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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해주라~ 25주년 맞이한 1999년 영화들

성찬얼기자

앞자리가 바뀌는 순간은 늘 극적인가보다. 아홉수란 말이 있듯, 영화계에도 9로 끝나는 해는 이상하리만큼 명작들이 많이 나오곤 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나온 1939년, <에이리언>이 나온 1979년, 그리고 <매트릭스> 등이 나온 1999년. 어느새 1999년 영화도 '반오십' 25주년을 맞았다. 9의 의지를 이어간 1999년 영화 중 이제 슬슬 재개봉해줬으면 싶은 영화들을 뽑아 소개한다.

 

미리 말하자면 1999년의 대표영화급이지만 이미 재개봉한 바 있는 <매트릭스>, <파이트 클럽>, <노팅힐>, <아이언 자이언트> 등등은 제외했다.


식스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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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센스〉

 

반전 영화인데 반전이 가장 유명한 <식스 센스>. 아동 심리학자 말콤(브루스 윌리스)이 유령을 본다는 8살 소년 콜(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지금이야 핵심 반전이 유머로, 그리고 패러디로 워낙 많이 나와서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당시엔 정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지금처럼 반복 관람이 문화로 자리 잡은 시대였다면 '올해의 N차 영화' 같은 것으로 유명해졌을지도.

 

그 명성에 비하면 의외로 재개봉한 적이 없다. 최근 브루스 윌리스가 알츠하이머 판정으로 영화계를 떠나서 그런지 특히 더 보고 싶어지는 영화. 사실 반전반전 해도 이 영화의 핵심은 그 반전을 알고 다시 볼 때에 보이는 섬세한 연출력이다. 슥 하고 지나갔던 장면에 나름대로 반전을 가리키는 힌트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M. 나이트 샤말란의 저력이 사실상 이 작품에 다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래도 실사 영화 재개봉엔 다소 인색한 디즈니(브에나비스타픽처스)가 배급사여서 25주년이라고 재개봉을 할 것 같진 않다. 그래도 25주년, 단출하게 방에서라도 축하해주며 영화를 다시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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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센스〉

바이센테니얼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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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센테니얼 맨〉

 

브루스 윌리스를 생각하니 이 이름도 떠오른다.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바이센테니얼 맨>도 1999년 공개됐다. <바이센테니얼 맨>은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 로봇 앤드류의 일생을 그린다. '2세기를 산 남자'라는 이름처럼 앤드류는 평생을 살면서 인간으로 인정받기 원하는데, 영화는 그 부분에 인간과의 사랑을 특히 중요하게 묘사했다. 덕분에 사람에 따라 살짝 징그러운 얘기처럼 보일 수 있는데, 로빈 윌리엄스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연기가 이런 단점을 중화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크리스 콜럼버스가 영화로 옮겼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나 홀로 집에>, (이후 연출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연출한 감독답게 전체적으로 따듯하고 잔잔한 분위기가 로빈 윌리엄스와 찰떡같은 시너지를 낸다. 영화가 나온 지 25년,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이 영화 또한 재개봉한 적이 없어서 올해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필자만이라도 소소하게 재개봉 기원 마음을 담아본다.

〈바이센테니얼 맨〉
〈바이센테니얼 맨〉

슬리피 할로우

 

〈슬리피 할로우〉
〈슬리피 할로우〉

 

팀 버튼 영화 중 참 거론이 안되는 영화 중 하나가 <슬리피 할로우>다. 이 작품 앞뒤로 레전드가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전작은 역대급 코미디 영화 <화성침공>이, 차기작은 팀 버튼 최고의 폭망작 <혹성탈출>이 있다. 더구나 한국에선 원작 소설이 그렇게 유명하지 않아서 더 빛을 못 본 느낌도 있다. 하지만 팀 버튼과 그의 오랜 파트너 조니 뎁이 함께 한 영화답게 쏠쏠한 재미가 있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언제나 보장하는 팀 버튼답게 극중 미술은 기괴하게 아름답고 여기저기 얼굴 익은 배우들이 툭툭 튀어나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슬리피 할로우〉
〈슬리피 할로우〉

 

영화는 원작 소설처럼 '목 없는 기사'가 나타나고 크레인(조니 뎁)이 조사하는 내용을 그린다. 연쇄살인이란 테마나 고딕풍의 마을은 꽤 오싹한데 정작 곳곳에서 흩뿌려놓은 코믹한 요소들이 관객을 폭소하게 한다. 이 이질적인 요소, 공포와 코미디의 간극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이상한 영화'에서 끝나지만 이 불균형을 맛보게 된다면 이 영화만의 맛을 쉽게 잊을 수 없게 된다. 한때 케이블 영화채널의 단골손님이어서 한 번쯤은 봤을 가능성이 있을 법하다. 


맨 온 더 문

 

〈맨 온 더 문〉
〈맨 온 더 문〉

 

이번 영화는 재개봉이 아니다. 25년 전 영화인데, 25년 기념으로 최초 개봉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맨 온 더 문>은 코미디언 겸 엔터테이너로 활동한 앤디 카우프먼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본인의 삶 전체를 쇼처럼 살다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는 미국인들에게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남긴 코미디언이다. 진짜와 가짜가 쉽게 구별되지 않는 코미디를 연이어 선보인 그를 <맨 온 더 문>은 자신만의 화법으로 재정립한다.

 

이 <맨 온 더 문>의 화룡점정은 앤디 카우프먼 못지않게 코미디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짐 캐리의 열연이다. 짐 캐리는 앤디 카우프먼으로 빙의하다시피 연기를 펼쳤고, 덕분에 '진짜와 가짜'라는 앤디 카우프먼 평생의 테마가 한층 더 부각됐다. 짐 캐리의 필모그래피에서 인생연기를 펼쳤다,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지목되는 영화가 이 <맨 온 더 문>이다. 다만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실존인물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아니면 '짐 캐리식 코미디'와는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한국에선 개봉하지 못하고 비디오로 직행했다. 앤디 카우프먼, <맨 온 더 문>에서 그를 연기한 짐 캐리를 소재 삼아 <짐&앤디>라는 다큐멘터리가 2017년 공개됐던 바, 25년 기념으로 한 번쯤 극장에 걸린다면 참 좋을 텐데.

〈맨 온 더 문〉
〈맨 온 더 문〉

쓰리 킹즈

 

〈쓰리 킹즈〉
〈쓰리 킹즈〉
〈쓰리 킹즈〉
〈쓰리 킹즈〉

 

영화에서 전쟁은 무엇일까. 스펙터클일까? 휴머니즘일까? <쓰리 킹즈>는 그 단순한 구분법을 벗어나 전쟁을 묘사한다. 걸프전(1990~1991)에 참전한 미군이 얼떨결에 보물지도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전쟁을 언제나 무겁게, 혹은 참사로만 그리는 기조에서 벗어나 메시지와 재미를 모두 잡는다. 미국영화라서 할 수 있는 미국까기부터 독재자 풍자, 그러면서 동시에 전쟁에서 벌어지는 서늘한 광경까지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 풍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요즘 이 영화가 참 적합해보이는데 세계 곳곳에서 절대권력을 공고히 하고자 전쟁을 일으키는 지도자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 사실 한국이라고 그런 환경과 거리가 먼 것이 아니라(작년부터 대만-중국 본토 전쟁 기운이 얼마나 자주 언급됐는지 떠올리자) 이런 류의 영화들이 드문드문 생각나는 것 같다.