함께. 2023년 3월 10일, 뱅크런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최대 규모인 실리콘밸리은행(SVB)가 파산하는 사태가 있었다. 2022년 11월에는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도 파산했다. <마진 콜>은 단순한 역사적 그림이 아닌, 현재로 넘어올 수 있는 창문 같은 이야기다. 만약, 거대한 금융 위기의 가장 대표적인 전조와 흐름, 현상을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빅쇼트>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최악의 금융위기에서

돈을 번 자들의 이야기 
 

〈빅쇼트〉(2016)
〈빅쇼트〉(2016)


<빅쇼트> 역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로, 이번엔 부동산 시장이 몰락할 것을 예측하고,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재앙에 돈을 거는, 투자자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대부분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일부 허구와 각색이 들어갔다. 이 영화가 재밌는 점은, 이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간다는 점이다. 사실과 다른 장면이 나오면, “솔직히 이 장면은 연출된 거고, 사실과는 달라요”라며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말을 건네고는, 실제로 벌어졌던 일에 대해 설명해준다. 덕분에 고발적 성격이 강하지만, 동시에 영화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다. 경제 영화 특성상, 어려운 경제 용어가 나오긴 하지만 마고 로비나 셀레나 고메즈 같은 유명 배우가 특별출연하여 설명해주기 때문에 꽤 쉽게 볼 수 있다. 공매도의 개념 정도만 미리 알고 보면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주인공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하고,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에 베팅하여 그 당시 3조 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둔 인물로, 아무도 시장의 호황을 의심하지 않았을 바로 그 시점에 ‘시장 붕괴’를 예측했다. 이후 소개할 <라스트 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집을 빼앗긴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을 다룬 영화로, 그들이 잃은 만큼 돈을 번 투자자의 모습을 비춘 <빅쇼트>와 비교해서 보면 사건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진 콜> 엔딩 직후의 시점을 다뤄, 연달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라스트 홈>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최악의 금융위기에서

돈을 잃은 자들의 이야기
 

〈라스트 홈〉(2014)
〈라스트 홈〉(2014)


김성훈 영화 평론가는 <라스트 홈>에 별 4개를 남기며, “<빅쇼트>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거시 경제학이라면, <라스트 홈>은 미시 경제학”이라고 평했다. 시장에서 누군가 돈을 벌었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돈을 잃는다. <빅쇼트>의 마이클 버리가 3조 원가량 벌었다면, 누군가는 3조 원만큼 잃은 것이다. <라스트 홈>은 <빅쇼트>에서 주인공이 벌어들인 돈의 출처를 보여준다. <라스트 홈>의 주인공 데니스 내쉬(앤드류 가필드)는 가족을 부양하는 성실한 건축공이다. 평생을 일해왔지만, 주택 대출금을 갚지 못해 단 2분 만에 집을 빼앗기고 홈리스 신세로 전락한다. 경제가 망해버리는 바람에 구제받을 방법도 없다. 그러던 중 부동산 브로커 릭 카버(마이클 섀넌)는 그에게 시스템을 ‘이용하는 법’을 알려주고, 내쉬는 빼앗기는 자에서 빼앗는 자의 위치가 된다. 그에게 올랜도 지역의 집 1,000채를 매매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그는 거래를 위해 1,000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내쫓아야 한다.  
 


저금리로 대출받아 집을 사면, 천정부지로 집값이 오르던 시절. 집을 안 사면 뒤처지는 기분이 들던 그때,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낮추면서’ 시장에 불을 붙였고 소시민은 너도나도 집사기에 몰두했다.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대출 시장이 붕괴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빚더미에 오르거나, 집을 빼앗겼다. 오래전,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임에도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라스트 홈>은 금융 위기의 최대 피해자인 서민의 비극을 현실적으로 조명하는 데에 힘을 쏟는다. 집을 잃은 시민들의 강제 집행 현장을 연달아 보여주는데, 그중에는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집을 잃은, 실제 피해자도 있다. 서민들은 나의 터전, 보금자리를 잃고 절망하지만 릭 카버는 집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미국은 승자들을 위해 세워진 나라니까. 승자의, 승자를 위한, 승자에 의한 나라야”라는 릭 카버의 말은 여전히 유효해, 넘기기 어렵다. 



 <익스플레인: 돈을 해설하다> - 기초 금융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돈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돈을 해설하다〉(2021)
〈익스플레인: 돈을 해설하다〉(2021)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3부작으로 경제에 관심이 생겼다면, 이제부턴 지식을 채워넣는 게 필요하다. 넷플릭스의 <익스플레인: 돈을 해설하다> 시리즈는 한 화당 20분짜리 다큐멘터리로, 보다 일상적인 관점에서 돈을 설명해준다. 총 5화까지 있으며, 주제는 ‘벼락부자 되는 법’, ‘신용카드’, ‘학자금 대출’, ‘도박’, ‘은퇴’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나와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차만 봐도 무방하다. 지루하지 않을까 싶지만, 인포그래픽의 퀄리티가 좋고 활용이 적절했으며 스토리텔링 역시 탄탄하다. 초반에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을 배치하고, 이를 해설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하다보면 어느샌가 시청자는 자연스레 정보를 습득한다. 또한, 경제의 양면적 성질을 반영하기 위해 늘 양측의 관점을 병치해서 설명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경제 공부를 시작해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마 대부분은 ‘벼락부자 되는 법’부터 기대감을 안고 시청하겠지만, 기대와는 다를 수 있다. 이 화에서는 벼락부자가 되는 법을 미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기 수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폰지 사기나 피라미드형 사기, 펌프 앤 덤프 사기 등 다양한 방식의 사기 수법을 소개하는데, 과거와 매체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사기는 활개를 친다. 개인적으로, 일상적이고 도움이 되는 금융 지식을 얻고 싶다면 ‘신용카드’ 편을 추천한다. 왜 ‘리볼빙’을 사용해선 안 되는지,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꽤 구체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신용카드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신용카드 발급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돈, 돈, 돈을 아십니까?> - 바로 옆에서 듣는 돈 관리 조언

〈돈, 돈, 돈을 아십니까〉(2022)
〈돈, 돈, 돈을 아십니까〉(2022)


이론이 아닌, 실질적인 돈 관리 조언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다 제쳐놓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돈, 돈, 돈을 아십니까?>부터 보자. 이 다큐멘터리는 돈 관리에 조언이 필요한 참가자 4명에게 1년 동안 1:1로 금융 전문가들이 멘토링해주는 과정을 담았다. 참가자 4명은 모두 각기 다른 상황에 놓여있는데,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돈을 벌기 위해 전혀 무관한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는 린지, 풋볼 선수로 큰돈을 벌었지만 돈 관리를 하지 않아 수중에 돈이 거의 없는 티즈, 학자금 대출과 신용카드로 빚이 많지만 소비도 포기하지 못하는 아리아나, 조기 은퇴를 원하는 킴&존까지 모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다큐멘터리의 금융 전문가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지만, 공통적으로 ‘불필요한 데에 돈 쓰지 말아라’, ‘돈은 수단이다’라는 말을 강조한다. 예로, 티즈와 아리아나에게는 쓸모없는 지출을 줄이며 소비패턴을 잡아가는 방법을 조언했다. 월급이 얼마든, ‘지름신’이 주기적으로 오는 직장인이라면 아마 아리아나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을 터. 소비에서 오는 행복이 줄어들자, 아리아나는 힘겨워하지만 종국엔 ‘자유’를 느끼며 안정감을 찾아간다. 린지에게는 당장 돈이 안 되더라도 창작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을 권유한다. 그 과정에서 돈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 되어 린지가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돈에 묶여 희망 없이 살던 그들에게 목표가 생기고, 이를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기자 그들은 변하기 시작한다. 만약 2023년, 흥청망청하는 나의 모습이 싫었거나 꿈을 위한 투자를 하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보길 바란다. 달라진 4명의 모습이 2024년 당신의 모습일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