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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중기 나왔다고 보는 시대 아니다… 돈을 받았으면 그 값을 해야”〈로기완〉송중기

이진주기자
배우 송중기 (사진 제공=넷플릭스)
배우 송중기 (사진 제공=넷플릭스)

데뷔 16년차 송중기는 예상을 벗어나는 배우이다.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2010년, 영화 <마음이 2>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주연 자리를 꿰차며 연기와 비주얼 모두 훌륭한 라이징 스타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영화 <늑대소년>(2012), <군함도>(2017),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 <재벌집 막내아들>(2022) 등 늘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며 안전한 길을 걷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오직 “작품이 좋았다”며 영화 <화란>에 노 개런티로 출연해 놀라움을 주었다. <화란>은 2023년 칸국제영화제에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6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으로 돌아온 송중기를 만났다.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단편 <수학여행>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김희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늘 새로워 보이고 싶다”는 송중기는 <로기완>에 대한 혹평, 배우로서의 욕심, 유명인의 삶 등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솔직담백’하다는 구태의연한 수식어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송중기를 설명할 이보다 적확한 단어가 있을까. 넷플릭스 <로기완>으로 만난 송중기와의 시간을 공유한다.

넷플릭스〈로기완〉
넷플릭스〈로기완〉

<로기완>이 지난 1일 공개되었다. 주변의 반응은 어떠한가.

얼마 전 무비토크에 참여해 관객분들을 만났다. 그날 많은 관객분들이 영화를 통해 힐링 되었다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해주셨다. 분위기가 숙연하다고 느껴져서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했던 GV 중에 가장 좋았다.

 

<로기완>을 한 번 고사했다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6-7년 전쯤 이 대본을 처음 받았다. 아마 <군함도>를 촬영할 때였을 것이다. 그때도 이 작품의 정서가 마음에 들어서 꼭 하고 싶었다. 다만 ‘기완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에 공감이 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어머니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기완이 새로운 여자를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는 것이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하고 싶었지만 최종적으로 고사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2년 전에 다시 대본을 받았다. 사실 대본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다시 읽어보니 공감이 되었다. ‘잘 사는 것은 뭘까’에 대한 질문에 ‘사람하고 부대끼고 사는 것이 최고 아닌가’라는 답을 내놓게 되었다. 모두가 그렇듯 나도 그때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다른 것이다. 나이가 먹었나 보다.(웃음)

 

영화 <로기완>은 조해진 작가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을 참고해서 연기하는 스타일인가.

처음 이 대본을 받았을 때 원작 소설을 읽었다. 그런데 이번 촬영을 하면서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원작을 참고하는 것이 연기에 도움이 잘 안된다고 느끼는 편이다. 새로운 제작진이 새롭게 해석해서 만드는 작품이기에 현재에 집중하는 편이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원작 웹 소설이 있지만 참고하지 않았다.

 

북한 사투리 연기와 해외 촬영 등 모두 쉽지 않았을 듯하다.

북한 말씨가 지역별로 굉장히 다르다고 한다. 특히 <로기완>의 정서에 적합한 지역을 선정하는 것에 시간이 걸렸다. 미팅을 하러 갈 때마다 사투리가 바뀌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자강도’라는 도시가 기완의 정서와 잘 맞을 것 같아 그 지역 사투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실제로 북한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많이 넣었는데 국내 시청자분들에게 지나치게 생소한 것은 걸러내야 하는 작업을 다시 해야 했다. 쉽지 않았지만 돈을 받았으면 해야 하는 일이다. (웃음)

5개월 동안 헝가리에서 촬영했다. 해외 촬영은 기본적으로 힘들다. 친구들은 외국 나가서 일하면서 돈 번다고 부럽다고 하지만 안 해봐서 그런다.(웃음) 익숙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것도 많고 제한도 많다. 그만큼 변수가 많은 것이다. 이번 작품으로 데뷔하시는 김희진 감독님이 참 용기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첫 작품이신데 어떻게 이렇게 힘든 것을 다 모아놓으셨냐’고 대단하다고 말씀드렸다.

 

촬영하면서 다른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최근 <로기완>에 대한 혹평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러브 라인에 대한 것인데, 사실 나 역시 처음 이 대본을 받았을 때 이 지점이 공감이 되지 않아 고사했다. 나는 <로기완>의 최대 키워드가 ‘죄책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기를 할 때 이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어머니의 피가 하수구로 빠져나갈 때 막으려고 하는 몸부림치는 장면이 있다. 감독님과 상의해서 그렇게 나왔다. 죄책감에서 못 벗어나서 진저리치는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다.

 

김희진 감독님이 매우 착하고 인내심이 좋은 분이다. 내가 용납이 안되는 장면은 쉽게 넘어가지 않고 촬영 스케줄을 바꾸기도 했다. 시청자분들을 공감시키려면 배우로서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 아마 감독님이 힘드셨을거다.

 

넷플릭스〈로기완〉
넷플릭스〈로기완〉

 

마리 역의 최성은 배우와 호흡을 맞추었다. 그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고 했는데 어떤 지점인가.

최성은 배우는 타협을 안 한다. 본인이 만족이 안되면 끝까지 밀고 들어가더라. 내가 ‘이 정도만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해도 현장에서 본인을 구석까지 몰고 가는 배우이다. 감독님이 최성은 배우가 오디션을 볼 때 마리가 걸어들어오는 줄 알았다고 하셨는데 그만큼 연구를 많이 한다. 본인이 촬영을 하지 않는 날에도 전사를 계속 가지고 가면서 상태를 유지하더라. 옆에서 많이 배웠다.

 

<로기완>을 촬영하며 가장 기억이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우선, 마리의 아버지 윤성 역의 조한철 선배님과 대화하는 장면이다. <로기완>은 조한철 선배님과 함께하는 세 번째 작품이고 연달아서 3~4년을 쭉 만났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쌓여서인지 함께 할 때 뭉클했다. 또, 선주 역의 이상희 배우와 함께 하는 씬도 기억에 남는다. 업계 관계자분들이 상희 배우랑 연기하는 장면에서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는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다.

 

데뷔 이후 쭉 영화와 드라마에 고루 출연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번갈아서 촬영하며 밸런스를 맞추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 코로나 시대가 지나면서 꼬이긴 했지만 영화 끝나면 드라마하고, 드라마 끝나면 영화하는 사이클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화란>이나 <로기완>과 같이 마이너한 정서의 연기는 드라마보다는 영화에서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서 도전해 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 물론 드라마든, 영화든 흥행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책임감이 없으면 돈 받으면 안 된다.(웃음)

 

배우 송중기  (사진 제공=넷플릭스)
배우 송중기 (사진 제공=넷플릭스)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듯하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있는가.

글쎄… 부모님의 가정 교육 아닐까.(웃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나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작업을 하는 모든 분들이 각자의 인생을 걸고 한다. 그러니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 주연배우로서 항상 흥행을 바라게 된다. 요즘은 유명한 사람이 나온다고 작품을 보는 시대는 아닌 듯하다. 그래서 작품을 고를 때 무엇보다 대본이 가장 중요하다.

 

유명인으로서 사생활 노출이 많이 되기도 한다. 그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법한데…

직업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의 직업 때문에 제 아이가 공개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아이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나의 사생활이 화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 부담이 그렇게 있지는 않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는 무엇인가.

요즘은 호러에 꽂혔다. 최근 <파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너무 반가운 일이다. 잘 알지 못하지만 <파묘>의 장재현 감독님께 축하의 박수를 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장르라서 꼭 도전해 보고 싶다. 관계자분들이 볼 수 있게 이 말은 꼭 써달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