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인들, 관객들의 최고 꿀잼매치가 어느새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2024년 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얘기다. 3월 11일 오전 8시(한국 기준) 진행되는 미국 아카데미는 영화산업의 본고장 할리우드에서 진행하는 만큼 관계자들과 일반 관객 모두에게 주목받는 영화 시상식이다. 일반적인 영화 시상식이 소수의 심사위원단으로 수상을 결정하는 것과 달리 아카데미는 2023년 기준 1만여 명의 AMPAS(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회원이 투표하는 방식이라 의외의 결과도 종종 나오곤 한다. 이번 아카데미는 과연 이변이 일어날지, 아니면 안정적인 수상 결과를 선택할지 궁금해진다. 아카데미를 앞두고 씨네플레이 기자단은 주요 부문(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의 수상 결과를 예측해봤다. 아카데미 수상을 지켜볼 때 기자단의 타율이 얼마나 될지 점쳐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되길 바란다.
※ 후보작 중 영화제, 시사회 등 국내에 전혀 상영하지 않은 작품들이 있어 미관람한 작품이 있음을 사전에 안내드린다.
작품상

주성철 편집장
나는 단순한 흥행 이변을 넘어서 어떤 ‘현상’, 더 나아가 특별한 ‘동시대성’을 만들어낸 그레타 거윅의 <바비>가 작품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올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영화들의 중요한 화두가 미국의 1970년대, 그리고 작품상은 언제나 ‘화해’라는 메시지에 집중했기에 그 둘을 모두 충족시키는 <바튼 아카데미>가 받겠지.
성찬얼 기자
최근 아카데미는 '동시대를 관통하는' 영화에 작품상을 건넸다. 소수 심사위원이 상을 선정하는 것이라면 다른 영화에게 가망 있어보이지만, 현재로선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관객이 본(그래서 영화계 인사들도 많이 봤을) <오펜하이머>나 <바비>가 유력하다. 3안이 있다면 <바튼 아카데미> 정도다. 또 '샤이000'이 많은 요즘 시대에 <바비>처럼 강력한 메시지에 힘을 실은 작품은, 수상이 다소 어려울 것 같다. 내 픽은 <바튼 아카데미>지만 역시나 돌고 돌아 <오펜하이머>가 수상할 것 같다.
김지연 기자
개인의 선호와는 별개로,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무난하게 <오펜하이머>가 N관왕을 할 것이라는 예상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나는 이번 오스카의 작품상은 <오펜하이머> 일 거라는 데에 네이버페이 포인트 50원 정도를 걸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들은 그동안 워낙 오스카와 인연이 없었던 터라, 아카데미는 미안해서라도 이번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에 작품상을 주지 않을까.
이진주 기자
아카데미가 (혹시나) 그레타 거윅의 <바비>에 작품상을 준다면 상을 받는 <바비>팀도(특히 켄 분장을 한 라이언 고슬링이) 잠시 당황할 것 같아 그 모습이 보고 싶지만 이번 작품상은 <오펜하이머>에 돌아가지 않을까. 이미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등의 지지를 얻은 <오펜하이머>는 이번 오스카 최상위 포식자일 것이다.
추아영 기자
아주 오랜만에 할리우드 휴머니즘 영화의 향수를 불러오고, 잘 만들어진 각본의 위대한 힘을 보여준 <바튼 아카데미>가 받았으면 좋겠지만, 이미 여기저기서 금딱지를 붙인 <오펜하이머>가 받을 것 같다.

감독상

주성철 편집장
나는 아카데미 역사상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로 무려 16번이나 올랐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디파티드>로 딱 한 번 감독상을 받은 <플라워 킬링 문>의 마틴 스코세이지가 이번에야말로 ‘받을만한 작품’으로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올해 아카데미도 해외 영화 후보에 문을 열어야 하니 <추락의 해부>의 쥐스틴 트리에가 받겠지.
성찬얼 기자
줘야만 한다, 받아야만 한다. 이런 말이 좀 이상하고 우습겠지만, 양심 있는 미국인이라면 <플라워 킬링 문>에 감사해야 한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플라워 킬링 문>으로 미국의 원죄를 대속했다. 일평생 이민자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졌던 그의 입장에선 상당한 용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아카데미가 마틴 스코세이지를 천대했던 역사를 돌아보면 그의 수상은 요원하다. 아마도 이번에 '덜' 장르적인 이야기를 흥미로운 구조로, 그것도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전기 영화에 맞춘 크리스토퍼 놀란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김지연 기자
‘감독상’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단연 <플라워 킬링 문>의 마틴 스코세이지가 아닐까. 역사가마냥 미국의 역사를 취재하고 조사해 3시간 반이 달하는 러닝타임에 녹여낸 42년생 마틴 스코세이지 옹의 집념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상자들의 성별과 출신 국가 등의 (가시적인) 균형을 나름대로 생각하려 하는 아카데미답게 <추락의 해부>의 쥐스틴 트리에에게 감독상을 수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이진주 기자
이번 감독상 후보에는 명성과는 달리 결정적인 순간 아카데미에 선택받지 못한 두 명의 감독이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오펜하이머>)와 마틴 스코세이지(<플라워 킬링 문>)이다. ‘이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안일한 예측에 멈칫. 아카데미의 지난 감독상 수상자들을 통해 다국적 지향성을 엿볼 수 있기에 <추락의 해부>의 쥐스틴 트리에에게 한 표를 던진다.
추아영 기자
감독상 수상자로 <플라워 킬링 문>의 마틴 스코세이지와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란 둘 다 비등해 보이지만, 나는 미국의 폭력적인 역사를 그렸던 지난날에 대한 거장의 절실한 자기반성에 더 응하게 된다.

남우주연상

주성철 편집장
나는 <보헤미안 랩소디>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라미 말렉 이상의 절대적 싱크로율을 보여준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의 브래들리 쿠퍼가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잘생긴 남자를 싫어하니 결국 <바튼 아카데미>의 폴 지아마티가 받겠지.
성찬얼 기자
제일 어렵다. 좋게 말하면 누가 받아도 기쁠 것 같고, 나쁘게 말하면 누가 받아도 아쉬울 것 같다. 후보 모두 진득하게 영화판에서 열일했던 배우들이라 애정을 기준으로 삼아도 누구 손 들어주기 쉽지 않다. 내 생각엔 누구보다 평범한 인물을 인상적으로 풀어낸 <바튼 아카데미> 폴 지아마티가 받았으면 좋겠지만, 전기영화를 사랑하는 아카데미는 <오펜하이머> 킬리언 머피에게 상을 줄 것이다. 작품 내내 호연을 펼친 데다 워낙 인기가 많은 작품이니.
김지연 기자
놀란의 ‘최애 배우’,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가 받을 것이라는 생각 반, 일명 ‘눈동자 연기’로까지 감동을 선사한 <바튼 아카데미>의 폴 지아마티가 받을 거라는 생각 반.
이진주 기자
남우주연상 역시 2파전으로 압축되리라.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와 <바튼 아카데미>의 폴 지아마티. ‘뼈를 갈았다’는 관용어가 이해되는 킬리언 머피의 소름 돋게 날카로운 연기와 다층적 인간성으로 고요 속 혼란을 담아낸 폴 지아마티의 깊이 있는 연기 중 무엇을 택할 수 있겠는가. (누가 수상하든 내 그럴 줄 알았다.)
추아영 기자
세상에 죽음을 가져온 과학자의 자기반성적인 내면을 진중하고 담담하게 보여주는 킬리언 머피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지만, 까칠남에서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멘토로 변화하는 인물을 그려낸 폴 지아마티의 내면 연기는 애잔한 휴머니즘에 젖게 했다. 둘 중 내 마음을 더욱 움직인 건 폴 지아마티였다.

여우주연상

주성철 편집장
나는 디카프리오와 드니로 사이에서 전혀 흔들림 없는 존재감을 과시한 <플라워 킬링 문>의 릴리 글래드스톤이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과도한 변신을 지나친 적 없으니 <가여운 것들>의 엠마 스톤이 <라라랜드>에 이어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올리겠지.
성찬얼 기자
"당신의 연기 덕분에 작품 완성도가 살아요" 캐리 멀리건이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에서 듣는 대사다. 영화를 본다면 이 대사가 캐리 멀리건 그 자신에게도 유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캐리 멀리건에게 상을 주기엔 상대가 너무 세다.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은 서울거리의 스타벅스마냥 수많은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았다. 아카데미도 그 시류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김지연 기자
부국제에서는 티켓팅에 실패해서, 시사는 일정이 안 돼서 아직도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여우주연상 역시 무난하게 <가여운 것들>의 엠마 스톤이 수상하지 않을까 싶다. <가여운 것들>에 대한 호불호나 그 괴랄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듯하지만, 엠마 스톤의 연기에 대한 호평은 귀가 닳도록 들었다. 아마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최애’가 된 것 같은 엠마 스톤, 어느 여배우가 과연 란티모스 감독의 기이함을 이토록 기이하게 표현할 수 있으랴!
이진주 기자
아직 국내에 정식 개봉이 되지 않은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이 신들린 연기를 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엠마 스톤이 이미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지만 <플라워 킬링 문> 릴리 글래드스톤의 ‘탄탄’을 넘어 ‘딴딴’한 연기의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 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추아영 기자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에서 천재 예술가 번스타인의 화려한 삶 뒤에서 묵묵히 가정을 건사하는 책임감 있는 여성 예술가를 그려 낸 캐리 멀리건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지만, <가여운 것들>을 보고 온 후 왠지 엠마 스톤에게 주지 않으면 미안해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